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62화 (62/158)

# 62

자격증의 정보를 보고 온 하현은 눈앞의 장소를 바라봤다.

협회의 지하, 하현과 같이 페젤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들만 들어올 수 있는 텔레포트 룸이었다.

안으로 들어선 하현은 자신이 찾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찾기 위해 차근히 걸음을 옮겼다.

“이건가…….”

하현은 자신이 찾던 텔레포트 마법진의 앞에 적혀 있는 글자를 읽어봤다.

벨포트 수성전(미정지)

난이도 : A

등장 괴물 : 망자의 군단.

장소도 일치했고 나오는 괴물들도 일치했다. 하현은 망설임 없이 마법진 위로 올라섰다.

후웅!

마법진이 빛을 발하는가 싶더니 하현의 모습이 어떤 공간의 앞으로 나타났다.

작은 포탈과 그것을 지키고 있는 2명의 관리자. 하현을 바라본 관리자들은 절도 있는 모습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분위기가 한층 다르네.’

관리자들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와 포탈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한눈에 보아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하현은 주변을 바라보다가 포탈을 타고 안으로 들어섰다.

‘뭐…….’

던전의 안으로 들어선 하현은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하현이 나타난 곳은 한 거대한 성벽의 위였다.

옆으로 둘러봐도 성벽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장소.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끄아아아악!

성벽의 바깥, 황폐하게 변한 대지의 위로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는 망자들의 군단.

그 광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하현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뭐 하고 있나!”

한참 하현이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을 때, 뒤편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자 중세의 기사처럼 무장한 남자가 하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

여태까지 던전을 돌면서 하현이 만난 것은 모조리 괴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엄연히 하현과 같은 사람이었다.

“병사라면 얼른 싸울 준비를 해라! 오드리히 님이 오시기 전까지 이 성을 지켜야만 한다!”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벨포트 수성전]

페젤론 제국의 수도 벨포트는 미중유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들을 도와 망자의 군단을 무찌르고 성을 지키십시오.

난이도 : A

보상 : 활약에 따른 보상. 경험치.

-수성에 실패해도 얻은 공적치의 절반만큼 보상과 경험치를 받습니다.

-수성에 성공할 시 던전이 정지됩니다.

‘수성에 성공하면 던전 정지…… 그럴 만도 하네.’

눈앞에 보이는 망자의 군단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고 성벽의 위에 있는 병사들은 한눈에 보아도 겁에 질려 있었다.

이 상황에서 수성에 성공한다는 것은 아마 어지간해선 힘든 일이리라.

“수락한다.”

-시련을 수락하셨습니다.

시련을 수락한 하현은 상황을 살펴봤다. 대강 견적을 내보니 수성에 성공하려면 적어도 A급 토벌자 10명 이상은 필요해 보였다.

‘흐음. 일단 깨보긴 해야 할 텐데…….’

망자의 군단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성벽 위의 인간들에게 위압감을 주며 진격해 오고 있었다.

지금 보이는 것만 해도 몇만 마리는 되어 보이는데 아직 군단의 끝이 보이지 않았으니 말 다한 것이리라.

‘확실한 건 여기 위에 있어 봐야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거지.’

성벽 위에서 견제를 날릴 수도 없고 올라오는 괴물들을 쳐 내며 싸우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곰곰이 고민하던 하현은 성벽의 위로 올라섰다.

“자, 잠깐! 네놈 뭐하는 거냐!!”

하현이 부담감에 자살한다고 생각한 기사가 당황하며 외쳤다. 하지만 하현은 기사가 뭐라고 말하든 말든 건틀렛의 피스톤 기능을 작동시켰다.

“……괴력, 혈화광권.”

피스톤의 최대 출력까지 모은 하현은 괴력과 혈화광권까지 사용해 자신의 힘을 최대한 끌어모은 뒤, 성벽을 있는 힘껏 박차며 뛰어올랐다.

콰아앙!!

성벽 일부분을 부수며 하늘 높이 뛰어오른 하현은 아래쪽에 있는 망자의 군단을 바라봤다.

성벽의 거의 근처까지 근접해왔기 때문에 하현의 몸은 순식간에 군단의 위로 왔다.

“흐으읍!!!”

얼추 장소가 갖춰졌다고 생각한 하현은 그대로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 아래를 향해 몸을 날렸다.

가속도를 받은 하현의 몸이 쏜살같이 아래로 내리꽂혔다.

“대력타!”

지면에 닿기 일보 직전, 하현의 온 힘을 다 끌어모은 주먹이 그대로 땅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하현의 일격에서 터져 나온 충격파는 근처에 있던 망자들을 그대로 찢어발기며 진형을 흩뜨렸다.

땅들이 미친 듯이 들썩이며 갈라졌고, 터져 나온 파편들은 주변의 망자들을 으깨버렸다.

“뭐, 뭐…….”

그 광경을 본 기사와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순히 뛰어내려서 자살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일대를 초토화하면서 망자들을 때려잡다니.

정말 뛰어내리려고 마음먹고 있던 병사들도 멈추게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아직 부족하다!!”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크레이터의 중심에 있던 하현이 다시 바닥을 박차고 망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인간이었다면 하현의 등장에 사기가 꺾였겠지만 망자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하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엉!!!

하현의 주먹에 맞은 망자들은 대부분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모조리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수많은 망자들이 하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직…… 좀 더!”

남은 시간을 보며 하현은 더욱 빠르게 주먹을 휘두르며 망자들을 후려쳤다.

기껏 해봐야 레벨 200대를 웃도는 망자들에게 휘두르는 주먹치고는 너무 과분한 위력이었지만 하현은 있는 힘껏 정성을 들여 휘둘렀다.

-축적 한계시간에 도달했습니다.

기다렸던 알림음이 뜨자 하현의 눈이 번뜩였다.

앞에 있는 망자의 머리통을 잡고 위로 뛰어오른 하현은 아까 전부터 눈여겨봐 왔던 망자들을 바라봤다.

다른 망자들과 다르게 거무튀튀한 검은색 갑옷으로 무장한 100마리쯤 되는 기사단. 얼핏 봐도 정예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흐읍!”

파앙!!

한 망자의 머리통을 걷어차며 몸을 날린 하현은 그대로 기사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순간, 하현은 씩 웃으며 외쳤다.

“징벌!”

퍼어어어엉!!!

여태까지 쭉 모아 뒀던 데미지들이 사방에 휘몰아쳤다. 성벽에서 뛰어내린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모아 둔 50%의 반동 데미지는 하현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밴들런 기사단이 소멸했습니다.

-공적치 1,500을 획득하셨습니다.

-망자의 기억을 획득하셨습니다.

하현의 목표였던 밴들런 기사단. 실제 역사상에서 성벽의 한 축을 무너뜨린 정예 집단이었지만 하현의 징벌에 휘말려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다음 놈은……!”

수많은 군단 사이에서 구멍이 난 것처럼 뚫려 있는 장소에 선 하현은 번뜩이는 눈으로 주변을 색출했다.

조무래기들은 어차피 차고 넘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망자의 기억을 많이 줄 것 같은 놈들이었다.

이전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오래 산 망자일수록 얻어지는 망자의 기억은 더욱 많다.

방금 전 밴들런 기사단도 그렇고 강한 놈들이 아마 오래 산 녀석들일 가능성이 크리라.

‘저놈……!’

하현은 망자들의 군단 사이에서 유독 몸집이 거대한 괴물을 바라봤다.

얼핏 봐도 30m는 될 것 같은 거대한 덩치에 여기저기가 기워져 있는 괴물.

강력한 마수들의 시체를 엮어 영혼을 마구잡이로 쑤셔 넣어 만들어진 묘지 거인으로 공성용으로 제작된 거인이었다.

“간다!”

목표를 잡은 하현은 그대로 거인을 향해 몸을 달렸다. 주먹으로 후려치면서 돌진하는 하현을 막아내는 괴물은 하나도 없었다.

‘좀 많이 크네.’

거인의 근처까지 도달했지만 저렇게 커서야 흔히 알려진 약점인 머리나 심장을 노릴 수는 없다.

하지만 하현은 그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그럼 저놈이 내려오면 되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쥔 하현은 시체거인의 발목을 향해 피스톤을 작동시켜 주먹을 휘둘렀다.

퍼엉!!!

발목 부분을 채우고 있던 마수들의 몸이 터지면서 거인의 몸이 휘청거렸다.

벌목하듯이 같은 부분을 계속해서 주먹으로 후려치자 거인의 몸이 옆으로 기우뚱거렸다.

콰아아앙!

다른 괴물들을 깔아뭉개며 넘어진 시체거인의 위로 올라탄 하현은 머리통을 주먹으로 깨부수고 징벌로 가슴을 날려 버렸다.

-시체 거인이 소멸했습니다.

-공적치 1,000을 획득하셨습니다.

-망자의 기억을 대량으로 획득하셨습니다.

밴들런 기사단과 같이 공성에 큰 한 축을 담당했던 묘지 거인은 하현의 손에 사라졌다.

그 광경을 바라본 성벽 위의 병사들이 무기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저 사람이라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본래라면 버티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했을 수성이다. 하지만 전장을 휘젓는 하현의 모습을 본 병사들의 생각은 완전히 뒤엎어졌다.

‘살 수 있다!’

당장 끝없이 밀려오는 망자들의 모습에도 그들과 정면에서 싸우는 하현의 모습은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하현을 무시하고 다가온 망자의 군단이 성벽 앞에 들이닥쳤다.

“전군, 공격 준비!!!”

“공격 준비!!!!”

하지만 성벽 위의 있던 이들에겐 전과 같은 두려움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

“죽어라! 좀! 새끼야!”

빠악! 빠악! 우드득!!

단단한 껍질로 둘러져 있던 마수의 머리통이 하현의 주먹에 박살 났다.

한 20번은 세게 후려쳐야 깨지는 것을 보아 어지간히 강한 측에 속한 듯했다.

-갑각마수 무리가 전멸했습니다.

-공적치 1,600을 획득하셨습니다.

-망자의 기억을 획득하셨습니다.

성벽을 향해 돌진하려던 갑각마수들을 모조리 깨부순 하현은 전장을 둘러봤다.

몇 시간째 쉬지 않고 전투가 계속되었지만 망자들의 끝은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저 녀석들도 지긋지긋하지만…… 이쪽도 대단하군.’

그 끝없는 공세 속에서도 벨포트의 성벽은 아직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약간의 파손은 있었지만 무너진 것은 아니었기에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생각보다 강한 녀석들이었나 보네’

하현은 병사들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달랐다.

성벽에 피해가 없는 것은 하현이 공성에서 큰 활약을 했던 네임드들을 대부분 해치웠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하현의 입장에서는 그냥 강해 보이는 녀석들을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팬 것뿐이니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근데…… 이대로 진행되면 아무리 그래도 좀 힘든데.’

아직 사기도 꺾이지 않고 훌륭하게 수성도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뿐, 시간이 지나면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설마 저놈들을 다 잡아야 수성 성공이라는 건…… A급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지금까지 싸운 것만 해도 A급의 난이도에서 조금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뭔가 자신이 놓친 것이 있는가 싶은 하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바로 그때.

“오, 오드리히 님이 오셨다!!! 성문을 열어라”

성벽의 위에서 외침이 울린 것과 동시에 여태까지 요지부동이었던 성벽의 문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성 중에 문을 여는 그 행위에 하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잠깐, 오드리히?”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하현이 성문을 바라봤다.

성문이 열리려 하자 망자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해일처럼 밀어붙였다.

파아앗!

하지만 망자들이 안으로 들어서기 이전에 하얀색 섬광이 성문의 틈새로 내뿜어졌다.

[키아아악!!!]

성문에는 아무런 타격도 주지 않은 빛이었지만 망자들은 빛에 닿기 무섭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망자들과 완전한 상극, 신성력이 내뿜는 힘이었다.

“이제 끝이다!”

성벽의 밖으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갑주를 입은 순백의 말을 타고 있는 금발의 사나이.

화려한 하얀색 검과 갑주를 입은 채 전의로 눈을 번뜩이는 그의 모습을 본 순간 하현은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용사.’

이야기 속에서 마왕을 물리치는 용사의 모습. 성문을 통해 나온 남자, 오드리히는 딱 그런 느낌의 사내였다.

“성역선포!”

검을 치켜든 오드리히는 그대로 망자의 군단 한가운데를 향해 던져 버렸다.

하얀색 번개처럼 날려진 검은 그대로 망자를 꿰뚫고 바닥에 꽂혀들었다.

파아아앗!!

그 순간, 검이 꽂힌 중앙으로부터 강렬한 하얀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망자들로 인해 오염되었던 대지는 순식간에 본연의 색을 되찾았고, 빛에 닿은 망자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건 무슨…….’

끝없이 늘어져 있는 망자의 군단. 그에 맞서 오드리히가 내던진 성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또한 계속해서 끝없이 넓어졌다.

후우웅-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마침내 멈췄고 눈을 질끈 감았던 병사들은 그제야 눈을 떴다.

방금 전까지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끝없이 펼쳐져 있었던 망자의 군단.

“사, 살았다…….”

오드리히의 성검이 가진 권능에 벨포트를 노리던 망자의 군단은 깔끔하게 전멸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병사들이 하나둘 무기를 떨어뜨렸다.

“살았어!!!”

“우와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지면서 성벽은 기쁨에 잠겼다.

살아남았다는 기쁨의 함성은 곧이어 오드리히를 향한 찬양으로 바뀌었다.

“오드리히 님 만세!!”

그것은 본래의 페젤론에서 벌어진 역사 그대로였지만 다른 토벌자들이 완수했을 때와는 조금 달랐다.

본래라면 병사들의 환호는 오드리히가 모두 받아야만 했다. 그가 자신들을 구한 유일한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싸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던전 속에서는 영웅은 한 명이 아닌 두 명이었다.

패색이 짙은 전장 속에서 망설임 없이 홀로 고군분투했던 한 사람.

“……끝났나?”

어리둥절함에 볼을 긁적이는 하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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