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
“동맹 관계 말입니까?”
회장의 말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인 해룡의 쉼터와 도대체 어떻게 동맹을 맺는단 말인가. 하현을 바라보던 회장은 노인을 슬쩍 보더니 손가락을 움직였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내용은 협회 내부에서도 초 극비 사항입니다. 가능하면 비밀을 지켜주십시오.”
“음…… 알겠습니다.”
마법을 통해 차단막까지 펼치는 회장의 모습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이 폭주하면 어떻게 되시는지 이번에 보셨겠지요?”
“음…… 예. 봤죠.”
던전이 폭주하면 내부에 나타나는 괴물들이 모두 나타나고 그 괴물들이 다 죽을 때까지 폭주 상태가 유지된다. 그것이 던전 폭주였다.
“괴물들이 모두 죽어야만 폭주가 풀리지요. 그런데 만약 그 괴물을 죽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거야 괴물들이 죽을 때까지 바깥을…….”
이야기를 하던 하현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해룡의 쉼터. 그 이름이나 난이도를 보아 아마 클리페우스 같은 드래곤이 나오는 던전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괴물들이야 보통 대화가 안 통하지만…… 드래곤이라면?’
종족말살전쟁에서 자신은 분명히 클리페우스와 소통하고 대화를 나눴다. 거기까지 생각이 든 하현은 회장이 말한 동맹의 뜻을 알아차렸다.
“설마…… 그 폭주한 던전에서 나온 드래곤하고 동맹을 맺었다는 말입니까?”
“예, 그 말대로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회장의 모습에 하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해룡의 쉼터는 심해에 존재하는 던전이었습니다. 그 결과 그 누구도 손써볼 틈도 없이 던전이 폭주했고 그 안에 존재하던 해룡, 아퀼로 님이 저희에게 찾아오셨습니다.”
SS급 괴물인 아퀼로의 등장은 그리 거창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의 그 거대한 몸을 드러낸 채 해안가로 접근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토벌자들과 만난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겁니까?”
“당시 아퀼로 님은 저희에게 접촉하기 전에 대강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신 뒤였습니다. 페젤론과 차원이 합쳐지는 것도, 세상이 멸망을 앞둔 것도.”
회장의 말에 하현은 문득 게르바가 떠올랐다. 게르바는 던전 안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하현의 방문을 통해 상황을 알아차렸었다.
‘어느 정도 특이한 녀석들은 몇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알기 쉽다는 거겠지. 생각해 보면 아오르근도 그랬었고.’
자신의 세계는 이미 멸망했고, 자신들은 그 조각에 불과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퀼로의 반응은 어땠을까. 하현은 문득 궁금해졌다.
“사실상 그 당시 저희는 아퀼로 님과 대항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모든 병력을 털었다면 아마 이길 수 있기도 했겠지만…… 그대로 모든 협회는 무너졌겠지요.”
해룡 아퀼로. 드래곤을 대표하는 다섯 색 중 클리페우스와 같이 색의 정점에 오른 드래곤. 그런 그녀를 상대로 당시 협회가 덤비는 것은 자살행위라고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저희가 검을 빼 들기 전에 아퀼로 님이 먼저 저희에게 제안을 해왔습니다.”
“제안이요?”
“예. 서로 적대하지 말고 공생하자는 것이었지요.”
협회는 아퀼로에 대한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대신 아퀼로는 바닷속에 존재하는 괴물들이 대륙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지배한다.
그것이 아퀼로가 협회에게 제안한 내용이었다.
“바닷속의 괴물…….”
“해룡의 쉼터처럼 넓은 바닷속에는 수많은 던전이 존재합니다. 그중에는 바닷속에서 활동하는 괴물들이 나타나는 던전도 존재하지요.”
아퀼로가 나타나기 이전에도 바다에서 거슬러 들어오는 괴물들로 인한 피해가 꽤나 많았었다. 그렇기에 당시 아퀼로의 제안은 협회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저희는 아퀼로 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괴물들이 바다에서 거슬러 오는 일도 없고 시민들이 살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만약 하현이 아퀼로를 죽여 버린다? 그렇게 되면 해안가가 다시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장소로 변하고 바닷속 괴물들과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완수가 조금 곤란하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아퀼로 님이라고 해도 차원의 기둥인 이상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겠지만…… 지금 당장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요.”
회장의 말에 하현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대로 굳이 지금 아퀼로와의 동맹을 풀고 싸워야 할 만한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괜히 덤볐다가 불만을 가진 아퀼로가 작정하고 공격해 온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리라.
‘그래도 완수하기는 해야 하는데…….’
해룡의 쉼터를 완수하지 못하면 결국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진다. 기껏 목표치의 반을 이뤘는데 이렇게 복잡한 이유로 막히다니, 하현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포기할 수는 없어.’
아퀼로와의 협력 관계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원의 기둥을 죽이고 페젤론과 연결된 차원의 틈새를 닫는 것이다. 그래야 멸망을 피할 수 있지 않는가.
‘그래. 강행해야지.’
결심을 내린 하현은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포기하실 생각이 없으신가 보군요.”
하현의 분위기를 읽어낸 회장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하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맹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해야 할 것은 틈새를 닫고 멸망을 막는 것입니다. 그를 위해서 저는 더욱 강해져야만 합니다.”
자신이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같은 광오한 말투. 하지만 이미 몇 번이고 차원의 기둥을 물리친 하현이었기에 그 말에 설득력이 없지는 않았다.
하현을 바라보던 회장은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하현 씨 뜻대로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회장의 말에 하현은 살짝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어떻게 보면 회장의 입장에서 이것은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하현이 죽으면 하현과 아퀼로, 두 명의 아군을 잃는 큰 도박.
‘하지만 안 할 수는 없다.’
요 근래 안정화되었다고 해도 언제 틈새가 심해질지 모른다. 마왕이 계속해서 다가오는 이 싸움은 결국 시간 싸움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부작용을 덜어내야겠지.’
이런 큰 도박을 그냥 할 수는 없다. 생각을 정리한 회장이 하현을 바라봤다.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예. 처음에는 아퀼로 님과 대화를 시도해 주십시오.”
생각지 못한 회장의 부탁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퀼로 님은 상당히 이성적인 분입니다. 저희의 사정을 말하면 싸우지 않고 협력해 주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니라면…… 그때는 원하시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대화라…….”
아주 잘한다면 이전의 게르바처럼 대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편이 좋죠.”
안 해도 될 싸움이라면 굳이 할 필요 없다. 하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제가 지금 아퀼로 님에게 연락을 보내겠습니다. 본래 대답이 뜸하신 분이라 시간이 며칠 걸릴 수 있습니다.”
“예. 그럼 나중에 일이 끝나면 이야기해 주세요.”
“이보게.”
회장과의 이야기가 끝나자 노인이 하현을 불렀다.
“다 만들었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시간이 다 지난 모양이다. 노인의 말에 하현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건틀렛 한 쌍을 바라봤다.
“……음?”
노인이 가져온 건틀렛의 외형은 하현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본래 성검의 색이 하얀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현은 건틀렛이 하얀색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노인의 손에 들려 있는 건틀렛은 왼손은 하얀색, 오른손은 검은색으로 서로 교차되는 색이었다.
“상자 제대로 쓰신 거 맞아요?”
“맞네. 다만…… 예상치 못한 곳에 정화의 힘이 가버렸어.”
“예상치 못한 곳이요?”
노인의 말에 하현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건틀렛의 코어다. 어마어마한 독기가 제대로 서려 있더군. 거기에 정화의 힘이 살짝 가버렸어.”
노인의 말에 하현은 실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거의 다 사라져가던 호르호이의 독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한 것이다. 하현의 표정을 보던 노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너무 그런 표정은 하지 말게나. 그게 흠…… 생각보다 문제는 없으니.”
“예? 뭐 잘못된 거 아닙니까?”
“아닐세. 오히려 더 좋게 나왔지.”
노인의 알쏭달쏭한 말에 하현은 의아해하며 건틀렛을 바라봤다. 건틀렛의 외형은 기존의 투박한 모양보다 좀 더 날렵하고 날카로워졌다. 거기다 흑백이 대비되니까 약간은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좋은 게 나왔다니 일단 보기나 할까.’
하현은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며 정보를 확인했다.
신성 이레아&극마 아오른(???)
내구도 800/800 방어력 270
기동요새 압축 펌프 건틀렛을 베이스로 마검 아오른을 입힌 뒤 정화의 기운을 적용한 건틀렛이다. 조금 부족한 정화의 힘으로 인해 한쪽 건틀렛은 이전의 성검 이레아가 깃들었고 반대쪽은 마검 아오른이 깃들었다.
신성력과 죽음의 힘이 각각 부여되어 있으며 다른 기능을 소유하고 있다. 공격할 시에는 건틀렛의 방어력이 공격력으로 전환된다.
-기동요새 압축 펌프 건틀렛의 기능이 사용 가능합니다.
-전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모든 공격에 50%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신성력과 죽음의 힘에 반하는 존재일 경우 30%가 추가됩니다.
[신성 이레아]
과거 성검 이레아 깃든 인격이다. 주인으로 인정받을 경우 강력한 신성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극마 아오른]
마검으로 타락한 이레아의 다른 인격이다. 주인으로 인정받을 경우 강력한 죽음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주인으로 인정받지 않았기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 목록들은 뜨지 않았다. 즉 불완전한 상태라는 뜻이지만, 정보창을 읽어본 하현의 입은 떡 벌어져 있었다.
‘이건 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 말이 안 나온다. 벙찐 하현의 얼굴을 본 노인은 무안한 듯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흔히 말하는 얻어걸렸다는 거지. 검이라면 복잡했겠지만 건틀렛이다 보니 서로 한쪽씩 사이좋게 자리를 차지했더군. 그래서 성검의 힘과 마검의 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성검과 마검의 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하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뒤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회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깐…… 설마 성검 이레아를 얻으신 겁니까?”
“정확히는 마검인 상태였었지.”
노인이 회장에게 무기에 대해서 설명하는 동안 하현은 계속해서 건틀렛을 바라봤다.
‘일단 주인으로 인정받아야 본연의 힘을 끌어낼 수 있겠지만…….’
우선 이전의 건틀렛의 기능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공격력을 비롯한 기타 성능도 높아졌다. 즉 반푼이인 상태에서도 이전보다는 훨씬 강력한 것이다.
‘흠…… 주인이라. 일단 착용해 볼까.’
저번에도 아오른을 잡으니 말이 걸려왔다. 아마 이번에도 비슷하리라. 하현은 우선 신성 이레아 쪽을 착용해 봤다.
《반갑습니다.》
이전의 걸걸한 아오른과 다르게 이쪽은 온화한 목소리였다. 아오른보다는 수월하겠다는 생각에 하현은 곧장 대화를 시도해봤다.
‘그게 나는…….’
《알고 있습니다. 저를 다시 깨어나게 해주신 은인이시지요. 그리고…… 저를 사용하려고 하시는군요.》
자신의 상황을 대번에 알아차린 이레아는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
《본래라면 깨어나지 못했을 운명. 기꺼이 당신을 새로운 주인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신성 이레아에게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성검으로서 지닌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본래보다 힘이 분산되어 있기에 특정기술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늘어납니다.
‘흔쾌히 받아들여 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그것보다…… 옆에 저 시끄러운 녀석을 얼른 길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레아가 조심스럽게 하현에게 이야기했다. 아마 옆에 녀석이라 하면 아오른을 말하는 것이리라. 하현은 시끄럽게 떠들 아오른을 생각하며 건틀렛을 잡았다.
<야이…….>
그 순간 아오른은 방금 전 자신을 녹이고, 깎아낸 뒤 고정시킨 일에 대해서 하현에게 육두문자와 저주를 마구잡이로 퍼부었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욕에 이레아는 경멸스러움으로 몸서리쳤고, 하현은 담담하게 들었다.
‘그래서. 날 새로운 주인으로 받아들일 거냐?’
욕이 조금 잦아질 때쯤, 하현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에 아오른은 하현을 비웃으며 대답했다.
<주인? 주인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가 널 인정할 것 같아?! 절대 못해!! 죽는 한이 있어도 못해!>
절대로 받들지 않겠다는 아오른의 결사적인 의지가 하현에게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막무가내 같은 거절이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까 들어보니 본래보다 잘나왔다던데…… 나를 쉽게 포기할 리가 없지.’
아오른은 노인과 하현의 대화는 모두 들었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이용해 하현의 기세를 잡을 생각이었다. 명색의 마검인 자신이 사용자에게 휘둘러야 되겠는가.
‘무릎을 꿇리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과하겠지. 극진하게 대우받는 정도로 할까.’
아오른은 속으로 하현을 부려먹을 생각을 하며 가득 기대에 부풀었다. 그런 아오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하현은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만나서 반가웠다.’
<아…… 뭐?>
아오른이 멍 때리는 사이 하현은 자연스럽게 저장고에서 SS급 상자를 하나 더 꺼냈다. 그 상자로 하현이 뭘 할지 알아차린 아오른이 당황하며 이야기했다.
<자, 잠깐! 내가 사라지면 지금의 성능만큼은 안 나온다고?! 설마 조금 욱했다고 그렇게 행동하는 거냐!>
‘그건 조금 아쉽지만 어중간하게 쓰느니 그냥 완전히 이레아로 쓰지 뭐.’
아오른의 말대로 만약 정화하면 지금의 성능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애매한 상태의 건틀렛을 굳이 쓸 이유가 없다.
‘이레아의 힘이 강화되니까 딱히 손해라고 할 것도 없고. 약간 아쉬운 정도지. 뭐 만나서 반가웠다.’
그 말을 끝으로 하현은 상자를 오픈하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아오른이 다급하게 외쳤다.
<주, 주인으로 인정한다! 인정한다고!>
기세를 잡아보겠다고 배짱을 부리던 아오른. 하지만 기세를 먼저 잡힌 것은 아오른이었다.
-극마 아오른에게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마검으로서 지닌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본래보다 힘이 분산되어 있기에 특정 기술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늘어납니다.
‘까불긴…….’
굴복한 아오른의 모습에 하현은 피식 웃으며 상자를 집어넣었다. 겁을 주려고 과장했지 실제로 상자 하나를 더 쓸 생각은 없었다.
그저 끝까지 말을 안 들었으면 건틀렛의 재생 기능을 이용해 쇳물에 담그고 빼기를 계속해서 반복했으리라.
<너…… 일단은 일심동체니까 나에 대한 살기는 자제해라.>
《주인에게 너라니. 역시 경박하기 짝이 없군요. 이런 게 저의 반신이라니…… 》
<뭐? 너 왜 다짜고짜 시비냐. 뒈질래?>
서로 시끄럽게 싸우는 이레아와 아오른을 바라보던 하현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어느 정도 장비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건지 회장은 묘한 눈으로 무기를 바라봤다.
“그런 무기를 얻다니…… 당신은 정말…… 음?”
회장이 무어라 이야기하려던 순간, 어디선가 연락이 왔는지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회장의 얼굴은 시종일관 놀라는 듯 보였다.
“음음…….”
“무슨 일입니까?”
하현의 질문에 회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퀼로 님이 만나자고 하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