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68화 (68/158)

# 68

“사상자는 얼마나 되죠?”

핼쑥한 라젤린의 물음에 진한이 침울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사상자는 총 32명. 모두 전이에 늦었던 이들이었습니다.”

“그 뒤로 일어난 피해는 어떤가요?”

“이동 속도가 느리기에 인명 피해는 없지만…… 그가 지나가는 반경 1㎞는 모조리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진한의 대답에 라젤린의 얼굴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실책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고 해도 토벌에 참가한 사람에 큰 차이가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자신이었을 텐데 어째서 말리지 않았던 것일까.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그래,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차원의 기둥을 물리치면서 나타났던 긍정적인 효과와 자신들의 힘에 대한 자만.

그것이 라젤린으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했었다.

그 한 번의 실수로 32명의 사상자가 생겨났고, 이제는 얼마나 더 피해자가 추가될지 모른다. 라젤린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후우…….”

계속해서 몰려오는 죄책감에 라젤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지금 계속 이렇게 침울해하는 동안에도 피해는 늘어난다.

지금은 냉정해질 때라고 생각하며 라젤린은 자신의 머릿속을 다그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내 조금 차분해진 표정으로 진한을 바라봤다.

“S급 토벌자들 중에 부상을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죠?”

“예, 하현 씨의 재빠른 대처로 사상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전력 자체에 대한 피해는 없었다. 이전과 같이 완벽한 마법진의 준비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엇비슷하게 공격의 준비는 가능하다.

‘다른 문제라면 아오르근이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지…….’

아오르근이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뒤 토벌자들은 이유를 알기 위해 다시 한 번 정보를 확인해 봤다.

그리고 그 원인을 알아차린 이들은 모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모든 것의 종착점, 죽음을 관장하며 죽음 그 자체인 존재다.’

죽었음에도 되살아난 그 이유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아오르근은 죽음 그 자체였고, 그렇기에 이미 그 상태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즉 언제나 죽어 있는 것이었기에 생명력을 모두 깎아 죽이더라도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이제 도망치는 것도 안 돼.’

단순히 죽일 수 없다는 것은 그나마 나았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아오르근을 죽인 뒤 추가되었던 정보였다.

-아오르근이 죽음으로써 이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일주일간의 활동 제한이 사라집니다.

이제 아오르근은 SS급 괴물이 가지고 있던 기간 제한이 없다.

즉 이곳에 모든 생명들을 죽일 때까지 계속해서 움직인다는 뜻이었다.

‘성검이라도 있었다면…….’

오드리히가 역사 속에서 휘둘렀던 성검. 단순한 무기가 아닌 라젤린 개인의 힘을 뛰어넘는 강대한 신성력을 지닌 신기.

그것만 있다면 아오르근을 완전히 죽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성검을 입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과거 아오르근을 물리쳤던 용사를 소환할 방법도 없었다.

‘방법…… 다른 방법이 필요해.’

라젤린은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자신의 머리를 정리했다.

지금은 유효한 수단만을 떠올려 피해를 줄이고 아오르근을 퇴치해야만 했다.

“지금 다른 분들은 어떻죠?”

“다들 다음 싸움에 대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충격이 큰 탓인지 사기는 떨어져 있습니다.”

여태까지 S급으로 살아온 그들에게 있어 아오르근이 보여준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캘시퍼 때는 하현의 활약으로 느껴보지 못했던 절대적 강자에게 느끼는 무기력함.

여태까지 절대적 강자에 속해 있던 그들은 아오르근에게 그것을 처음 느꼈다.

“나중에 나서주기만 해도 다행이겠군요.”

본래 강하던 자들이 한 번 심지가 꺾이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상황이 최악에 최악을 거듭하자 라젤린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만약 아무런 방법이 없다면 내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던 라젤린의 머릿속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최하현 씨는 지금 뭘 하고 계시죠?”

“아. 그게…….”

***

모래로 엉망이 되어 있는 거리의 위. 하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토벌 가능성.’

「아오르근 토벌 가능성. 0.2%.」

‘성공할 수 있는 경우의 방법은?’

「강력한 신성력으로 아오르근의 근원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라젤린이 소유한 신성력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전투를 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이스터.」

캘시퍼의 단호한 대답에 하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오르근의 뒤를 쫓으며 그 흔적에서 토벌의 가능성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매번 돌아온 대답은 똑같았다.

‘가능성이 없다, 전투를 피해라. 진짜 답이 없는 모양이네.’

이전에 영상에 봤던 것처럼 오드리히가 성검을 들고 나타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현은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대로 놔두면 나만 살아남잖아. 그런 끔찍한 세상이 대체 어디 있겠어.’

이번 전투로 알게 된 사실은 아오르근이 아무리 강력하던 간에 하현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하현을 더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생명에 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아오르근은 이곳에 있는 모든 생명을 죽이려 든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아오르근의 손에 죽게 될 것이고, 결국 아오르근과 하현.

둘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 세상은 살아도 의미가 없지.’

그때는 정말 살아가는 것이 고역처럼 느껴지고, 자살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하현은 그 누구보다도 아오르근을 잡아야만 했다.

‘지금 필요한 건 방어력보다 강력한 공격력인가.’

아오르근에게 확실하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절대적인 공격력. 지금 하현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곰곰이 고민에 잠긴 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이렇게 고민도 안 하지.’

레벨 업을 해서 더 강해지면 어떨까 싶지만 시간도 문제고 단순히 물리적인 공격력은 아오르근에게 통하지 않는다.

신성력처럼 뭔가 독특하면서도 강력한 힘이 필요한 것이다.

‘나한테 그런 힘이…… 힘이…….’

하현은 자신이 배웠던 전투 기술, 가지고 있는 스킬들을 모두 되새김질했다.

어쩌면 자신이 가진 힘에 돌파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찾았다.

“아.”

그 순간.

하현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이전에 강철과의 수련을 떠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놀라서 벌벌 떨었던 바로 그때.

‘혹시…… 그거라면……?’

하현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캘시퍼에게 스킬의 효능을 첨부하며 토벌 가능성을 점쳐 봤다.

그때 보였던 힘이라면, 그거라면 분명 약간의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오르근 토벌 가능성」

‘…….’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현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33%」

‘……정확도는?’

「98.27%입니다.」

캘시퍼의 결과에 하현의 입이 떡 벌렸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캘시퍼를 통해 가능하다고 증명 받았다.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활로에 하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만약 그 방법으로 응수한다면…… 지금 필요한 건…….’

하현은 자신의 액세서리들을 바라봤다. 지금도 성능으로는 아쉬울 것 없는 상등품들이었지만 하현이 바라는 조건에는 조금 미흡하다.

‘이 디버프들이 문제네. 뭔가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머리를 굴려보던 하현의 눈길이 인벤토리 한 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두 개의 상자를 향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이번에도 해답이 나왔다.

‘이거면…… 이거면 충분히 된다.’

물론 실패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하현은 그 경우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여기서 도망가 봐야 남은 인생은 죽는 게 좋을 만큼 끔찍한 인생이 될 것이다.

‘싸운다. 그리고 이기면 그만이야.’

결심을 한 하현은 휴대폰을 꺼내 진한에게 연락했다. 몇 번의 수신음 끝에 전화를 받은 진한이 대답했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이번 토벌의 실패로 진한의 목소리에는 조금 피곤함과 절망이 깃들어 있었다. 하현은 그런 진한에게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아오르근, 잡을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지요.

하현의 말에 진한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이전에 캘시퍼 때도 허무맹랑했지만 이뤘던 경과가 있다.

그에게 하현의 말은 사소한 것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완전히 설명해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싸울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실 수 있으면 충분히 가능해요.”

-싸울 수 있는 환경 말씀이십니까?

피해면역인 하현이 싸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니.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진한은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음…… 지금 그쪽으로 저희가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라젤린 님과 다른 S급 토벌자분들을 모시고 이야기 나누시죠.

“예, 좋아요.”

전화를 끊은 하현은 진한이 보낸 마법사를 기다렸다. 잠시 후 하현의 앞으로 마법사라 나타났고, 그를 이끌고 어떤 장소로 텔레포트했다.

그 안에는 이미 진한에 의해 모인 S급 토벌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다들 상태가 말이 아니네.’

이전의 전투는 그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는지 모두들 약간 사기가 내려가 있었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것은 흑월과 강철, 이 두 사람뿐이었다.

“그래서…… 그 방법이라는 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하현을 바라보며 라젤린이 진지하게 물었다. 이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희망은 하현밖에 없었다.

그 말고는 다른 사람이 아오르근을 죽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한테는 아오르근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스킬이 있습니다. 대신 그 스킬에 적중하기 쉽게 하기 위해선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현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다. 기대와 의심, 두 가지의 감정이 섞인 시선들이 하현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하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자신의 조건을 이야기했다.

“처음과 같이 성역선포로 아오르근의 죽음의 힘을 억누르고, 공중으로 떠오른 아오르근의 몸을 지상으로 쳐 박는 것. 그게 저한테 필요한 환경입니다. 그 외에는 몇 가지 아이템의 지원만 있으면 돼요.”

“정말 그것만으로 충분한 건가요?”

하현의 요구에 라젤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오르근을 죽일 수 있는 조건치고는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물론 여기 제가 미덥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현은 고개를 돌렸다. 노골적으로 의심과 분노가 섞인 시선을 보내는 강훈을 흘끔 바라본 하현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 방법은 이것뿐이고, 실패하면 먼저 죽는 것은 접니다. 담보로 잡히는 게 제 목숨이니 부디 협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몰라도.”

뚜렷한 방법이 없으면 그냥 협조해라. 하현의 말에 몇몇 이들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하현은 이미 자신들이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 SS급 괴물을 잡는데 큰 활약을 펼쳤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하현 씨가 바라는 대로 모두 협조하겠습니다. 혹시 이 결정에 반대하시는 분은 계신가요?”

라젤린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현의 말대로 다른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느니 그냥 지금 뭐라도 해보는 것이 낫다.

“그럼 지금부터 하현 씨가 제안한 작전에 따라 움직이겠습니다. 모두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토벌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바라보던 라젤린이 고개를 돌려 하현을 바라봤다.

“부디…… 하현 씨가 생각한 그대로 이뤄 내주시길 바랄게요. 목숨을 보존하시면서요.”

걱정이 담긴 라젤린의 말에 하현은 씩 웃어보였다.

“걱정 마세요. 절대 죽지는 않습니다.”

***

“거짓말이었지만 말이지…….”

빌딩의 옥상에서 대기한 하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라젤린을 안심시키기 위해 여태까지 그런 것처럼 안 죽는다고 대답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뭐…… 내가 잘해서 안 죽으면 그만이겠지.’

벌써부터 그 사실에 벌벌 떨면서 불안해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하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손에 들린 타락한 하이룬의 펜던트와 지하계 상자를 바라봤다.

‘이게 되냐에 따라 성공 확률도 달라지니까…….’

하현은 지하계 상자의 설정에 정화를 입력하고 손에 들린 타락한 하이룬의 펜던트를 바라봤다.

그리고 속으로 자신의 생각이 적중하기를 빌며 상자를 개방했다.

-타락한 하이룬의 펜던트가 정화되었습니다. 본래의 힘을 되찾았습니다.

하이룬의 펜던트(레전드)

내구도 120/120 마법방어력 130

성녀 하이룬이 용사 오드리히에게 건네준 펜던트다. 신의 가호와 축복이 서려진 펜던트로 하이룬의 신성력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하이룬의 신성력이 몸에 깃들게 됩니다. 신성력의 효과로 마나 재생력이 300% 상승하고 전 스탯이 25%증가합니다.

-스킬 ‘신의 축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화신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됐다.”

상자는 선택한 것을 만들어준다.

그러면 이 저주받은 아이템들도 본래대로 되돌릴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하현의 생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럼 이것도…….’

하현은 벨포트 수성전에서 얻은 상자로 엘로든의 귀걸이를 꺼내들었다.

-엘로든의 귀걸이가 정화되었습니다. 본래의 힘을 되찾았습니다.

엘로든의 귀걸이(에픽)

내구도 70/70 마법 방어력 80

엘프의 대장로였던 엘로든이 착용한 귀걸이입니다. 대장로의 직위를 증명하는 물건으로 대장로의 권능이 깃들어 있습니다. 숲의 힘이 서려 있습니다.

-마나량 3,000 증가. 마나 회복량 250%증가.

-민첩과 지력 스탯이 15% 증가합니다.

-착용하는 즉시 대장로의 권한을 회득합니다.

-스킬 ‘자연동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엘프의 축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좋아진 하이룬의 펜던트와 달리 엘로든의 귀걸이는 스탯 증가율이 20%에서 15%로 떨어졌다.

대신 마나량과 회복량이 증가했고 새로운 스킬도 생겨났다.

‘그래도 이쪽이 더 이득이지.’

새로 생긴 버프들의 효과는 모두 좋았고 나중에 팔 수도 있다.

하현은 성공적으로 정화가 끝난 장비들을 모두 착용했다.

‘흐음. 감촉이 익숙지 않네.’

평소와는 다른 감촉에 하현은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여태까지 늘 입던 슈트를 벗고 협회에서 제공해 준 최상급의 무기와 방어구, 액세서리로 무장했다.

기분은 다소 미묘했지만 전체적인 능력치는 2배 넘게 상승한 상태였다.

‘이걸로도 충분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현은 자신이 입고 있는 장비들을 내려다보다가 아오르근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결전의 장소로 오고 있는 아오르근은 역사 속에서 본 그대로였다.

천천히 오고 있었지만 주변 일대 전체에 죽음을 내리는 무시무시한 모습.

하현은 그와 단신으로 맞섰을 오드리히에게 새삼 감탄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잡는다.’

-칭호 ‘시민의 영웅’이 발동됩니다. 전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낯간지럽구만.’

발동된 칭호의 효과에 피식 웃은 하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기동요새 건틀렛 대신 협회에게 빌린 신속의 건틀렛의 얇은 감촉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콰아앙!!

그 순간 아오르근이 있는 곳에 황금색 빛과 8명의 토벌자들이 싸우는 모습이 하현의 눈에 들어왔다.

이제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은 하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했다.

쿠우우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빛의 기둥이 아오르근의 몸을 내려쬐었고, 수십 미터를 떠올랐던 몸이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그 순간.

“지금이다!”

옆에 나타난 지호가 하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약간의 이질감과 동시에 주변 공간이 변하면서 아오르근의 머리 위로 이동되었다.

“후퇴!”

자신이 나타난 것을 본 다른 S급 토벌자들과 지호가 물러났다.

이제 이곳에서 싸우는 것은 혼자였다. 지면에 자리 잡은 아오르근을 바라본 하현이 마음을 다졌다

‘간다!’

아래로 추락하듯이 떨어져가던 하현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오르근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무기, 자신이 지닌 스킬의 시동어를 외쳤다.

“공방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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