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
“…….”
“…….”
게르바의 질문 이후 두 사람의 사이에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어떻게 말을 꺼내볼까 고민하던 하현은 방금 질문을 되돌려 주기로 했다.
“너야말로 누구냐?”
하현의 질문에 게르바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보는 그대로다만.”
겉으로 보이는 위압감과 다르게 조금 멍한 느낌의 대답. 하현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걸 봐도 모르겠으니 다시 묻는 건데.”
“음, 확실히 내가 봐도 모르겠…… 어이쿠.”
뒤통수를 쓰다듬으려던 게르바는 그대로 손이 연기에 쌓이듯 통과하자 당황한다. 그 얼빠진 모습에 하현은 조금 남아 있었던 긴장까지 모조리 풀려버렸다.
‘보스는 맞는 거 같은데 말이야.’
첫 대면에서 게르바가 뿜어내고 있던 위압감은 이 뒤의 문지기를 압도할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그 위압감이 착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가벼워 보였다.
이번 던전이 조금 특이한 면들이 많긴 했었다지만 설마 보스까지 이렇게 특이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싸워…… 야 하나?’
여태까지 대화가 통할 수준의 지성을 지닌 보스는 만난 적이 많았다.
다만 이번에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녀석들과 다르게 게르바는 눈곱만큼도 적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욕하면서 먼저 덤벼주니 잘 됐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지성은 있는데 적의는 안 보인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하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게르바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흐음…… 흠. 그래, 대강 알겠군.”
한참을 자신과 하현을 번갈아 바라보고 주변을 살펴보던 게르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긴 페젤론이 아니군.”
“……뭐?”
“그리고 너는 페젤론도, 이 차원의 소속도 아니고.”
단언하듯이 이야기하는 게르바의 모습에 하현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는 단어가 몇 개 나오기는 했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다.
“뭘 말하고 싶은 거냐?”
“그냥 지금 이 상황을 깨달았다는 거다. 여기가 내가 있던 본래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과, 너 또한 그 세계에 속한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
게르바가 다시 이야기하자 하현의 표정이 조금 미묘하게 변했다.
앞에 말은 모르겠지만 뒤에 말은 확실히 이해한 것이다.
‘내가 다른 곳에서 온 걸 알고 있어?’
불간섭에도 분명히 적혀 있었다.
자신은 다른 차원에서 건너왔기에 피해가 없는 것이라고. 눈앞의 이 괴물은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고 싶은 모양이군.”
하현의 표정을 바라보던 게르바는 씩 웃어보였다.
연기밖에 없는 얼굴이었기에 조금 기괴했지만 하현은 두렵다기보다는 호기심이 일어났다.
‘뭔가 있다.’
아까 전에 페젤론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언급한 것도 그렇고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현은 당혹스럽던 표정을 지우고 게르바를 바라봤다.
“그래, 어떻게 알았지?”
“이 모습이다.”
하현의 물음에 게르바는 예상 외로 흔쾌히 대답하며 자신의 몸을 가리켰다.
“나는 상대가 상상한 가장 최악, 최강의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에 마주한 상대에 따라 매번 모습이 바뀌었지. 하지만.”
게르바는 연기로 둘러싸인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몸이라고 하기에도 미묘한 그 모습은 언제 봐도 이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게르바의 눈동자에는 그리움이 묻어나 있었다.
“지금 이 모습은 절대로 볼 수 없는, 내 근원에 가까운 모습이지. 즉 투영할 대상이 없어서 이렇게 나왔다는 건데…… 그건 그렇게 쉽지 않아. 눈앞에 네가 있는데도 그런 거니 더욱이.”
게르바의 능력은 그 어떤 이도 절대 피할 수 없는 능력이다. 숨을 쉬는 것처럼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능력인 것이다.
하지만 하현에게는 그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아. 차원 규모로 뭔가 장난질이 일어난 게 아니고서야 불가능하지.”
어느새 이야기의 스케일이 점차 커져 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하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며 게르바에게 물었다.
“그래도 보는 순간 그걸 딱 알 수 있나? 무조건 그 하나로 단언할 수는 없잖아.”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하현은 최대한 알아내고 기억해 둘 생각이었다. 나중에라도 이해하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네 몸을 두르고 있는 걸 보고도 모른다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
피식 웃으며 이야기하는 게르바의 말에 하현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자신의 눈에야 그냥 슈트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게르바에게는 달랐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녀석이군.’
하현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게르바는 그 막이 지니고 있는 절대적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절대로 이길 수는 없는 녀석이야.’
겨루는 것을 포기하거나 악착같이 버텨서 무승부는 노려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로 이길 수는 없게 만드는 하현의 능력에 게르바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흐음…… 그런가.”
확신은 못하겠지만 아마 게르바가 말하는 것은 불간섭일 가능성이 크다.
괴물이 그 능력에 대해 안다면 저렇게 말하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불간섭을 눈치챈 괴물은 처음이네.’
여태까지 만나온 괴물들과는 여러 의미로 다른 녀석이었다.
자신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하현의 모습에 게르바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턱을 괴었다.
“그리고 갑자기 네가 이곳에 나타난 것을 보면 또 확실하지. 본래 올 녀석이 안 오고 네가 왔으니 말이야. 마왕놈이 기어코 사고를 친 모양이군.”
자기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게르바의 말. 하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바라봤다.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좀 알기 쉽게 설명해 줄 순 없어?”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
하현의 물음에 게르바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까지는 내가 자세하게 설명해줄 의무는 없는데.”
“……그런가.”
게르바의 말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굳이 게르바가 자신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 줄 필요는 없다.
이제 이야기가 끝난 것 같은 하현은 주먹을 들어보였다.
“그럼 이제 싸울까?”
이제 할 이야기도 없으니 때려잡고 던전을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하현의 말에 게르바는 연기를 일그러뜨리며 씩 웃었다.
“보아하니 나를 죽여야만 하는 것 같은데…… 뭐 싸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하지만 내가 그것보다 한 가지 더 좋은 제안을 하지.”
“뭔데?”
“여기서 나를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 안다면 내가 거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지”
게르바의 말에 하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살짝 끌어올렸던 적의가 또 바닥을 쳤다.
‘나 원.’
아마 다시는 볼 수 없는 유형의 괴물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죽음을 제의한 게르바를 바라봤다.
“영원히 사라지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묻는 거지?”
“물론, 하지만 진짜 내가 죽는 건 아니니 상관없겠지.”
하현의 말에 게르바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하고 말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지만 진짜 자신은 아니다. 아마 어쩌다 완벽하게 복사되어 나온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존재할 가치가 없지.’
자신은 본래 자신의 세계에 있을 때 완벽한 것이다.
굳이 다른 세계에서, 이렇게 알 수 없는 힘에 얽매인 채 존재하고 싶지는 않았다.
“음, 그러냐.”
게르바의 말에 하현은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묻는다고 해도 가르쳐줄 것 같지도 않았고 자신이 원하니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근데 때려죽이는 거랑 달리 영원히 죽이는 건 조금 과정이 복잡한데.”
게르바가 원하는 대로 영원히 죽이려면 던전 완수의 조건을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하현의 말에 게르바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 안에 본 적 없는 힘들이 주변에 있군. 혹시 이 세계에 무언가 이상한 힘이라도 있나?”
“음…….”
게르바의 물음에 하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쪽에 있는 독특한 힘이라고 해도 게르바의 세상이 어떤지 알 수 없으니 자신은 쉽게 구별할 수가 없다.
‘이상한 힘이라…… 아.’
하현의 머릿속에 유력한 후보가 스쳐 갔다.
본래 살던 세상에서 따지면 다 희한하기는 하지만 딱 한 가지, 특히 더 독특한 힘이 있기는 했다.
“시련이라고 하나 있긴 하네.”
“흐음? 어떤 힘이냐.”
하현은 게르바에게 시련에 대한 힘을 설명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긴 했지만 딱히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여태까지 지성이 있었던 괴물들이 시련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
“그건…… 엄청난 힘이군.”
게르바는 순수하게 감탄을 내뱉었다. 확실히 시련이 가진 힘과 그 활용성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힘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기는 하다.
“흐음. 내가 사용할 수는 없고 제시하는 것밖에 안 되는군. 그렇다면…….”
주변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던 게르바는 의자에 앉은 자신의 자세를 고쳤다. 이전에 늘어진 모습과 다르게 기세부터 달라진 게르바가 자신의 한 손을 하현에게 내뻗으며 소리쳤다.
“나약한 인간이여! 지하계의 악마, 게르바의 목숨을 건 최후의 시험을 받아들여라!”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악마 게르바의 시험]
악마 게르바는 죽음을 바라고 있다. 그 죽음을 안겨줄 인간이 그에 걸맞은 자격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간단한 시험으로 알아볼 것이다. 시험을 완수하고 게르바에게 안식을 선사하라.
난이도 : SS
보상 : 게르바의 죽음과 던전 완수.
“…….”
눈앞에 떠오른 시련창에 하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정말로 시련에 대해서 인식하고 사용하는 존재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어때? 됐냐?”
진지했던 모습을 푼 게르바는 이전처럼 가벼운 말투로 하현에게 물었다. 하현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됐…… 네.”
“흠, 좋아. 그럼 이제 네가 그걸 완수하면 이곳에서의 나는 죽는다는 것이겠지. 자, 바로 시작하자.”
게르바의 재촉에 하현은 시련창을 바라보다가 게르바를 바라봤다.
“그런데 무슨 시험을 할 건데?”
“좋은 게 하나 있지.”
게르바는 자신의 몸 안으로 손을 넣더니 하나의 물건을 꺼내보였다.
검은색 원석이 박혀 있는 붉은색 펜던트. 한눈에 보아도 불길하기 짝이 없는 펜던트의 모습에 하현은 게르바를 바라봤다.
“이 펜던트에는 무시무시한 저주가 걸려 있다. 이걸 네가 착용하고 버텨낸다면 네가 이기는 걸로 하자. 이 정도면 이 시련이라는 힘도 안 무너지네.”
게르바가 허공에 펜던트를 던지자 하현의 손으로 천천히 날아왔다.
하현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펜던트의 정보를 확인했다.
타락한 하이룬의 펜던트(에픽)
내구도 90/90 마법방어력 85
성녀 하이룬이 용사 오드리히에게 건네준 펜던트다. 신의 가호와 축복이 서려진 펜던트였지만 사악한 마기에 변질되었다.
-착용자에게 상태이상 ‘타락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전 스탯이 15% 상승하고 생명력의 80%가 감소됩니다.
-스킬 ‘변절자의 절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광폭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타락의 저주]
착용자의 이성을 잠식시키고 살인에 미친 광인으로 만듭니다. 500레벨 이하의 착용자는 주변에 생물이 없는 순간 자살하도록 유도합니다.
“…….”
효과는 좋지만 저주의 성능은 여태까지 얻었던 아이템들 중에서도 역대급인 것 같다.
하현은 혀를 내두르며 펜던트를 바라봤다.
“착용할 수 있겠냐?”
“음, 가능해.”
게르바에 물음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라면 모르겠지만 하현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대답에 게르바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가보자고.”
“시련 수락.”
-시련이 수락되었습니다.
시련이 수락된 것을 확인한 하현은 펜던트를 잡고 착용할 준비를 했다. 그때, 게르바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봐.”
“음?”
막 펜던트를 착용하려던 하현은 게르바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게르바는 여태까지의 장난스러운 태도를 지우고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네가 몇 만, 몇 억, 몇 조의 확률로 그곳에 서 있는지는 나도 정확히 알 수 없어. 다만 그 우연이 아무런 이유 없이 네게 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
게르바의 말에 하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봤다.
“물론 그게 너한테 이런 일을 하라고 숙제처럼 안겨준 건 아니야. 다만 그 힘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좀 잘 활용해 보라는 거다. 아무래도 나는 실패했던 것 같으니까.”
게르바는 그 누구보다도 통찰력이 뛰어났던 악마였다. 지하계라는 세계 그 자체였으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과신하고 있었기에 큰 실수를 저질렀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렇게 알아둬.”
“……뭐 좋아.”
게르바의 충고에 하현은 손에 들린 펜던트를 바라봤다.
“받은 아이템 값어치만큼은 해줄게.”
-상태이상 ‘타락의 저주’에 저항하셨습니다.
-시련을 완수하셨습니다.
-지하계의 악마 게르바가 영원한 안식에 잠들었습니다.
연달아 떠오르는 알림창과 미소를 짓고 있는 게르바의 모습이 하현의 눈에 보였다. 이윽고 그 모습이 지워지며 새로운 영상이 나타났다.
지금과 같은 장소에서 게르바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지금과 다르게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
그때, 천천히 문이 열리면서 게르바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서 와.”
의자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작은 체구.
백색 갑옷을 입은 금발의 중년 남성으로 모습이 변한 게르바는 의자의 아래로 뛰어내렸다.
“꽤나 고생이 많았나 봐. 숙적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이 이렇게까지 느껴지는 걸 보니.”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를 바라보며 게르바는 미소를 지었다.
사내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구릿빛의 몸에는 무수한 상처가 새겨졌으며 피로 적셔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헛소리는 그만해라, 게르바.”
하지만 그럼에도 게르바를 바라보는 사내의 두 눈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음에도 그 모습은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 그 자체였다.
“그래, 네 바람은 이루어진 것 같나? 이 세계를 부수면서까지 원한 것 말이다.”
“아직은.”
게르바의 말에 무덤덤하게 대답한 사내는 자신의 주먹을 들어보였다.
상처 입은 사내의 몸이 주인의 뜻에 따라 적의를 드러내고, 투기를 뿜으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네놈이 죽으면 모르겠군.”
이제 대화는 필요 없다는 듯 담백한 모습.
게르바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후웅!!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마가 사용할 수 없는 신성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힘에 반응하듯 사내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타올랐다.
“그럼 뜻대로 해봐라. 마왕이여.”
-지하계의 악마 게르바와 마왕의 대결을 목격했습니다. 페젤론의 역사를 보셨습니다.
-던전 ‘지하계’의 완수 조건을 충족 하셨습니다.
기묘한 불빛과 함께 하현이 있던 장소가 일그러졌다. 이제는 익숙한 던전 완수의 풍경에 하현은 연달아 떠오르는 알림창들을 바라봤다.
-지하계의 악마 게르바의 인정을 받은 유일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칭호 ‘대악마의 선택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지하계의 모든 관문을 통과하셨습니다. 칭호 ‘지하계의 순례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던전 완수 보상으로 ‘지하계 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타락한 하이룬의 펜던트가 예속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쉴 새 없이 오르는 레벨. 아무래도 S급 던전쯤 되다 보니 완수해서 얻는 경험치는 상당했다.
‘이거 참 누가 보면 던전 완수가 엄청 쉬운 줄 알겠네.’
실제로 완수한 던전이 워낙 많다 보니 그렇게 느껴질 정도다. 잠시 알림을 훑어보고 있던 사이.
“……아, 어?”
뒤쪽에서 당황한 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현은 고개를 돌려 잔뜩 당황한 일행들을 바라봤다.
멀쩡한 하현과 사라져 가는 포탈을 살펴본 일행들의 표정이 아연실색해졌다.
“하현 씨, 설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민철. 하현은 목덜미에 걸려 있는 펜던트를 바라보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완수했네요. 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