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139화 (139/158)

# 139

빠악!!

하현과 마왕의 주먹이 서로의 얼굴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그 여파만으로 주변의 땅이 뒤흔들리고 공기가 진동한다. 단순하 주먹질이라기에는 믿기지 않는 위력.

뿌드득.

하지만 정작 그 주먹을 정면으로 맞은 둘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간지럽군.”

“난 아예 감각도 없다!”

서로의 급소를 향해 한 번, 두 번, 세 번. 공격을 막을 생각도 없는지 쉴 새 없이 주먹을 움직여 상대방을 후려쳤다.

쾅! 쾅! 콰앙!! 쾅!!

두 다리가 지면 아래로 파고들어 가고 땅이 갈라진다.

폭탄이 계속해서 터지는 것 같은 그 무식한 소리와 광경에 주변의 이들은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대로 때려 봐야 무의미하겠는데.’

신성력의 근원이 해결될 때까지는 붙잡고만 있으라고 들었지만, 이대로 의미 없이 치고 박는 것은 손해 같았다.

곰곰이 생각하던 하현은 적당히 기회를 보다 마왕의 몸을 붙잡았다.

“음?”

“같이 좀 가자!”

마왕을 붙잡은 하현은 아래쪽 지면을 있는 힘껏 발로 내려찍었다.

콰앙!!

하현의 발이 닿은 지면이 갈라졌고, 순식간에 마왕의 발아래가 사라지며 공중에 뜨게 되었다.

하현은 그 틈을 노려 있는 힘껏 마왕을 붙잡은 채 앞으로 달려갔다.

콰과과광!!!

“으악! 피해라!”

“맞서 싸우지 마! 무조건 피해!!”

마왕을 방패 삼아 페젤론의 군대들을 들이박으며 내달렸다.

스치기만 해도 골절이었기에 내달리는 하현은 그야말로 살인전차나 다름없었다.

“꽤 싸울 줄 아는군.”

하현을 내려다본 마왕은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지금도 그의 등에는 병사들의 몸과 무기들이 계속해서 부딪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등에는 약간의 흉터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장난은 그만이다.”

마왕은 두 손을 모아 쥐고 그대로 있는 힘껏 하현의 몸을 내려찍었다.

‘윽?!’

등 위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질량. 어떻게든 버텨 보려 했지만 하현은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콰아아아앙!!

하현의 몸이 지면에 내리꽂히자 반경 일대의 땅들이 모조리 박살 나며 뒤흔들렸다.

가히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힘!

“무슨 힘이…….”

하지만 그 공격을 정면으로 맞은 하현은 상처 하나 없는 몸으로 멀쩡하게 일어났다.

그 모습에 마왕의 두 눈에 흥미로움이 가득했다.

“너는…… 신기하구나.”

“나는 네가 더 신기한데.”

불간섭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무지막지한 방어력, 거기다가 모든 스탯을 힘에 투자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말도 안 나오는 공격력.

특별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마왕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힘은 가진 것인가, 오드리히는 이런 마왕과 어떻게 맞서 싸웠던 것인가.

하현은 도저히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시하군.”

꾸드득.

‘이건…….’

마왕의 주먹이 천천히 움켜쥐어졌다.

앞에 몇 번이고 마왕의 주먹에 맞았던 하현은 이번 일격이 여태까지와 격이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단지 주먹을 움켜쥐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일대가 완전히 침묵했다.

그 압도적인 힘 앞에 그 누구도 쉽사리 숨을 쉬지 못하게 되었다.

“방어력을 내세울 거라면.”

주먹을 꽉 움켜쥐어 정권을 만들어낸 마왕이 하현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이야기했다.

“이것도 받아봐라.”

마왕이 주먹이 내질렀다. 이전보다 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평범한 주먹이었지만 그 막대한 힘 앞에 하현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피하지 못했고.

퍼엉!

터져 나온 충격파에 주변에 있던 페젤론의 군대가 먼지로 산화했다.

“뭐…….”

그 광경을 목격한 이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순히 주먹 한 번 내질렀고, 그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을 뿐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반경 100m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얼마나 강력한 마법을 퍼부어야만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그 모습을 바라본 이들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호오…….”

주먹을 거둬들인 마왕의 두 눈에 흥미로움이 떠올랐다.

마계의 대공도 이 주먹에 맞으면 가루조차 남지 않고 사라졌었다.

하지만 하현은 가루는커녕 옷조차 찢어지지 않았다.

“후.”

하현은 초토화 된 주변을 살펴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림잡아도 수백은 증발된 것 같은 참상.

불간섭이 깨지는 게 아닐까 착각마저 들 정도였으니 이 정도는 당연해보였다.

“방금 전 공격. 얼마나 힘을 실은 거지?”

한참 주변을 살펴보던 하현이 마왕에게 물었다.

싸움 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긴장감 없는 질문. 거기에 마왕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80% 정도.”

“흐음…… 그 정도인가.”

전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나 힘을 쓴 수준이다.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너도 꽤 몸이 단단하더라.”

“네 공격이라면 흠집도 안 나겠지.”

단언하는 마왕의 말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상태로는 만 번이고 후려쳐 봐야 상처 하나 줄 수 없을 것이다. 하현은 그 사실을 간단하게 인정했다.

“그렇다면야 뭐, 너도 한 번 받아봐라.”

하현은 마왕에게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나름대로 온 힘을 실은 것 같은 올곧은 주먹.

그 공격에 마왕은 주먹이 닿을 때까지 덤덤하게 바라보았고.

“징벌.”

콰아아앙!!!

하현의 주먹을 맞고 뒤로 있는 힘껏 뒤로 튕겨 날아갔다.

“커헉!!”

뒤로 튕겨져 나간 마왕은 마치 포탄처럼 병사들의 몸통을 터뜨리며 속수무책으로 날아갔다.

어지러운 시야 속에서 마왕은 두 주먹을 있는 힘껏 바닥을 향해 쑤셔 박았다.

콰과과각!!!

두 팔이 지면을 한참이나 긁고 나서야 몸이 멈췄다.

간신히 멈춘 마왕은 그 뒤로 힘없이 무릎 꿇었다.

“이건…… 쿨럭! 컥!”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 자신이 파악한 힘이라면 이런 공격이 가능할 리가 없다.

연신 피를 토하며 당황스러워하던 마왕은 이내 한 가지 가능성 떠올렸다.

‘내 공격을…… 반사했다고?’

녀석을 후려쳤던 자신의 공격들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 왔다.

그것이라면 자신에게 이 정도로 피해를 줄 수 있었다는 것도 설명이 되었다.

‘빌어먹을…… 이 무슨 추태가…….’

흔들리는 시야에 마왕을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렇게는 안 돼지!”

하지만 그 사이에 달려온 하현이 그대로 마왕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일어서려던 마왕의 몸이 뒤로 넘어졌고, 하현은 그대로 마왕을 짓눌러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사정없이 있는 힘껏 마왕의 머리통을 향해 대력난탄과 이격폭타를 퍼부으며 후려쳤다.

저항하지 못하고 맞아주는 마왕의 모습에 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이 좋았어.’

마왕은 좋게 말하면 강자로서 여유를 지녔었고, 나쁘게 말하면 방심했다.

하현이 가진 스킬의 가능성을 무시해 이런 치명적인 일격을 허락한 것이다.

마왕에게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 같았지만, 하현은 모든 버프를 사용하면서까지 때리지는 않았다.

‘지금 이렇게 두들겨 팬다고 결국 이길 수는 없어.’

마왕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먹였지만, 그렇다고 지금 퍼붓는 공격들이 갑자기 몇 배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칼에 베인 상처에 깃털로 후벼 파는 수준이리라.

한마디로 이전보다는 세졌지만, 마왕을 쓰러뜨리기에는 여전히 힘이 부족한 것이다.

‘기회는 뒤에 올 거야. 그 때를 위해 힘을 최대한 축적시킨다.’

회장과 흑월, 메이룬이 신성력의 근원을 없애면서 마왕을 약화시켰을 때. 그때야말로.

빠악!!

제대로 된 결정타를 꽂는 것이다.

***

“멈춰라!!!”

콰아앙!!

쏘아진 화살들이 유성우처럼 내려 꽂이며 폭발했다.

그 무지막지한 폭격에 흑월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러 검은 강기를 내뿜었다.

흑월의 강기가 화살들을 집어삼키며 사라졌고, 등 뒤에 있는 회장과 메이룬을 폭발의 여파에서 완전히 지켜냈다.

“보호막의 해제는?”

저릿한 손의 감각에 흑월은 검을 꽉 움켜쥐며 물었다.

그에 회장과 메이룬은 마법진을 가동시키며 대답했다.

“3분!”

“아뇨, 2분이면 충분해요!”

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아직 그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둘의 말에 흑월은 자신들을 향해 적의를 내뿜는 엘프를 바라보았다.

‘이전의 오드리히와는 비교도 못하겠군.’

엘프의 수호자로 세계수의 숲을 수호했었던 여장군 타드델린.

오드리히의 동료로서 뛰어난 검사이자 궁수로 무력은 오드리히보다 아래로 평가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눈앞에 타드델린은 그 평가와는 전혀 달랐다.

이전의 오드리히가 다소 약화된 상태였다고는 해도 지금의 타드델린은 그를 두 명까지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했다.

‘설마…… 신성력을 공급받은 건가.’

처음 이쪽에 왔을 때, 흑월은 열려진 천장을 통해 타드델린의 모습을 잠깐 볼 수 있었다.

그때 그녀는 등에 몇 개의 선을 매달고 있었다.

그 선을 통해 신성력을 공급받으면서 힘을 강화시켰다. 흑월은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도 맞았다.

‘그런 상대로 2분…… 어렵겠군.’

차라리 공격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뒤의 두 사람을 보호해야만 했고, 그런 상황이 궁수인 타드델린에게는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거긴 너희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보호막이 해제되어 가는 모습에 타드델린이 다급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막대한 마나가 모여들어 화살이 활 끝에 맺혔다.

이번 것은 단순히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거기에 위기감을 느꼈을 때, 흑월의 두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콰앙!!!

섬광과 같은 화살이 흑월과 뒤의 두 사람을 노리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졌다.

그 강력한 힘 앞에 흑월은 맞서 강기를 내뿜는 것이 아니라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후웅!

얇게 일렁이는 강기가 화살을 붙잡았고, 흑월의 검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화살을 인도했다.

요 근래 차원의 기둥들과의 싸움에서 강한 공격을 흘릴 때 사용했던 기술.

여태껏 흘려왔던 공격들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강력했지만, 흑월은 이를 악물고 화살을 방벽을 향해 빗겨냈다.

그 모습에 타드델린의 두 눈이 커졌다.

콰아앙!!!

거의 다 풀려 가던 보호막은 그 일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에 회장과 메이룬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재빠르게 탑을 향해 달려갔다.

“안 돼!!”

그 모습을 본 타드델린이 다급하게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바로 그때.

“단절.”

바닥을 박차고 온 흑월의 검이 매섭게 빛났다.

서걱!

빈틈을 노린 완벽한 기습이었지만 타드델린은 거의 완벽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었던 활은 흑월의 검을 피하지 못하고 반 토막 났다.

“큭!”

부러진 활을 내던진 타드델린은 허리춤의 검을 빠른 속도로 뽑아냈다.

캉!!

날선 쇳소리와 함께 둘의 검이 맞부딪쳤다.

타드델린의 검을 짓누르며 그녀를 밀어붙인 흑월은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못 지나간다.”

“비켜라!!!”

둘의 검이 흐릿한 잔영을 남겼고, 터져 나온 검풍이 주변을 집어삼키며 모조리 베어버렸다.

기술은 호각, 하지만 힘은 타드델린이 더욱 앞서 있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싸움에서는 불리할지라도 상황에서는 이제 흑월이 불리한 것은 없었다.

탑에는 회장과 메이룬이 들어갔고, 타드델린은 당장 그 뒤를 쫒아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타드델린이 가지 못하도록 붙잡고만 있어도 흑월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득인 것이다.

파칵!!

견갑이 부서지고, 흉갑에 금이 갔다. 하지만 흑월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타드델린의 공격을 막아내고, 탑으로 가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안 돼…… 이러는 사이에 벌써…….’

탑의 보호막이 부서지고 20초.

이미 탑의 방에 도착하고도 충분한 시간이다. 여기서 계속해서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하이룬의 목숨이 위험할 것이다.

타드델린은 결단을 내렸다.

“비키란 말이다!!!”

카앙!!

서로의 검이 맞부딪치며 튕겨졌고, 타드델린은 그 틈을 타 탑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큰 빈틈이었고, 흑월의 검이 그녀의 뒤를 쫓아 휘둘러졌다.

푸확!!

“크윽!!”

타드델린의 허리춤의 3분의 1이 베이는 깊은 상처를 새겨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드델린은 상처를 신성력으로 급하게 치료하며 탑을 향해 달려갔다.

콰앙!!!

“하이룬!”

순식간에 탑을 타고 올라온 타드델린은 방문을 조각내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눈에 펼쳐진 것은 부서져 있는 관들과 메이룬의 품에 안긴 채 쓰러져 있는 하이룬.

그 모습을 본 타드델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이 개새끼들아!!!”

바닥을 박찬 타드델린이 무서운 기세로 검을 들고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회장이 다급하게 손을 움직여 공간을 동결시켰지만.

카캉!!

타드델린의 검 앞에는 속수무책으로 갈라졌다. 무방비하게 드러난 두 사람에게 타드델린의 검이 쇄도하던 그때.

“멈춰.”

힘에 겨운 목소리가 방안으로 울려 퍼졌다. 그에 회장과 메이룬을 토막 내기 직전이었던 타드델린의 검이 멈춰 섰다.

“……하이룬?”

수십 년 만에 들어보는, 다시는 들을 수 없었어야 할 목소리.

타드델린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하이룬을 바라보았다. 메이룬의 품에 안긴 하이룬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죽은 것처럼 누워 있었다.

“응.”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천천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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