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
스칼렛의 숲에 쳐져 있는 거미줄들은 평범해 보였지만 단 하나도 평범한 것이 없었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마법을 거미줄에 담아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길을 잃게 만든다.
거기다 일부러 거미줄을 느슨하게 쳐 길을 유도하는 마법 외적인 다양한 방법으로도 길을 잃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숲은 천연의 요새라고 해도 좋을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캬르륵!!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냥감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거미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현을 문 대장거미는 함정들을 피해 빠른 속도로 거미줄 위를 내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안으로 들어갔을 때, 거대한 거미줄이 쳐진 공터가 나타났다. 숲에 쳐진 모든 거미줄들과 연결된 중심지이자 거미들의 어미, 스칼렛이 머무는 둥지였다.
캬르륵!
둥지에 도착한 대장거미가 거칠게 울었다. 그에 거미줄의 중심에 앉아있던 스칼렛이 눈을 떴다. 100m가 조금 덜 되는 거대한 덩치.
거기에 붉은빛을 빛내는 수백 개의 눈동자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름끼칠 수준이었다.
[무슨 일이냐.]
쇠로 긁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대장거미는 자신이 물고 온 먹이를 거미줄 위에 올려놓고 연신 설명을 시작했다.
캬르륵! 캬륵!
[씹히지도 않는데…… 거미줄을 씌우면 불타오르는 먹이라고?]
대장거미의 말에 스칼렛은 하현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이 이상한 세계로 건너오면서 다양한 먹이들을 먹어 봤지만 그런 괴상한 먹이는 처음 들어보았다.
[잘했다. 가 보거라.]
캬륵!
스칼렛의 말에 대장거미는 기뻐하며 자리에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스칼렛은 거미줄에 놓인 먹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인간…… 인 것 같은데. 정령체인가.]
시체에 불이 붙는 경우는 정령체가 아니고서야 본 적이 없었다. 하현의 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스칼렛이 다리를 들어 올렸다.
콰아아앙!!!
거대한 다리가 하현의 몸을 그대로 인정사정없이 찍어 내렸다. 숲 전체에 거미줄들이 요동칠 만큼 강력한 일격. 하지만 그 일격에도 하현의 몸에는 손상이 없었다.
[상상 이상으로 단단한 몸이구나…….]
먹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스칼렛이 하현의 몸을 집어 들었다. 보통 이런 먹이들은 뱃속에서 며칠 동안 소화를 시켜줘야만 했다. 귀찮은 먹이지만 그만큼 힘이 강력해지니 먹을 가치는 충분했다.
인간을 자신의 입안으로 집어넣은 스칼렛은 곧장 위장을 향해 넘겼다. 바로 그 순간.
“좀 매울걸.”
[……?!]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던 먹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앗!!
스칼렛이 다시 뱉어내기도 전에 하현의 몸이 재빠르게 들어가 버렸다. 갑자가 되살아난 먹이가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자 스칼렛은 당황하며 입 안으로 다리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미 하현의 몸은 스칼렛의 내부로 들어 간 지 오래였다.
“드디어 들어왔다!”
여태껏 숨을 참고 있었던 하현을 쾌재를 내질렀다. 불간섭의 효과를 믿고 실행했던 죽은 척. 처음에는 과연 이게 될까 싶었지만, 불간섭은 숨을 쉬지 않는 하현을 시체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훌륭하게 살려주었다.
[나와라아!!!]
스칼렛의 악이 찬 고함이 들려왔다. 약간 기괴한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선명하게 들리는 목소리.
그 예상치 못한 말소리에 하현은 신기한 기분이었다.
‘신수의 언어에 이런 효과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단 말이야.’
호로호이를 쓰러뜨리면서 얻은 신수의 언어는 뜻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몇 번 능력을 사용하고 보니 다른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바로 어느 정도 지성이 높고 강력한 힘을 지닌 신수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힘이었다. 덕분에 본래라면 캬르륵에 가까운 소리가 하현에게는 사람의 말소리로 들렸다.
[나와아아아!!!]
하현을 토해내기 위해서 스칼렛이 몸을 뒤틀며 거칠게 움직였다. 그에 하현은 견뎌내기 위해서 곧장 옆쪽의 내장을 향해 주먹을 쑤셔 넣었다.
푸화아악!!
고통에 찬 스칼렛의 비명과 함께 피가 쏟아졌다. 마구잡이로 뒤흔들리는 몸속에서 중심을 잡은 하현은 이레아에게 소리쳤다.
‘이레아, 얼른 찾아!’
《알겠습니다!》
하현의 신호와 동시에 이레아에서 강렬한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하현의 머릿속으로 스칼렛의 신체 구조가 지도 그려지듯 만들어졌다.
‘마나…… 마나…… 저기다!’
몸 안쪽에 있는 거대한 마나 덩어리. 목표로 하던 것을 찾아내자 하현은 손날을 세워 쑤셔 박았다.
[키아아아악!!!]
쑤셔 넣은 두 손을 양쪽으로 벌리며 억지로 내장을 찢어발긴다. 스칼렛의 몸 안으로 길을 만들어내며 하현은 방금 전 마나가 느껴진 장소를 향해 갔다.
“찾았다!”
한참을 내장을 파헤치며 나아갔을 때, 하현의 눈앞으로 새로운 장소가 나타났다. 바닥에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깔려 있었고 그 중심에는 거대한 원석이 빛을 발했다.
이곳이 바로 스칼렛이 거미줄을 만들어내는 기관의 안이었다.
“여기가 제일 거슬렸으니까 말이지.”
우드득.
하현은 씩 웃으며 주먹을 풀었다. 그와 동시에 전력으로 발휘한 브라스마티의 권능이 강렬한 불꽃을 터뜨렸다.
콰아아아앙!!
[키아아아아악!!!]
스칼렛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 소리와 함께 불꽃이 터져 나왔다. 거미줄을 내뱉는 출사돌기는 모조리 불타 버렸고, 강제로 찢어져 만들어진 길을 통해 몸 곳곳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당장 꺼내야만 했지만, 그 먹이는 이미 뱉어낼 수 있는 위치에서 벗어나 있었다.
[커흑! 케륵 켁!!]
몸속을 태우는 불꽃에 스칼렛은 결국 최악의 방법을 골랐다.
푸확!!
몸 안을 파고든 다리들이 배를 찢고 내부에서 난장판을 치는 하현의 몸을 잡아 밖으로 패대기쳤다. 공중에서 바로 자세를 고쳐 잡은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스칼렛을 바라봤다.
[이…… 이 빌어먹을 인간이…….]
“좀 많이 매웠나?”
하현의 말에 스칼렛의 눈이 더욱 흉폭하게 변했다. 인간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는 것도, 자신이 그 말을 알아듣는 것도 이제는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이성을 잃었다.
[죽여버리겠다!!!]
이전보다도 더욱 거칠어진 목소리. 아마 방금 전 불꽃에 의해 발성 기관도 불타버렸기 때문이리라.
그 망신창이로 변해 버린 모습에 하현은 씩 웃었다.
‘이제 거미줄을 쓸 일은 없겠지.’
스칼렛은 그 덩치도 위협적이지만 제일 문제인 것은 범용성이 높고 강력한 힘을 지닌 거미줄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거미줄은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우득! 뚜드득!
그 말은 즉 이제 스칼렛은 그저 거대하고, 맷집이 조금 좋은 샌드백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
“시작해 볼까?”
하현의 미소가 더욱 더 짙어졌다.
***
쿠웅!!
거대한 발이 땅 위로 내딛어졌다. 적의를 가지고 내려찍은 것이 아닌, 그저 앞으로 걸어가기 위해 내딛은 한 걸음.
쿠웅!
하지만 그런 가벼운 한 걸음에도 땅이 갈라지며 주변이 요동친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토벌대들은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바라봤다.
“크다고 하기는 했지만…… 설마 저 정도일 줄은…….”
눈앞에 있는 은색 호랑이, 티거의 모습에 아민은 질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전에 본 영상과 드래곤들보다 크다는 소리에 어느 정도 크리라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티거는 그 상상을 초월했다. 이전에 산만한 덩치로 사람들을 질리게 했던 그 캘시퍼보다 1.5배나 더 거대한 것이다.
“저걸 지금 잡아야 한다는 거지…….”
주먹을 매만지던 지현이 미묘하게 웃는 표정으로 티거를 바라봤다. 한 대 강하게 때리면 저 거구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 벌써부터 참을 수 없었다.
“그 놈의 버릇은…… 마법진 설치는 어떻게 돼 가나?”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강철은 고개를 돌려 아민에게 물었다. 그에 아민은 귀에 손을 가져다댔다.
“음.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하네요. 슬슬 움직여도 괜찮데요.”
“그런가. 저런 녀석하고 싸워야 한다니 질리는구만.”
아민의 말에 강철은 혀를 내두르며 주먹을 간단하게 풀었다. 옆에서 손잡이를 매만지던 흑월이 아민에게 물었다.
“정확히 얼마 후에 도착해야 하지?”
“대략…… 3분 정도라고 합니다.”
“흐음. 적당하군.”
고개를 끄덕인 흑월은 자신의 검을 빼 들었다. 그것을 신호로 다른 토벌자들도 모두 각자 전투 준비를 갖췄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라젤린이 두 손을 모았다.
“버프를 걸겠습니다. 아마 버프가 걸린 뒤에는 이쪽을 눈치챌 거예요. 주의해 주세요.”
다른 토벌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라젤린은 두 손을 모은 채로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황금빛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그것이 이내 거대한 기둥으로 변해 모든 토벌자들을 감쌌다.
“신의 축복!”
막대한 신성력이 토벌자들의 모든 능력을 상승시키고, 감각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
여태껏 정면을 바라보던 티거의 고개가 이쪽을 향했다. 수십 킬로미터는 떨어져 숨어 있었지만, 방금 전 버프 한 번으로 토벌자들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그르르릉…….]
바닥에 깔리듯이 울려 퍼지는 소리가 일대 전체에 퍼졌다 단순히 위협인 것 같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었다.
-신의 축복이 상태이상 ‘티거의 위협’에 저항했습니다. 전 스탯 10%하락합니다. 티거에게 추적당하기 쉬워집니다.
티거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돌아다닐 뿐, 굳이 다른 곳으로 가서 위협하는 괴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투하거나 자신에게 적의를 보낼 때는 달랐다.
상대가 누구든, 어디로 도망치든 적을 죽이기 전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위협한 적에게는 지독하리만치 악독한 사냥꾼이었다.
[캬아아아오!!]
콰아아앙!!!
외침과 동시에 티거의 발이 땅을 내려찍었다. 단순히 위협이 아닌, 적을 찢어발기기 위해 전력으로 내딛은 한 발.
그 한 발 한 발에 땅이 요동치고 바닥이 박살 났다.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거리도 티거에게는 그렇게 긴 거리가 아니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모든 거리가 줄어들고.
콰아아앙!!!
바닥을 박찬 티거의 몸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자신의 무게와 힘을 실은 두 발이 주변의 기류를 뒤흔들며 토벌자들의 머리 위로 덮쳐졌다.
그 순간.
“간다!”
콰아앙!!
이미 전신에 힘을 주고 있던 강철과 지현의 두 몸이 바닥을 박차고 티거를 발을 향해 달려들었다. 1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전신의 힘이 주먹에 몰렸고, 붉은색 강기와 투기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파아아아앙!!
거대한 발과 주먹이 서로 맞부딪치고, 거대한 충격파가 주변을 뒤흔들었다.
“크으으윽!!!”
주먹 끝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힘에 강철과 지현은 피가 나오도록 이를 악물었다. 전신이 비명을 내질렀고 맞대고 있는 주먹은 금방에라도 뒤로 밀려날 것 같았다.
티거의 일격을 정면에서 막아낸 것만으로도 거의 기적과도 같은 상황. 두 사람이 그렇게 두 발을 붙잡고 있었을 때.
키이이잉!!
흑월이 소리 없이 티거의 얼굴 앞으로 나타났다.
[……!!]
검으로 모여드는 막대한 힘. 그것을 알아차린 티거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아래로 휘둘렀던 발을 황급히 거두며 흑월을 공격하려 했다.
“단절.”
서걱!
하지만 그보다 먼저 흑월의 검이 티거의 왼쪽 눈을 갈랐다.
푸화아악!!
[캬오오오오!!!]
단 한 번도 적에게 상처를 허용하지 않았던 무적의 육체. 하지만 그 무적의 육체는 흑월이 펼친 절대적인 공격 앞에 찢어지고, 폭포와 같은 피를 흘려냈다.
콰아아앙!!
뒤로 넘어간 몸이 땅위로 넘어지고, 땅이 터지며 흙먼지가 주변을 매웠다. 눈이 타오르는 것 같은 고통에 티거는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다.
[캬오오오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리에 일어난 티거는 악에 받친 포효를 내질러 주변의 흙먼지들을 걷어냈다.
그리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가증스러운 적을 찾았다.
그 잠깐 사이 자신을 농락한 적들은 벌써 저 멀리 도망쳤고, 자신의 눈을 베었던 검은색 인간은 도망치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덤벼보라는 듯이.
[캬오오오!!!]
그 모습에 티거는 악에 받친 울음을 터뜨리며 바닥을 박찼다. 티거가 나뒹구는 사이 거리를 상당히 벌려뒀지만, 그 차이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후웅!!
다시 한 번 티거의 발이 휘둘러졌고, 그 모습에 지현과 강철이 바닥을 박차 주먹을 휘둘렀다…….
뿌드드득!!
“크으으윽!!”
“으하하핫!!!”
생애 두 번으로 겪어보는 압도적인 힘에 강철은 이를 악물고, 지현은 웃음을 터뜨리며 온힘을 쥐어짜냈다. 산과 정면으로 주먹을 맞부딪친다면 이런 느낌일까.
“갑니다!”
두 사람이 무너지기 전에 민철이 자신의 창을 내던졌다.
공기를 찢어발긴 민철의 창은 아이템의 효과를 받으며 몇 배로 가속되어 티거의 머리를 후려쳤다.
터어엉!!
메마른 소리와 함께 민철의 창은 티거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하지만 도망갈 수 있는 틈을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캬오오오!!!]
순식간에 도망친 적들의 모습에 티거가 다시 그 뒤를 쫒았다. 도망치고 부딪치고 떨쳐내는 지루하면서도 살벌한 추격전.
그렇게 3분이라는 짧으면서도 끈질긴 시간을 보냈을 때.
“발동!!”
지호의 외침과 함께 티거의 발아래로 거대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적을 추격하느라 한눈 팔렸던 티거는 그제야 자신의 발아래에서 요동치는 막대한 마나를 발견했다.
[캬오!!]
티거는 그 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닥을 박찼지만, 지호와 회장의 손이 움직이기 무섭게 공간이 뒤틀려 티거를 묶었다.
촤르르륵!!!
바닥 아래에서 솟아오른 쇠사슬들이 티거의 몸을 강하게 묶어냈고, 순차적으로 발동된 마법진들로 인해 태양과 같은 화염구와 거대한 칼날, 흙으로 만들어진 골렘을 소환했다.
그 외에도 수백 가지의 마법이 발동되어 티거의 몸을 두들겼지만, 결국 티거의 몸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 결국 티거를 끝낼 수 있는 것은 절대적인 절단력.
“흑월 씨!!”
아민의 외침과 동시에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물건이 번쩍 빛을 발하며 흑월의 앞으로 이동했다. 보석을 머금은 작은 세계수.
그것을 낚아챈 흑월은 쇠사슬을 끊고 골렘을 박살 내려는 티거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침식, 기만.”
-상대가 침식의 보옥 효과를 대부분 저항합니다. 특수효과 ‘사냥의 본능’ 효능이 50% 낮아집니다.
-상대가 기만의 보옥 효과를 대부분 저항합니다. 속도를 20% 훔쳐옵니다.
알림음과 동시에 흑월의 몸에 막대한 힘이 휘몰아쳤다. 티거가 지니고 있는 속도를 낮추고 자신의 속도를 높인다.
절대적인 공격력을 지닌 흑월에게 그것이면 충분했다.
“완전치유!”
아민과 함께 미리 합류해 있었던 라젤린이 다시 한 번 신성마법을 발동시켰다. 추격전 끝에 소모되었던 모든 체력과 마나가 가득 찼고, 최상의 상태로 돌아왔다.
지팡이를 인벤토리에 쑤셔 넣은 흑월은 두 검을 움켜잡았다. 모든 마법을 박살 낸 티거가 멀쩡한 외눈으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아마 이곳에서 자신을 최우선 표적으로 정했으리라. 오싹하기 그지없는 사실이었지만, 흑월은 그저 담담히 자신의 검을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간다.”
흑월의 몸이 티거를 향해 쇄도했다. 티거의 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