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45화 (45/158)

# 45

정산이 끝나고 3일 후.

하현은 이전에 끝내지 못한 일을 해결하는 중이었다.

콰아앙!!

옆으로 스치듯 대검을 피한 하현의 두 주먹이 꽉 움켜쥐어졌다.

온몸이 균열이 간 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케론을 바라본 하현은 씩 웃으며 외쳤다.

“대력난탄!”

매서운 속도로 내질러지는 주먹들이 이케론의 다리뼈를 부숴 무너뜨리고 갈비뼈와 머리를 후려쳤다.

[끄아아아악!!!]

온몸이 조각나 박살 난 이케론은 소름 끼치는 절규 소리를 내뱉었고, 끝없이 타오를 것 같았던 눈동자의 불꽃이 꺼졌다.

“쉽네.”

이전에는 그렇게 강해 보였던 이케론이 다시 와보니 고작 레벨 320의 그저 그런 A급 보스에 불과해졌다.

이전에 잡았던 시간에 반의반도 안 걸렸으니 말 다 한 것이리라.

‘이걸로 이렇게 체감이 확 올 줄이야…… 그나저나 이제 좀 나올 때인데.’

먼지로 변해 사라져 가는 이케론을 바라보던 하현의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데스 나이트 이케론이 죽음의 너머 영원한 안식에 빠졌습니다.

하현의 눈앞으로 영상이 천천히 펼쳐졌다. 도시의 하수도에서 로브를 입은 이들에 의해 열린 포탈.

그곳에서 나온 망자의 군단과 이케론은 소환사들을 죽이고 하수도를 통해 지상으로 나온다.

[받아들여라. 죽음을!]

대도시는 단 일주일 만에 망자들에 의해 죽음의 땅으로 변했고 주민들은 모두 망자의 군단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순간 열려 있던 포탈을 통해 차원이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

낡고 닳아 헤져버린 검은색 망토를 걸친 해골, 아니 죽음 그 자체인 그것은 천천히 포탈의 밖으로 나왔다.

단지 그것만으로 하수도를 유지하고 있는 돌들이 마모되고 수로를 채우던 물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쿠구구궁!!

수로를 지탱하는 것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돌들이 그것의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떨어진 돌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모래로 변해 허공에 흩날려 졌다.

거대한 도시의 지반이 아래로 함몰되면서 수로에 있던 그것이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나왔다.

여태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그것은 검은색의 텅 빈 공동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곧 생명의 시대는 끝이 날 것이다.]

음험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것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순간 하늘의 빛도, 구름도 사라지며 갈색으로 메말랐고 도시는 말라 비틀어져 모래가 가득한 폐허로 변했다.

죽음의 현신이었다.

-망자의 군단과 그들의 왕 아오르근이 페젤론 제국의 도시, 메르센을 멸망시키는 광경을 보셨습니다. 페젤론 대륙에 벌어진 역사의 일부분을 보셨습니다.

-침묵의 하수도 던전 완수 조건을 충족시키셨습니다. 차원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후우우웅!

이전과 같이 익숙한 느낌이 들고 하현은 던전의 밖으로 이동되었다.

그와 동시에 완수를 알리는 알림창들이 떠올랐다.

-데스 나이트 이케론을 비롯한 수많은 망자를 쓰러뜨리셨습니다. ‘죽음의 사냥꾼’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던전 완수 보상 ‘침묵의 하수도 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칠흑의 검 데스리탈을 획득하셨습니다.

-망자의 원석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이걸로 A급 달성.’

던전 완수의 보상으로 레벨이 300을 넘었다. 하현은 씩 웃으며 옆의 포탈을 바라봤다.

쿠구구궁.

포탈의 크기는 점차 작아지면서 저번과 같이 사라져 갔다. 그러던 그때, 포탈에서 나온 검은색 기류들이 하현의 슈트에 스며들었다.

-경험치 가속의 슈트에 망자의 기운이 스며들었습니다. 성능 향상 조건의 충족조건 : 망자의 기운 12/100, 망자의 원석.

“오. 또 성장인가.”

알림음을 본 하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슈트를 바라봤다. 아직 조건에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뜬 것만 해도 어디인가.

‘망자의 원석은 어쨌든 못 팔겠네.’

하현은 방금 전 얻었던 아이템을 떠올리며 시련을 사용해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정산을 위해 이번에 얻은 것들을 거실에 늘어놓았다.

‘죽음의 사냥꾼은 망자들한테 추가 데미지 20%고…… 다른 것들은.’

하현은 거실 바닥에 가지런히 놓아둔 아이템들을 바라봤다. 검은색 상자와 검은색의 거대한 검, 그리고 검은색 원석. 하현은 하나씩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침묵의 하수도 상자(유니크)

던전 침묵의 하수도가 압축된 보상 상자이다. 원하는 부위나 성능을 지정하여 아이템을 만들어낸다.

-성능의 지정이 자세할수록 아이템의 전체적인 등급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부위만 선택하고 랜덤으로 진행할 시 아이템의 등급이 높게 나옵니다.

“흠. 지금 필요한 물건은…….”

하현은 현재 자신의 장비 중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적당한 것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신발이 필요하겠네.’

이전에 그라칼과의 전투로 토벌자에게 뺏었던 신발을 부숴먹은 뒤로 제대로 된 신발을 사지 못했다.

하현은 신발에 딱 어울리는 능력치도 함께 골라 지정했다.

“신발. 이동속도 증가. 생성.”

이전과 다르게 상자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며 열렸다. 하현의 손 위로 갑작스럽게 한 벌의 신발이 생겨났다.

침묵의 신발(유니크)

내구도 55/55 방어력 30

대도 크테르가 직접 제작해 신었던 신발이다. 그의 명성에 걸맞게 훌륭한 마법이 부여되어 있다.

-이동속도가 50% 증가합니다.

-걸음을 옮길 때 소리가 80% 줄어듭니다.

-스킬 ‘은신’이 사용가능합니다.

‘꽤 괜찮은 게 나왔네.’

당장 쓰기에도 좋고 팔기에도 좋은 아이템의 성능에 하현은 씩 웃으며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이케론의 검이었던 데스리탈을 살펴봤다.

데스리탈(유니크)

내구도 80/80 공격력 80

데스 나이트 이케론이 사용했던 대검이다. 칠흑의 원석과 망자들의 원념이 뒤섞여 만들어진 검은 살아 있는 생명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생명체에는 검의 공격력이 50% 추가로 적용된다.

-착용자가 살아 있는 자인 경우 이케론의 원념이 떠오릅니다(정신력이 강하거나 레벨이 300 이상일 경우 저항 가능합니다.)

‘이것도 그럭저럭 괜찮지만…… 미묘하네.’

저주와 같은 효과가 있지만 A급 이상의 토벌자들에게 팔면 문제는 없다. 다만 하현은 이전에 강철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뒤로 갈수록 장비들은 함부로 팔 수 없다. 기존의 장비들을 통해 더 좋은 장비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거든. 당장 생계가 급한 게 아니면 아껴 둬라.’

곰곰이 고민하던 하현은 이내 데스리탈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성능도 상당히 좋았기에 충분히 재료로 써볼 만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이건가.’

검은색의 기류가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기묘한 원석, 슈트의 성장에 필요한 아이템인 망자의 원석이었다.

‘흠…… 일단은 확인해 봐야겠지.’

하현은 구슬을 잡고 상태창을 펼치려 했다. 그 순간, 망자의 원석이 검은색 빛을 내면서 내부가 소용돌이치더니 이내 하현의 몸으로부터 무언가를 희미한 검은색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악.]

짧은 비명이 들리면서 이내 하현의 몸으로부터 망자의 원석이 모든 검은색 기운을 흡수했다. 하현의 앞으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망자의 원석이 망자의 기억들을 흡수했습니다.

망자의 원석(에픽)

내구도 200/200 마법 방어력 100

수많은 망자가 모여 만들어진 결정체이다. 정확한 쓰임새는 알 수 없지만, 망자의 세계와의 강한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

-언데드 계열 괴물을 처치하면 망자의 기억을 흡수합니다.

-망자의 기억이 차오름에 따라 원석이 활성화됩니다.

-망자의 기억 : 3%

“이것도 스탯이 있네.”

등급이 에픽인 데다가 설명은 모호했다. 조금 특이한 재료 아이템에 하현은 골똘히 원석을 살펴봤다.

‘그러고 보니 완료 후에 나온 아오르근이었나. 진짜 어마어마했지.’

영상으로 잠깐 본 것뿐이었지만 아오르근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하현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망자의 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존재였던 것이다.

‘어차피 슈트의 성장 조건도 충족 못 했으니깐 그동안 활성화나 시켜볼까.’

원석 하나 활성화시킨다고 무슨 일이 있겠는가. 하현은 검은색의 기류가 끊임없이 회전하는 구슬을 바라봤다.

***

협회는 20층까지 토벌자와 관련된 업무를 사용하고 그 이후 40층까지는 업적 포인트를 받고 토벌자들에게 임대를 했다.

그리고 그 위로 오직 협회의 관계자만 출입 가능한 층수가 10층 정도가 더 있었다.

그중에서 회의실로 쓰이는 협회의 45층. 그곳에 모인 수십 명의 임원이 자리에 앉아 앞을 바라봤다. 앞에서 마법을 사용해 자료들을 띄우며 설명을 하던 진한이 임원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상이 토벌자 최하현에 대한 정보입니다.”

진한은 임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의 재량으로 하현을 추천하는 상황이었기에 진한은 온 힘을 다해 모은 정보들을 그들에게 공개했다.

이제 그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그들에게 달린 일인 것이다.

“흠. 저는 괜찮은 것 같군요.”

조용하던 임원들의 사이에서 호의적인 의견이 나왔다.

그 소리에 진한이 속으로 쾌재를 내지르는 순간, 그 의견을 시발점으로 하나둘씩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괜찮아. 가지고 있는 능력도 현재 관리하고 있는 던전들에서 활약할 수 있고.”

“토벌자에 대한 사명감도 지니고 있는 것도 대단합니다. 근래에 저런 토벌자가 얼마나 있습니까.”

“저 정도 성장 속도라면 금방 S급에도 도달할 수 있겠군요. 충분히 끌어들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대부분의 임원은 하현의 회유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에 진한은 기뻐하면서도 아직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자를 바라봤다.

“…….”

이 거대한 협회를 자신의 수족처럼 자유롭게 휘두르고 있는 무시무시한 남자.

협회의 최고 권위자인 회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꼭 필요한 인재군요.”

“……!”

회장의 입에서도 나온 긍정적인 의견.

그렇다면 이제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진한이 뭐라 이야기하기 전에 회장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회장의 대답에 임원들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회장님, 지금은 인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차원의 구멍이 벌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이번의 게이트 현상도 그 전조에 불과합니다.”

임원의 말대로 지금 세계는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일을 막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으면서도 재능을 지닌 인물이 꼭 필요했다.

그런데 거기에 딱 부합하는 인물인 하현을 당장 영입하지 않겠다니. 임원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시기를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일로 그자가 지닌 가능성과 재능은 충분히 봤습니다. 하지만 한 번으로 확신을 내리기에는 이 일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회장의 말에 임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대로 급하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진행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지켜보지요. 차원의 구멍이 확장되는 지금, 그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일은 금방 올 것입니다. 그러니 섣부른 접촉은 피합시다.”

회의실 내부의 분위기는 회장의 말에 수긍하는 듯이 흘러갔다. 진한도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회장의 의견에 동의했기에 잠시 마음을 접기로 했다.

바로 그때.

쾅!

회의실의 문이 다급하게 열리면서 한 사람이 안으로 빠르게 걸어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몰리는 사이 안으로 들어온 관리자는 빠르게 회장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관리자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본 회장이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에 관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차, 차원의 기둥 중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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