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하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왔다. 하지만 비상상태라 그런지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음…….”
걸어서 올라가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다른 방법이 없는가 하현이 고민하고 있을 때, 캘시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틀렛의 기능으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하현은 반신반의하며 건틀렛을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향해 가져다 댔다.
그러자 희미한 빛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정지된 엘리베이터가 아래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기술력이 이쪽 범위에도 적용되는 건가.’
어쩌면 엘리베이터에 마법이 더해진 상태라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하현은 건틀렛으로 보안을 뚫고 회장실이 있는 최상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최상층에 도달했고, 하현은 아래층보다 몇 배는 독한 독이 깔린 복도로 나왔다.
-극멸살혼독에 저항하셨습니다.
‘이름 한 번 살벌하네…….’
눈앞에 뜬 알림창을 슬쩍 본 하현은 천천히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부에 사람들이 훤히 보이는 회장실의 바로 앞에 놓인 의자, 강훈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현을 보고 있었다.
“네가 모든 걸 망쳤다.”
하현을 바라본 강훈은 힐난하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놈만 없었으면 회장의 협조를 받아 특공대원들이 전국의 던전에 배치되었을 거다. 그리고 이 맹독능력을 이용해 각 지역의 모든 던전들을 효율적으로 정지할 수 있었겠지.”
강훈의 말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전부 거짓말은 아니었다.
특공대원들이 보인 살혼독은 독이 통하지 않는 영체나 망자들에게 통할 만큼 강력한 독이 있었으니.
“효율적이라니. 독차지를 잘못 말한 거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살혼독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던전을 돌 수 없다. 사실상 전 지역의 모든 던전을 자기 아래로 두겠다는 뜻이 아닌가.
하현의 비꼼에 강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누군가 독차지하는 게 중요한가? 너희들이 내건 목표는 모든 던전을 없애는 게 아니었나?”
“없애는 게 목표지. 근데 너는 안 없앨 거잖아. 그리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는 강훈의 모습에 하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시간 그만 끌어, 새끼야.”
콰앙!!
복도의 바닥을 박찬 하현은 남아 있던 거리를 단숨에 압축해 강훈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앙!!
갑작스러운 기습이었지만 강훈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는 듯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막아냈다.
건틀렛을 한 손으로 붙잡은 강훈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알고 있었나?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 보면 알지. 뒤쪽에 마법진 녹고 있는 거 다 보이거든.”
사실 하현에게는 그런 마법을 보는 눈은 없었다. 대신 캘시퍼가 뒤쪽에 회장이 펼친 마법진과 그것을 깎아내는 독을 파악한 것이다.
“정말…… 네놈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나를 방해하는구나.”
최소한의 목표라도 이루자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완벽하게 막혔다. 강훈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원흉인 하현을 노려봤다. 그 날카로운 시선에 하현은 피식 웃었다.
“그건 내가 할 소리지!”
교착 상태를 풀어낸 하현이 강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나하나가 매우 강력한 공격들이었지만 강훈은 생각보다 여유롭게 하현의 공격을 흘려냈다.
‘이 녀석…… 저번이랑 움직임이 많이 다른데.’
이전에 실력을 숨겼던 건지, 아니면 이번에 강화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강훈의 신체 능력은 하현에 비해 월등했다. 털끝하나 스치지 못하는 하현의 공격에 강훈이 입가를 비틀었다.
“그 잘나신 피해면역이 전투 능력은 안 올려주는가 보지!”
후우웅!!
꽉 쥐어진 강훈의 주먹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하현의 복부를 향해 내질러졌다.
예지로 바로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하현의 반사 신경을 뛰어넘은 주먹은 곧장 몸에 꽂혔다.
콰아앙!!
강훈의 주먹을 맞고 뒤로 날아간 하현의 몸은 벽을 부수고 창문을 박살 내며 건물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이런…….”
아차 하는 사이에 건물 밖으로 쫓겨났다. 하현은 몸이 더 이상 떨어져 내리기 전에 건틀렛을 아래로 내렸다.
“방어막 생성!”
2번 기능을 이용해 방어막을 발아래에 만들어낸 하현은 그것을 박차고 다시 공중으로 도약했다.
같은 방법으로 몇 번 도약한 하현은 건물의 외벽에 주먹을 쑤셔 박아 달라붙었다.
‘그 자식…… 마법진을 기어코 녹이려나 보네.’
회장을 보호하는 마법은 거의 다 녹은 수준이었다. 회장을 인질로 삼으면 어느 정도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듯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하현은 건물의 회장실이 있는 최상층을 노려보고는 손을 빼내면서 몸을 위로 날렸다.
그러다 떨어진다 싶으면 재차 주먹을 쑤셔 박는 식으로 몇 번이고 도약했다.
쿠웅!!
1분 만에 다시 최상층으로 돌아온 하현은 복도의 끝에 있는 강훈을 바라봤다.
하현의 생각대로 강훈은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해 회장의 마법진을 녹이고 있었다.
“거기서 또 기어왔나? 대단…….”
강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이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지금부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시간을 끌려는 것에 불과하다.
“핫!”
거리를 좁혀오는 하현의 모습에 피식 웃은 강훈은 여유롭게 주먹을 휘두르려했다. 바로 그때.
“지금!”
후웅!!
“……!?”
하현의 외침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강훈의 몸이 흔들리며 주먹이 애꿎은 허공을 스쳤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몸에 쇄도한 힘에 크게 뜨인 눈으로 뒤를 봤다.
“콜록콜록!”
둘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하지만 하현 혼자서는 강훈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회장이 도운 것이다. 마법진을 풀어 중독을 감안하면서.
“이런…….”
강훈은 재빨리 하현의 행동에 대응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하현의 주먹이 쇄도했다.
퍼억!!
급히 주먹을 막기는 했지만 자세가 뒤틀렸다. 하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양팔로 강훈의 몸통을 감싸 안았다.
“넌 뒤졌어, 새끼야.”
양팔이 풀리지 않도록 꽉 움켜 안은 하현은 그대로 앞을 향해 달려갔다. 회장과 임원들의 사이를 지나 그대로 창문을 향해 달려간다.
하현이 무슨 짓을 할지 알아챈 강훈이 다급하게 팔꿈치와 주먹으로 하현을 후려쳤다.
“놔, 이 개새끼야!!”
다른 사람이라면 머리통이 터졌을 강력한 일격. 하지만 하현은 그 일격들을 가볍게 맞아주면서 건물의 창문을 박살 냈다.
쨍그랑!!!
유리창을 깨고 도약한 두 사람의 몸은 그대로 공중으로 날았다. 하현과 함께 떨어져 내리는 강훈은 이제 다 끝나간 회장실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은 닿지 않았다.
“이…… 이…… 개새끼가!!!!!”
기어고 모든 인내심이 바닥난 강훈의 눈동자에서 독기가 터져 나왔다. 그것이 변이의 시작이었다.
우드득 빠득!
하현이 안고 있던 강훈의 몸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는 강훈의 몸에 자연스럽게 양팔의 속박이 풀렸다.
“그냥 죽이지는 않겠다!”
강훈은 녹빛 껍질로 번들거리는 팔을 뻗어 하현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가까워지는 바닥을 향해 하현의 몸을 그대로 쑤셔 박았다.
콰아아앙!!!
절반을 파고든 강훈의 손.
하지만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강훈은 하현을 지면에 찍어 누른 채 마구잡이로 달려 나갔다.
콰가가각!!
“크아아악!!”
지면에 거대한 선을 그으며 한참을 달리던 강훈은 그대로 있는 힘껏 하현의 몸을 한 건물을 향해 내던졌다.
그리고 날아간 몸이 건물에 채 닿기도 전에 거리를 좁혀 있는 힘껏 주먹으로 후려쳤다.
콰아앙!!!
건물을 한 층을 박살 내며 통과한 하현은 속절없이 몸을 날렸다. 변이가 거의 끝난 강훈은 5m에 달하는 거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속도로 움직이며 하현을 두들겨 팼다.
콰앙! 쿵! 콰광!!
건물들을 부수면서 한참을 나아가던 강훈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날아가는 하현의 머리통을 향해 발을 내려찍었다.
콰아앙!
지면에 내려찍힌 강훈의 발에 주변의 땅들이 조각나 박살 나고 건물들이 뒤흔들렸다.
공격 하나하나가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그 모습은 하나의 자연재해, SS급 수준이었다.
“크르르륵…….”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괴성을 내며 강훈이 발을 꾹 짓밟았다. 변이 도중에 확 끓어오른 분노가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무의식적으로 파괴하고 지나온 거리를 본 강훈은 온몸에 희열이 스쳐 지나갔다.
‘이게…… 이게 내가 지닌 힘이다!’
그 누구보다도 호르호이의 심장을 많이 섭취한 강훈의 힘은 호르호이와 버금갈 정도로, 아니 토벌자로서 경험까지 합쳐져 더욱 강력했다.
세계를 손에 넣기 위해 꾸몄던 계획이 이제는 우습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됐을 텐데.
강훈은 속에서 터져 나오는 희열을 참지 못했다.
“이제…… 이제 이 세계는 내 것이다!!!”
후우웅!!
흥분한 강훈의 외침에 주변 일대가 뒤흔들렸다. 그 감정에 반응하듯이 몸에서 강력한 독이 터졌다.
여태 나왔던 독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독이 주변을 완벽하게 잠식해갔다.
“크하하하! 크하하하하!!!”
녹빛으로 물들어 녹아내리는 세상의 모습에 강훈의 잔혹성은 더더욱 날카로워졌다.
변이되어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성은 아주 간단하게 잠식당했다.
이대로 강훈을 저지하지 못하면 차원의 기둥이 아닌 다른 하나의 SS급 괴물이 제한 없이 난동을 부리게 될 것이다.
그 무시무시한 재앙을 앞둔 상황 속에서.
“지랄, 까고 있네.”
강훈의 발바닥에서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콰앙!
발바닥 아래에서 터져 나온 갑작스러운 공격에 강훈의 몸이 비틀거렸다. 간신히 발아래에서 빠져나온 하현은 바닥을 박차고 거리를 벌렸다.
‘윽!’
바닥에 착지한 하현은 주변에 흩뿌려진 독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캘시퍼, 이거 어느 정도야?’
「앞선 독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극독입니다. 일반적인 정화마법으로는 정화할 수 없으며 독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때까지 이곳에 올 수 없습니다. 추정 정화 시간 370년.」
무지막지한 독의 힘에 하현은 혀를 내둘렀다. 따로 처리가 불가능한 데다 그 시간이 370년이라니. 저쪽의 방사능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그래…….”
멀쩡한 하현의 모습을 본 강훈은 잠깐 멍하게 보더니 이내 알아볼 수도 없는 괴물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네놈에게는 피해면역이라는 스킬이 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다!”
강훈이 소리치자 그의 껍질 틈새에서 더 진한 독연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싸는 연기에 하현이 휘감겼을 때.
「마이스터, 현재 나타난 독은 마나의 움직임을 모두 정지시켜 각종 스킬을 봉인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캘시퍼의 재빠른 경고에 하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도 모자라 스킬까지 봉인하다니. 정말로 무지막지한 독이었다.
“크하하하! 네 피해면역의 정도의 스킬이면 조금은 버티겠지.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효과가 유지될 수 있을까!”
아무리 강력한 스킬이라도 이 독에 노출되다 보면 모두 효과가 사라진다.
강훈은 놀란 하현의 모습에 피해면역 스킬 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극진멸살혼독에 저항하셨습니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미 저항은 했고…… 문제는 이게 아냐.’
강훈의 독이 정말로 강력하기는 했지만 차원이 얽혀 있는 불간섭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기고만장하는 강훈의 모습에 하현은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도 죽이면서 이 독들도 해결해야 하는데.’
이미 강훈이 퍼뜨린 독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재빨리 수습을 하지 못하면 아직 대피가 덜 된 곳까지 퍼져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지도 몰랐다.
‘으음…… 이 일대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이…….’
생각을 거듭하던 하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그건 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었기에 곧장 부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방법밖에 없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탄식의 세계수도 레벨 차이나 가진 힘 때문에 발동률은 0%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결국 선택지는 하나다. 최대한 안전하게 펼치기 위해 하현은 눈앞의 강훈을 바라봤다.
“이제 후회해도 늦었다! 이대로 무기력하게 내게 농락당하면서…….”
“시끄러워 새끼야.”
인상을 왈칵 찌푸린 하현은 내구도가 떨어진 건틀렛을 바라보다가 강훈에게 다가갔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당당한 하현의 모습에 강훈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네, 네놈……도대체…….”
“얼마나 버틸 수 있냐고?”
스킬의 준비를 마친 하현은 눈앞에 강훈을 바라보며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너 때려잡고 범위 밖으로 나갈 시간은 충분할 것 같은데.”
“…….”
강훈의 몸이 천천히 떨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얻은 상태에서도 눈앞에 하현을 두려움에 떨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사실에 강훈의 분노는 극에 다다랐고.
“죽어!!!!”
변이로 뒤틀린 강훈의 이성은 그것을 참아내지 못했다.
콰아앙!!
사이에 벌려진 거리를 순식간에 압축한 강훈은 하현의 반사 신경을 아득히 초월한 속도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그 공격에 맞으며 하현은 눈을 부릅떴다.
‘빨라도 결국 패턴이 있다. 그걸 파악한다!’
설령 피해내지 못하더라도 예지로 공격 경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큰 이점이다.
강철의 말에 따라 하현은 강훈이 펼치는 공격의 유형들을 모조리 파악하고, 그에 적응해 나갔다.
후웅!
“……?!”
하현의 몸을 마구 두들기던 강훈의 주먹이 처음으로 빗겨나갔다. 그 공격을 기점으로 조금씩 하현은 강훈의 공격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왜! 도대체 왜!!!’
전신의 힘을 끌어모으며 매섭게 주먹을 휘두르는 강훈은 이 상황이 이해 가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단지 주체가 안 되는 이성으로 모르는 척하고 있을 뿐이다.
토벌자 생활을 수십 년이나 해온 자신이 고작 1년도 안 된 녀석의 기술에 철저하게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끝이다!”
냉정함을 가지지 못하는 강훈의 공격들을 흘려내고 피하기는 훨씬 수월했다.
원하던 수치가 모두 모인 하현이 주먹을 꽉 움켜쥐자 막대한 빛이 꿈틀거렸다.
징벌의 스킬 레벨이 오르면서 새로운 효과가 하나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전범위로 터져 나오던 폭발을 어느 정도 압축해서 원하는 범위 안에 터뜨릴 수 있는 것이다.
우우웅!!
여태까지의 격투전에서 쌓여 왔던 피해가 주먹에 집중되자 강훈의 눈이 번뜩였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폭발 전의 전조는 똑같았다.
“당할까 보냐!”
바닥을 박찬 강훈은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 폭발범위 밖으로 나갔다. 기고만장한 미소를 지은 강훈이 하현을 바라보았을 때.
“등신.”
하현은 그를 비웃으며 지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지면을 향해 터뜨린 징벌의 폭발을 추진체로 하현의 몸을 하늘위로 날아갔다. 다른 이가 사용했다면 사지가 찢겨지면서 위로 날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현은 안정적이게 몸을 날려, 건물들을 집어삼키며 넓게 퍼져가던 독연을 뚫고 높이. 위를 향해 계속해서 치솟아 올랐다.
‘엄청 퍼졌네.’
독이 퍼져가는 도시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올라온 하현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단 일격으로 도시에 퍼진 독과 SS급이나 다름없는 강훈을 죽여야 한다.
너무나도 어려운 일 같았지만, 그 일은 하현이 이미 가지고 있는 스킬로도 가능했다.
“공방전환!”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했던 스킬을 사용했다.
전신을 감싸주었던 보호막이 사라지고, 다시 한 번 살아 있다는 감각이 하현을 덮쳐왔다.
꾸드득.
위로 올라가던 몸이 멈추고,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자 하현은 도시를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불간섭의 사용 방법을 떠올렸다.
‘기의 조정보다는 어떻게 펼칠 것인지. 이미지를 잡는다!’
이전에 아오르근이 펼친 죽음의 힘을 무의식중에 상대하면서 알게 된 사용 방법. 하현은 그 방법을 떠올려 자신이 펼칠 그 광경을 강하게, 몇 번이고 떠올리고는.
“뒈져라!!!”
그대로 아래를 향해 후려쳤다.
쩌저저적!!!!
하현의 주먹에서 뻗어 나간 힘은 공중에서 넘실거리는 독에 닿으면서 순식간에 확장해 갔다. 거미줄처럼 독이 퍼져 있는 모든 공간에 퍼져 나가는 실금.
“이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강훈은 자신이 어떤 공격을 당했는지 알아차렸다.
그제야 자신이 이성을 잃으면서 가장 경계해야 했던 스킬을 경계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빌어먹…… 을..”
채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금이 간 일대가 모조리 어긋났고, 거대한 차원의 구멍이 나타났다.
후우우웅!!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의 안으로 절망하는 강훈과, 그가 퍼뜨린 독을 머금었던 도시가 남김없이 빨려 들어갔다.
-자신보다 월등하게 강한 상대와 예지를 활용하여 대등하게 싸웠습니다. 예지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제대로 된 괴물이 아닌 데다 사람을 죽인 경우가 거의 없어서 그런지 보상은 조금 짰다. 하지만 레벨은 상당히 올랐기에 그럭저럭 적당한 수준이었다.
“떨어진다!!”
하지만 하현은 그런 알림창에 신경 쓸 틈도 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자신의 상황에 핼쑥한 표정을 지었다.
“스, 스킬 해제!”
불간섭도 없이 맨몸으로 낙하던 하현은 다급하게 시동어를 외쳤다. 그리고 하현의 몸이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그대로 떨어졌다.
쾅!!
지면에 떨어져 내린 하현의 몸은 반쯤 지면에 파묻혔다. 대충 해 봐야 10초의 차이.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하현은 속으로 아주 조그맣게 다짐했다.
‘내 평생 스카이다이빙 같은 거 하나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