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50화 (50/158)

# 50

골렘을 무찌른 일행들은 동력원이 있는 구역인 영겁의 미로 지역까지 순식간에 진입했다.

매초 미로의 구조가 뒤바뀌고 리젠된 골렘들이 계속해서 채워지며 부서진 벽들이 순식간에 복원되는 지옥의 공간. 그것이 바로 영겁의 미로였다.

-영겁의 미로의 동력원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하현의 대활약으로 그 지옥의 공간은 동네 골목길보다도 못할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알림창을 본 지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덕분에 득을 많이 보는군.”

하현을 흘끔 본 지호는 벽에 손을 짚고 탐색 마법을 사용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분석이 끝나고 동력원이 있는 방을 향한 푸른색 선이 생겨났다.

가끔 나타나는 골렘들을 부수면서 일행들은 일직선이나 다름없는 미로를 지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동력원이 있는 방 앞까지 도착한 일행들은 거대한 문을 바라봤다.

“흐음, 그래도 여기는 좀 튼튼한 모양이네요.”

“…….”

다른 곳과 다르게 방의 문은 흠집조차 나 있지 않았다. 하현이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사이 지호는 조금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문을 바라봤다.

‘이 앞에 뭔가 있는데.’

길을 표시하는 마력선을 방해한 어떤 물체가 분명 문의 근처에 있었다.

신중히 문을 살펴보던 지호의 눈에 문의 바로 양옆에 서 있는 거대한 석상들이 보였다.

‘저건…….’

앞에서도 비슷하게 생긴 금색 석상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지만 그 두 개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붉은색 대검과 푸른색 장창을 움켜쥐고 있는 석상을 바라본 지호가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문 옆의 석상을 향해 공격 준비.”

이 같은 경우를 많이 봐온 지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대충 상황을 눈치챈 다른 토벌자들도 공격을 준비했다.

“음…… 저거 가까이 가면 깨어나는 형식이죠?”

한참 공격을 준비하던 토벌자들을 바라보며 서 있던 하현이 물었다. 캐스팅을 마친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런 형식이겠지. 하지만 그냥 여기서 원거리 공격을 날리면서 깨우면 되니까 괜히 미리 깨워둘 필요는…….”

“아뇨, 깨우죠. 저한테 더 좋은 방법이 있어요.”

“……뭐지?”

평소의 지호였더라면 일축했을 테지만 하현을 상대로는 그러지 않았다. 이미 말도 안 되는 방법 같은 것들을 하현이 아무렇지 않게 실현했기 때문이다.

“……라는 거죠. 어때요?”

“확실히 좋군. 공략 시간을 확 줄일 수 있겠어.”

하현의 계획에 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공격을 준비 중이던 토벌자들은 계속해서 힘을 모았고 하현은 두 개의 석상을 바라보면서 신호를 기다렸다.

“지금!”

지호가 신호와 동시에 하현의 몸이 쏜살같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존재를 감지한 석상들의 눈이 번뜩였다.

콰아아앙!!!

하현이 문 앞까지 도착하려는 순간, 석상의 검과 창이 하현의 위를 내려찍었고 강렬한 불기둥과 서리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 광경에 지호는 침착하게 소리쳤다.

“공격!”

콰아앙!!!

토벌자들의 강력한 일격이 석상을 향해 쏟아졌다. 그 어마어마한 위력에 석상의 몸이 뒤흔들리며 몸에 금이 갔다.

폭발 속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 하현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징벌!”

콰아아앙!!!!

석상의 공격과 앞선 S급 토벌자들의 공격이 합쳐진 징벌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토해내며 석상을 휩쓸었다. 연속으로 몰려온 충격에 석상들이 무릎을 꿇었다.

“지금!”

지호가 방어 마법을 걷어내기 무섭게 근접 계열의 토벌자들이 석상을 향해 쇄도했다.

충격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석상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며 무너져 내렸다.

“……대단하군.”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고 문 앞으로 다가온 지호는 하현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방금 전 징벌의 범위 안에 자신들이 들었다면 대부분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레벨이 오른다면 정말 무시무시한 녀석이 되겠어.’

눈여겨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지호는 거대한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문과 맞닿은 손을 중심으로 푸른색 선들이 사방으로 타고 올라갔다.

철컥!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방의 문이 열렸다. 장식물이 다 부서지고 벽에 금이 가 있었지만 동력원이 고정된 중앙 장치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우우우웅!

지금도 동력원 내부를 재생해 침입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보관된 연료들을 빠르게 소모하며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었다.

거칠게 울리는 거대한 구형의 동력원. 저 동력원만 부수면 SS급 괴물인 캘시퍼가 쓰러지는 것이다.

“……생각보다 쉽게 왔네.”

좀 더 피가 튀기는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던 지현은 멀쩡한 자신의 몸을 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SS급 던전이라는 사실에 잔뜩 긴장하고 들어왔더니 실상 내용물은 S급에서도 하급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뭐. 다 저 녀석 덕분이지만.’

하지만 지현을 비롯한 모든 토벌자들은 던전의 공략이 이렇게 쉬웠던 것이 모두 하현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현이 없었다면 이 중 몇 명은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투는 쉬울수록 좋은 거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마무리나 짓자.”

“쳇. 꼰대 같은 소리를.”

강철의 지적에 지현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우우우우웅!!!

여태까지 조용히 태동하던 동력원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노란색으로 은은한 빛을 내뿜던 동력원은 붉은색의 빛을 점멸하며 뒤흔들렸다.

“뭐, 뭐야?!”

“비켜!”

다급히 앞으로 나선 지호가 동력원을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푸른 선들이 펼쳐지며 동력원을 감싸더니 지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뭔데? 무슨 일이야?”

지호의 당황한 얼굴에 지현도 긴장하며 물었다. 지호가 대답하려는 순간.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최후의 보루.]

캘시퍼를 만든 장인들은 절대로 요새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한 가지 기능을 만들었다. 자립하며 기동하면서 그 기능의 위험성을 깨달은 캘시퍼는 스스로 기능을 봉인했지만 침입자들의 침입으로 그 기능을 다시금 되살렸다.

요새 내부에 있는 보조동력원을 파괴하고 중심동력원을 파괴하여 캘시퍼를 저지하라.

난이도 : SS

보상 : 캘시퍼의 파괴. 막대한 보상.

-보조동력원을 파괴하지 않고 중심동력원을 파괴할 시 자동으로 캘시퍼가 자폭됩니다.

-이 시련은 캘시퍼가 필요치의 내부 복원을 끝낼 시 사라집니다. 남은 시간 : 20분.

“…….”

시련창을 확인한 토벌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굳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을 만큼 적혀진 내용은 알기 쉬웠고, 절망적이었다.

“……보조 동력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20분이면 그래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아니, 불가능하다.”

아민의 의견에 지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조 동력원의 위치는 완벽하게 숨겨져 있다. 찾으려면 찾을 수 있겠지만 20분이면 턱도 없어. 거기다 복원을 시작한 이상 빠른 속도로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을 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던전의 내부가 복원되면서 골렘들이 재생성되고 통로들이 고쳐지고 있었다.

보조 동력원을 찾으러 나가는 순간 본래대로 돌아온 SS급 던전에 갇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이런 비겁한 새끼들…….”

시련의 내용을 읽은 지현이 이를 갈았다. 목숨을 건 자폭이라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복원이 끝날 때까지만 자폭으로 협박한다? 치사하고 더럽기 그지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치사하고 더러운 방법이 효과 하나는 정말로 대단했다.

“…….”

토벌자들 사이로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동력원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요새를 움직이는 동력원이 함께 죽을 요량으로 폭발한다면 어느 정도 위력일지는 훤하다.

그런데 그 폭발을 맞이하며 동력원을 부순다? 여기 온 이들은 캘시퍼를 정지시키려고 온 것이지 함께 죽으려고 온 것은 아니다.

“흐음…….”

가라앉은 주변을 둘러보던 하현이 동력원을 바라보다 지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동력원 상세 정보창 같은 거 볼 수 있습니까?”

“……어떤 걸 말하는 거지.”

“뭐 남은 생명력? 내구도 같은 것이요. 대강 폭발 전의 타이밍을 알 수 있도록.”

“……!”

하현의 말에 지호의 두 눈의 휘둥그레졌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단숨에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건 여태까지 네가 알고 있는 폭발과 규모가 다르다.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괜찮습니다. 그냥 제 지속 시간이 풀리기 전에 빠르게 하는 게 더 좋아요.”

“뭣. 하현 씨, 지금 무슨 말을……!”

뒤늦게 그 말을 이해한 아민이 깜짝 놀라며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하현이 먼저 손을 뻗어 아민의 말을 막았다.

“누군가는 해야 하고 저는 할 수 있어요. 간단한 일 너무 복잡하게 만드시면 안 돼요.”

“그, 그런…….”

“얼른 시작하지. 복원이 시작된다.”

아민이 당혹스러워하는 사이 흑월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하현의 안위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 같은 흑월의 모습에 아민이 노려봤다.

하지만 보이는 모습이 그럴 뿐. 흑월은 어디까지 하현이 가능하다고 했기에 그렇게 믿으면서 추진하려는 것이었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강철도 입을 열었다.

“그래, 어차피 주변에서 말려도 번복할 놈도 아니다. 그 말대로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마무리 짓는 게 나아.”

“…….”

강철이 거들고 나서자 분위기는 하현이 나서는 것으로 흘러갔다.

각자 준비를 하는 도중 슬며시 지현이 하현의 곁으로 다가와 등을 한 대 쳤다.

파앙!

“다음에 찾아와. 마음에 들었으니까 좋은 스킬 하나 가르쳐 줄게.”

“……고맙습니다.”

씩 웃으면서 말하는 지현의 모습에 하현도 피식 웃었다. 어느새 방침이 정해진 듯 각자 자리를 잡았다.

동력원의 정밀 상태창을 띄운 지호가 동력원 바로 앞에 선 하현을 바라봤다.

“진심으로 네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

“하하. 그러시면 낯간지럽습니다. 얼른 진행해요.”

“……공격!”

지호의 외침과 동시에 각 토벌자들의 공격이 동력원을 향해 쏟아졌다.

원거리 계열은 하현이 서 있는 방향에서 공격했고 근접 계열의 토벌자들은 반대편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캘시퍼의 동력원 : 72%.]

동력원의 방어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기에 생명력은 재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수가 나지 않도록 수치를 체크하면서 지호와 아민은 각자 자리에서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거리 텔레포트를 준비했다.

[캘시퍼의 동력원 : 54%.]

-칭호 ‘시민의 영웅’이 발동됩니다.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대의를 위한 상황인가.’

알림창에 미소를 지은 하현은 온 힘을 다해 동력원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생명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미미하게 빨라졌고 동력원으로부터 에너지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사방으로 뻗어져 나오는 에너지 자체도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조금씩 뒤로 밀리는 자신의 몸을 발견한 하현은 이를 악물고 발을 내려찍었다.

쾅!!!

두 발이 지면에 단단히 고정되었고, 하현은 다시 쉬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후퇴는 절대로 없다는 그 행동을 본 다른 토벌자들도 온 힘을 끌어모아 동력원을 공격했다.

쩌저적!!

동력원에 거대한 금이 생겨났고 그로부터 막대한 에너지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칫 잘못하면 몸이 찢어질지도 모를 만큼 강력한 위력이었다.

[캘시퍼의 동력원 : 21%.]

“지금이다!”

지호의 신호로 에너지에 맞서 간신히 공격하던 토벌자들이 텔레포트 마법진 위로 단숨에 후퇴했다.

지호와 아민은 에너지의 흐름에 맞서 싸우면서 준비했던 마법진을 가동했다.

“하현 씨…….”

“…….”

아민과 흑월을 비롯한 몇 명이 하현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그 시선을 알아차린 하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씩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후웅!!!

텔레포트 마법진이 빛을 발했고 그들의 모습이 안에서 사라졌다. 완전히 홀로 남은 하현은 동력원을 바라봤다.

“이제 끝내자.”

오른 주먹이 으스러져라 움켜쥔 하현은 있는 힘껏 동력원을 향해 내질렀다.

“징벌!”

콰아앙!

하현의 주먹이 맞부딪친 순간, 징벌로 축적되었던 모든 데미지가 동력원을 덮쳤다.

[캘시퍼의 동력원 : 0%.]

빠득!

동력원 전체에 금이 가는 것과 동시에 상태창이 사라졌다. 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빛이 동력원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규모를 달리하는 폭발에 불간섭은 여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폭발에 대한 여파들을 차단하며 하현을 지켰다.

후우웅!!

빛이 사그라진다 싶은 순간, 하현은 아래로 떨어지는 부유감을 느꼈다.

-시련을 완수하셨습니다.

-움직이는 요새 캘시퍼를 완전히 정지시켰습니다.

-차원의 기둥이 소멸되며 차원의 틈이 안정화됩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과 대의를 위한 헌신을 선보였습니다. 칭호 ‘위대한 영웅’을 획득하셨습니다.

-가장 높은 공헌도로 인해 움직이는 요새 캘시퍼의 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캘시퍼의 보조 동력원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쿵!

시끄러운 알림창들을 바라보며 한참을 떨어져 내리던 하현은 마침내 바닥에 떨어졌다.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운 하현은 고개만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어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크레이터. 아마 싸웠던 장소였던 도시는 깔끔하게 날아간 듯했다.

규모가 크긴 했지만 대피가 철저하게 이뤄진 터라 피해자는 없을 것이다.

“텔레포트도 협회 앞쪽으로 지정한댔으니 문제는 없겠지.”

인명 피해는 전무하다는 사실에 하현은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다른 곳에서 보는 것보다 조금 다르게 보이는 하늘의 모습에 하현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풍경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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