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86화 (86/158)

# 86

멈출 수 없었던 전쟁이 멈춰 버린 던전 안. 모든 이의 시선은 이 전쟁을 멈춘 사내를 향해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은 대부분 경외, 또는 호기심이 서려 있었지만.

“대장. 어떻게 하죠?”

다른 이들의 이목을 숨긴 채 존재하는 이들은 달랐다.

“낸들 알아. 이런 씨발…….”

암살조 대장은 작게 곱씹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들은 이번에 하현의 암살을 위해 연합 길드에서 파견된 자들이었다. 인원수만 100명이었고 모두 하나같이 암살을 위한 최고급 장비와 스킬을 소유했었다.

이 정도 인원과 수준이라면 그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고, 대장은 그렇게 자부했지만 눈앞에 광경에 그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무슨 개수작을 부렸기에…….’

하현의 앞에 예를 표하고 있는 여섯 명. 그들은 암살조들도 접근을 피했을 만큼 이 전쟁터에서 손꼽히는 강자였고, 각 집단의 대장들이었다.

그들은 실제로 종족말살전쟁 속에서 거의 마주칠 일이 없는 자들이었지만, 하현의 부름에 이곳으로 모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암살의 난이도가 터무니없이 올라갔다.

‘특히 저 드래곤…… 저 녀석이 제일 위험해. 접근하는 순간 바로 알아챈다.’

캔슬러 출신인 암살조 대장은 감지 거리를 알 수 있는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은신했을 때 어디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스킬은 암살에 천부적인 재능을 주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하현의 근처로 접근하는 순간 저 드래곤에게 흔적도 없이 소멸될 것을.

“후퇴할까요?”

“……그래야겠지.”

지금 상황을 봐서는 하현과 드래곤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불확실한 임무를 속행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잡히면 그때하면 되겠지.’

시간은 많다. 그렇게 생각한 대장이 몸을 돌리려던 순간.

“멈추는 게 좋을걸?”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자신의 기척을 숨기고 접근한 적의 등장에 대장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목덜미가 움켜잡힌 것 같은 압도적인 압박감이 느껴졌다.

“무슨…….”

“가만히 있으라고.”

다시 들려온 목소리에 대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의 병사들은 여전히 아이템의 효과로 투명해진 자신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 계속해서 속삭이고 있는 이 여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지금부터 내가 물어볼 테니까 너는 대답만 해. 괜히 찾아보겠다고 눈알 굴리지 말고. 알았어?”

어디서 이야기하는지 모를 여인이 천천히 말했다. 자신이 어떻게 저항해 볼 상대가 아니다. 대장은 긴장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희 100명 모두 저기 저 최하현이라는 녀석 죽이러 온 거지?”

자신들의 수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대장은 잔뜩 긴장하며 대답했다.

“그, 그래.”

“시킨 사람은?”

“연합 길드다. 한성운 길드장의 추진으로 이뤄진 계획이야.”

대장은 정체를 모를 자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숨기지 않고 모두 이야기해 줬다. 비밀이야 어찌됐든 우선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성운…… 꽤 쓸 만한 녀석으로 컸네.”

여인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찼다. 그 알 수 없는 말에 대장이 의아해할 때, 재차 질문이 왔다.

“근데 왜 지금 뒤로 빼는 거야? 포기하려고?”

“그, 그래.”

“어째서?”

“죽일 수 없으니까. 저 주변을 봐라.”

대장의 말에 여인의 말이 잠시 멈췄다. 아무래도 하현의 주변을 살펴보는 듯했다.

“드래곤에 최상급 악마랑 천사…… 거기다 나머지 셋도 어지간한 실력자들이네. 확실히 너희들 수준으로는 접근이 어렵긴 하겠어.”

들려오는 말에 대장이 침을 삼켰다. 분명 그들을 치켜세우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여인은 전혀 긴장한 것 같지 않았다. 마치 그들을 죽이라면 죽일 수 있는 것처럼.

‘터무니없는 녀석에게 걸렸어…….’

일이 꼬여도 제대로 꼬였다. 대장은 당장 입 밖으로 흘러나올 것 같은 욕지거리를 집어삼키며 여인이 자신을 풀어주기를 빌었다.

“흐음, 좋아. 너희들, 나한테 협조해.”

“뭐……?”

“협조하라고. 그럼 내가 저 최하현이라는 녀석을 죽여주지.”

여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대장은 그 말에 어떻게? 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주변을 둘러싼 압박감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알겠다.”

“역시 암살자들은 눈치가 빨라서 좋단 말이야. 대가리에 구멍 뚫리기 전에 이렇게 잘 알아들어 주면 얼마나 좋아.”

여인은 만족스러운 듯 옅게 웃어 보였다.

방금 전까지 미간에 느껴졌던 서늘함은 분명 자신이 반문한 순간 죽음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계획 짜야 되니까 이쪽으로 와.”

여인은 자신의 위치를 말해주고 주변의 압박을 풀어주었다. 여태까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던 대장은 다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대, 대장…… 방금 전에 그건…….”

“그만.”

창백하게 질린 대원의 물음을 대장은 단숨에 일축했다. 숨을 고른 대장은 대원들과 마찬가지로 창백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우리한테는 생각이란 게 없다. 여기서 살아 나갈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해.”

대장의 말에 대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하현의 명령에 따라 전쟁터가 조금씩 정리되어 가기 시작했다. 각 세력의 희생자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각자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거리를 벌려 진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하현을 비롯한 여섯 명의 대장이 모인 천막이 존재했다.

‘기존 계획에서 수치로 따지면 지금 얼마나 이룬 거야?’

「118%. 완벽한 수준입니다.」

시뮬레이션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얻었다. 하현은 만족스러워하며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여섯 명을 바라봤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향해 살의를 발하고 있지만 싸우지는 않았다.

본래 이 중 한 두 명 정도는 납득 못 하지 않을까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일이 잘 풀렸다.

‘이제 중요한 건…… 던전 완수의 조건이겠지.’

지금 하현이 완수의 조건으로 보고 있는 것은 이 전쟁의 내막. 아멤론이 부린 술수를 까발리는 것이 완수의 조건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사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몇 번이고 협회에서 나왔었지만, 실제로 실행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믿을 리가 없었으니까.’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녀석들이 나와서 정말 믿을 수 없었던 내막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과연 믿어줄까? 분노한 천사들의 세력에 마구잡이로 공격받아 전멸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그 말을 믿게끔 만드는 상황. 하현은 그것을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이제 슬슬 이야기를 시작하지.]

하현의 부름에 여태껏 기다리던 여섯 명이 일제히 바라봤다. 하현은 그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받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 전쟁은 세계의 멸망을 노리는 자에 의해 조작된 전쟁이다. 그의 이름은 아멤론. 권위의 대천사지.]

“뭐, 뭐라고요?!”

하현의 말에 가장 반응한 것은 이멜이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분노와 당혹스러움, 불신이 뒤섞여 있었다.

“아, 아멤론 님이 그런 짓을 하실 리가 없어요.”

이멜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권위의 대천사는 그런 사악한 행동을 저지를 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존재, 창조신의 대리자라고 지칭한 자가 그렇다고 말하니 그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멤론 님이? 도대체 어째서?’

천계의 권위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모든 일을 냉정하게 보고 옳은 길을 모색하는 것이 그였다. 이멜을 본 하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타락 이유까지는 나도 정확하게 알 수 없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계수에 그가 설치한 마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계수…….”

하현의 말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클리페우스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마법에 통달한 드래곤이었기에 듣자마자 견적을 냈을 것이다. 천계에 손꼽히는 강자가 세계수를 이용해 펼치는 마법이 얼마나 위험할지.

“세계 멸망이군.”

클리페우스는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 말에 주변 다른 이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래. 말 그대로 마법진이 발동되면 세계가 멸망할 것이다.]

“그래서 그걸 막으러 왔다는 건가?”

[그래.]

“이상하군.”

고개를 끄덕이는 하현의 모습에 클리페우스가 오묘한 얼굴로 바라봤다.

“창조신께서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너를 보냈다고? 그건…… 이상한데.”

여태까지 크게 의심을 보이지 않았던 클리페우스의 눈에 의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드래곤은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다. 그렇기에 신이 어떤 존재인지 가장 명확하게 알고 있다.

신은 세상을 만들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이 멸망하든 발전하든 관심도 없는 것이 바로 신이다. 그런데 지금 신이 간섭해 온다니, 이상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이 뭐 쉽게 풀리는 게 없네.’

신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미리 생각해 뒀던 답이 맞기를 바라며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상하겠지. 창조신께서는 본디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지실 존재가 아니니.]

“그래. 알고 있군.”

[그에 대한 해답은 이렇다. 나는 이번 전쟁을 막기 위해 갓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지.]

클리페우스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이 사건이 일어나자 수습하려 한다는 그 모습이었다. 하현은 그것을 커버할 수 있는 대사를 캘시퍼와 함께 고민했고, 이 대답이 그것이었다.

[이 전쟁을 일으킬 존재는 권위의 대천사 아멤론이다. 창조신께서 그렇게 만들었지. 그리고 이 전쟁을 끝낼 존재로 만든 것이 바로 용사인 나지. 간단한 이야기다.]

창조신이 모든 것을 그렇게 만들었다면, 그냥 하현의 존재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빈틈투성이의 대답이다. 하지만 하현이 지닌 힘이 그 허점을 막아낸다.

“으음…….”

하현의 말에 클리페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솔직히 저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었다. 그가 가진 인과를 보는 권능이라면 알아낼 수 있었겠지만,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일지도 모른다.’

있을 수 없는 힘이 모조리 뭉쳐 있는데다 자신의 권능도 가볍게 막아냈다. 그 말은 즉 드래곤인 자신보다 강력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농간이 가능한 것은…… 창조신이 아니면 불가능하겠지.’

살짝 피어오르던 의심이 다시 가라앉았다. 이건 믿을 수밖에 없다. 클리페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아멤론을 죽일 건가?”

“뭐…….”

클리페우스의 말에 이멜이 눈 꼬리를 치켜세우며 무어라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클리페우스가 이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타락한 천사를 감쌀 생각인가? 천상계가 뒤틀려도 한참을 뒤틀렸군. 악마조차도 단호하게 처벌하는 것이 배반자이거늘.”

“그, 그런 말은…….”

“천사가 겉으로만 정의롭고 속은 우유부단한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지 않소.”

망설이는 이멜을 바라보며 디카르곤이 이죽거렸다. 그의 말에 이멜의 두 눈이 치켜 올라갔지만, 그보다 먼저 하현의 말이 흐름을 끊었다.

[아멤론은 죽이지 않는다.]

하현의 발언에 분위기가 또 미묘해졌다. 기껏 아멤론이 배후라고 말해놓고 갑자기 죽이지는 않는다니.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다엘린이 물었다.

“어째서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거기까지가 내가 맡은 임무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던전의 완수 조건이 뭔지 하현은 아직 알지 못했다. 세계수의 마법진만 지우는 것일 수도 있고, 진도가 확 나가서 아멤론을 죽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선은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밀고 나갈 생각이었다. 대리자가 그렇다는데 자기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전쟁은 막는다. 다만 내가 나서서 그를 죽여 전쟁을 막는다는 것인지, 너희들을 인도해 전쟁을 막는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우선은 너희들을 설득한 것이다.]

하현의 말에 대부분의 이가 납득한 듯 보였다. 얼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을 본 하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슬슬 가보지. 세계수에 있는 마법진을 없애러.]

“내가 돕지.”

전쟁이 일어난 이 장소와 세계수가 있는 곳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다른 이들의 동의를 받은 클리페우스는 바닥에 거대한 금색의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후웅!!

강렬한 빛과 함께 대장들의 모습이 천막의 안에서 사라졌다. 주변의 바뀐 모습에 하현은 천천히 눈앞에 있는 나무를 바라봤다.

‘더럽게…… 크네.’

표정 관리를 안하면 당장 입이 떡 벌어질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수라고 불리는 눈앞의 나무는 협회의 건물과는 궤를 달리할 만큼 거대했기 때문이다.

‘세계수라 불리는 게 능력뿐만 아니라 이 덩치도 한몫할 거야.’

하현은 천천히 세계수를 향해 걸어갔다.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분명 여기서 무언가 뜰 것이다. 거대한 뿌리들을 타고 올라 세계수의 밑동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하현이 손을 뻗은 순간.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반전의 마법진]

권위의 대천사 아멤론은 끊임없이 싸움으로 인한 쇠퇴와 그 이후의 발전을 반복하는 세계의 모습에 반발을 가졌다. 그 구역질나는 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아멤론은 세계를 송두리째 멸망시킬 마법진을 세계수를 이용해 만들어냈다.

세계수에 새겨진 마법진을 제거하고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라.

난이도 : SS

보상 : 종족말살전쟁의 던전 완수

-마법진이 발동되면 던전의 시간대가 초기화되고 내부에 있던 모든 생명체가 사망합니다.

떠오른 시련의 모습에 하현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시련 수락.”

-시련을 수락하셨습니다.

“진짜 마법진이 존재했군.”

세계수를 바라보던 클리페우스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수 전체를 옭아맨 채 새겨져 있는 마법진. 드래곤인 그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만한 규모였다.

“세계수의 힘이 모조리 빨려 들어가고 있어요…….”

세계수를 바라보는 다엘린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엘프인 그녀의 귓가에는 힘을 빨리면서 비명을 지르는 세계수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대부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마법진이 발동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너희들도 잘 알겠지.]

하현의 말에 여섯 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제야 그들은 확실하게 실감이 왔다. 세계의 멸망이 자신들의 코앞에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 전쟁은 그만두고 모두 협조해라. 마법진을 없애고 아멤론을 죽인다면 너희들 사이에 쌓인 오해도 모두 풀릴 것이다.]

하현의 말에 여섯 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완수의 시련도 찾았고, 협력을 할 모습도 보였다.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춰진 하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네.’

설마 가능할까 싶었는데 여기까지 막힘없이 쭉쭉 왔다. 아직 마법진의 해체가 남았지만 그거야 실패해도 몇 번이고 도전해 보면 되는 것이다.

이제 하현이 해야 할 것은 두 가지로 늘었다. 던전의 완수와, 여태까지의 고생에 대한 수확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체할 거지?”

[그에 대한 방법은 내게 있다.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현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하현은 덤덤하게, 속으로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대신 그를 위해서 필요한 게 있는데.]

“그게 뭐지?”

클리페우스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에 하현은 담담하게 대답해주었다.

[너희들의 무기.]

“……뭐?”

[전부 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