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118화 (118/158)

# 118

【크흐하하하핫!!】

광소를 터뜨리는 아데브에클의 모습에 하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골 때리네.’

에뤼쿠스는 자신이 몇 번이고 아데브에클과 충돌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본래 상생의 힘을 소유한 에뤼쿠스가 이런 방법을 사용해 보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죽는데 죽지 않는 건가.’

브레스를 지독하게 견뎠다는 브라스마티의 말에 하현은 아데브에클이 재생력이 뛰어난 불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죽지만 다시 되살아나는, 가장 곤란한 유형의 불사인 것이다.

【읽어낼 수는 없지만…… 네놈이 어떤 녀석인지 알 것 같군. 권능을 물려받은 인간 계승자, 드래곤 놈들이 나에게 대항할 방법이라고 몇 번 썼었지.】

‘그랬던 적이 있었어?’

「있긴 있었어. 처참하게 실패해서 그렇지.」

아데브에클이 드래곤에게 묶인다면 강력한 권능을 인간들에게 넘겨주고 약해진 아데브에클을 죽이자. 과거 드래곤들이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은 상당히 참신했지만, 권능을 받은 인간이 반도 흡수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던 탓에 결국 실패해 버렸다.

【그때 만들어진 것은 죄다 얼간이들이었지만…… 네놈은 조금 다르군. 권능을 거의 완전히 흡수했고, 무엇보다 뭔가 절대적인 힘이 있어.】

하현을 살펴본 아데브에클이 즐겁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자신의 공격을 맞고도 단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은 인간, 그런 존재는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게 너무나도 즐거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느낌은 아주 오랜만이군. 조금 다르지만, 마왕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야.】

“마왕?”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이름에 하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아데브에클이 마왕과 만났다는 말인가.

“네가 마왕을 어떻게 아는 거지?”

【크흐흐…… 글쎄. 내가 거기까지 알려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주변에 퍼져 있던 그림자들이 아데브에클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너…… 도망치려는 거냐?”

처음에는 다시 공격을 하려는 것인가 했지만, 아데브에클은 땅 아래로 녹아내리며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하현이 당황해하자 아데브에클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내가 네놈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이거든.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이나 해야겠지.】

“……생각보다 머리가 멀쩡한 녀석이군.”

【그건 네놈도 마찬가지야.】

보통이라면 어딜 도망 가냐고 덤벼들 법도 했지만, 하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데브에클이 도망치는 것을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나를 찾았는지 이유는 알 것 같군. 브라스마티에게 안부를 전해라. 여태까지 골머리 썩히느라 고생 많았다고. 그리고 곧 좋은 소식을 가지고 가겠다고 말이야…….】

머리까지 녹아내린 아데브에클은 그 이후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하현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골 때리네.”

「그러게 말이야.」

하현은 고개를 돌려 폭주된 던전의 포탈을 바라봤다. 아데브에클이 상생의 힘을 느끼고 나타난 것을 보면 여태까지 이 던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즉 자신들이 한 가정이 맞을 확률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일단 확인해 볼까.’

하현은 상생의 힘을 통해 다시 한 번 탐색을 시작했다. 그러자 또 불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데브에클의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가자.’

하현은 폭풍의 힘을 사용해 흔적이 느껴진 장소들을 하나둘씩 방문했다. 그곳은 하나같이 폐허처럼 방치된 던전이었고, 모두가 드래곤과 관련된 던전이었다.

하나하나 증거들이 찾아질 때마다 하현의 얼굴이 굳어갔다. 대강 대륙 안에 있는 모든 증거를 찾아낸 하현은 회장에게 연락했다.

“예. 하현 씨. 무슨 일로 연락…….”

“회장님, 제가 지금부터 던전들의 이름을 말할 테니 협회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알아봐 주시겠어요?”

“……말씀하시죠.”

의아해하던 회장은 하현의 진지한 목소리를 듣고 곧장 태도를 바꿨다. 하현은 방금 전에 돌아보고 온 던전들의 이름을 하나한 회장에게 불러줬다.

“방금 전 말씀해 주신 던전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회장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하현이 이렇게 물어본다는 것은 분명 협회와 관련된 던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들은 그에 관련된 정보가 단 하나도 없고, 자신조차도 모른다는 말인가.

“역시…… 그렇군요.”

회장의 대답에 하현은 드디어 확신했다. 아데브에클이 협회에 관여해 저 던전들을 고의로 방치시켰고, 폭주시켜 드래곤을 나타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드래곤을 증오하고 죽이고 싶어 하는 아데브에클이 도대체 왜 드래곤들을 이 세계에 풀었다는 말인가. 하현은 그 목적을 도통 예상할 수 없었다.

「힘을 키우려는 거겠지.」

‘힘?’

「너도 봐서 알지만 녀석은 무작정 덤비는 녀석이 아니야. 좀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쪽을 취하는 녀석이지.」

더 많은 드래곤을 죽이기 위해서 일부러 드래곤들을 이 세계에 풀어내고 있다. 다른 이라면 몰라도 아데브에클은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었다.

“하현 씨,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하현이 대답이 없자 회장이 조금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언가 일이 터졌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에 하현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사정을 말한다고 도움이 될까?’

협회가 가진 힘은 강력하다. 하현도 그 점에 관해서는 인정하지만, 이번 일에서는 그렇게 활약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데브에클은 논외야.’

협회가 대응하기에는 아데브에클이 지닌 힘이 너무 강력했다. 거기다 회장은 이 일보다도 던전을 흡수하는 마법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뇨.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예. 마법의 개발에 집중해 주세요.”

“그러면…… 알겠습니다.”

하현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에는 그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회장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지못해 납득했다. 전화를 끊은 하현은 곧장 붉은색 구슬을 꺼냈다.

“브라스마티 씨.”

[뭔가 찾았나?]

“만나서 이야기하죠. 그쪽으로 소환해 주실 수 있나요?”

[흠. 알았다. 거기 좌표 알려주고 그대로 가만히 있어.]

좌표를 알려주고 잠시 기다리자 하현의 발 아래로 붉은색 마법진이 떠올랐다.

-레드 드래곤 브라스마티의 소환에 응하시겠습니까?

“응한다.”

붉은 빛이 터져 나오고,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다시 한 번 화산으로 되돌아온 하현은 눈앞에 있는 브라스마티를 바라봤다.

[그래서 소득은 있었어?]

“예. 우선 무슨 일이 일었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현은 그대로 브라스마티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에뤼쿠스와 만났다는 것을 들었을 때는 브라스마티의 얼굴에 흥미로움이 떠올랐지만, 아데브에클을 만난 부분을 들은 후부터는 곧장 딱딱하게 굳어갔다.

[아데브에클이 드래곤들을 일부러 풀어냈다…….]

“그 외에는 실마리를 얻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꾸미는 것은 분명했지만, 무엇을 꾸미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현의 말에 브라스마티는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뭔가를 알아내기에는 정말 애매한데.]

지금 당장으로는 아데브에클의 의도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얼굴을 왈칵 찌푸리던 브라스마티는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는지 하현을 바라봤다.

[에뤼쿠스에게 한번 물어보자. 에뤼쿠스라면 대답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오랜 시간을 살아온 에뤼쿠스는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현자라고 불리는 드래곤이었다. 그라면 지금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흠. 알겠습니다.”

브라스마티의 제안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지금은 딱히 예상 가는 점이 없었다. 브라스마티의 도움을 받아 숲의 상공에 나타난 하현은 에뤼쿠스에게 다시 찾아갔다.

[아데브에클과 만났나?]

하현을 바라본 에뤼쿠스는 곧장 물어왔다.

“알고 계셨군요. 힘을 통해 지켜보신 겁니까?”

하현의 물음에 에뤼쿠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방법이 아데브에클에게 가장 효과적이기는 하지. 의미는 없지만 말일세.]

에뤼쿠스는 색을 대표하는 드래곤이 되면서 몇 번이고 아데브에클의 습격을 받아왔다. 모든 드래곤에게 껄끄러운 상대가 아데브에클이듯이 그에게는 세계수의 반신인 에뤼쿠스가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힘은 절대로 결판이 날 수 없을 만큼 팽배했고, 결국 에뤼쿠스가 권능에 익숙해져 오히려 위험해지면서 싸움은 멈췄다.

[그때 그 의미 없는 싸움에서 나는 아데브에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지. 바로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거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생각한 것과 다른 말에 하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막을 수 없다니, 방금 전에는 죽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는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폭주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세계의 법칙이네. 즉 본래부터 우리가 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거지.]

드래곤과 아데브에클의 싸움은 결국 늘 한 가지 결과로 끝난다. 개체수가 줄어들고, 아데브에클의 힘과 함께 적의가 줄어들면서 활동을 멈추는 것.

[나는 이전 세대의 색의 대표들과도 함께 지냈었네.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힘을 통해 드래곤의 부흥을 꿈꾸기도 했고, 또는 아데브에클에게서 해방되려고 했었지.]

과거에 자신을 설득하던 동족들의 모습이 에뤼쿠스의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아데브에클에게 죽어가는 모습도 함께 지나갔다.

[모두 실패했었네. 왜냐면 결국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아데브에클이라는 법칙에 굴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

“……처음부터 대항 방법은 없었다는 거군요.”

하현의 말에 에뤼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어느 드래곤이든 알면서도 외면하는 현실이지. 혹시 다른 세계라면 다를까 했지만, 역시 변하지 않는 모양이군.]

에뤼쿠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데브에클의 존재를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그도 드래곤이었다. 무고한 드래곤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변하는 것은 없었다. 이곳에서도 아데브에클의 존재를 받아들여야만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없겠군.]

“……알겠습니다.”

하현은 그대로 에뤼쿠스를 뒤로 하고 숲에서 빠져나왔다. 바닷가에 도착한 하현은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머리 아프네…….”

하현의 옆에 나타난 아퀼로는 턱을 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흘끔 바라본 하현은 조용히 물었다.

“너도 에뤼쿠스처럼 생각하고 있었어?”

“솔직히 말하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법칙이라는 힘이 무엇인지 안다면 아데브에클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드래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 동족들이 죽는 게 균형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거라니. 나야 뭐, 나만 살면 그만이긴 했지만 다른 녀석들은 아니란 거겠지.”

“……그럼 브라스마티 씨는 어느 쪽이야?”

“전자지.”

아퀼로의 말에 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브라스마티에게 그냥 받아들이라고 해봐야 일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다 죽여야 하나.”

아데브에클을 이대로 놔두는 것은 위험 요소다. 설령 드래곤을 모두 죽여서라도 없애야만 했다. 때마침 브라스마티가 모든 드래곤을 모아두지 않았는가.

“모든 드래곤…… 모든 드래곤?”

자신의 말을 곱씹은 하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벼락처럼 떠올랐다.

‘브라스마티는 어떻게 모든 드래곤들을 모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거지?’

브라스마티에게는 에뤼쿠스와 같은 탐색 능력이 없다. 결국 모든 드래곤이라는 것은 전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감각에 더 이상 잡히지 않게 되자 결론지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결론을 내기에는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아데브에클이 간섭해서 폭주된 던전이었다.

‘아데브에클이 그 드래곤들을 그냥 풀어주고, 브라스마티에게 보내줬다? 그건 너무 희망적인 관측이 아닌가?’

던전이 폭주하고 드래곤이 나타나면 분명 그 일대에 피해가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록도, 흔적도 없었다. 마치 누군가 나타난 드래곤을 곧장 제압한 것처럼.

“아퀼로.”

“……충분히 가능성 있어.”

하현의 생각을 공유하던 아퀼로가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우리가 그 모든 드래곤이란 말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어. 물론 크게 상관없을 수도 있었지만, 아데브에클이 드래곤의 개체수를 증가시키는 데 개입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실마리가 잡혔다. 하현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서 구슬을 꺼내 들었다.

“브라스마티 씨.”

[음? 무슨 일이지?]

어리둥절해하는 브라스마티를 향해 하현이 이야기했다.

“모든 드래곤을 소집해 주십시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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