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67화 (67/158)

# 67

교차로의 위에 나타난 죽음에 모든 이들의 몸이 굳었다.

후우우웅!!

휘몰아치는 모래폭풍 속에서 아오르근이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세계가 일그러졌다.

모래로 변하는 범위는 점차 넓어졌고, 건물들은 무너져 내렸다.

“…….”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아오르근의 모습에 포격 담당의 마법사들이 모두 침을 삼켰다.

초토화되는 주변 풍경과 주변에서 죽어가는 마나들이 저 존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었다.

“포격 준비해라.”

그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지호가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공격을 준비했다.

마법진이 가동되어 가는 것을 본 지호가 귀에 손을 대며 이야기했다.

“포격 준비 중입니다. 시작하시죠.”

“예.”

빌딩의 옥상. 파리한 안색의 라젤린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며 두 손을 모았다.

황금색의 기운이 손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그녀가 선 발아래로 흘러들어갔다.

후우우웅!!

빌딩의 옥상부터 시작된 선은 아오르근이 나타난 교차로 부근을 전부 감싸는 황금색 기둥을 만들어냈다.

신성한 빛을 띤 기둥은 아오르근 주변에 넘실거리는 죽음의 힘을 막아낼 만큼 강력했다.

쿠우우웅!!!

라젤린의 신성력을 빨아들인 마법진이 점차 그 빛을 강하게 내뿜으며 굵어졌다.

하나, 둘, 셋, 거대한 마법진의 안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마법진들이 톱니바퀴 굴러가듯이 움직였다.

콰앙!!!

수십, 수백, 수천 배로 증폭된 라젤린의 힘이 아오르근의 주변을 짓눌렀다.

주변으로 퍼지던 아오르근의 힘은 이제 완벽하게 통제되었고 기둥의 안으로 완전히 잡혀버렸다.

“크윽…….”

생명력을 소모하면서까지 뽑아내는 신성력에 라젤린의 입가로부터 피가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라젤린은 힘을 멈추지 않고 마법진의 발동량까지 뽑아내었다.

후우웅!

라젤린의 몸에서 마지막으로 뿜어져 나온 황금빛이 마법진 전체를 채웠고, 도시 전체를 둘러싼 마법진이 황금빛으로 공중에 떠올랐다.

파앙!

빠르게 회전한 마법진은 순식간에 그 크기를 좁히며 줄어들었고, 아오르근의 주변을 강력하게 옭아매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수십 개의 마법진에 꽁꽁 묶인 아오르근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성역선포!”

라젤린의 외침과 동시에 아오르근의 위로부터 강렬한 흰 기둥이 꽂혀 내려졌다.

주변에 넘실거리던 죽음의 힘이 모두 타들어갔고, 아오르근의 몸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지금이에요!”

한계까지 쥐어짜낸 신성력에 쓰러진 라젤린이 외쳤다. 마법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것이다.

“마법진 발동!”

지호의 외침과 동시에 포격 지점의 마법진이 일제히 강렬한 빛을 발했다.

지호와 아민이 일주일간 밤을 새며 새겨 넣은 마법들이 마나를 빨아들이며 일제히 공중에 나타났다.

하나하나가 도시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마법. 지호와 아민은 그 5개의 마법을 컨트롤하여 아오르근이 있는 곳을 향해 퍼부었다.

콰아아앙!!!

강력한 폭풍이 아오르근의 중심부로부터 도시를 불태우기 위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5개의 포격 지점들로 만들어진 오망성의 거대한 마법진이 그 폭풍을 가뒀다.

마법진의 안에서 끊임없이 터지면서 강력해지는 폭풍.

단순히 가둔 것뿐인데 폭풍끼리 서로 부딪쳐 연달아 터지면서 위력은 점차 올라갔고, 그에 대한 부담도 늘어났다.

“크윽…….”

“지금 저게 풀리면 이 일대가 날아간다! 다음 마법진 발동까지 견뎌!”

흔들리는 아민의 모습을 본 지호가 이를 악물며 마나를 움직였다.

이 일대를 뒤덮은 푸른색 선들이 지호의 의지를 따라 폭발을 가두고, 그 위력을 계속해서 증가시켰다.

쿵!

폭발의 위력이 어느 순간에 다다랐을 때, 설치했던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도시 전체에 이르는 가장 큰 마법진이자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마법진.

아오르근의 주변을 맴돌던 에너지를 모두 한곳에 끌어모아 압축한다.

지호와 아민의 모든 기술이 집대성된 가장 강력한 마법이었고.

콰아앙!!

아오르근의 몸을 꿰뚫으면서 지하 수십 킬로미터를 뚫고 들어갈 만큼 강력한 힘을 선보였다.

마법진을 통한 공격이 끝나고, 초토화된 교차로 위로 아오르근이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정보 공개!”

아오르근을 향해 손을 뻗은 지호의 시동어에 머리 위로 모두가 볼 수 있는 거대한 정보창이 떠올랐다.

[망자의 왕 아오르근]

레벨 : 589

모든 것의 종착점, 죽음을 관장하며 죽음 그 자체인 존재다. 현세에 강림하여 오드리히의 손에 사라졌다. 어떠한 공격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으며 공격 하나하나가 즉사에 이르게 할 만큼 강력하다.

특징 : 없음

남은 생명력 : 68%

수천 명의 토벌자가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공격. 그런 공격도 고작 32%의 생명력밖에 깎지 못했다.

하지만 지호는 실망할 기세도 없이 남은 마지막 마법진의 발동의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이다!”

마법진의 발동 준비가 끝이 나고, 아오르근과 함께 그 모든 공격을 몸으로 맞았던 하현이 외쳤다.

“징벌!”

하현의 몸으로부터 강렬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고, 다시 한 번 아오르근과 하현의 주변에 생겨난 마법진이 그 섬광을 안쪽에 가뒀다.

콰아아앙!

마지막까지 마법진을 통해 징벌을 강화하면서 마법사들이 준비한 공격이 끝이 났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끝낸 마법사들은 아오르근의 머리 위에 뜬 정보창을 바라봤다.

남은 생명력 : 35%

순식간에 아오르근의 생명력을 반절 이상 깎았다. 불가능해 보였던 토벌에 다시금 가능성이 보이자 모두의 눈에 희망이 차올랐다.

“정신 빠짝 차리고 가라!”

이제 자신들의 차례가 왔음을 깨달은 8명이 일제히 아오르근을 향해 달려갔다.

하현도 폭발이 멎은 것을 확인하고 해제했던 모든 장비들을 착용했다.

‘생각보다 잘 깎이잖아?’

캘시퍼의 예상으로는 데미지조차 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예상외로 아오르근의 생명력은 확실하게 깎였다.

어쩌면 캘시퍼가 마법의 위력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렇게 된다면 해볼 만하다!’

건틀렛을 움켜쥔 하현이 바닥을 박찼다. 지면으로부터 떠있는 아오르근과 거리를 좁힌 하현은 온 힘을 다해 갈비뼈를 후려쳤다.

콰앙!

주먹에 맞은 아오르근의 몸은 크게 뒤흔들리며 뒤로 주춤거렸고 미약하기는 하지만 생명력 또한 깎였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아오르근은 잡을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투웅!

바닥을 박찬 강철의 몸이 탄환처럼 아오르근을 향해 근접했다. 먼저 내질러진 왼쪽 주먹이 때리고, 그 뒤로 휘둘러진 오른쪽 주먹이 같은 부위를 때렸다.

퍼엉!!

적어도 수십 배는 증폭된 것 같은 주먹의 위력에 아오르근의 몸이 폭탄이 터지듯 뒤흔들렸다.

그 강렬한 충격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본 흑월이 연이어 공격을 퍼부었다.

“흑월화!”

아오르근을 향해 휘둘러진 흑월의 검이 뼈에 흠집을 남겼고, 그 뒤를 따라 생겨난 검기가 상처를 연달아 후려쳤다.

공격이 계속될수록 검기가 짙어지며 점차 강해져 갔다.

우우웅!!!

쉴 새 없이 이어지던 검격이 끝에 다다르자 흑월의 검에 어마어마한 힘의 검기가 맺혔다.

떨리는 검을 붙잡은 흑월이 있는 힘껏 아오르근의 몸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허름한 로브가 찢어발겨지고 뼈들에 깊은 검상이 나타났다. 한 호흡에 모든 힘을 털어낸 흑월이 재빨리 아오르근의 주변에서 벗어났고 그 뒤로 민철이 달려왔다.

콰아아앙!!!!

은색의 마창으로 아오르근의 몸을 꿰뚫은 민철은 그대로 앞을 향해 달려갔고, 그 뒤에서 달려오던 지현이 자신의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딱 대!”

평소라면 철철 넘쳤을 붉은색 오라가 지현의 오른손에 집중되었다.

위로 떠오른 지현의 왼손에 아오르근의 왕관을 움켜쥐었고,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빠아아악!!!

아오르근의 머리와 맞부딪친 지현의 주먹에서 붉은색 오라가 폭탄처럼 터졌고, 뒤통수에 거대한 금을 만들어냈다.

그 뒤로도 S급 토벌자들의 빈틈없는 공격들이 계속되었고.

남은 생명력 : 8%

아오르근의 생명력은 가파르게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려갔다. 평소라면 이 손쉬운 상황에 의문을 가지겠지만 그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라젤린의 축복으로 인해 능력이 2배 이상 상승되어 있었다.

그렇다 보니 SS급인 아오르근이 자신들의 손에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낀 것이다.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그중에서 단 한 명, 하현만이 이 상황에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캘시퍼가 해줬던 경고도 경고였지만 지금 허무하게 몸을 들썩거리며 당하는 아오르근이 이상하게 보였다.

자신이 역사 속에서 무수히 많이 봐왔던 아오르근은 이렇게 약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정말로 죽음이라는 수식어에 가까운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뭐가 이상한지 설명할 수가 없어.’

느낌상으로는 이상하지만 눈앞에 결과는 차근히 진행되어 가고 있다.

생명력은 계속해서 가파르게 줄어들었고, 조금만 지나면 아오르근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하현은 자신의 의심을 꾹 누르며 아오르근을 향해 계속해서 주먹을 때려 박았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남은 생명력 : 1%

조금씩 아오르근의 몸에서 다시 뿜어져 나오는 죽음의 힘에 긴장했던 S급 토벌자들의 눈이 번뜩였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 축복이 사라졌다면 그들의 패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승부의 끝이 날 시간이었다.

파앗!

바닥을 박찬 흑월의 공중으로 떠올라 손에 쥔 검을 있는 힘껏 아오르근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었다.

빠각!

머리통을 부수면서 흑월의 검이 관통했고, 상태창의 위로 숫자가 변했다.

남은 생명력 : 0%

-망자의 왕 아오르근이 안식에 들었습니다.

떠오르는 알림창과 조금씩 먼지로 변해 사라지는 아오르근.

그 모습을 본 S급 토벌자들 전원이 긴장을 풀고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었다.

이걸로 SS급 괴물을 물리쳤다. 그것도 이전처럼 누군가의 큰 도움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그 사실이 이전에 캘시퍼 사태 때 은연중 가졌던 그들의 열등감을 해소시켜 주었다.

하지만 하현만은 여전히 먼지로 변해가는 아오르근을 바라보며 긴장하고 있었다.

‘이건…… 이건 아니야.’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경종을 당장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싶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자 하현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이건 뭔가 이상해요! 좀 더 주의를…….”

바로 그 순간.

-아오르근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기뻐하던 그들을 비웃듯 먼지로 변해가던 아오르근이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푸화아아악!!!

아오르근의 등장과 동시에 주변으로부터 죽음의 힘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감당할 수 없는 힘에 하현을 제외한 전원의 몸이 뒤흔들리며 금색 빛이 일렁거렸다..

-신의 축복이 죽음의 힘에 저항합니다. 축복의 효과가 50% 하락합니다. 지속적으로 노출될 시 축복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효과에 S급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여태까지 아무런 말도, 미동도 보이지 않았던 아오르근이 텅 빈 동공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기묘한 세계군. 한 번 죽어야만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니…… 마치 다른 세계 같군]

단순히 눈을 마주치고 있었을 뿐인데도 S급 토벌자들의 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현이 처음 아오르근을 맞이했을 때 느낀 감각을 그들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이 눈앞의 존재는 자신들과 궤를 달리하는 존재이며, 절대로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 페젤론과는 다른 세계였나. 하지만 이곳도 그곳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구나]

아오르근은 천천히 지팡이를 든 손을 치켜들었다.

그 모습이 곧 공격을 할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S급 토벌자들은 아오르근에게 얽매여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번만큼은 그 광경을 다시 보지 않으리]

천천히 아오르근의 지팡이가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그 광경을 보고도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 있을 때, 하현이 달려가 그들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도망쳐요!”

후웅!!!

굳은 그들을 대신해서 하현은 눈 깜짝할 사이에 8명을 집어던졌다.

그와 동시에 지팡이의 끝이 바닥에 닿았다.

푸화아아악!!!

그리고 그 일대 전체에 죽음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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