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
[이…… 건…….]
갑작스러운 변화에 에뤼쿠스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 한 번도 자신과 떨어진 적 없었던 세계수의 기운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끝없는 무한한 마나도, 그 무엇보다도 강력했던 자신의 육체도 느껴지지 않았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었지만 다른 이의 것처럼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치지직!!
에뤼쿠스의 몸이 노이즈처럼 뒤흔들렸다. 가진 힘뿐만 아니라 이제는 존재감마저 옅어져 간다.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하현과 브라스마티는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에뤼쿠스?]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눈앞에 있는데도 에뤼쿠스의 존재감이 계속해서 흐릿해져 갔다.
이제는 집중해서 느끼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모든 것이 어지럽혀져 갔다.
[이…… 힘은…….]
가진 힘을 모두 발휘해 저항하려고 했지만 아주 잠깐의 시간을 벌 뿐, 에뤼쿠스 몸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제야 에뤼쿠스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과거 페젤론에서 어떤 죽음을 맞이했었는지, 그리고 지금 이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조…… 심해라…….]
고개를 돌린 에뤼쿠스는 필사적으로 목소리와 뜻을 쥐어짜내며 하현에게 전달했다.
아주 흐릿하게 들려오는 에뤼쿠스의 목소리에 하현은 정신을 집중했다.
[이…… 힘은…….]
강대했던 그의 힘도, 존재감도 이제는 티끌만도 못하게 남았다.
에뤼쿠스는 마지막까지 지키던 자신의 존재를 포기하며 하현에게 속삭였다.
[……련.]
텅!
그 말을 끝으로 에뤼쿠스의 존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세계수의 가지가 그 자리 위에 비석처럼 떨어져 박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브라스마티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에뤼쿠스의 존재가 옅어지더니 이내 감쪽같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에뤼쿠스를 해한 것이 아니라 에뤼쿠스가 자신들을 배신하고 숨었다는 편이 더 현실성 있게 느껴졌다.
당황하는 브라스마티를 바라본 하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에뤼쿠스는…… 시련의 힘으로 죽었어.”
[뭐라고?]
하현의 말에 브라스마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련의 힘으로 죽었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저 녀석들이 시련의 힘을 통해 에뤼쿠스를 죽인 거야.”
[아니…… 하지만 분명 시련은 그런 부탁을 할 시에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만…….]
“녀석들이 치룰 수 있는 대가는 많아.”
브라스마티의 말을 끊은 하현은 앞을 바라봤다. 그 시선이 페젤론의 병사들에 닿아 있음을 깨달은 브라스마티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설마…… 자신들의 목숨을 바쳤다는 거냐?]
“어디까지나 추측이야. 하지만……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녀석들에게는 딱히 망설일 이유가 없지.”
자신들이 사용할 수 없는 시련의 힘을 얻게 된 페젤론의 군대.
그들이 지닌 힘은 그 에뤼쿠스조차 소멸시킬 만큼 막강했던 것이다.
“진열을 가다듬어라!!!”
에뤼쿠스가 사라지기 무섭게 군대가 다시 진열을 갖춰 갔다. 처음 보였던 수에 3분의 1도 채 남지 않았지만, 그들의 뒤편으로 새로운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했군…… 본대다]
그 모습을 본 브라스마티가 이를 악물었다. 뒤늦게 합류하는 병사들의 선두에는 이곳에서도 느껴질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자들이 있었다.
이전에 차원의 토벌 때 목격됐다는 SS급 강자.
아마 저들이야말로 페젤론의 군대가 지닌 진짜 힘일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거친 울음을 터뜨린 데이카른이 초점 없는 눈으로 하현과 브라스마티를 바라봤다. 칼린 또한 두 검을 고쳐 잡으며 몸을 돌렸다.
에뤼쿠스가 사라지고, 그들의 표적은 하현과 브라스마티, 둘로 바뀌었다.
다시금 시작되려는 전쟁의 분위기에 하현은 브라스마티를 바라봤다.
“……이길 수 있겠어?”
[한 번 죽이는 건 가능해. 하지만…… 완전히 죽일 수는 없어.]
적의를 보이는 데이카른과 칼린의 모습에 브라스마티는 딱 잘라서 이야기했다.
그 에뤼쿠스조차도 세계수와 융합하지 않으면 죽이지 못하는 존재다.
영역에 있어도 가능할까 말까인 상황인데 지금의 자신이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른 것보다 저 녀석들이 가장 위험하다…… 하지만 방법이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굳이 있다고 하면 이전에 아데브에클과 같이 차원의 경계로 데려가 죽이는 방법이겠지만, 그건 너무 위험했다.
‘이 구역 안에서 경계의 이동이 가능한지도 확인 못했고…… 무엇보다 그때 아데브에클은 거의 빈사 상태라 손쉽게 가능했어. 전력인 저 둘의 상대로는…….’
자칫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현은 입술을 깨물며 자신들을 향해 오는 대군을 바라봤다.
“하현 씨!!”
그때, 뒤편에 본대와 함께 있던 라젤린이 흑월의 호위를 받으며 대열을 이탈해 하현에게 달려왔다.
그 갑작스러운 모습에 하현은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라젤린 씨, 흑월 씨? 후방에 안 계시고 왜 여기로…….”
“저 차원의 기둥들이 지닌 힘의 근원을 알아냈어요!”
“근원이라면…… 신성력 말씀이십니까?”
하현의 말에 라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둘은 현재 신성력을 이용해 강제로 세계의 법칙이 된 상태에요.”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강제로 세계의 법칙이 된다니. 도대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능력이란 말인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다만 막대한 신성력이 필요하지만…… 저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걸 만들어낸 거예요. 그 신성력의 근원만 제거하면 충분히 죽일 수 있어요.”
“신성력의 근원…… 혹시 그 신성력이 어디서 오는지 아실 수 있어요?”
하현의 물음에 라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저쪽 어딘가일 거예요. 저들이 살아날 때마다 그쪽에서 신성력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느껴졌으니까요.”
라젤린의 손이 가리킨 곳은 페젤론의 군대 뒤편. 아마 힘의 쓰임새를 생각해 보면 적들의 본진에 있을 것이다.
“상세한 위치도 알 수 있습니까?”
“근접한다면 아마 충분히 가능할거예요.”
“그렇다면…….”
방금 전 전투로 꽤 타격이 있긴 했는지 차원의 기둥들은 본대를 기다리며 달려들지 않았다. 그에 하현은 곧장 시련을 생성했다.
‘이곳에서 경계로의 이동이 가능한지 알려다오.’
혹시 모를 저격에 대비해 하현은 직접 사용하는 대신 시련을 통해 답을 구했다. 다행히도 이 안은 이전에 단절된 공간과 비슷했다.
바깥쪽에서는 들어올 수 없고 안쪽에서 나갈 수 없는 별개의 차원.
즉 이 안에서는 방어전환을 통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 둘을 놔두고 가는 게 걸려.’
죽지 않는 두 마리의 차원의 기둥, 그리고 SS급의 강자들이 지휘하는 적의 본대.
과연 협회 전력이 신성력의 근원을 정리할 때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아마 버텨낼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막대한 피해가 함께하리라.
‘약간의 희생을 감소하더라도 진입해야 하는 건가?’
이대로 있어 봐야 장기전으로 흘러 전멸당할 뿐이다.
하현이 입술을 꾹 깨물며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음?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여태까지 침묵하던 아퀼로가 주변의 상황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에 하현의 눈앞이 번뜩였다.
‘아퀼로! 만들던 거 완료했어?!’
「어? 어. 다 끝나긴 했는데…… 대체 뭔 일이야?」
다급한 하현의 모습에 아퀼로는 의아해하며 하현의 기억을 읽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벌어진 일들을 깨닫고는 곧장 딱딱하게 굳었다.
「저 녀석들…… 엄청난 무기를 준비해 두고 있었네.」
아퀼로는 진심으로 질색한 듯 혀를 내두르며 이야기했다. 그에 하현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겠어?’
이 순간을 위해 개발했던 기술이긴 했지만 하현은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저 괴물이나 다름없는 녀석들을 상대로 통할 수 있을 것인가.
「통하냐고?」
그 물음에 아퀼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말했잖아. 똥개라고.」
쩌저저적!!!
하현의 앞으로 거대한 공간의 균열이 새겨졌다.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던 균열이 깨졌고 그 안으로 거대한 기동요새가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쿠웅!!
이전에 흡수했던 미완성 캘시퍼는 협회의 지원을 통해 과거 하현이 물리친 캘시퍼보다도 더욱 거대해졌다.
그 흉악한 모습에 한창 기세를 불리던 적의 병사들이 주춤거렸다.
“고작 고철 덩어리 앞에서 뭘 겁먹는 거냐!!”
군대를 이끌던 투호왕 라티온이 소리를 질렀다. 강인한 육체로 티거를 때려잡았던 그의 눈에 캘시퍼는 낡은 고철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철 쪼가리와 마법으로 덧댄 몸이 단단해 봐야 얼마나 단단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라티온의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철컥! 철커덕!
캘시퍼의 몸이 접히고 펼쳐지기를 반복하며 점차 모습이 바뀌었다.
단순히 요새를 짊어지고 있던 투박한 모습에서 좀 더 날카롭고 날렵한 모습으로.
“저건…….”
마법병단을 이끌며 나타났던 마도왕이 경악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저것은 단순히 모습만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몸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마력핵들이 서로 공명하며 힘을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빌려간다.」
-아퀼로가 권능의 핵을 자신의 몸에 연결하려고 합니다. 아퀼로와 연결되는 동안 권능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에 하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우우우웅!!!
그 말과 동시에 순차적으로 커져 가던 캘시퍼의 힘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끊임없이 변하던 캘시퍼의 변화가 드디어 끝났다.
양쪽으로 펼쳐진 거대한 날개와 눈을 번뜩이는 두 개의 머리, 그리고 이의에 아퀼로를 떠오르게 만드는 길게 뻗은 몸체.
거기에 더 이상 기동요새 캘시퍼는 없었다.
기계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 아퀼로의 재등장이었다.
「뭐…… 단순한 고철 덩어리라고 했던가?」
변화를 끝마친 아퀼로는 이죽이며 라티온을 바라봤다. 그 물음에 라티온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처음 나타났을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악!!!]
아무도 섣불리 달려들지 못할 때, 데이카른이 괴성을 내지르며 무서운 기세로 아퀼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흉악한 모습에 아퀼로는 입을 벌렸다.
콰아아앙!!!
데이카른이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그 거대한 몸이 날아온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진 데이카른은 괴성을 내지르며 바로 다시 일어나려 했다.
꽈아악!!
[……?!]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제야 데이카른은 자신의 몸을 땅에 고정시킨 거대한 거미줄을 발견했다.
[크아아아아!!!]
데이카른은 격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권능을 일으켰다.
악마의 권능인 지옥불이 모든 것을 불태울 매서운 기세로 전신에서 터져 나왔고.
후웅!!
[……?!]
그 불꽃들은 남김없이 거미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등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퀼로는 씩 웃었다. 스칼렛의 거미줄에 자신이 지닌 물의 권능까지 응용한 물건이다. 고작 저런 불꽃에 손쉽게 탈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크아아아아악!!!]
거미줄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이카른이 미친 듯이 몸을 뒤틀며 발악했다.
하지만 아무리 움직여도 거미줄은 쉽사리 끊어지지 않았다.
바로 그때.
콰앙!
여태까지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던 칼린이 지면을 박차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아퀼로 앞까지 접근했다.
에뤼쿠스의 몸도 갈랐던 강력한 검기가 두 개의 검에서 터져 나왔고.
콰앙!!!
지면에서 솟아오른 물줄기가 그의 발을 휘감아 바닥을 향해 내다꽂았다.
“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하현은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방금 전의 공격은 단순히 권능만 사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칼린이 제대로 저항도 못해 보고 바닥에 꽂힌 것이다.
「퉷.」
입에서 뿜어져 나온 거미줄이 칼린의 몸도 휘감았다. 그 모습을 본 하현은 그제야 떠올렸다.
아퀼로도 브라스마티와 대등할 수준의 강자였다는 사실을.
「이제 슬슬 대가리 돌리는 새끼 있겠지. 내가 어느 정도로 강할지, 어떻게 붙잡아야 할지 말이야.」
마도왕을 향해 시선을 돌린 아퀼로가 히죽거렸다. 그 날카로운 눈빛에 마도왕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저, 저건 단순히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몸 안에 있는 핵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과 맞먹을 정도의 마나를 지니고 있었고 그 막대한 출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숙련도까지 가지고 있었다.
눈앞에 저것은 이제 단순한 기계라고 할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내가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 주지. 너희들이 상대해야 할 내 정체는…….」
아퀼로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고 주변의 대기가 침묵했다. 그동안 하현이 가져다주었던 아이템들이, 방금 전 얻은 권능들이 서로 공명하며 힘을 계속해서 불려 나갔다.
장인들이 궁극을 노리며 만들었던 기술의 정수가 지금 아퀼로와 하현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 거대한 힘에 아퀴로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신이다.」
오만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말.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생겨난 광경에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늘을 가득 채운 태양과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해일.
그 광경은 신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모습이었다.
“자결해라!!”
라티온과 마도왕, 그리고 다른 SS급 토벌자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 외침과 동시에 그들의 휘하에 있던 병사들이 자신들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으며 외쳤다.
“시련 생성!!”
목숨을 대가로 협상한 시련이 완수되고 SS급 토벌자들의 몸 안으로 막대한 힘이 일시적으로 흘러들어 왔다.
콰아아앙!!!
태왕과 해일에 그들의 공격이 맞부딪쳤고 조금씩 맞물리며 상쇄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퀼로가 하현에게 속삭였다.
「저놈들이 괴팍한 수를 써서 붙잡는 게 최대야. 이 틈에 얼른 가.」
처음에 무력화시켰던 데이카른과 칼린도 거미줄을 조금씩 끊어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나설 순간이 오는 것을 알아차린 협회의 병력들도 하나둘씩 싸울 준비를 갖춰 갔다.
아마 저 태양과 해일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리라.
“라젤린 씨, 저한테 딱 붙으세요.”
“예, 예!”
“나도 간다.”
라젤린이 하현의 옆에 붙었을 때, 옆에 있던 흑월이 그 옆으로 붙었다.
“흑월 씨?”
“다른 녀석들하고는 이미 이야기가 됐다. 너 혼자로는 라젤린을 보호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 만약을 위해서다.”
“음…… 알겠습니다. 같이 가죠.”
지금 권능은 모두 아퀼로가 사용하고 있기에 힘이 상당히 약화된 상태였다.
하현은 잘됐다고 생각하며 흑월의 허리춤을 휘감았다.
“갑니다, 방어전환 민첩!”
주변의 세계가 변하고 하현의 앞으로 공간이 갈라졌다. 그 안으로 들어서기 전, 하현은 아퀼로를 바라봤다.
“죽지는 마.”
아무리 강하다 해도 핵이 모두 부서지면 아퀼로는 다시 죽게 된다.
그에 아퀼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별 걱정은. 가봐.」
그 정도 대화면 충분했다. 고개를 끄덕인 하현은 두 사람과 함께 차원의 경계 너머로 사라졌다.
그 순간 태양과 해일도 모두 사라졌고, 지긋지긋하던 힘겨루기가 끝이 났다.
「자 그럼 이제…….」
고개를 돌린 아퀼로는 기계로 만들어진 거대한 날개를 펴 보이며 위압감을 주었다.
그리고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천벌 받을 시간이다. 이 망할 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