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127화 (127/158)

# 127

28.차원의 기둥 토벌

토벌에 참가하는 모든 인원들이 자리에 모였다. 작전 설명을 맡은 지호가 허공에 수집한 정보들을 종합하여 마법으로 띄워 올렸다.

“침식된 던전은 해당되는 모든 괴물들이 제거될 시 일시적으로 포탈이 다시 열린다. 유지 기간은 보통 2일 이상. 그 사이에 던전을 완수하거나, 우리가 개발한 마법을 사용하면 던전은 완전히 소멸되지.”

던전 흡수마법을 발동시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5시간. 어느 정도 최적화가 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거의 한나절이 걸리는 수준이었다.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팀은 총 4팀. B급에서 S급의 던전들을 중심으로 흡수하면서 영역을 넓혀간다. 그 아래 등급의 영역들은 기구들을 이용해 속박시킬 것이다.”

혼돈대륙에 퍼져 있는 수백 개의 던전들을 생각해 보면 모든 던전들을 흡수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등급의 던전들은 괴물들이 나오지 못하게 막아 두고 높은 등급의 던전을 우선적으로 흡수한다.

대부분 높은 등급의 던전들이 넓은 영역을 지녔기 때문에 구역을 확보하는 데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토벌자들을 훑어본 지호는 연이어 이야기했다.

“그리고 던전을 흡수하는 팀들과 별개로 차원의 기둥 토벌 팀도 만들어진다. 참여 인원은 A급 상위권부터며 개별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혼돈대륙은 침식된 던전들도 문제였지만 가끔씩 모습을 보이는 차원의 기둥들이말로 최대 골칫거리였다.

만약에라도 던전을 흡수하는 도중 차원의 기둥이 접근해 온다면 대학살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별개로 토벌 팀을 만들어 혼돈대륙 내부에 돌아다니는 차원의 기둥들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토벌은 내일 오전 6시부터 실행된다. 각자 자신이 배치된 팀을 확인하고 자신의 역할을 기억해 둬라. 이상으로 토벌 작전의 설명을 끝내겠다.”

지호가 내려오고 토벌자들이 각자 자신의 팀을 찾아 모였다. 그 모습을 살펴보던 지호는 그대로 간부진들이 모인 회의실로 향했다.

“설명은 모두 끝냈다. 드래곤들이 몇 마리씩 붙어서 그런지 불안해 보이는 모습은 별로 없더군.”

“후우…… 그건 다행이네요.”

지호의 말에 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토벌대로 온 사람들 중에 혼돈대륙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갑자기 괴물들로 득실거리는 미지의 장소로 들어가게 된다면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려움의 상징이었던 드래곤들이 아군이 되면서 분위기가 괜찮아졌다.

“우리야 뭐 존재만으로 든든해지긴 하지.”

이야기를 듣던 브라스마티가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드래곤의 모습이 아닌 붉은색 머리의 청년으로 변한 그는 회의실 내에 하현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덕분에 정말 살았어.”

“하하하. 뭐 로드가 시킨 일이니까. 우리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그런데 정말로 괜찮겠어?”

하현의 말에 대답한 브라스마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모든 드래곤들을 흡수 팀의 후방으로 두다니. 강한 전력이 필요한 건 차원의 기둥 토벌 팀이잖아?”

최저 A급 수준인 드래곤들은 하나같이 막강한 병력이었다. 하지만 하현은 그 막강한 병력들을 모조리 흡수 팀의 후방으로 배치했다. SS급인 브라스마티까지.

“차원의 기둥 토벌 팀은 지금으로도 충분해요. 그렇게 수가 많지는 않거든요. 이걸 봐주세요.”

하현의 눈짓을 받은 아퀼로가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회의실에 모두에게 보이도록 지도가 펼쳐졌다.

“이게 현재 혼돈대륙의 지도인데…… X표시 보이시죠? 이것들이 다 차원의 기둥입니다.”

“…… 이게 다?”

지도를 본 지현이 혀를 내둘렀다. 차원의 기둥을 나타낸 X표시는 무려 5개가 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어쩌다가 1마리씩 나오는 국내와는 비교 조차할 수 없는 수.

“아무리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해도……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네요.”

“숫자로만 보면 그렇지만, 그렇다고 또 다 상대할 필요는 없어요.”

하현은 지도 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2마리의 차원의 기둥을 가리켰다.

“보다시피 지금 당장은 가까이 있는 차원의 기둥이 이 2마리밖에 없어요. 나머지 3마리는 이곳까지 갑자기 이동할 녀석들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도 없고요.”

이미 차원의 경계에서 5마리의 차원의 기둥들에 대해서 정보를 파악해뒀다.

결국 지금 당장 토벌 팀이 상대해야 할 차원의 기둥은 2마리뿐이란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드래곤들이 투입될 필요가 없어. 두 마리 정도면 지금의 토벌 팀으로도 충분하니까요.”

하현의 설명에 토벌 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SS급 토벌자들이 두 명이나 있었다.

차원의 기둥 두 마리와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으리라.

“그래서 저 두 개의 차원의 기둥은 어떤 녀석들이지?”

여태까지 조용히 있던 흑월이 물었다. 그에 하현은 옆에 있는 아퀼로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토벌자들의 앞으로 두 개의 영상이 떠올랐다.

숲 전체를 뒤덮은 거미줄과 그 안에 있는 거대한 거미, 드래곤의 덩치가 우스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은빛색의 호랑이.

“과부거미와 대호라니…….”

그 두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페젤론의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두 마리의 괴물들은 페젤론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극악한 신수들이었다.

“우선 둘의 정보다. 확인해 둬.”

아퀼로가 정보공유를 하자 토벌자들의 앞으로 상태창이 떠올랐다.

[과부거미 스칼렛]

레벨 : 543

나둔산맥을 지배하는 거대 거미. 직접 키운 남편감인 숫거미를 납치당한 이후 이성을 상실해 나둔산맥을 거미굴로 만든 강력한 신수다. 왕국의 합동 토벌에 쓰러졌으나 강력한 맹독과 끔찍할 정도의 번식력으로 수십만의 피해를 일으켰다.

특징 : 강한 의지. 강력한 맹독. 던전화

[대호 티거]

레벨 : 560

그넬고원 안을 떠도는 거대 호랑이. 드래곤을 뛰어넘는 덩치와 믿을 수 없는 육체를 지닌 티거는 그넬고원의 절대적인 주인이었다. 투호왕 라티온의 손에 최후를 맞이했으며 그 여파로 그넬고원에는 발톱 자국인 거대한 고랑들이 나있다.

특징 : 강력한 신체

두 정보를 확인한 토발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역시나 차원의 기둥답게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과부거미 스칼렛은 현재 숲에 던전을 만든 채 생활하고 있다. 그 등급은 스칼렛을 제외해도 SS급. 상당한 난이도지.”

스칼렛이 낳는 거미들은 산맥을 뒤덮을 정도로 태어나고, 서로를 잡아먹으며 일정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한다.

그 등급이 무려 A급! 거기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3일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극악이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바로 그 스칼렛을 비롯한 거미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거미줄과 맹독인 것이다.

“그 녀석들은 다양한 종류의 거미줄로 숲을 순식간에 천연적이고 위협적인 함정으로 뒤덮는다. 괴물들의 리젠 수부터 함정까지 죄다 최악이지.”

“…….”

딱딱하게 굳은 토벌자들의 얼굴을 본 아퀼로는 자연스럽게 다음 괴물의 설명으로 넘어갔다.

“그에 반해 대호 티거는 던전이나 호위하는 괴물들은 없다. 단지 그 존재 자체가 무식할 정도로 강할 뿐이지.”

스칼렛이 강한 이유는 던전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강력한 독,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는 거미줄에 있었지만 티거는 전혀 달랐다.

그저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덩치와 공격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무식한 신체 능력. 그것이 티거의 모든 것이었다.

“대략적인 설명은 이걸로 끝났고…… 이제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정해야겠네.”

“흐음. 사실 그에 대해서 생각해 둔 게 있어.”

아퀼로의 말에 하현이 곧장 대답했다. 팀을 나누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수많은 부상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저와 그 외의 토벌자들.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이 팀이 하현이 생각한 가장 최대의 효율이었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으음.”

막 따지려던 지현이 하현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자만에 나온 말이라 생각하고 화가 났었지만, 그 얼굴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어째서 그렇게 짜이는지 알 수 있을까요?”

조용히 분위기를 살펴보던 민철이 물었다. 그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선 두 괴물들의 특성 때문입니다. 던전의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스칼렛과 홀로 돌아다니는 티거. 이 둘의 특징은 뚜렷하죠.”

“특징이라면…… 숫자와 지형이군요.”

“예, 바로 그겁니다.”

스칼렛과 티거의 차이는 적의 앞마당으로 쳐들어가느냐, 단순히 적과 맞서 싸우느냐의 그 차이였다.

“스칼렛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거미와 함정을 뚫고 내부로 들어가야 합니다. 아무리 여러분들이 정예라고 해도 분명히 거기에서 큰 피해를 입을 거예요.”

던전을 뚫고 가다 보면 체력과 마나가 떨어지고 부상도 늘어날 것이다. 그것은 곧 스칼렛과의 전투에서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하현은 자신 혼자서 스칼렛을 토벌하기로 미리 결정했던 것이다.

“으음…… 맞는 말이네.”

“딱히 반박할 거리는 없군.”

“저도 그렇게 보여요.”

지현과 강철, 아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다른 토벌자들 또한 하현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린 듯했다.

“흐음…… 거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데.”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호가 손을 들었다.

“과부거미 스칼렛의 토벌은 저기 레드 드래곤이 나서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 아닌가?”

지호의 물음에 브라스마티를 향해 시선이 향했다. 스칼렛은 움직이지 않고 숲에 머물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원거리에서 브라스마티의 브레스로 단숨에 태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좋은 방법이긴 해. 다만 확실히 태울 수 있다고 보장을 못하겠군.”

지호의 말에 브라스마티가 대답했다. 그 말에 지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음? 어째서지?”

“스칼렛은 숲 곳곳에 불을 흡수하는 거미줄들을 둘러놓는다. 내 영역이라면 불태우고도 남겠지만 거기선 아니야. 한 방에 죽이지는 못해”

“으음…… 그러면 그 방법은 안 되겠네요.”

이야기를 듣던 하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번에 끝나면 몰라도 싸움이 길어진다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기존의 방법대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싸우면 상성의 차이 때문에 브라스마티가 이길 확률이 크다. 하지만 브라스마티에게 던전 흡수 팀 보호를 맡겨 둔 이유는 만약을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그냥 두기엔 걸리니까.’

방벽 안에 있는 페젤론의 군단. 하현은 혹시 모를 그 군단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브라스마티라는 최대전력을 예외로 뺀 것이다.

“그러면 그냥 그렇게 진행하는 게 낫겠군.”

“그럼 스칼렛의 토벌은 제가, 티거의 토벌은 여러분들이 맡는 걸로 하죠. 혹시 반대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하현의 말에 손을 드는 자는 없었다. 그렇게 토벌 팀은 둘로 나뉘었고, 그 뒤로는 티거의 레이드 방법에 대한 논의로 바뀌었다.

“후우…… 끝났네.”

회의는 해가 지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회의가 모두 끝났다. 바깥으로 나온 하현은 목을 매만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캬아아악!!!

협회의 방벽 너머에는 침식된 던전들이 펼친 숲이 바로 나왔다. 어두운 숲속에서 들려오는 괴물들의 울음소리는 상당히 오싹했지만, 하현은 별달리 감흥 없이 바위 위에 앉았다.

“어떨 것 같아?”

“뭐가?”

하현의 물음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옆에 아퀼로가 나타났다.

“혼자서 차원의 기둥이랑 싸우는 거 말이야.”

“흐음…… 그러고 보니 티거의 레이드 방법 짠다고 영 생각을 못했구나.”

아퀼로는 턱을 쓰다듬으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보던 하현은 한 가지 떠오른 방법에 아퀼로를 바라봤다.

“힘으로 전환해서 숲 전체를 쓸어버리는 건 어떨까.”

“그건 별로야.”

하현의 말에 아퀼로는 곧장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칼렛은 감각이 매우 뛰어나. 거기다가 힘 전환으로 나오는 네 힘은 다른 것들보다도 티가 많이 나. 아마 힘을 다 끌어 모으기도 전에 저격으로 널 방해할 거야.”

스칼렛이 다루는 거미줄에는 날카로운 탄환을 만들어내 쏘아내는 것도 있었다. 그 속도나 위력이 상당한 터라 불간섭이 없는 하현에게는 다소 까다로울 수도 있었다.

“맞고 죽을 일이야 없겠지만 괜히 상처나 맹독에 중독되면 곤란하니까. 그냥 숲 안으로 들어가서 깽판치면서 두들겨 패.”

“흐음. 그런가.”

아퀼로의 말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원의 기둥을 쓰러뜨리는 것도 문제지만 안전도 중요하다. 급한 것만 아니라면 굳이 그런 수를 쓸 필요는 없으리라.

“다른 방법…… 아!”

곰곰이 생각하던 하현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에 하현은 곧장 아퀼로에게 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좋은데? 그건 진짜 생각지도 못했어.”

“충분히 해볼 만하지?”

“해볼 만해. 이제 머리 좀 쓰네~”

아퀼로가 하현의 옆구리를 툭툭 찌르며 이야기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던 하현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랐다.

“그런데 준비 중인 기술은 어때?”

“아아. 나름대로 잘 돌아가고 있어.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둠의 경고 이후로 하현은 아퀼로와 상의하여 한 가지 대책을 세우기로 했었다.

기존에 캘시퍼가 소유한 기술들을 이용해 새로운 무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근데 그거 다 완성되면 얼마나 센 거야?”

기획 의도만 들었을 때는 어느 정도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체감은 잘 안 왔다. 자신이 봐온 캘시퍼는 매번 허무하게 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고?”

하현의 물음에 아퀼로는 씩 웃어보였다.

“티거는 앞집 똥개처럼 때려잡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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