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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어력 무한-128화 (128/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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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어력 무한 128화

예정된 시간이 되자 본격적으로 혼돈대륙의 토벌이 시작되었다.

4개의 팀들은 각자 맡은 던전의 영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드래곤들이 호위하듯이 따랐다.

[주변을 경계하고 표식이 없는 인간의 경우 망설임 없이 사살해라.]

[알겠습니다.]

브라스마티의 당부에 드래곤들이 각자 담당한 팀의 머리 위로 향했다. 브라스마티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아퀼로는 토벌자들을 바라봤다.

“표식은 잘 됐어?”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달아놨어. 이걸로 문제는 없을 거야.]

토벌자들의 머리 위로 떠 있는 붉은색 표식. 만약에 숨어들어 올 페젤론의 인간들을 대비하여 새겨 둔 것으로 드래곤들밖에 볼 수 없는 특수한 표식이었다.

“흐음. 역시 쓸 만하구만.”

씩 웃은 아퀼로는 브라스마티의 머리를 발로 툭툭 치며 앞을 바라봤다. 그 기분 나쁠 법한 행동에 브라스마티는 화를 내는 대신 피식 웃었다.

[의외군그래.]

“뭐가?”

[로드랑 떨어져서 풀이 팍 죽을 줄 알았거든. 씩씩하군.]

“뭐…….”

갑작스러운 말에 아퀼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에 브라스마티는 곧장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그거 참 보기 드문 얼굴이군.]

“너, 너, 임마! 그런 걸로 놀리지 마!”

브라스마티의 태도에 아퀼로가 분하다는 듯이 발을 마구 구르며 머리 위를 때렸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정말로 같이 안 가도 됐었나?]

“……딱히 그럴 필요는 없어.”

아퀼로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던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내 백업이 제일 중요하니까. 거기다가 아주 희미하게 의식은 연결되어 있으니 부르면 바로 대화 나눌 수 있고.”

아민과 지호, 회장이라면 하현에게 시선을 약간 분산해도 상관없지만 다른 마법사들은 달랐다. 아민이 마나를 조금만 실수해서 전달해도 곧장 마나폭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뭐 무엇보다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그래.”

[흐음…… 로드가 가진 그 힘 말인가. 솔직히 직접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단 말이지]

새롭게 되살아난 브라스마티는 하현이 지닌 불간섭의 힘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힘이 실존할까 의심마저 들었지만, 하현을 믿으면서 같이 믿었을 뿐이다.

“걱정 말라고. 로드가 아무한테나 달리는 칭호도 아니고 말이야.”

[뭐 그렇겠지.]

아퀼로의 말에 브라스마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데브에클을 쓰러뜨렸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로드는 자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강자이리라.

지금은 로드가 자신에게 맡긴 임무만 제대로 해내면 되는 것이다.

[전방에 괴물들이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흐음?”

앞쪽에서 정찰을 하던 드래곤의 말에 브라스마티와 아퀼로, 토벌자들이 전방을 바라봤다.

토벌자들의 침입을 알아차린 괴물들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 수는 최소 수천에 달했고, 힘 또한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흡수하는 던전의 등급이 높아서인 이유도 있었지만 이곳이 침식된 던전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역시 이 주변은 서로 힘을 합치는 구조였네.”

서로 적대하는 괴물들이 있는가 하면 힘을 합치는 괴물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 주변에 침식된 던전의 괴물들은 완전히 친한 것은 아니더라도 협공은 할 수준의 지능은 있었다.

“전원 전투 준비!!”

자신들을 향해오는 괴물들의 모습에 각 팀의 대장들이 긴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무리 협회 최대의 전력이라고 해도 저 정도의 병력을 맞이한다면 긴장되기 마련이다.

‘나중에 던전을 흡수하는 도중에 건너오는 괴물들을 상대하려면…… 전력을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침식된 던전 안의 괴물들이 모두 사라지면 다른 던전의 괴물들이 이쪽으로 건너온다.

대장들은 그 상황을 염려에 두며 손실을 최소화시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조금 많은데.]

“그러게. 이번엔 너희들이 나서.”

[아무래도 그래야겠어.]

아퀼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브라스마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에 진입하는 던전들은 하나같이 숲이나 초원 같은 개활지였다.

그 말은 즉 달려오는 괴물들의 모습이 모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전부 준비.]

후우우웅!!!!

브라스마티의 신호와 동시에 하늘에 떠있던 드래곤들이 숨을 들이마셨다.

주변의 마나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입안으로 빨려 들어왔고, 드래곤들의 배가 부풀어 올랐다.

“어…… 어어?”

그 갑작스러운 광경에 토벌자들이 당혹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드래곤들의 주변으로 모이는 흉흉한 기운에 이쪽을 향해 달려오던 괴물들의 발걸음도 멈췄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발사.]

콰아아아앙!!!

응축된 마나가 각자의 속성으로 변했고, 괴물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수십 마리의 드래곤이 일제히 뿜어내는 브레스. 그 압도적인 화력 앞에 괴물들은 먼지처럼 쓸려나갔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토벌자들은 멍한 표정으로 드래곤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페젤론의 모든 종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육체 능력과 마나 친화도를 지닌 최강의 종족.

아데브에클이라는 유일한 목줄이 풀려 버린 드래곤들은 그 종족 자체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그만.]

브라스마티의 신호와 동시에 브레스가 멎었다. 숨결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괴물들뿐만 아니라 던전을 이루던 나무와 풀들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것이라고는 활성화된 포탈과 황폐해진 공터뿐.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토벌자들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브라스마티가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안 가고 뭐해?]

***

‘음…… 여기군.’

하현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숲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선명하게 보일 만큼 쳐져 있는 거미줄들과 붉은색의 섬뜩한 눈동자들.

간간히 거미줄 위로 매달린 것 같은 실뭉치들은 아마 거미들에게 붙잡힌 다른 괴물들이리라.

‘얼핏 느껴 봐도 수천…… 저 녀석들이 기본 A급이라는 거지.’

숫자도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 저 거미줄 사이로 숨어 있는 함정들이 문제였다. 수십 종류의 거미줄과 맹독으로 만들어진 함정, 정보로 봐도 무시무시했지만 직접 보니 더욱 심했다.

‘역시 판단을 잘했어.’

만약 토벌 팀들이 이곳으로 왔다면 정말 큰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현은 속으로 살짝 안도하며 숲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저기는…… 조금 적고. 저쪽은…… 음. 저 정도면 괜찮은데.’

하현은 숲 속에 숨어 있는 거미들의 힘을 하나씩 재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찾았을 때,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거미를 찾아냈다.

‘조금 모지라지만…… 저 정도면 충분하겠지.’

몸을 살짝 풀어준 하현은 방금 전 찾아낸 거미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하현이 접근해 오자 거미들은 덤벼오는 대신 하현을 피해 살짝 흩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숲의 안쪽으로 들어오자 탈출로를 막으며 하현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진입로부터 습격해 오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지 못하도록 안으로 끌어들인 뒤 잡는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냥꾼의 본능이었다.

‘언제쯤 오려나…….’

하현은 주변을 가득 매운 거미들의 기운을 느끼며 숲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변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 거미줄들은 숲 안이라기보다는 고치의 안쪽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 무지막지한 양에 하현은 혀를 내두르며 손을 뻗어 브라스마티의 권능을 사용했다.

-불꽃먹이 거미줄에 불꽃이 흡수됩니다. 위력이 50% 감소합니다.

불이 붙은 거미줄은 쉽사리 타오르지 않은 채 계속해서 모양을 유지했다. 그 믿기지 않는 광경에 하현은 문득 브라스마티가 한 말을 떠올렸다.

‘이게 그 불꽃을 흡수하는 거미줄이구나.’

영 일이 꼬이면 브라스마티의 권능으로 숲을 모조리 불태우는 식으로 싸우려고 했지만, 거미줄의 성능을 보니 이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태우는 건 너무 오래 걸리고…… 직접 잘라야겠네.’

좀처럼 불타지 않는 거미줄의 상태에 하현은 손을 뻗어 직접 끊어냈다.

푸확!!

-상태이상 ‘마비의 맹독’을 저항하셨습니다.

-상태이상 ‘수면의 맹독’을 저항하셨습니다.

‘와…….’

거미줄을 끊기 무섭게 자신을 향해 덮쳐온 독연에 하현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가장 쉬운 방법인 불은 저항력이 강해 쉽사리 되지도 않고 직접 끊으니까 독이 덮쳐온다.

어지간한 던전들을 다 돌아봤지만 이렇게 더러운 함정들이 설치된 던전은 처음 본 것 같았다.

거기다 이것 말고 더 많은 종류의 거미줄이 있다니 뒤로 갈수록 어찌될지는 뻔하리라.

‘그나저나…… 언제까지 간 볼 생각이야. 더럽게 신중하네.’

방금 하현이 독을 견뎌내서 그런지 더욱 신중하게 나오는 것 같았다.

하현은 어쩔 수 없이 거미들이 안심하도록 더욱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숲 속 깊숙이까지 들어왔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파사삭!

거미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는 소리하나 내지 않던 녀석들이 일부로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사냥감의 공포를 조성하여 기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소리를 내는 거미들은 하현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주의를 끌고, 다른 쪽에서는 기척을 죽이고 암습할 준비를 한다. 어지간해서는 눈치 챌 수 없는 양동작전이었다.

‘진짜 타고난 녀석들이네. 권능의 탐색 능력이 없었으면 힘들었겠네.’

점점 조여 오는 포위망에 하현은 두 손을 들며 자세를 잡아보였다. 하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방어를 슬쩍 풀어내고 자연스럽게 빈틈을 드러냈다.

그 순간, 거미들의 눈이 번쩍였다.

파캉!!

수십 개의 창이 하현의 몸을 두들겼다. 거미줄을 꼬아서 압축한 창의 위력은 어지간한 갑옷은 모조리 우그러뜨릴 만큼 강력했지만, 당연하게도 피해는 없었다.

“크악!”

하지만 하현은 창에 맞은 순간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그 모습에 다음 공격을 준비하던 거미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피가 나온 것도 아니고 몸이 찢어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번 사냥감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더니 어떠한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캬륵!

모두가 망설이고 있을 때, 하현이 느꼈던 대장급 거미가 다시 한 번 창을 만들어 하현의 머리에 날렸다. 그 모습을 본 거미들은 뒤따라 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백 개의 창이 몸을 두들겨도 하현이 미동이 없자 그제야 거미들이 다가왔다. 날카로운 발을 이용해 찌르거나 이리저리 굴려보던 대장거미는 곧장 하현을 들어 올렸다.

챠르르륵!!

입에서 뿜어져 나온 거미줄이 순식간에 하현의 몸을 칭칭 둘러져 순식간에 고치로 변했다. 이제 이대로 놔뒀다가 배가 고프면 다른 먹이들과 함께 먹으면 되리라.

화르르르륵!!

하지만 그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의 몸에서 강렬한 불꽃이 터져 나왔다. 어지간한 불꽃에는 다 견디는 거미줄이었지만, 작정하고 내뿜은 하현의 불에는 견디지 못했다.

그 갑작스러운 광경에 거미들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지만, 바닥에 떨어진 하현이 미동도 없자 다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캬르륵?

뭐가 어떻게 된 것일까. 의아해하던 대장거미는 하현의 머리통을 발로 몇 번 찍어 보다가 거미줄을 살짝만 몸에 뱉어 보았다.

화르르륵!!

거미줄이 닿기 무섭게 다시 한 번 불꽃이 거미줄을 태웠다. 그 모습을 본 대장거미는 이 이상한 먹이에 대해 깨달았다. 이 먹이는 거미줄로 감싸는 순간 불타 버린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여러 사냥감을 사냥했지만 이런 종류는 처음이었다. 그냥 씹어 먹어볼까 했지만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고, 무엇보다 먹으면 자신이 탈 날 것 같았다.

캬르륵…….

하현을 내려다보며 곰곰이 고민하던 대장거미는 이내 한 가지 해결책을 떠올렸다.

자신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라면 자신의 어머니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희귀한 먹이가 맛있다면 칭찬도 받을 수 있으리라.

캬르륵!!

대장거미는 하현의 몸을 물고 그대로 숲의 안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지나쳐가는 숲속의 광경에 하현의 슬쩍 눈을 떴다.

그리고 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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