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
“……음?”
협회로 향하던 하현은 문득 주변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급히 자신과 반대로 걸어갔고, 앞쪽에는 여러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저건…… 협회 관리자잖아.’
익숙한 양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하현은 무언가 일이 터졌음을 직감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의 출입과 대피를 통제하던 관리자 한 명이 하현을 보더니 눈을 확 떴다.
“혹시 최하현 씨……?”
“예.”
하현의 대답에 관리자의 눈에 반가움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 터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하현이 관리자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그게…… 정체불명의 독연 때문에 협회 건물을 비롯해 이 주변 일대가 마비되었습니다.”
관리자가 하현에게만 들리게끔 설명했다. 본래라면 비밀이었지만 협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이야기해 준 것이었다.
“독연이요?”
“예, 협회의 건물을 중심으로 퍼진 독인데……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독이라서 지금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협회 건물이 중심이면 다른 협회의 관리자들은 모두 어떻게 됐나요?”
하현의 물음에 관리자가 일순간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다가 이내 결심을 한 듯 하현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현재 협회 건물의 최상층에서 회장님을 필두로 모여서 버티고 계십니다. 제때 탈출하지 못하셨는데…… 아무래도 이 독연 때문에 못나오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관리자의 말에 하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대체 무슨 독이길래 상당한 강자로 보였던 회장도 탈출하지 못하게 한다는 말인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하현은 관리자를 바라봤다.
“안쪽에 독이 얼마나 퍼져 있습니까?”
“협회 건물을 중심으로 대략 5㎞정도는 됩니다.”
“협회 관리자들을 제외하고 대피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
관리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 모습을 본 하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뜩 스쳐 지나갔다.
“협회 안에 있던 토벌자들은 모두 탈출 못했군요.”
“……예.”
협회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면 안에 있던 이들은 당연히 거기에 휘말렸을 것이다.
하현은 생각보다 일이 커진 것을 알아차리고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럼 지금 거대 길드도 안에 휘말린 상태입니까?”
“……예.”
이런 큰 사건이 터졌다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히 거대 길드였다.
하지만 오늘은 토벌자들의 핵심 인력이 협회에 몰리는 정산 날.
협회의 안에 있었던 거대 길드의 수장들과 모두 연락이 끊긴 것이다.
‘이거 일이 큰데.’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덜해 보일지 몰라도 안을 파고 들어가면 이전에 아오르근 사태와 비슷할 만큼 심각한 상태다.
던전을 총 관리하는 협회의 본부와 거대 길드의 수장들이 모두 이 안에서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 뜻은 즉 거대 길드가 소유하고 있는 던전과 협회가 소유하고 있는 던전들중 일부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도움을 요청할 토벌자들은 있습니까?”
“일단 협회 밖으로 나온 토벌자들에게 모두 도움을 요청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힘듭니다.”
관리자는 협회의 건물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워낙 떨어진 곳이라 자세하게 보이는 것은 없지만 아주 옅은 녹색의 연기가 하현의 눈에도 보였다.
“저 독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들어갈 수 있는 사람도 원활하게 전투를 할 수 없는 정도라 사실상 진입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어느 정도입니까?”
“지금 연락이 가능한 흑월 씨도 내부에서는 장시간 전투가 불가능하며 종합적인 전투력은 A급밖에 안 될 겁니다.”
관리자의 말은 터무니없이 들렸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만큼 지금 나타난 독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이상 그냥 투입하는 건 의미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고민하던 하현은 협회 쪽을 바라봤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독을 거뜬히 견디면서 본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다.
“최하현 씨가 피해에 면역이 있으신 거는 알겠지만 저 독은 정말로 지독합니다. 어쩌면…… 스킬이 소용없을지도 몰라요.”
관리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이야기했다. 아마 하현과 같이 일종의 면역 스킬을 지닌 자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낭패를 본 모양이다.
하지만 하현은 관리자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
콰아앙!!
강당의 문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강하게 흔들렸다. 그 모습을 바라본 지호는 자신의 마력을 좀 더 주입했다.
우우웅!
문을 비롯한 강당 전체를 감싼 푸른색 선들이 더욱 강렬하게 빛을 발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문은 더욱 단단해지면서 충격을 견뎌냈다.
소모되는 마력의 양은 많아졌지만 안전은 확보했다. 한숨 돌린 지호는 주변을 둘러봤다.
“으윽…….”
“쿨럭쿨럭!”
강당의 내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토벌자들은 독에 중독되어 끊임없이 고통을 호소했고, A급 이상쯤 되는 토벌자들은 그나마 멀쩡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 모두가 전투가 불가능한 상태였기에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후우. 이게 대체 무슨 지랄이야.”
입술을 깨문 지현이 강당을 바라봤다. 오늘은 토벌자들에게 축제나 다름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한 순간에 이런 아비규환을 만들어 내다니.
“강훈 그 개새끼…….”
빠드득
원흉인 강훈의 얼굴을 떠올린 지현이 이를 갈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분노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지호가 나지막하게 이야기했다.
“너도 중독이 심할 텐데. 화를 억눌러라.”
“……그래.”
지현은 생각보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끓어오르던 화를 억눌렀다.
강당 내부에 독으로 위험해 보이는 자들은 많았지만 사실 이 중에서 가장 심하게 중독된 사람은 지현이었다.
아마 지호의 응급처치와 혈화광권의 효과가 없었더라면 지금 저들과 같이 쓰러져서 앓고 있었을 것이다.
“앞에는 너무 성급했었다. 뒤를 생각했어야지.”
나지막한 지호의 말에 지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거기서 내가 그 세 놈의 대갈통을 박살 안냈으면 이 중에 3분의 1은 탈출하지도 못했을 텐데?”
강당 내부의 토벌자들을 이만큼이라도 빼 온 것은 모두 그녀가 부상을 무릅쓰고 활약한 덕분이었다.
그것은 분명 업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지호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 3분의 1은 다른 녀석들처럼 거기에 남았겠지. 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여기서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는 확률은 줄어들었다.”
인간미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지호의 말투. 그 말이 역린을 건드린 것인지 지현의 눈에서 살의가 피어올랐다.
“너…… 돌았냐?”
“예전과 변한 게 없군. 그런 생각이면 그때와 같은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
콰악!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지현의 손이 지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당장에라도 지호를 찢어 죽일 것 같은 눈빛을 보인 지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뒤지기 싫으면…… 입 닥쳐라.”
“정말…… 변함이 없군.”
지현의 모습을 경멸적으로 바라보며 지호는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지금의 상황이 두 명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당장에라도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인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두 분 다 그만하시죠.”
그런 둘의 사이로 민철이 끼어들었다.
“지금 두 분이 가장 침착하셔야 하는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현과 싸우다가 흐트러진 지호와 다르게 민철은 시종일관 차분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실수를 알아차린 지호와 지현은 감정을 억누르고 떨어졌다.
“미안.”
“추태를 보였군. 미안하다.”
두 사람의 사과에 민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보다…… 아민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옷을 정리한 지호는 자신의 근처에 누워 있는 아민을 바라봤다.
다른 이들과 달리 신음조차 흘리지 않고 희미한 숨을 내쉬며 쓰러져 있는 아민의 모습은 확실히 심각해 보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다지 좋지 않군. 중독에 마나 역류까지 겹쳐서 상당히 위독하다.”
그린 스콜피온에게서 시간을 끄는 동안 아민은 대규모 텔레포트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외부로의 이동할 수 없었고, 아민은 목적지를 다급하게 강당으로 바꿨었다.
그 갑작스러운 목적지의 변경 때문에 마나 역류 증상이 일어났고, 협회 내부에 퍼져 있던 독까지 깊게 퍼져 지금의 상태가 된 것이다.
“바깥에서 제대로 치료해야 돼. 여기서는 나도 치료할 수 있는 여력이 없으니까.”
지호의 말에 민철이 강당을 둘러봤다.
만약 지호가 아민의 치료를 위해 이 마력선을 거두는 순간 바깥에 있는 그린 스콜피온의 괴물들이 단번에 쳐들어올 것이다.
“근데 그놈들은 뭐야? 그놈들 분명…… 인간이었잖아?”
방금 전 상황을 떠올린 지현이 얼굴을 찌푸렸다. 초기에 그린 스콜피온이 독을 뿌리며 투항하라 했을 때, 지현은 혈화광권의 효과로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를 눈치채고 특공대원 한 명의 머리통을 으깨버렸다.
“뭐, 뭣!”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던 강훈은 특공대원 한 명이 죽자 심하게 당황하더니 이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었다.
“모두 변이해라!”
그 뒤로 나타난 광경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우드득! 콰득! 뿌드득!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그린 스콜피온 길드원들은 허물을 벗어냈다.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녹색 갑옷과 같은 몸을 가진 한 마리의 괴물이었다.
“키아악!!”
몇 명은 변이하던 도중 죽었지만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성공했다.
거친 외침을 터뜨린 특공대원, 괴물들은 지현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그 힘은 전보다 몇 배는 상승해 있었다.
“변이한 놈들…… 본래 B급 정도였는데 전부 신체 능력이 A급 최상 수준으로 상승했어.”
신체 능력만 따지면 A급. 그 흉악스러운 독까지 합하면 장기전으로 버텨낸다는 가정하에 S급과도 겨뤄볼 만한 최악의 괴물이었다.
“너희들 뭐 짐작 가는 거 없어?”
지현의 물음에 지호와 민철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둘 다 그린 스콜피온이 저런 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럼…… 처음부터 숨기고 있었다는 거네.”
“그렇게 되겠군요.”
처음부터 숨기고 있었다. 그 말은 이번 일 또한 철저하게 계산되어 일어난 일이란 뜻이다.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일에 지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처럼 수성하는 것밖에 안 된다. 계속해서 수성하겠다면 말이지.”
강당내부를 훑어본 지호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 말은 수성을 포기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분명 저들 중 많은 수가 죽을 것이다.
“…….”
그런 지호의 냉정한 모습에 지현은 입술을 꽉 물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호의 말대로 모두가 죽는 것보다야 일부가 죽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
“우선은 지켜보죠. 아마…… 바깥에서 지원이 올 겁니다.”
확신에 찬 민철의 말에 지호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누군지 알 것 같지만…… 아무리 그 녀석이라고 해도 이 독까지 통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지호의 말에 민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이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겁니다.”
***
-살혼독에 저항하셨습니다.
“음? 뭐야 이거.”
독연으로 자욱한 도로에 들어온 하현은 아래에 뜬 알림창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이름의 독이었기 때문이다.
‘살혼독이라면…… 예전에 때려잡았던 김태현이란 놈의 독이잖아.’
캔슬러인 그가 사용했던 독은 분명 그만이 소유한 스킬이어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여기서 그것과 똑같은 독이 나온단 말인가.
‘흐음…… 그러고 보니 이전에 강훈도 비슷한 느낌의 독을 사용했었지. 이거 뭔가 수상한데.’
확신은 내릴 수 없지만 미묘하게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그때.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간이 부었군!”
자욱한 녹색의 연기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무심하게 고개를 돌린 하현은 희미하게 보이는 윤곽을 바라봤다.
갑옷을 입었는지 조금 울퉁불퉁한 모양이었다.
“누구야?”
“굳이 알려줄 이유는 없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네놈은 죽을 거란 거다.”
그 말을 끝으로 그다지 대화는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주변의 연기들이 더욱 짙어졌다.
주변에 아스팔트가 갑작스럽게 녹아내리는 것을 보면 독성을 강화한 모양이다.
“크큭…… 네놈이 피해면역이란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 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
“흐음.”
이제는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 적의 모습에 하현은 덤덤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래도 자욱한 연기 속에서 헤매게 한 다음 죽이거나 다시 돌려보낼 생각인 듯했다.
‘확실히 번거롭네.’
일반 연기와 다르게 이 살혼독은 끈끈하게 달라붙는 느낌이 강해 떨쳐내기 힘들었다.
거기다 예지는 공격받을 때만 발동되기에 지금처럼 싸우지 않으려면 위치를 알 수 없다.
‘뭔가 뾰족한 방법이 없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
독이야 그냥 대놓고 들이마셔도 목숨에 위협은 없다. 그냥 눈앞의 녀석을 무시하고 협회로 갈까 고민하던 바로 그때.
「적의 움직임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다음 움직임 경로에 대한 추론을 시작하시겠습니까?」
귓가에 들려오는 캘시퍼의 목소리에 하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이내 씩 웃으면서 속으로 이야기했다.
‘추론해줘.’
「추론 시작하겠습니다. 나타난 예상 경로를 만들어냅니다.」
캘시퍼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무섭게 눈앞에 희미한 경로가 나타났다.
혹시나 모를 확인을 위해 하현이 살짝 움직여보자 그 경로대로 발걸음소리가 살짝 들려왔다.
“하하핫! 어떠냐! 내 존재를 찾지도 못하겠지!”
잔뜩 들뜬 적의 목소리. 아마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를 농락하고 있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 모습에 하현은 담담하게 인벤토리에서 건틀렛을 꺼내 장착했다.
“그걸 껴서 뭘 해보겠다는 거냐!”
“뭐하냐고?”
건틀렛의 피스톤을 가동한 하현이 시선을 돌렸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그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친 특공대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 눈이 마주쳤어?’
자신의 움직임을 읽혔다는 생각에 특공대원은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본래라면 올힘인 하현은 A급에서도 최상급 민첩을 지닌 특공대원을 따라잡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콰앙!
각종 칭호와 아이템, 스킬을 통해 강화된 하현의 스텟은 A급에게 꿀릴 만큼 낮은 능력치가 아니었다.
우우웅!!
혈화광권의 효과로 붉은색 기가 일렁거리는 건틀렛을 꽉 움켜쥔 하현이 따라잡은 특공대원을 바라보며 낮게 읊조렸다.
“너 때려잡을라고.”
퍼엉!
피스톤이 터지고 주먹이 맞닿은 특공대의 상체가 그 위력을 견디지 못해 완전히 터졌다.
독의 근원이었던 특공대원이 죽으면서 이 일대에 끈끈하게 남아 있던 독들이 풍압으로 순식간에 흩어졌다.
툭.
잠시나마 독이 사라진 일대에 서게 된 하현은 반밖에 남지 않은 괴물의 머리가 떨어진 바닥을 바라봤다. 그리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까불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