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43화 (43/158)

# 43

11.토벌자의 격

게이트 사건이 마무리되고 삼일 후.

이번에는 특수 보강까지 걸쳐서 매우 단단하게 재건한 집의 소파에 앉은 하현은 자신의 정보창을 살펴보고 있었다.

[하현]

레벨 : 298 칭호 : 시민의 영웅

생명력 : 3,080/3,080

마나 : 3,070/3,070

힘 : 1,798 민첩 : 309

체력 : 308 지력 : 307

공격력 : 359 방어력 : ???

추가 스탯 : 0

“후…… 드디어 분배했네.”

요 삼 일간 분배하지 못했던 스탯을 정리하자 하현은 속이 다 후련했다.

본래라면 게이트를 완수한 즉시 해야 할 일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한참 늦춰졌다.

‘설마 그 정도로 달려들 줄은 몰랐지.’

게이트를 완수한 직후, 하현은 난생처음으로 자신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에게 시달리는 경험을 겪게 되었다.

게이트를 혼자서 막은 것은 어디까지나 할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영웅이었던 것이다.

하현의 영웅담은 당시 그 광경을 보거나 진한의 곁에서 들었던 관리자들로 인해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그리고 하현은 졸지에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큰 활약을 한 영웅으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상태였다.

‘어떻게든 취재하겠다는 그 눈빛…… 소름 돋았다고밖에 표현이 안 되네.’

기자들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다시금 떠올린 하현은 부르르 떨었다.

호의적인 건 알겠지만 대답을 받아내려는 의지로 가득 찬 그 모습은 도통 적응이 되지 않았다.

‘보아하니 나쁜 이미지도 없었고. 그냥 인터뷰 안 해도 되겠지 뭐.’

계속 함구하면 소문이 조금 안 좋게 변질될 수도 있지만 하현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악명이 높은 그린 스콜피온과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과거가 밝혀지면서 오히려 이미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그린 스콜피온의 이미지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었으니 하현에게는 좋기만 한 상황이었다.

‘후, 일단 얼른 정산이나 끝내자.’

조금 있으면 나가봐야 했기에 하현은 이번에 새로 얻은 칭호의 정보를 살펴봤다.

[페젤론의 영웅]

페젤론을 위협한 마족의 총사령관을 물리친 자에게 내려지는 칭호이다.

-모든 스탯 10% 증가.

-마족을 제외한 페젤론의 종족들에 호의를 받게 됩니다.

[시민의 영웅]

다른 이들을 위해 위험과 마주하여 돌파한 영웅에게 내려지는 칭호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싸울 때 모든 스탯 15% 증가.

-시민들을 위한 대의를 실행하는 순간 모든 스탯이 50% 증가합니다.

‘……페젤론은 그렇다 쳐도 시민의 영웅은 특이한 칭호네.’

어떻게 작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개인의 이득을 위해서 움직이면 칭호가 적용되지 않는 듯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리라.

‘대의는 어떤 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효과가 어마어마하네.’

여태까지 얻었던 칭호들 중에서도 당연 압도적일 수준의 증가폭.

물론 저 대의라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겠지만 그래도 적용된다면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이제 그럼 남은 건 아이템인가…….’

하현은 인벤토리에서 그라칼을 쓰러뜨리고 얻은 귀걸이를 꺼내들었다.

메마른 나무 사이에 검은색으로 일렁거리는 보석이 끼워져 있는 작은 귀걸이.

한눈에 보아도 불길하기 짝이 없는 그 모습은 딱 봐도 저주 계열의 아이템이었다.

‘그렇다면 나야 좋지.’

저주 계열이 가지는 뛰어난 성능에 하현은 잔뜩 기대를 품으며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엘로든의 귀걸이(에픽)

내구도 70/70 마법 방어력 70

엘프의 대장로였던 엘로든이 착용한 귀걸이입니다. 대장로의 직위를 증명하는 물건으로 대장로의 권능이 깃들어 습니다. 그라칼에게 처형당한 엘로든의 강력한 원념이 서려져 있습니다.

-착용한 자에게 ‘엘로든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모든 스탯이 50% 하락하고 매 초마다 생명력이 10씩 깎입니다.

-마나량 2,000증가. 마나 회복량 200%증가.

-민첩과 지력 스탯이 20%증가합니다.

-착용하는 즉시 대장로의 권한을 획득합니다.

-스킬 ‘자연동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연동화] : 30분 동안 마나 회복량을 500% 증가시킵니다. 하루에 총 5번 사용 가능.

“워…….”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한 하현은 혀를 내둘렀다.

대충 ‘좋은 아이템이겠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이번에 얻은 이득도 상당하네.’

더디게 오르던 200대 후반도 거의 돌파 직전이고 칭호부터 아이템도 좋은 것들을 얻었다. 활약한 만큼 받아낸 것이다.

‘아직 하나가 더 남긴 했지.’

지난 정산 날로부터 오늘이 딱 한 달째가 되는 날이다.

즉 게이트 현상에 대한 업적 포인트라는 마지막 수입이 남은 것이다.

‘그럼 이제 정산하러 가볼까…….’

오후 4시를 가리키는 시간을 본 하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제대로 된 갱신표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얼마나 갈지 한번 보자.’

씩 웃은 하현은 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

***

협회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하현은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언제 부서진 적 있었냐는 듯 깔끔하게 복원된 거리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시련이 참 활용도가 어마어마하네.’

일반적인 공사라면 복원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를 만큼 도시는 완전히 초토화 상태였다.

하지만 시련을 통해 대가를 지불하는 식으로 고치자 거리는 마법처럼 금방 복원되었다.

새삼 시련의 힘에 감탄하면서 하현이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기려 했다.

바로 그때.

“아.”

“어.”

무장하지 않은 흑월이 하현의 앞에 나타났다.

여태까지 보여줬던 검은색 갑옷과 후드 대신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는 흑월의 모습은 긴 머리가 인상적인 미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 음. 오랜만입니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던 하현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이야기했다.

“그렇군, 아니, 흠! 그러네.”

평소의 덤덤한 태도로 답하던 흑월은 짧게 헛기침하고 평범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 모습이 뭔가 웃긴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슬쩍 웃었다.

“협회에 다녀오시는 길이신가 보네요.”

“……응.”

입을 잠시 열었던 흑월은 잠시 입을 뻥긋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본래 흑월 상태에서의 말투가 평소의 말투라 이야기하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불편하시면 그냥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본래 말투는 조금 이상하…… 잖아. 장소는 구분해야…… 지.”

“음. 그렇기는 하죠.”

흑월의 말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이상한 말투인데 흑월처럼 생긴 여자가 그러면 더더욱 이상해 보인다.

“아, 그래…… 이거.”

하현을 바라보던 흑월이 뭔가 떠올렸는지 인벤토리를 열어 물건을 하나 꺼내 보였다.

반질반질하게 광이 나는 것도 모자라 날이 제대로 갈려서 흉악스럽기 그지없는 흑광검이었다.

“그때 잘 썼어. 없었다면 못 이겼을 거야.”

“아뇨, 그때는 서로 도와야 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하현은 흑광검을 받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그때 흑월이 돕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런 녀석이 풀려 나갔으면 어땟을지 상상도 하기 싫네.’

주변에 있는 토벌자들의 몰살은 물론이고 어쩌면 다른 게이트를 습격해서 일을 더 크게 벌렸을지도 모른다.

결국 일이 큰 문제없이 부드럽게 풀린 것은 자신의 몸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와준 흑월의 도움이 매우 컸던 것이다.

“그나저나 상처는 좀 괜찮으세요? 많이 다치셨잖아요.”

“응, 다 나았어.”

중상을 넘어선 부상이었지만 흑월은 완벽하게 치료된 상태였다. 하현을 물끄러미 위아래로 바라본 흑월은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너는…… 다친 곳이 없구나.”

“스킬 덕분이죠.”

하현의 대답에 흑월이 잠시 입을 다물다가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좋은 스킬이네. 하지만 너무 의존하면 안 돼. 뒤로 갈수록 사냥이 힘들어져.”

“물론이죠.”

마치 경험해본 것 같은 흑월의 말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대해서는 자신도 뼈저리게 공감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스킬만 믿고 자만하는 녀석들이 스킬이 깨지면 바로 죽어버리니까.’

언제나 그 스킬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허울 좋은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게 설령 불간섭 같은 말도 안 되는 스킬이라고 해도.

“그럼 이만 가볼게.”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응.”

하현의 인사에 흑월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흑월은 하현의 옆을 지나치려다 갑작스럽게 멈춰 섰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말 안 했네.”

“예?”

갑자기 멈춰선 흑월의 모습에 하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변하지 않았던 무덤덤한 표정에서 흑월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도와줘서 고마웠어.”

“…….”

예상치 못한 말에 하현은 잠시 벙 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이전에 흑월을 만나면 말하고자 했던 것을 떠올린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고마웠습니다.”

인사를 마지막으로 천천히 멀어져가는 흑월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현은 의외라는 얼굴로 바라봤다.

“……생각 이상으로 착한 사람이었구나.”

기회가 되면 친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생각하며 하현은 다시 협회를 향한 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길목에는 하현 말고도 많은 토벌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나오려나.’

협회를 향하는 토벌자들은 대부분 기대에 찬 얼굴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바로 며칠 전에 업적 포인트를 2배에서 3배로 불려서 지급해 줬던 게이트 현상이 있었으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게이트 현상 때 나름대로 활약한 것 같으니깐 좀 나오겠지.’

이번에도 충분히 상위권을 노려볼 만 했다. 기대에 부푼 하현은 코너를 돌아 협회의 입구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곳에 모여 있는 어마어마한 기자들의 수에 얼굴이 순식간에 퍼렇게 물들었다.

“어. 저거 최하현 아냐?”

“야, 카메라 돌려!”

아마 이번 게이트 현상 이후의 갱신표에 대한 취재를 하기 위해 모인 기자들이 분명했다.

하지만 하현이 나타나기가 무섭게 일제히 방향을 돌려 하현을 향해 플래시를 터뜨렸다.

“…….”

그 어마어마한 관심에 주변의 토벌자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모였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에 하현의 얼굴이 조금 붉게 물들었다.

“하현 씨, 잠깐 이야기 좀…….”

“이전의 그 선택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시죠!”

사방에서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하현은 무시하고 지나갈지 아니면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 갈지 머리를 굴렸다.

‘이번에도 무시하는 건 조금 그렇지.’

어차피 뭐 숨길 만한 사실도 없지 않은가. 대답을 잠시 궁리하던 하현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을 만한 적당한 대답을 골랐다.

“그냥 토벌자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맞잖아요. 그럼 저는 이만…….”

재빠르게 대답을 한 하현은 협회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상투적인 대답이라면 분명히 관심이 적어지리란 생각으로 한 말이었다.

“……아직도 저런 사람이 있네.”

“조금 고리타분하긴 하지만…… 충분히 좋은데?”

하지만 그 모습 요 근래 이익을 추구하는 토벌자들의 이미지와 상당히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큰 관심사를 모을 수 있었다.

‘좋은 화젯거리가 되겠어.’

대답을 받아 적은 기자들의 얼굴에 하현이 의도한 것과 반대되는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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