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
29. 일인군단
회의실 안으로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하현의 말을 들은 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벽 안에 있는 페젤론의 군대들이 차원의 기둥을 쓰러뜨렸을 지도 모른다…… 라는 것이군요.”
“예.”
여태까지는 방벽 내부에 있는 페젤론의 군대가 지닌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최소 자신들과 동동하거나 그 이상! 그것이 바로 방벽 내부에 숨어있는 그들이 지닌 힘이었다.
“그 정도 실력에 머릿수마저 만 단위. 이대로 싸우게 된다면 저희가 압도적으로 불리하겠군요…….”
차원의 기둥은 머릿수로 잡을 수 있는 괴물이 아니었다. 분명 일정 이상의 실력을 지닌 최정예 팀이 따로 있었던 것이 분명하리라.
자신들과 실력이 비슷할 정예 팀과 수만의 병력. 어딜 보아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군.”
회의실의 분위기가 낮게 가라앉을 때,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강철이 입을 열었다. 그 말에 회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강철을 바라봤다.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저들의 힘이 너무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력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회장은 강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강철은 회의실 내부에 있는 토벌자들을 살펴봤다.
“조금 기분이 상할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 있는 페젤론 출신의 토벌자들과 현 세계의 우리들을 비교하면 자네들이 더 약하다고 생각하네. 이 생각에 동의하나?”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성장하지 못하니까요.”
강철의 말에 회장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과거에는 페젤론 출신의 이들이 강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이 막혀 있는 페젤론 출신의 사람들은 결국 이 세계의 토벌자들보다 약해졌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래, 자네들은 우리보다 약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저들은 이번에 차원의 기둥을 잡아냈네. 저들이 페젤론 출신만 있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강철의 말에 회장은 그제야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 알아차렸다.
“그건…… 확실히 이상한 상황이군요.”
페젤론에 역사에서도 차원의 기둥 급으로 강한, 흔히 영웅이라 불리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당장 오드리히나 그의 동료들, 그리고 니레이크도 거의 동시대의 사람이 아니었는가.
만약 그들이 한데 모였다면 성장하지 못한다 해도 페젤론의 사람들만으로도 차원의 기둥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하다는 말이야.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어.’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은 강한 만큼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열 명이 넘게 소환되고, 마음이 잘 맞아 차원의 기둥을 쓰러뜨렸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녀석들이 차원의 기둥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에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
강철의 말을 듣던 하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실 그에게는 한 가지 짐작 가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련이 꼭 너희들만 사용할 수 있으리란 법은 없지.’
어둠에게 경고 받았을 때, 하현은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어둠 자체에 대한 신용도 문제였고 불확실한 사실을 말해 혼란을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 혼자서 만약을 대비해 아퀼로와 함께 이것저것을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야.’
회장의 말대로 영웅들이 우연히 소환되어 자신들끼리 합심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어둠이 경고했던 그 내용이 사실이란 뜻이리라.
하현은 고개를 들어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어둠의 정보가 불확실하다고 해도 지금으로써는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중요한 정보를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현은 어둠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말했다. 그 말에 회의실에 있던 모든 이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 갔다.
페젤론의 인물들이 시련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은 그리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찾으셨습니까?”
민철의 물음에 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은 못 찾았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하기를 망설였던 거고요.”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민철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최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회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대책을 마련해야겠군요. 제가 보기엔 차원의 기둥보다 이쪽이 더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나는 회장의 말에 찬성한다.”
지호가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이고 그 뒤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지금 저 군대를 그냥 방치해 두면 차원의 틈이 닫히기도 전에 무슨 사단이 나버리고 말 것이다.
“전면전으로 바로 들어갈 생각입니까?”
“제가 생각할 때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하현의 물음에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만약 어둠이라는 자가 전한 사실이 진짜라면 시간을 주는 것 자체가 저희에게 불리한 일입니다. 적들이 더욱 강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공격해야합니다.”
“그래, 녀석들이 만약 던전에서 태어난 녀석들이라면…… 어떤 골 때리는 방법을 쓰고 있을지 모른다.”
지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침식된 던전에 속한 자라면 죽더라도 몇 번이고 살아난다. 그렇다면 아무리 위험한 시련이라도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당장 떠오른 방법만 해도 무지막지한 방법인데 어떤 방법들을 활용하며 강해지고 있을 것인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우선은 던전 흡수 팀이 돌아오면 다시 한 번 회의를 진행하는 게 좋겠습니다.”
회장의 제안에 하현을 비롯한 토벌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해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로 몇 시간 뒤, 던전을 흡수한 토벌자들이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
그들의 체력을 위해 몇 시간 휴식을 거치고, 다시 한 번 토벌자들이 소집되었다.
“여러분들께 알려드릴 사실이 있습니다.”
회장은 토벌자들에게 지금 자신들이 처한 처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 토벌자들의 얼굴에는 절망이 깃들었다.
상대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너무나도 알기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야기가 계속되자 그들의 얼굴에는 조금씩 각오가 들어찼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것이 괴물과 싸워 죽든, 페젤론의 군대와 싸워 죽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는 것인가, 그런 문제였다.
“던전의 흡수는 잠시 미뤄 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모두 전면전 준비를 해주십시오.”
그 뒤로 토벌자들은 모두 흩어지고, 수뇌부들 다시 회의실로 모였다. 그 누구도 말을 먼저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 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전면전은 이미 확정된 거죠?”
“예, 정찰을 보내 간단하게 살펴보고 빠르게 움직일 생각입니다. 지금이라면 드래곤들의 도움으로 충분히 겨뤄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협회의 전력은 지금이 최고조인 상태고, 더 이상 성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차이가 벌어지기 전에 빠른 시일 내에 싸워야만 했다.
회장의 말에 하현은 곰곰이 생각에 잠기다가 입을 열었다.
“얼마 만에 정리할 생각이십니까?”
“지금으로써는 3일 안에 준비를 모두 끝낼 생각입니다.”
“3일…….”
주변을 살펴보니 그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는 듯했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3일이라면 적당한 시간 같았다.
“일주일만 시간을 주십시오.”
하지만 하현은 회의실에 있는 모두를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 말에 회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일주일 말입니까?”
“예.”
“무슨 일을 하시려는 겁니까?”
“제 힘을 좀 더 키워볼 생각입니다.”
이번 전쟁에 있어 가장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힘이라고, 하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거만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그 말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었다.
불간섭이라는 능력은 이론상 일당만도 가능한 무지막지한 능력이다. 만약 하현이 지닌 힘만 강해진다면, 얼마든지 페젤론의 군대를 상대로 큰 활약을 보일 수 있었다.
‘개인의 힘으로는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야. 벨포트 수성전에서도, 종족말살전쟁에서도 가능했어.’
강력한 힘과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체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하현은 일주일간 이 혼돈대륙에서 더욱 강해질 생각이었다.
일반적인 괴물이 아닌, 차원의 기둥들을 잡으면서.
“……혼자서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위험하니까요.”
다른 괴물들도 아니고 차원의 기둥을 거의 휴식 없이 사냥하는 것은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정신적 피로도 클 테고 한 번의 실수로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위험한 사냥에 하현은 다른 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 하현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현이 입을 열었다.
“생각을 조금 달리해 보는 건 어때?”
“예?”
“우리가 위험하다는 것도 알겠어. 만약 죽는다면 전력에 큰 손실이 생기는 것도 알겠고.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속도 아냐?”
지현의 말에 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사냥이 빠르면 좋긴 하지만 어차피 차원의 기둥은 두 마리 뿐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단 말인가.
“이번에 그 녀석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차원의 기둥을 잡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
지현의 말에 하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말에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으로 지현을 바라봤다.
다들 전면전에 한눈이 팔려 쓰러진 차원의 기둥은 잊은 것이다.
“차원의 기둥은 강해. 쓰러뜨리면 강력한 칭호도 주고 아이템, 상자까지 주지. 근데 생각해 보면 그 녀석들은 오히려 지금 차원의 기둥을 죽이면 안 되는 위치 아니야?”
인류 최후의 시련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만약 이대로 차원의 기둥들이 모두 사라지면 결국 손해는 그들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은 스스로 차원의 기둥을 쓰러뜨렸을까.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하현은 그제야 지현이 말하는 속도라는 뜻을 깨달았다.
“차원의 기둥을 빼앗기지 않도록 선점해야 한다는 거군요.”
“그래, 녀석들이 뭘 노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차원의 기둥을 한 마리라도 넘겨주면 큰 손해가 될 거야. 그러니까.”
씩 웃은 지현은 하현을 바라봤다.
“위험하더라도 우리들과 함께 토벌을 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음…….”
지현의 제안에 하현은 머릿속으로 두 가지의 경우를 재보았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차원의 기둥을 토벌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가진 힘을 전력으로 발휘해 싸워는 것.
‘당연히 전자겠지.’
권능을 가진 힘을 모두 발휘하고 싸우더라도 결국 본래의 영역이 아니라면 반절이나 깎인 힘이다. 그런 상태에서 다른 동료들이 함께 공격하는 것이 비교될 리가 없다.
“하지만 정말 위험해요. 휴식도 최소한이고 자칫 잘못하면 다치실 수도 있습니다.”
“그거야 늘 그렇지. 언제는 안 다쳤나? 이번에는 양팔이 아작 났었는데.”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양팔을 흔들어 보인 지현은 표정을 바꾸고 하현을 바라봤다.
“우리들 모두 죽을 각오는 하고 있어. 아무리 네가 가진 힘이 누군가를 구하는데 좋다고 해도 너무 우리를 보호하려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현의 말에 하현은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흑월과 강철, 민철, 아민, 지호, 라젤린, 회장까지 모두 같은 표정이었다. 그들도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들의 목숨을 지나칠 정도로 걱정하는 것은 오직 하현 한 사람뿐이었던 것이다.
‘……나도 참 이기적이었군.’
다른 무엇보다도 이들의 목숨이 소중하다고, 하현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본인들은 그와 반대였다. 자신의 목숨보다도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토벌자들을 바라본 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각오로 같이 해봅시다.”
***
방벽 내부의 깊은 곳에 있는 어두운 길. 그곳에서 솟아오른 어둠은 길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두근! 두근!
한참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방이 나타났다. 고치 같은 것들이 일정하게 벽에 매달려 맥동치고 있었고, 마법사로 보이는 이들은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어둠은 그런 마법사들의 사이로 소리 없이 지나치며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여러 가지 시설들을 지나고 지나, 어둠은 가장 엄중히 지켜지고 있는 마지막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이상 움직이면, 죽어.”
방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어둠의 목덜미에 서늘한 감촉이 다가섰다. 자신을 감싸는 힘을 가르고 들어온 날카로운 검. 그에 어둠은 피식 웃었다.
“재밌는 걸 만들었더군. 궁금해서 찾아왔다.”
“…….”
뒤에서 한참동안 어둠을 바라보던 타드델린은 검을 거두었다. 아주 희미하게 베인 자신의 목에 어둠은 목을 살짝 매만져 상처를 없애고 기둥을 바라봤다.
우우웅!!
여기저기 금이 가고 부서져 있는 조잡하기 그지없는 검은색 기둥. 방의 한 가운데 위치한 기둥은 벽에서 뻗어 나온 수십 개의 선에 연결된 채로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신비하기 그지없는 광경에 어둠은 미미하게 감탄을 내뱉었다.
“좋은 부하를 두었군. 누구지?”
“……마도왕.”
“호오……꽤 괜찮은 녀석이 협력했군. 몇 명이나 합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기둥을 바라보는 어둠의 모습에 타드델린은 한껏 긴장했던 몸을 풀었다. 비록 뒤틀릴 데로 뒤틀려 구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마법사였다.
지금 기둥을 보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저 순전히 호기심에서 비롯된 모습이었다.
“처리가 조금 미흡하지만 발상은 매우 좋았어. 이거라면 이 뒤에 일으킬 일도 충분히 이루겠지.”
“할 이야기가 그것뿐이라면 이제 나가.”
“물론 다른 이야기도 있지.”
어둠은 몸을 움직여 벽에서 뻗어 나온 선을 쓰다듬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힘은 그저 닿은 것만으로도 혹사시킨 몸을 안정화 시켰다.
“흡수하지는 않을 테니 진정해라.”
“그럼 그 상태에서 얼른 용건을 말해.”
타드델린은 검의 손잡이를 잡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 그에 어둠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너희들의 움직임을 저쪽에서도 알아차린 것 같더군.”
“그건 염두에 둔 사실이다.”
“그래, 물론 그렇겠지. 아마 녀석들의 전력도 다 생각해 둬서 벌인 일이고. 하지만 한 가지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지 않나?”
어둠의 말에 타드델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현재 있는 유일한 변수.
일전에 자신의 저격을 견뎌내고, 아데브에클을 잡으며 이번엔 스칼렛을 단신으로 사냥한 인간.
“결국 한 명이야. 할 수 있는 건 제한되어 있어.”
“그건 아니지.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회피하려고 드는 군. 그때의 일로는 교훈이 되지 않았나?”
“…….”
어둠의 말에 타드델린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말대로 그녀는 개인이 가진 힘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는,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있었다.
그 일로 자신의 고향이 불타 버렸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힘을 다오.”
어둠이 다시 한 번 선을 잡았다. 그 모습에 타드델린은 눈을 번뜩이며 검을 뽑으려 했다.
“내가 그 녀석을 막아주지.”
“……!”
하지만 이내 이어진 어둠의 말에 손이 멈췄다. 가능성 없는 이야기를 할 녀석은 아니다.
잠시 동안 망설이던 타드델린이 검에서 손을 떼고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뭐, 간단한 방법 아니겠나. 괴물 같은 놈이 있다면.”
어둠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비슷한 놈을 붙이면 그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