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
본래 차원에서 하현이 떨어져 나오면서 그 몸을 코딩하듯이 둘러지게 된 벽.
그것이 바로 지금 하현을 이 자리에 올라오게 해준 불간섭의 이론이었다.
그 효과는 절대적이었고 하현의 빠른 성장에 원동력이었지만 딱 한 가지, 불간섭의 능력에는 단점이 있었다.
‘오직 생존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았지. 그래서 지금과 같이 강한 공격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무기력해질 때가 있어.’
오직 방어에만 쓸 수 없는 수동적인 능력. 그것이 불간섭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단점이었다.
하현은 언제나 그에 대해 자각했었고, 그렇기에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며 강해졌었다.
바로 그때, 강철이 하현에게 한 가지 제안했었다.
‘캘시퍼 때 피해 면역 스킬로 연계해서 넘어뜨렸었지? 그럼 내가 연계해볼 만한 새로운 스킬을 주마.’
그렇게 전수해 준 강철의 스킬을 처음 사용했을 때, 하현은 정말 오랜만에 공포를 느꼈다.
여태까지 이 세계에서 자신을 굳건히 보호해 주던 힘이 사라졌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스킬만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런 다짐이 무색해지게도 그 순간은 빠르게 찾아왔다.
“공방전환!”
-공방전환이 적용되었습니다. 힘과 체력의 수치가 전환됩니다.
-방어 계열 스킬이 공격 계열 스킬로 효과가 전환됩니다.
알림창과 함께 낙하하는 하현의 몸에 낯선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 세상에 오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목숨에 위협을 느낀다는 그 감각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하현의 몸이 불간섭을 본래대로 되돌리려고 했다.
‘바꾼다!’
하지만 하현은 그 의지를 걷어차고 스킬의 효과로 바뀐 불간섭을 받아들였다.
쿠그그그!
불간섭의 빈자리를 채워주듯 하현의 주먹에 낯선 힘이 들어찼다.
오직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던 불간섭이 하현의 의지에 따라 절대적인 공격력으로 변했다.
불간섭(Lv.???) : 패시브.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당신은 이 차원에 존재한 모든 것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공격에 적중한 이를 차원의 건너편으로 보내버립니다. 소모 마나:0
-집중에 따라 스킬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최강의 방패를 없애고 얻은 최강의 창. 하현은 그 힘을 떠올리며 자신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 아래에는 자신보다도 숱한 위험을 겪은 S급 토벌자들이 질린 괴물, 망자의 왕 아오르근이 있었다.
죽음의 힘을 억제 당했을 지라도 자신보다 명백하게 강한 괴물.
그 압도적인 괴물과 불간섭 없이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하현은 이를 악물었다.
왜 싸워야 하는지 공포가 치밀어 올랐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후회가 치고 들어왔다.
‘정신 차려라!’
그 복잡한 감정들을 모조리 찢어발기면서 하현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우우웅!!
하현의 주먹에 공간이 일그러졌다. 강철이 자주 보여주었던, 기백으로 인한 착각이 아닌 정말로 하현의 힘에 의해 공간이, 차원이 일그러졌다.
“뒤져라!!”
두려움을 떨쳐내듯이 하현이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일그러진 주먹이 매섭게 아오르근의 몸을 향해 휘둘러졌고.
쩌적!
주먹이 맞닿은 아오르근의 머리에 금이 새겨졌다.
마치 거울에 비친 모습에 금이 간 것처럼 이질적 풍경이 하현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건…….]
챙!
아오르근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금이 간 곳이 깨지면서 주변으로 조각이 흩날렸다.
그와 동시에 그곳에 생겨난 검은 구멍 안으로 조각들이 빨려 들어갔다.
‘됐다!’
사라진 아오르근의 머리에 하현이 속으로 쾌재를 내질렀다.
일반적인 공격이라면 모르지만 방금 하현이 펼친 공격은 그 어떤 존재도 죽을 수밖에 없는 공격이다.
그걸로 머리라는 급소가 사라졌으니 아오르근이라도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그때.
[떨어져라.]
머리가 없는 아오르근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팔을 휘둘렀다.
그 의지를 따라 바닥에서 솟아오른 거대하고 날카로운 뼛조각들이 하현을 덮쳤다.
“큭!”
갑자기 자신을 노리고 들어온 공격에 하현은 다급하게 주먹을 휘둘러 뼈와 맞부딪쳤다.
쩌적!
앞전과 같이 뼈에 거대한 금이 새겨졌고, 하현의 몸을 꿰뚫으려던 뼈의 앞부분이 산산조각 나며 사라졌다. 하지만.
콰아앙!!
아오르근이 내뿜은 힘의 여파로 하현의 몸은 뒤로 날아갔다. 공격은 막아냈지만 그 뒤로 따라오는 후폭풍은 막지 못한 것이다.
콰드드득!!
거리가 크게 벌어지면 죽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현은 재빨리 지면에 주먹을 쑤셔 박아 날아가려는 몸을 다잡아 앞을 바라봤다.
[……위험한 힘이군.]
머리가 없는 아오르근이 하현을 바라봤다. 방금 하현의 공격은 확실하게 유효했다.
아오르근을 이루고 있는 몸의 일부를 완벽하게, 회생이 불가능하도록 차원의 저편으로 보낸 것이다.
[모든 것을 죽일 수 있는 힘이라니. 한낱 생명이 가지기에는 너무나도 강대한 힘이다.]
하지만 하현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한 가지 착각한 것이 있었다.
아오르근과 같은 존재에게 신체 부위는 그저 보여주는 용도에 지나지 않았다.
[네 어리석음으로 다른 것들을 죽이게 둘 수는 없다.]
인간에게는 쓸모없는 손가락 한 마디조차 아오르근에게는 하나의 존재다.
그 말인즉.
[그러니 이곳에서 죽음을 받아들여라.]
아오르근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없애지 못하면 죽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쿠구구궁!!
처음으로 적의를 드러낸 아오르근의 의지에 따라 주변의 땅이 뒤흔들렸다.
성역선포로 인해 아오르근은 자신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인 죽음의 힘은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그 힘이 없다고 해도 아오르근이 지닌 권능은 S급 토벌자 두 명 정도는 가뿐히 죽일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힘이었다.
콰아아앙!!!
하현을 에워싸듯 지면에서 수십 개의 뼛조각들이 튀어나와 아래로 내려 꽂혔다.
비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창. 패닉에 휩싸였던 하현이 이를 악물었다.
‘얼빠지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공격이 실패한 것은 실패한 것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처음에 실패했다면 다음 일격에 죽이면 된다. 하현은 이를 악물고 자신의 주먹을 휘둘렀다.
쩌저적!!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힘들을 절제하며 눈앞에 있는 뼈들을 후려쳤다. 주먹과 맞부딪친 뼈들이 산산조각 나고 하현은 뼛조각들 사이로 몸을 내던졌다.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것이 아닌, 예지를 통해 경로를 파악하고 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콰과과광!!!
하현은 예지로 만들어낸 길로 망설임 없이 달려 나갔다.
뼈들이 스치고, 갑옷이 부서지더라도 발은 멈추지 않았다.
투웅!
아오르근의 지팡이가 땅을 후려치자 박혀 있던 일곱 개의 보석 중 하나가 빛을 발했다.
그와 동시에 지면이 크게 요동치면서 흙과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골렘이 나타났다.
[인공 골렘]
레벨 : 473
탄생의 보석으로 만들어진 골렘이다. 주변의 재료에 따라 특성이 정해진다.
특성 : 약한 내구력. 빠른 회복력
레벨도 높고 특성도 까다롭다. 망설일 때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하현이 외쳤다.
“신의 축복! 엘프의 축복! 화신화!”
액세서리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버프들을 외쳤다.
모든 능력치를 2배 이상 올려주는 신의 축복과 민첩을 2배 증가시키는 엘프의 축복, 그리고 모든 능력치를 3배 증가시켜주는 화신화가 적용되었다.
꾸드득.
버프의 힘을 받은 하현의 근육이 여태껏 발휘해 보지 못한 영역의 힘을 뽑아냈다.
콰앙!!
지면을 박찬 하현의 몸이 탄환처럼 아오르근을 향해 튀어나갔고, 그 앞을 가로막듯이 골렘이 막아섰다.
쩌쩍! 챙!!
하지만 하현은 매우 간단하게 골렘을 꿰뚫고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자신의 앞까지 온 하현의 모습에 아오르근의 지팡이 중 다른 보석이 또 빛을 발했다.
“어딜!”
지금 가장 큰 걸림돌은 아오르근의 반쪽짜리 힘이 아닌 저 무구였다.
하현은 재빠르게 지팡이를 쥐고 있는 아오르근의 손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채앵!
손이 사라지면서 지팡이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하현은 그대로 발을 휘둘러 지팡이를 후려쳤다.
온갖 버프를 얻은 하현의 발길질에 지팡이는 순식간에 전장에서 이탈했다.
‘됐다!’
가장 큰 위협은 제거했다. 하현은 전신에 감각을 곤두세우며 아직 위세가 죽지 않은 아오르근과 마주섰다.
‘온다.’
대화는 필요 없다. 하현은 자신을 노리고 나타난 공격 경로들을 바라봤다.
아직 보이지 않지만 언제 지면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뼈들이 하현의 눈에는 보였다.
‘앞으로!’
그 사지나 다름없는 공격 경로들의 안으로 하현이 걸어 들어갔다.
동시에 지면에서 솟구쳐 올라온 뼈들이 하현의 숨통을 끊기 위해 사납게 달려들었다.
하현은 쥐었던 주먹을 풀고 그대로 손바닥을 휘둘렀다.
꼭 공격이 주먹으로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맞부딪친 뼈들은 모두 조각나며 사라졌고, 갈 수 없었던 길이 앞에 생겨났다.
‘이번에 끝장을 내야 한다!’
아오르근도 바보가 아니다. 이번과 같은 위험을 겪었다면 분명히 하현이 가진 힘에 대해서 경계할 것이다.
즉 이번에 살아 돌아가더라도 다음에 아오르근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어진다.
그 절박함을 원동력으로 하현은 더 앞으로 나아갔다.
파칵!
평소보다 몇 배는 강력해진 신체 능력과 절대적인 공격력을 지녔지만 아오르근의 공격은 그 못지않게 강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최소한의 방어만을 고집하는 하현의 갑옷에 상처가 늘어났다.
수백, 수천의 뼛조각들과 맞서 싸우면서 상처가 그 정도밖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은 일종의 기적이었다.
하지만 상처는 계속해서 중첩되었고, 마침내 한계에 다다른 갑옷들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빠각!
수십 번이고 아오르근의 공격에 두들겨 맞은 갑옷이 떨어져 나갔다.
철옹성과 같이 보호되었던 갑옷 속에서 드러난 하현의 맨몸. 그 약점을 발견한 뼈들은 더욱 집요하게 노려왔다.
우드득! 콰작!
단 하나의 약점이 생긴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변한다.
불간섭이 있었다면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맞는 순간 그것은 치명상이 되며, 하현은 죽을 수도 있다.
“허억! 허억!”
전투 강행을 통해 떨어진 체력은 곧장 채웠다. 하지만 하현은 전신을 옥죄어오는 정신적 압박감에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저 기분으로만 체감하고 있던 죽음이 자신을 향해 점차 다가왔다.
‘죽는다…….’
투구의 절반이 벗겨지고, 드러난 볼에 뼛조각이 스쳤다. 평소라면 메마른 소리와 함께 얼굴이 뒤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푸슉!
날카로운 뼛조각에 배어진 볼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따끔한 고통과 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핏물이 하현의 정신을 일깨웠다.
자신이 죽을 수 있는 몸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갑옷 파손 부위 64%. 남은 생명력 97%. 토벌 가능성 43%. 후퇴를 권유합니다. 마이스터.」
‘지금 당장 도망치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를 텐데.’
혼자서 살아남는 것보다 싸우는 게 낫다. 그 생각이 지금 바뀌었다.
당장 몸을 돌려 도망쳐야 한다고 머리와 캘시퍼가 시끄럽게 외쳐 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생각과 다르게 하현의 몸은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푸욱!
「남은 생명력 84%」
어깨를 뼈로 꿰뚫리며 살점이 날아갔다. 이곳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격통이 하현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머릿속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 감각에 죽음의 공포가 되새겨졌다.
빠드득!!
그 고통을 잊기 위해서 하현은 이를 악물었다. 그 악문 이가 시려오고,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것을 무시한 채 몸과 정신을 채찍질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아오르근의 앞에 당도했다.
쩌적!!
처음으로 후려친 주먹이 아오르근의 왼쪽 가슴을, 쉬지 않고 휘두른 다음 주먹이 오른쪽 어깨를 날려 보냈다.
「아오르근의 생명력 : 67%.」
캘시퍼가 알려주는 아오르근의 생명력만을 생각하며, 하현은 쉴 새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남은 생명력 : 5…….」
자신의 생명력을 알려주는 소리는 희미하게 들려왔다. 지금은 우선시해야 할 것이 그것이 아니라고 머릿속에서 소리쳤다.
하현은 그 외침에 따라 눈앞의 적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아오르근의 생명력 : 18%.」
오른쪽 팔이 모두 사라지고, 가슴의 절반 이상이 소멸했으며, 이제 성히 남은 것은 왼팔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아오르근의 죽음이 눈앞에 보였다.
‘곧…… 이제 곧!!’
최후를 눈앞에 둔 하현의 눈동자가 빛을 내며 주먹이 다시 한 번 휘둘러지려 했다.
푸욱!!
그리고 팔뚝만 한 뼈가 하현의 배를 관통했다.
“커억!”
여태까지 느껴왔던 고통이 무색해질 만큼 강렬한 고통.
전신이 마비되고 머릿속이 백지처럼 변했다. 축복들은 곧장 하현의 몸을 치료하려 했다.
[훌륭했다. 하나 거기까지다.]
하현과 마찬가지로 만신창이가 된 아오르근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일렁거렸다.
성역선포의 효과가 한계에 다다랐고, 아오르근이 지닌 진정한 힘이 드러나고 있었다.
푸화아아아악!!!
아오로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죽음의 힘이 주변을 휩쓸었다. 그 막대한 힘에 하현의 몸을 둘러싼 축복들이 조금씩 깎여 나갔고, 상처의 치료가 더뎌졌다.
화신화의 효과로 아오르근과 같이 급소의 개념이 사라졌기에 즉사는 피했다.
하지만 처음 느껴보는 고통과 전신을 갉아먹는 죽음의 힘에 하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제 죽음을 받아들여라.]
아오르근의 몸 주변으로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피어올랐다.
여태까지 모래로 만드는 것이 아닌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영혼까지 완전히 죽여 버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이었다.
하현이 자신의 힘을 맞고도 무사했던 모습을 떠올린 아오르근이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 펼친 가장 강한 공격이었다.
그 힘을 눈앞에 둔 하현은 붕 뜬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죽는 건가?’
방금까지 전신을 갉아먹던 고통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한 자릿수로 떨어진 하현의 생명력은 이제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방어로 전환하면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 다시 시동어를 외치는 순간, 그 짧은 시간 안에 아무것도 못하고 죽으리라.
‘그러면 저 녀석이라도 죽여야지.’
자신이 죽는 것은 이미 확정되었다, 아니, 한 가지 길이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아오르근은 반드시 죽여야 했다.
하현은 자신의 손이 아닌 것 같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쿠구구구궁!!!
계속해서 팽창되던 죽음의 힘은 주변의 지형, 공기, 마나를 모두 남김없이 죽이면서 하현을 향해 쏟아졌다.
피할 곳 없는 죽음의 해일의 앞에 하현은.
쩌저적!!
두 손을 찔러 넣었다.
[뭣…….]
처음으로 놀란 아오르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현을 집어삼킬 것 같던 거대한 해일이 작은 하현의 두 손에 찔린 것만으로 멈췄다.
여태까지 하현의 힘은 주먹에 부딪친 곳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쩌저저적!
하지만 이번에는 하현의 손을 집어넣은 곳을 중심으로 해일 전체에 거대한 금이 펼쳐져 있었다.
흐릿한 눈빛 속에서 빛을 발한 하현이 두 손을 옆으로 찢었다.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해일이 깨져나갔다. 그 뒤로 들어난 아오르근의 모습을 본 하현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벌어진 거리를 좁히기에는 몸에 더 이상 힘이 남지 않았다.
「남은 생명력 : 3%.」
꽈드드득.
그렇기에 하현은 머릿속의 그 광경을 상상하며 있는 힘껏 주먹을 앞을 향해 내질렀다.
허공에 맞닿은 주먹은 거기에 벽이 있는 것처럼 멈췄고.
쩌저적!!
아오르근이 서 있는 곳을 비롯해 눈앞에 있는 건물들 절반을 휩쓸어버릴 만큼 거대한 금이 새겨졌다.
[또 막지 못하는 것인가…….]
「남은 생명력 : 2%.」
허무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금이 일그러졌다.
어긋난 공간 속에 담겨져 있는 아오르근의 몸이 조금씩 먼지로 변했다.
채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주변의 공간이 모두 박살 난 채 사라졌다.
먼지로 변하던 아오르근의 몸도, 주변의 건물들도 모두 거대한 검은색 공간으로 빨려들어 갔다.
털썩!
이제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아차린 하현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생각에 의식이 흐려졌다.
「남은 생명력 : 1%.」
눈동자에 남아 있는 빛이 조금씩 꺼져가던 그때.
-망자의 왕 아오르근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섰습니다.
-차원의 기둥이 소멸되며 차원의 틈이 안정화됩니다.
-죽음의 앞에 선 한계에 다다른 싸움에 승리하였습니다. 칭호 ‘불사의 전사’를 획득하셨습니다.
-죽음을 쓰러뜨린 인간이 되었습니다. 칭호 ‘진정한 죽음’을 획득하셨습니다.
-가장 높은 공헌도로 인해 망자의 왕 아오르근의 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탄식의 세계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하현의 승리를 알리는 알림음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