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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어력 무한-123화 (123/158)

# 123

아퀼로에게 뒷조사를 맡긴 하현은 에뤼쿠스가 기다리고 있는 숲으로 향했다. 언제 전투가 있었냐는 듯 세계수 앞에 누워 있던 에뤼쿠스는 하현이 오자 고개를 들었다.

[왔군.]

이전에는 눈만 살짝 뜨고 맞이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 별거 아니긴 했지만 그만큼 하현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퀼로는 왔나?]

“잠깐 확인해 볼 일이 있어서 안 왔습니다. 불러야 하나요?”

하현의 물음에 에뤼쿠스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꼭 그럴 필요는 없겠지. 나중에 자네가 말해주면 될 테니. 우선 가까이 와보게나.]

에뤼쿠스의 부름에 하현은 바로 앞까지 다가섰다. 그러자 에뤼쿠스의 몸이 초록빛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나무와 인간이 섞인 것 같은 자가 보였다.

“그 모습은?”

“드라이어라고 하네. 드래곤이 아닌 모습으로 변할 때 자주 변하는 모습이지.”

나무줄기로 이뤄진 손을 바라본 에뤼쿠스가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땅에서부터 나무줄기들이 솟아올라 작은 의자를 만들어냈다.

“우선은 앉게나.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으니.”

“아, 예.”

하현은 권유대로 나무 의자 위에 앉았다. 맞은편에 앉은 에뤼쿠스가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내가 자네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전에 아퀼로에게 들었던 말들이 걸려서일세. 한번 확인하고 싶어서 말이지.”

“아퀼로가 한 말이요?”

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 아퀼로가 거슬려 할 만한 말을 했던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었던 것 같았다.

“아퀼로가 나를 처음에 봤을 때 이렇게 이야기했었지. 영감탱이가 왜 여기 있는가, 살아 있었냐? 라고 말이야.”

“…….”

에뤼쿠스의 말에 하현의 두 눈이 커졌다. 그제야 에뤼쿠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렸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인가.’

에뤼쿠스가 나타난 던전에는 위험요소라고 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것은 그가 나타난 던전의 배경이 딱히 큰 사건이 없는 평범한 시점이었다는 뜻이었다.

“자네에게 거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나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없다고 생각하네.”

에뤼쿠스의 말은 정말 거만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세계수의 백업을 받는 에뤼쿠스의 힘은 개인이 상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페젤론의 역사에서 에뤼쿠스는 어느 순간 갑자기 모습을 감춰 버렸다.

“그래서 나는 궁금한 걸세. 도대체 왜 내가 죽게 된 것인지. 만약 내가 죽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네.”

에뤼쿠스의 말에 하현의 눈이 커졌다.

‘그래…… 왜 이걸 생각 못했지?’

여태까지는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겼지만 생각해 보니 에뤼쿠스가 죽었다는 상황 자체가 문제였다. 신이나 다름없는 무력을 지닌 에뤼쿠스가 누군가에 의해 죽었다.

그렇다면 그 에뤼쿠스를 죽인 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그가 지닌 힘은 얼마나 강력하단 말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나왔네.’

처음에는 아퀼로가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페젤론에 대해 추리를 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필요했다.

‘아퀼로, 지금 잠깐 괜찮을까?’

「응? 뭐 급한 일은 아니니까 문제없지. 영감탱이가 뭐 중요한 이야기라도 꺼낸 거야?」

아퀼로의 물음에 하현은 방금 전까지 에뤼쿠스와 나누던 대화를 고스란히 들려주었다. 그에 아퀼로가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진짜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가 너무 가볍게 넘겼던 모양이야. 잠깐만 기다려 봐.」

후웅!

대답과 동시에 아퀼로가 하현의 옆으로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은 채로 등장했다. 에뤼쿠스는 그 등장에 놀라지 않고 재밌다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언제나 이자와 함께하는 모양이군. 무슨 존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즐겁겠어. 호감을 가진 이와 계속해서 같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야.”

“중요한 이야기 하러 왔는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다짜고짜 들어온 에뤼쿠스의 농담에 아퀼로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잠깐 투덜거린 아퀼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에뤼쿠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기억하고 있는 년도는?”

“알다시피 대륙의 년도에는 관심이 없어서. 다만 아퀼로 네 나이가…… 그래, 1,000세 언저리가 되었을 때쯤이군.”

“그때면 실종 때랑 그렇게 떨어진 시간대는 아니네.”

에뤼쿠스의 대답을 들으며 아퀼로는 캘시퍼의 정보들을 사용해 대력의 연도표를 작성해 나갔다. 크고 작은 수십, 수백 가지의 사건이 시간 순서에 따라 작성되고, 관련 없는 것들이 하나둘씩 제거되어 나갔다.

그렇게 차차 에뤼쿠스의 실종과 연관되는 연표가 모든 완성되어 갔을 때, 아퀼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없어.”

“뭐?”

하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퀼로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영감탱이가 사라진 것과 관련되었다고 할 만한 사건이 없다고.”

에뤼쿠스가 사라졌을 때, 당시 모든 드래곤이 나서서 그의 흔적을 찾았었다. 하지만 결국 발견된 것은 하나도 없었기에 아퀼로는 혹시 몰라 인간 쪽의 정보에 기대를 걸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어. 진짜 어지간해서는 없다는 평화로운 시기가 이때야.”

배후를 조종하는 조직도 없었고, 왕국 간의 전쟁도 없는 평화로운 시대. 결국 에뤼쿠스가 사라진 원인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가…….”

“영감탱이야말로 걸리는 거 없어? 그 당시에 뭔가 마음을 먹은 거라던가, 이상한 낌새라던가. 사실 그때 이후로 권능의 양도도 멈췄다고.”

“권능의 양도도 멈췄다고?”

아퀼로의 말에 에뤼쿠스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이 갑자기 실종하거나 죽은 것은 그래도 이해하라고 하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권능의 양도가 멈췄다니. 그것은 이야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세계수는? 세계수는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되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가…… 나중에 모종의 사정으로 클리페우스가 날려 버렸어.”

“세, 세계수를 날려먹어…….”

아퀼로의 말에 에뤼쿠스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계의 기둥이라 불리는 것이 세계수다. 그런데 그것을 날려 버리다니, 세계수의 수호자인 에뤼쿠스로서는 기절할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안 그랬으면 우리가 죽을 마당이었고. 클리페우스도 당시에 훌륭한 판단이었다고 칭찬받았어.”

“하여튼…… 그래서 내 권능은 그대로 사라졌는가?”

“응. 그 뒤로 단 한 번도 그린 드래곤의 권능을 소유한 자는 나타나지 않았어.”

에뤼쿠스의 존재가 세상에서 깔끔히 지워진 것처럼, 그는 그렇게 모습을 감췄다. 아퀼로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에뤼쿠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에 대해 알아내는 게 있다면 말해줄 수 있겠나.”

“예, 알겠…….”

“아니, 잠깐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던 하현을 제지한 아퀼로가 에뤼쿠스를 바라보았다.

“영감도 알겠지만 우리 할 일 진짜 엄청나게 많아. 거기다 당장 목숨에 관련된 일이라 미룰 수도 없지. 그런 와중에 영감의 실종 원인을 찾아달라는 건 진짜 부담되는 일이라고?”

“……정말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구나.”

아퀼로의 모습에 에뤼쿠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부탁은 들어줄 테니 대가를 내놔라, 아퀼로가 말하는 것은 결국 그런 뜻이었다.

“흐음…… 좋다. 그럼 세 번. 딱 세 번만 너희들을 위해 싸워주겠다. 누구와 싸우는지, 어떤 상황인지도 따지지 않으마.”

“좋아. 그럼 알아내는 게 있으면 즉시 연락할게.”

아퀼로는 에뤼쿠스의 제안을 잽싸게 받아들이고 그 길로 숲에서 빠져나왔다. 뒤의 숲을 슬쩍 바라본 아퀼로는 어깨를 으쓱였다.

“영감탱이가 어지간히도 안달이 난 모양이네. 세 번이나 도와주겠다니.”

“세 번이 그렇게 대단한 거야?”

에뤼쿠스쯤 되는 드래곤이 세 번이나 도와준다고 하면 사실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좋아할 만한 일이냐 하면 그 횟수가 조금 미묘하게 다가왔다.

“당연하지. 너는 잘 모르겠지만 저 영감탱이는 기본적으로 주관이 엄청 뚜렷하고 깐깐해. 그런데 무슨 사정이든 우리를 세 번이나 무조건 도와주겠다고 한 건 어마어마한 거라고.”

만약 하현이 죄 없는 인간들을 학살하기 위해 에뤼쿠스를 소환한다면 에뤼쿠스는 망설임 없이 하현을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건 약속은 세 번은 그럴 일이 없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흐음, 그럼 에뤼쿠스의 실종 배후에 대해서도 좀 알아봐야겠네.”

“뭐 일단 관련 던전 좀 찾아보고 있으면 완수도 해보고 그러면 되겠지. 당장 급한 일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여유롭게 말하는 아퀼로의 모습에 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장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응? 그럴 필요 없어. 저 영감탱이 드래곤이잖아. 수명이 길어서 여유가 넘치는 종족이라고. 그리고 그거 말고 다른 방법도 있잖아.”

“다른 방법?”

하현이 어리둥절해하자 피식 웃은 아퀼로가 조용히 속삭였다.

“세 번 써먹은 다음에 최후의 시련 완수하면 땡이야.”

***

“마법의 정수인가.”

“이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정말 신기하네요.”

지호와 아민은 하현이 건네준 마법의 정수를 신기한 눈으로 살펴보았다. 그 둘을 바라보던 회장은 고개를 돌려 하현을 보았다.

“상당히 고생하신 것 같군요. 저런 물건을 가져오시다니…….”

시련의 특성상 마법의 정수를 얻으려면 수련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을 완료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 정도 수준의 정수를 얻어 오다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고생했으리라.

“저번에 저한테 물어봤던 던전들과 관련된 일입니까?”

“흐음…… 마침 그거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하현은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회장은 놀란 표정으로 듣다가 아데브에클이 죽었다는 부분에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아, 아데브에클을 말입니까? 그 그림자 용을 하현 씨가 죽이셨다구요?”

“예. 저 혼자는 아니고 에뤼쿠스랑 고생고생해서 겨우 잡았습니다.”

하현의 모습에 회장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의 인지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라면 아데브에클은 분명 역대 최강의 차원의 기둥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이야기하다니. 어떻게 보면 참 하현답다는 느낌이었다.

“이걸로 혹시 모를 변수는 해결됐어요. 나머지는 마법을 완성하고 혼돈대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될 거예요.”

“그래서 마법의 정수를 구해 오신 거군요.”

“예. 근데…… 어떻게 섭취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정수를 반으로 나눠 섭취하는 게 공평하겠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얼마나 섭취해야 마법이 빠르게 나오냐가 가장 중요했다.

“흐음…… 당장 성취를 생각해 보면 지호 씨가 섭취하는 게 맞습니다. 잘만 하면 마법서를 통해 70%의 마법을 모두 흡수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기존에 하현이 가진 지식과 합해서 니레이크의 모든 마법을 알게 된다. 물론 그것들을 풀어내고 녹여내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쨌든 완성은 더욱 빨라지리라.

“음. 확실히 그편이…….”

“아니, 반대야.”

하현이 막 고개를 끄덕이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옆에 나타난 아퀼로가 하현과 회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정수는 아민이 다 먹어야 돼.”

“……정말로?”

예상치 못한 아퀼로의 의견에 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매일같이 적성에 안 맞는 아민의 머리를 직접 쥐어짜고 있는 것이 아퀼로가 아니었는가.

“아민 씨가 그다지 재능은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긴 하지. 그래서 아직까지는 도움이 안 되고. 하지만 이번 정수로 머리가 트이면 장난 아니게 유리할 거야. 왜냐면 공간 마법의 최상급 부분은 아민하고 잘 맞거든.”

이야기하는 아퀼로의 두 눈에는 아민에 대한 신뢰가 가득 실려 있었다. 그에 하현은 잠시 곰곰이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퀼로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이유가 있겠지. 나는 네 판단을 믿을 게.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흐음,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지호 씨라면 조만간 70%의 습득 조건을 스스로 이룰 수도 있겠지요. 아민 씨에게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방침이 정해지자 세 사람은 한참 정수를 살펴보고 있던 둘에게 다가갔다.

“지호 씨, 아민 씨. 이 정수는…….”

“아민한테 다 먹게 해라.”

하현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호의 입이 먼저 열렸다. 그 예상치 못한 말에 그 자리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음…… 그 말 진심이십니까?”

“이 정수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굳이 먹고 싶지는 않다. 이런 것 없이도 공간마법을 배우는 데 딱히 부담은 없으니. 아민은 공간 마법 쪽으로 머리가 막혀 있으니 이걸로 뚫어주면 우리한테 도움이 될 거다.”

마법의 정수라고 하면 보통 욕심을 낼 법도 했지만, 지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일의 능률을 고려해 그를 거절했다. 그 모습에 하현은 잠시 바라보다가 씩 웃었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얼른 아민한테 먹이기나 해라.”

하현의 말에 지호는 멋쩍은 표정을 하며 정수를 가리켰다. 졸지에 자신이 혼자 정수를 다 먹게 된 아민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저, 정말 제가 다 먹어요?”

“네.”

“……그래도 돼요?”

이전에 아퀼로의 일침 이후로 열심히 배우고 있긴 했지만, 여전히 아민의 성취는 느렸다. 그러다 보니 마법의 정수나 되는 아이템을 혼자 먹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아민 씨가 먹는 편이 더 큰 힘이 될 거예요. 만약 자신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저희들의 판단을 믿어주세요.”

하현의 말에 아민은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 열심히 할게요.”

결심을 내린 아민은 마법의 정수를 쥐고 그대로 입안에 넣어 삼켜 버렸다. 옅은 빛이 아민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이내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때요?”

“어…… 어? 이게…… 어어???”

자신의 머릿속을 체크하던 아민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며칠째 끙끙 앓고 있던 마법의 수식이 이해가면서 다른 수식들과 얽혀 쭉쭉 풀리기 시작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다른 마법들의 성취도 연속적으로 높아지면서 레벨까지 올라갔다.

“403…… 저, 저 레벨이 403이 됐어요!”

좀처럼 오르지 않았던 레벨이 한 번에 올라 S급에 도달했다. 그 사실에 아민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하현은 피식 웃으며 축하해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축…….”

“고마워요, 하현 씨!!”

하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민의 몸이 하현의 품 안에 들어왔다. 그 갑작스러운 포옹에 하현은 하던 말을 멈춘 채 굳은 표정으로 아민을 바라보았다.

“아…… 어…….”

“진짜진짜 고마워요! 이게 모두 하현 씨 덕분이에요!”

평소라면 얼굴을 붉히고 떨어졌을 아민이지만 너무 흥분한 탓인지 자각 없이 하현에게 꽉 안겼다. 그에 하현은 밀어내지도, 안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음음, S급이 됐다 이거지. 좋아좋아~”

“아…….”

하현의 품에 안겨 있는 아민의 뒷덜미가 아퀼로의 손에 붙잡혔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에 아민은 오싹함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 열심히 마법 만들어보자, 아민.”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아퀼로.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민에게는 그 모습이 사형선고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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