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102화 (102/158)

# 102

“후우…….”

과녁판 앞에 선 하현은 가볍게 숨을 골랐다. 전신의 힘이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졌다고 생각했을 때.

“대력난탄!”

온 힘을 다해 과녁판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콰콰쾅!!!

두 주먹이 한 번씩 부딪칠 때마다 이중격타가 터지면서 과녁판이 뒤흔들렸다. 하현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더욱 강하게 휘둘렀다.

“호오…….”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아퀼로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타격이 계속될수록 점수판의 숫자는 점점 높아져 갔고, 마침내 하현의 주먹이 멈추면서 최종점수가 나왔다.

[ 1,435,224 Pt ]

“…….”

아퀼로의 브레스와 비교하면 전혀 가당치도 않은 수치. 하현은 그 수치를 바라보며 차근히 계산을 해나갔다.

‘모든 아이템 버프와 스킬 버프를 두르고 방금 전 일격을 다시 한 번 펼친다면…….’

캘시퍼의 보조를 받아 데미지를 계산한 하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게 뻥튀기가 되어도 데미지가 부족한 것이다.

‘역시 이전의 힘이라면 불가능하구나.’

혹시 이레아와 아오른의 힘 없이 데미지를 뽑아낼 수 있을까 했지만 아무래도 불가능해 보였다. 하현은 결론을 내리고 이레아와 아오른을 바라봤다.

‘너희들 지금 도와줄 수 있는 능력 있어?’

<없을 리가 없지.>

《도움 될 능력이 몇 가지 있을 것 같습니다.》

둘의 대답을 들은 하현은 상태창을 펼쳤다.

[신성 이레아]

과거 신성 이레아에 깃든 인격이다. 이레아의 주인으로 인정받아 그 힘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용 가능 기술 : 신성의 일격…….

[극마 아오른]

마검으로 타락한 이레아의 다른 인격이다 아오른의 주인으로 인정받아 그 힘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용 가능 기술 : 죽음의 포박……

‘……너무 많은데.’

이레아는 거의 신성 마법이 사용 가능한 것 같았고, 아오른은 죽음의 힘을 기반에 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종류가 너무 많아 쓰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주로 쓰이는 게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무시하기는 아까운데.’

언제 어떤 스킬이 필요할지 모르니 모두 알아두는 게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많은 스킬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건 너무 복잡했다. 다른 방도가 없을까 고민하던 하현은 딱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캘시퍼, 이레아랑 아오른하고 대화할 수 있어?

「예, 가능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레아랑 아오른이 소유한 기술을 모두 외우고 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명령해 줘.’

「알겠습니다.」

하현의 명령에 따라 캘시퍼는 이레아와 아오른에게 자신이 맡은 임무를 말하고 스킬의 효과를 익혀갔다.

‘역시 조수는 똑똑한 놈이 좋아.’

캘시퍼가 정보를 기록하는 동안 하현은 이레아와 아오른이 소유한 스킬 중 눈에 띄었던 두 개를 바라봤다.

성역선포(Lv.MAX) : 액티브. 강력한 신성력으로 이뤄진 성역을 선포합니다. 성역의 안에서 신성 마법의 효능이 2배 상승하고 모든 신체 능력이 강력해집니다. 신성력에 반하는 존재 시 즉시 소멸하거나 최소 30%까지 약화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3일.

사자강림(Lv.MAX) : 액티브. 죽은 자들의 힘을 일시적으로 몸에 강림시킵니다. 강림되는 동안 모든 스킬의 레벨이 MAX가 되며 스킬의 수를 제한 할 때마다 유지 시간이 늘어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3일.

이레아와 아오른이 지닌 필살기 격인 스킬들.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기는 했지만 그만큼 스킬의 효과는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이 정도 스킬이라면…… 장난 아니겠는데.’

스킬 두 개의 효능을 곱씹은 하현은 혀를 내둘렀다. 저 두 개의 스킬을 동시에 쓰면 경우에 따라 차원의 기둥과 단신으로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쓰지 말까.’

3일이란 기간은 짧기도 하지만 뭐가 터져도 터질 시간이기도 했다. 곰곰이 고민하던 하현은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라면 이번 시험에 저 두 개의 스킬은 쓰지 않기로 했다.

「스킬에 대한 저장이 모두 끝났습니다.」

‘흠. 그럼 그 스킬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저 수치에 도달 가능할 것 같아?’

「자체적으로 계산한 결과 성역선포를 사용한 상태에서 모든 아이템의 버프를 사용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성역선포까지인가…….’

변수가 있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이런 단순 데미지 계산이라면 캘시퍼의 계산이 틀릴 리 없다. 어지간하면 스킬을 아껴두고 싶었던 하현은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스킬 하나를 아낀다고 여기서 언제까지고 있을 수도 없다. 하현은 결단을 내렸다.

“할 수 있겠어?”

하현이 뭔가 준비한 것을 알아차린 아퀼로가 물어왔다. 하현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 아마도.”

“흐음…… 그래?”

조금 애매한 대답이기는 했지만 목소리에는 확신이 서렸다. 그것을 눈치챈 아퀼로는 살짝 떨리는 자신의 몸을 자중하며 하현을 바라봤다.

“후우…….”

하현은 다시 한 번 과녁판 앞에 섰다. 천천히 전신을 고조시켜 가며 이레아를 앞으로 뻗었다.

“성역선포!”

후웅!!

이레아에서 뻗어 나온 빛의 기둥이 하현의 발아래에 꽂혔다. 기둥을 중심으로 성역은 점차 넓어져 가기 시작했고, 내부에는 강력한 신성력이 휘몰아쳤다.

“오…….”

성역선포를 본 아퀼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느 정도 강력한 물건인 줄은 알았지만 설마 성검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니.

‘모조품이라기엔 힘의 밀도가…… 설마. 아니, 설마가 아니야. 진짜 성검이다. 성검을 건틀렛으로 개조해서 쓰고 있는 건가?’

성검의 사용자. 그것을 깨달은 아퀼로는 문득 반대편 손에 끼워져 있는 비슷한 검은색의 건틀렛을 바라봤다.

‘저게 성검이라면…… 저것도 예사롭지 않은 무기야. 만약 저게 마검인 아오른이라면…….’

하현의 무기를 맞춘 아퀼로의 몸에 거대한 전류가 흘렀다. 입꼬리가 히죽히죽 올라갔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진짜…… 진짜 무지막지한 패를 뽑아버렸잖아.’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오싹오싹한 쾌감에 아퀼로는 달아오른 눈으로 하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간다.”

성역선포가 완료된 것을 본 하현은 캘시퍼의 도움을 받아 모든 버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소한 버프까지 남김없이 사용되자 하현의 힘은 계속해서 커져갔다.

후우우우웅!!

화신화로 하얗게 타오르는 하현의 발아래에 거대한 파동이 퍼져 나갔다. 모든 버프가 적용된 것을 본 하현은 자신의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꾸드드득!

막대한 힘 앞에 하현 앞의 공간이 그의 두 손 안으로 구겨지며 빨려 들어갔고, 하현은 자세를 잡았다. 다시 한 번 전신의 모든 힘이 최고조로 끌어 올려지고, 하현이 눈을 번뜩였다.

“대력난탄!!”

콰아아앙!!!

처음으로 뻗은 일권에 과녁판의 뒤의 바다가 갈라졌다. 입이 떡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모습에 하현은 속으로 혀를 찼다.

‘힘의 분산이 너무 심해.’

이렇게 흘리면 손해다. 하현은 전신의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며 힘을 집중시켜 두 번째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이번에는 아주 작은 굉음만 들렸다. 하지만 극한으로 압축된 일격과 덩달아 터진 이격폭타에 점수가 미친 듯이 치솟아 올랐다. 올라가는 점수를 본 하현은 입가를 비틀었다.

‘가능하다!’

절대로 불가능한 점수가 아니다. 그 사실에 하현은 다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주먹은 날카로워졌고, 그 힘을 완벽하게 압축해 냈다.

하현의 무지막지한 연타에 과녁판은 쉴 새 없이 뒤흔들렸고, 계속해서 올라가는 점수판의 점수에 아퀼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억…… 허억…….”

미친 듯이 휘두르던 주먹이 멈췄다. 버프들로 뻥튀기되었던 체력과 마나가 순식간에 소진되었다. 그만큼 하현이 휘두른 힘들이 조정하기 힘들 만큼 강력했다는 뜻이리라.

‘몇 점이지?’

숨을 몰아쉰 하현이 곧장 점수판을 바라봤다.

[ 42,824,927 Pt ]

“……넘었다!”

점수판의 점수에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뱉었다. 드래곤의 브레스와의 힘 싸움. 물론 이쪽은 근접 연타기는 했지만 어쨌든 총 데미지로는 드래곤을 이긴 것이다.

-드래곤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했습니다. 칭호 ‘드래곤을 넘어선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드래곤을 상대로 이겨서 그런지 칭호도 획득했다. 하현은 조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아퀼로를 바라봤다. 자신이 졌으니 조금은 분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조, 좋아…… 정말로 좋다고…….”

“…….”

하지만 분해하기는커녕 볼을 살짝 붉힌 채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아퀼로의 모습에 하현은 살짝 압도되었다. 쾌락주의자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저게 그 흔히 말하는 변태…… 라는 거겠지.’

하현이 흘끔흘끔 시선을 피하든 말든 아퀼로는 뚫어져라 바라봤다. 자신의 승률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할 때마다 잊었던 쾌감이 몇 배는 강렬하게 느껴졌다.

‘후우…… 진정하자. 아직…… 아직은 완전하지 않아.’

확인해 볼 것이 하나 더 남았다. 벌써부터 이래서야 나중에는 버티지 못하리라. 아퀼로는 오랜만에 느낀 쾌락에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공격 부분은 통과네. 그럼 이제 방어로 넘어가자.”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합니까?”

브레스로 때릴 것인가 아니면 마법으로 공격을 할 것인가. 하현은 아퀼로의 시험 방식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잠시만 기다려.”

양손을 모은 아퀼로는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읊조렸다. 수면 위로 거대한 마법진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새겨졌고, 바다로부터 막대한 마나를 빨아들였다.

‘마법인가?’

위력이라면 브레스가 더 높을 텐데 왜 굳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인가. 하현은 의아해하면서 아퀼로가 어떻게 할지 지켜봤다.

“공간 생성!”

아퀼로의 시동어에 마법진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마법진에 모였던 막대한 마나가 아퀼로 앞의 공간을 비틀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후우…….”

포탈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본 아퀼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생처음 보는 계열의 마법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포탈을 바라봤다.

“이게 방어력을 실험하는 겁니까?”

하현의 물음에 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안의 공간은 내가 만들어낸 초소형 초열지옥이야. 불 쪽은 주력이 아니라 망할 뻘갱이 놈의 브레스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온도지.”

사람이 버틸 수 없는 끔찍한 불꽃의 지옥. 그것이 아퀼로가 만들어낸 포탈의 정체였다. 아퀼로의 설명을 듣던 하현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여기 들어가라는 건 아니죠?”

설마 사람을 불구덩이 속으로 집어넣겠는가. 하현의 그런 생각에 아퀼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들어가.”

***

콰아앙!!

푸른 벼락이 도로 위에 소나기처럼 내려쳤다. 괴인들은 한줌의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고, 그 위로 새로운 괴인들이 대신해서 자리를 채웠다.

“끝도 없이 나타나는군요…….”

꾸역꾸역 도시 곳곳에서 나타나는 괴인들의 모습에 민철이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죽인 수만 4천은 넘겼다. 그런데도 주변을 둘러보면 이전보다 수가 더 늘어나 있었다.

“아까 그 새끼를 바로 죽였어야 했어.”

도망친 성운을 떠올린 지현이 이를 갈며 괴인의 머리통을 터뜨렸다. 마법사들의 체력을 고려해 토벌대들은 순번을 정해 괴인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한참 휴식을 취하던 지호가 눈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괴인들은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였고, 지금도 여유는 있지만 장기전으로 계속 가면 어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호는 이것이 진짜 함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운이 모습을 감춘 것도 그렇고 이 녀석들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게 걸려.’

사람의 형태를 띠고 공격해 오지만 신체 능력만 좋을 뿐, 기술이라고 할 만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죽을 때 검은색 액체로 변해 녹아내리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인조 생명체?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좀 더 근본적으로 다른, 기묘한 불쾌감을 안겨주는 존재. 지호는 괴인들이 죽어가는 과정을 살펴봤다.

푸콱!!

민철의 창에 꿰뚫린 괴인의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형체를 잃은 검은색 액체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흘러내렸고, 이윽고 스며들 듯이 모습을 감췄다.

‘……설마?’

그 광경을 바라보던 지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제…….”

“예?”

지호의 옆에 서 있던 회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지호는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덤벼오는 녀석들은 불순물이 뒤섞인 에너지입니다! 죽이지 말고 당장 녀석들을 포획…….”

“깨닫는 게 너무 늦었어.”

옥상의 위에서 지호의 외침을 듣던 성운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똑똑하다던 녀석도 저 정도인가.”

성운은 자신의 쌍검을 꺼내 들어 자신의 목에 겨눴다. 날카로운 검 끝과 아래에서 싸우는 협회의 추격대를 바라보던 성운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다 뒈져라.”

푸우욱!!!

성운의 목덜미에 두 개의 검이 꽂혀 들어갔다. 즉사한 성운의 시체가 바닥 위로 쓰러졌고, 검은색 액체로 녹아 마법진에 스며들었다.

쿠우우웅!!!

사람들의 사념으로 만들어낸 막대한 에너지. 감정이 뒤섞인 에너지였기에 불순물이 많았지만, 그것도 토벌대들이 죽여 없애면서 깔끔해졌다.

정제된 에너지는 도시 전체에 깔린 마법진을 활성화시켰고, 하현의 공방전환 이후 복원되어 가던 차원의 이음새를 강제로 찢어 벌렸다.

콰드득! 콰작!

불길한 소리에 토벌대의 몸이 굳었다. 거대한 금이 새겨진 공간의 모습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금이 갈라지고 찢어 발겨지듯이 공간이 열렷다.

쿠우웅!!!

말로 허용할 수 없는 강렬한 파동이 도시 일대를 후려쳤다. 차원의 기둥이 토벌대의 앞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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