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125화 (125/158)

# 125

아퀼로의 부름에 하현은 브라스마티의 도움으로 곧장 협회로 돌아왔다.

방 안으로 들어와 보니 잔뜩 신나 보이는 아민과 얼떨한 표정의 회장과 아퀼로, 지호가 서있었다.

“아. 하현 씨, 오셨네요!”

예전에 마법연구시간만 되면 침울하던 때와는 정반대인 아민의 모습.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스킬을 만들어내는 데 큰 공헌을 한 사람이 아민인 모양이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하현은 아민을 뒤로하고 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지호는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흠…… 아민이 스킬을 발견해냈다. 그것도 며칠 만에 말이지.”

좀처럼 만들어내지 못하던 마법을 자기 아래의 마법사가 단숨에 만들어냈다.

상당히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지호는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존심이 상하려고 하기에는 정말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어이없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미묘한 분위기에 하현은 아퀼로에게 속으로 물었다.

‘대체 뭐 길래 분위기가 이래?’

「좀 설명하기 난해한데 아민이라서 가능했던 거야. 우선 아민한테 이야기 들어봐. 그럼 대강 알거야.」

아퀼로의 말에 하현은 고개를 돌려 아민을 바라봤다. 아민은 곧 하현에게 마법을 설명해 줄 것이란 사실에 잔뜩 들뜬 것인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재능이 없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모습이었다.

“아민 씨, 스킬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좀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하현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민이 칠판의 앞으로 섰다. 이미 앞에 몇 가지 토론을 거쳤는지 마법 수식들이 빼곡하게 차있었다.

“저희가 처음 공간마법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마주한 문제는 어떻게 저 공간에 들어 있는 막대한 마나들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 였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낮은 등급의 던전일 경우 마나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연구 결과 그렇지 않았다.

E급 던전이라고 해도 그 배경이 되는 대기에는 막대한 마나가 분포되어 있었고, 다른 지형지물과 생명체들이 마나로 변하면서 그것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즉 낮은 등급의 던전이라고 해도 포함하고 있는 마나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막대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니레이크는 더 높은 등급의 던전들을 흡수했었죠. 저희들은 이걸 그냥 니레이크와의 마나량, 그리고 공간마법에 대한 실력 차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럼 그게 아니었다는?”

“네, 저희는 기존 마법에 틀에 너무 갇혔던 거예요.”

기본적으로 마법이 지향하는 방향은 적은 마나로 강력한 위력을 만들어내는 효율 위주였다.

어찌 보면 그것은 어느 분야든지 당연한 일이었다.

누가 득보다 실이 많은 기술을 만들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이 마법은 달라요. 마법사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낭비가 필요한 구조였었죠. 마치 제가 가진 특기처럼.”

“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아민 씨가 지녔다는 특기가 대체 뭡니까?”

이전에 아퀼로의 말을 듣고 아민이 캔슬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기에 3일 만에 막혔던 마법들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아. 그걸 설명 안 해드렸네요. 제가 익힌 스킬은 무영창이에요.”

“무영창? 시동어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그거 말입니까?”

“예, 보통은 마법에 익숙해져야 가능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익힌 마법들을 모두 무영창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죠.”

“……예?”

아민의 말에 하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전에 니레이크와의 싸움에서 마법사의 무영창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생각이 미친 순간 마법이 즉시 발동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런데 그것을 숙련도와 관계없이 익힌 마법들을 모조리 사용할 수 있다니. 사기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스킬이었다.

“아, 물론 그냥 되는 건 아니에요. 이 스킬로 무영창을 사용하려면 해당 스킬에 10배가 되는 마나가 소모되거든요.”

“아…….”

아민의 말에 하현은 그제야 왜 그녀가 무영창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는지 알아차렸다.

한 번 쓰면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가 효율이 너무 나빴던 것이다.

“흐음. 그럼 아민 씨의 스킬과 관련 있다는 건…….”

“네, 이 스킬은 그 정도로 낭비를 해야 돼요. 던전이 품고 있는 막대한 마나를 모두 흡수하는 게 아니라 그걸 흡수하려고 가진 마나를 다 쓰는 수준이죠.”

아민이 말하는 이론은 이랬다. 100이라는 마나 중 90을 공간마법으로 외부로 흘려보내고, 남은 10을 가공하여 1의 마나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던전에서 흡수할 수 있는 마나였다.

‘너무 효율이 안 좋은데.’

아민의 말에 하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기껏 던전을 섭취해 놓고는 얻는 마나라고는 없는 괴멸적인 효율. 마법사들이 기겁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버리는 거야 많아서 그렇다 쳐도 가공은 왜 하는 거야?”

“던전의 마나는 대기 중의 순수한 마나와 다르게 불순물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정제를 해야만 쓸 수 있어요. 비슷한 일례로 이전에 성운이 부렸던 검은색 인간들도 그런 부류죠.”

어둠이 사용한 마나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던전은 각종 내부의 괴물, 지형지물들이 모두 마나로 치환되었기 때문에 불순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정제를 거치지 않고 흡수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지호 님이나 회장님은 이걸 효율적으로 보려고 하다 보니 막히신 거예요. 그에 비해 저는 그냥 망설임 없이 버리는 쪽을 선택했구요.”

마법사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가치관이 오히려 마법의 발견을 늦췄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어이없는 일이리라.

아민의 설명을 모두 들은 하현은 기대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럼 이제 그 방법으로 던전들을 흡수하면 되는 겁니까?”

“아, 그게…… 일단 마법 자체는 다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여태까지 신나서 설명하던 아민이 조금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태까지는 문제가 다 잘 해결된 것 같더니 아니란 말인가? 하현이 의아해할 때, 옆의 아퀼로가 입을 열었다.

“던전 흡수도 되고 문제는 없어. 근데 최적화가 덜 됐어.”

“최적화?”

“마법은 만들어냈지만, 앞에 말대로 효율이 정말로 극악이라는 거지.”

아민이 만들어낸 마법은 효율이 안 좋다, 라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었다. 우선 100중 90의 마나를 다른 공간으로 전이시키기 위해 80의 마나가 고스란히 필요했다.

거기다 10의 마나를 1로 정제시키는데 5가 든다. 한마디로 던전 하나를 흡수하는 데 던전 하나분의 마나가 필요하다는 말도 안 되는 계산이 나왔다.

“거기다 또 발동 시간은 하루가 꼬박 걸려. 뭐 지금은 당장 마나도 없어서 써먹지도 못할 상황이지만.”

“그럼 지금 당장은 못 쓰는 거야?”

“그렇지. 니레이크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쓸 만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가공해야 돼.”

마법을 만들기는 했지만 쓸 수는 없다. 아퀼로의 말에 하현은 아쉬운 표정을 했다.

드디어 혼돈대륙 토벌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막히다니.

‘그때 그 방벽…… 뭔지 모르겠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것 같단 말이야.’

처음 대군을 본 이후로 하현은 몇 번 더 찾아가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군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거대한 검은 성벽이 자리 잡아 내부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런 성벽을 세웠다는 건 진짜 뭐가 있다는 뜻이야. 그쪽에서 먼저 움직이기 전에 쳐들어가야 하는데.’

초조한 하현의 표정에 아퀼로가 어깨를 토닥였다.

“일단 국내의 던전들을 흡수하면서 최대한 빨리 고쳐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하아…… 알았어. 근데 아까 마법의 문제가 뭐라고 했었지?”

“응? 그건 알아서 뭐 하려고?”

“브라스마티랑 다른 드래곤들한테도 물어보게. 밑져야 본전이잖아.”

“오…… 그거 좋은데.”

하현의 말에 아퀼로가 탄성을 내질렀다. 지금이야 공간 마법을 잘 다루는 마법사가 4명뿐이라 이렇지만 드래곤들과 브라스마티라가 합류한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마법을 준비하는 시간은 그렇다 쳐도 들어가는 마나의 양이 제일 문제지. 사실 그 부분만 처리되면 나머지는 쉬워. 그게 쉽지 않아서 문제지만…….”

던전을 흡수하기 위해 드는 천문학적인 양의 마나.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큰 문제였다.

‘던전 하나의 마나가 어느 정도일지는 감이 안 잡히지만…… 말하는 걸로 봐서는 진짜 장난 아닌가 보네.’

과연 브라스마티나 다른 드래곤들이라고 해답을 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하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마법을 뒤받쳐줄 막대한 마나라. 그냥 던전을 모조리 먹어치우면 손해도 안 볼 텐데.”

“말했잖아. 마법사가 먹으면 탈 난다니까. 그렇다고 그걸 담을 만한 그릇을 만드는 것도 쉽지는…….”

이야기를 하던 아퀼로와 하현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아퀼로는 하현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하현은 아퀼로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 떠올렸다.

막대한 마나를 지니고 있으며 정제되지 않은 막대한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릇. 아퀼로와 하현은 그것이 가능한 그릇을 알고 있었다.

“나…… 잖아.”

움직이는 기동요새,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쉴 새 없이 모든 것을 집어삼켜 마나를 채웠던 장인들의 집합체.

캘시퍼에서 이제는 아퀼로가 되어버린 그녀가 바로 해결책이었다.

“……가자!”

“야, 다들 연장 챙겨!”

“예, 예?”

어리둥절한 세 명을 뒤로하고 하현과 아퀼로가 잽싸게 달려 나갔다.

***

결과적으로 말하면 하현과 아퀼로의 생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동력원의 막대한 마나를 이용해 부족한 마나를 공급하고, 그 손해를 던전을 몽땅 흡수해서 채운다.

캘시퍼의 연결점이나 마법사들이 부담이 조금 큰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였다.

“남은 건 이제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너는 좀 쉬고 있어. 절대로 수련은 안 돼!”

더 이상 도울 수 있는 것도 없었기에 하현은 순순히 빠져나와 오랜만에 집으로 갔다. 마음과 같아서는 브라스마티의 권능을 연습하고 싶었지만 아퀼로의 만류에 쉬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긴 하구나.’

이래저래 일이 바빠서 날밤을 샌 적도 많고 집에 와봐야 잠만 자고 간 적도 많았다.

불간섭 때문에 피로는 없었지만, 생각해 보니 여유라고는 보이지 않는 일정들이었다.

괜히 아퀼로가 꼭 좀 쉬어 두라고 강조한 것이 아니었다.

‘뭐…… 그래도 썩 나쁘진 않단 말이야.’

할 일이 가득 차 있는 것이 피곤하다고 여길 수는 있었지만, 하현은 좀 더 힘이 나는 느낌이었다.

지금 눈앞에 쌓인 이 일들을 모두 처리하면 그때는 푹 쉴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들만 다 끝내고 나면 폭 쉬는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좀 더 힘을 내서 열심히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한숨 푹 자볼까 라는 생각에 하현은 피식 웃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오랜만이군그래.”

그리고 집 안에서 어둠이 하현을 맞이했다.

“…….”

예상치 못한 재회. 그 모습에 하현의 몸이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콰앙!!

현관의 바닥이 부서지고, 순식간에 거리를 압축한 하현의 주먹이 어둠이 있는 곳을 후려쳤다.

허공을 가른 주먹은 폭음을 터뜨리며 멈췄다.

“크크큭…… 참 절륜하군.”

흐트러진 어둠이 거실 쪽에 다시 나타났다. 살짝 스치는 감각이 든 것 같았지만 완전히 피해낸 듯했다.

‘제대로 싸워볼까?’

과거에는 마법사와 싸우는 데 상당히 곤란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아퀼로와 브라스마티의 권능으로 불과 물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니야.’

하현은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권능을 가라앉혔다. 어둠이 정말 싸우려고 했다면 자신이 들어온 순간 곧장 덤볐거나 마법진을 설치해 함정을 팠을 것이다.

“싸울 의도는 없으니 너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군.”

이유는 모르겠지만 방금 전부터 대화를 걸어오는 것처럼, 어둠은 자신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이다.

“뭐 때문에 온 거지?”

“경고를 조금 해주려고 왔지.”

어둠의 대답에 하현은 경계심을 지우지 않은 채 바라봤다.

“경고라. 딱히 댁한테 받을 경고는 없는…….”

“대륙 내부에 방벽은 이미 확인해 봤겠지. 몇 번이고 들락날락 거렸으니 말이야.”

어둠의 말에 하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 모습에 어둠은 유쾌한 듯 일렁이며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나?”

살짝 떠보는 것 같은 말투.

무언가 거래를 요구할 셈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대로 이끌려 가는 것은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아는 정보라도 조합해서 허를 찔러야 돼.’

방금 전 말투를 보아하니 자신이 대군을 발견한 것은 모르는 듯했다.

그렇다면 그 점을 이용해 허를 찔러야 한다. 하현은 그때 본 대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병사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이들이 모여 있었다. 갑옷도, 인종도, 심지어 시대도 다른 것처럼. 거기에 모여 있던 이들은 누구며 무슨 목적으로 있었던 것일까.

“페젤론의 연합 군대군.”

“……!”

하현의 대답에 일렁이던 어둠이 경직되었다. 다른 곳보다도 월등하게 진행된 페젤론의 침식. 그리고 동시대라는 생각이 들지 않던 다양한 형태의 갑옷과 인종.

그 뜻은 단 하나였다. 회장이 페젤론의 사람들을 모아 협회를 만들었듯이 그들 또한 집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방벽을 만들어 자신들의 모습을 숨기고, 힘을 키웠던 것이다.

“그래서 나랑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방금 전에 그게 다라면 더 이상 나눌 이야기는 없는데.”

“……병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하현의 모습을 본 어둠이 혀를 차며 이야기했다.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자신이 우위를 점할 수 없다.

그냥 있는 대로 이야기하고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조금 있으면 병사들의 강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혼돈대륙의 정복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너희들과도 충돌하게 될 테고.”

“잠깐, 병력이 강화된다고?”

어둠의 말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말이 맞다면 그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페젤론 출신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강해진단 말인가.

“시련을 꼭 너희들만 사용할 수 있으리란 법은 없지.”

“……!!”

어둠의 말에 하현의 두 눈이 커졌다. 페젤론의 사람들은 시련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회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말인가?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만약 시련이 가능했다면 굳이 협회를 지금처럼 운영했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들이 시련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나를 속이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굳이 설득하고 싶은 마음은 없군. 믿거나 안 믿거나, 그건 네 자유야”

하현의 날 선 물음에 어둠은 능글맞게 대답했다. 속이려고 애쓰지 않는 그 모습이 하현을 당황시켰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준비를 하란 것이다. 시련을 사용해 강해진 녀석들은 너희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테니.”

불사라는 이점을 이용해 시련의 가혹한 요구에도 목숨을 내던지며 강해진다.

그들의 모습을 본 어둠은 이번 싸움이 어려워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할 말은 이걸로 끝이다. 판단은 알아서 해라.”

어둠이 조금씩 일렁이며 아래로 녹아내렸다. 그 모습을 본 하현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나한테 이런 정보를 말해줘서 얻는 이득이 뭐지? 너는 그쪽과 동료가 아니었나.”

하현의 질문에 어둠이 피식 웃었다. 참견하지 않겠다고 했지 방해를 하지 않겠다고는 한 적 없었다.

“동료라고 할 것은 안 되지. 그러니까 견제하기 위해서 알려주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말을 멈춘 어둠은 하현을 바라봤다. 일순간 눈이 마주친 것 같은 하현은 조금 미묘한 감정이 느껴져 왔다.

“너는 한 얼간이를 닮았어. 단지 그뿐이야.”

어둠의 모습은 그 이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권능의 힘을 이용해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홀로 남은 하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페젤론의 인간들이 시련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자신에 대한 어둠의 태도도 하나같이 쉽사리 이해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아퀼로, 혼돈대륙 갈 준비해.’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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