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42화 (42/158)

# 42

콰앙!!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번의 검을 부딪친 두 사람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주변의 공기가 찢어발겨지고 땅이 갈라진다. 차원이 다른 공방에 하현은 거리를 둔 채 그들을 바라봤다.

‘저게 S급인가.’

두 사람의 검이 휘둘러진다 싶으면 수백, 수천 개의 공격 경로가 하늘을 뒤덮었고, 서로 맞부딪치며 상쇄되었다. 끼어들 수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공방.

‘……어쩐다.’

순식간에 장외로 몰려난 하현은 무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라칼이 나온 이후로는 괴물도 나오지 않았고 남아 있는 괴물들은 모두 처리된 상태다.

즉 이제 저 그라칼이라는 괴물만 쓰러뜨린다면 모든 상황이 끝이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뭐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데.’

지금 상황만 봐서는 대치 상황에 끼어들어도 흑월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나 혼자서 싸우겠다하면 S급인 그라칼은 조금 미묘해졌다.

물론 시간이 주어지고 장기전으로 간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라칼이 자신에 대한 흥미를 잃고 방향을 다른 이들에게 돌린다면? 본말전도나 다름없다.

‘일단 상황이나 파악해 볼까.’

하현은 여태까지 넣어 뒀던 휴대폰을 꺼내 다시 진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잠시 울리고 곧장 전화가 연결되었다.

“하, 하현 씨? 무사하십니까? 방금 전에 올라오신 흑월 씨가 그쪽으로 바로 지원 갔는데 대피는 하신 겁니까?”

“일단 흑월 씨는 봤습니다. 근데 지금 바깥 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 지금 대부분의 괴물들은 모두 소탕됐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만 게이트를 사수하면 됩니다.”

“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예, 예? 잠깐 하현…….”

상황을 확인한 하현은 전화를 끊고 다시 그라칼과 흑월의 전투를 바라봤다.

전화를 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격돌한 두 사람은 어느새 조금씩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매섭게 검들이 교차할 때마다 갑옷의 일부분들이 떨어져 나가고 드러난 살에 피가 흐른다.

한 번의 실수가 죽음으로 연결되는 그 살벌한 싸움을 지켜보던 하현의 눈이 찌푸려졌다.

‘이건…… 조금 위험한데.’

처음 봤던 그 대등한 싸움은 어느새 조금 형세가 바뀌어 있었다.

그라칼과 비등했던 흑월의 공격 경로가 어느새 조금씩 압도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실력만 보면 이렇게 갑자기 불리해질 리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의문이 들어 하현은 자세히 살펴봤다.

‘그러고 보니 바로 지원을 왔다고.’

아래쪽 게이트에서 흑월은 단신으로 게이트를 막다시피 대활약을 하며 싸웠다.

하지만 위쪽이 비상이라는 소식에 휴식도 취하지 않고 곧장 달려온 것이다.

아래쪽 게이트에 나온 괴물들의 수준은 흑월에게는 그다지 강한 괴물이 아니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전투가 몇 시간이고 지속되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지금 흑월의 발목을 붙잡았다.

콰아아앙!!

“큭!”

여태까지 능숙하게 검을 흘려내던 흑월이 타이밍을 놓치고 그라칼의 검을 정면으로 받았다.

두 발이 아래로 파묻히며 짓눌린 흑월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는지 손목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런!’

이대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간 사단이 나겠다고 판단한 하현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바닥에 손을 짚고 자세를 집었다.

“디펜스 태클!”

시동어를 외친 하현은 온 힘을 다해 바닥을 박차며 그라칼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드드득!!!

하현의 달려오는 것을 본 그라칼은 그대로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검을 짓눌렀다.

‘저런 녀석의 공격을 피한다고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그라칼은 하현의 레벨 정도를 이미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렇기에 하현 정도 되는 자의 돌진을 피한다고 놓아주는 것은 너무 어리석다고 판단했다.

그라칼의 판단은 나름 정확했으며 날카로웠다. 다만 흠이라고 한다면.

키이잉-

“……?!”

하현의 스킬이 아주 독특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콰아앙!!!

스킬이 적용된 소리와 함께 절대로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그라칼의 몸이 바닥에 넘어졌다.

그 광경에 흑월은 깜짝 놀라면서도 검을 수습해 넘어진 그라칼을 향해 휘둘렀다.

“어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그라칼이 호통을 내지르며 검을 매섭게 휘둘렀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위력이 담긴 그라칼의 검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오는 흑월의 검을 정확하게 후려쳤고.

파캉!!

흑월의 검이 두 동강나며 처참하게 박살 났다.

“뭣…….”

검이 부러졌다는 사실에 흑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겨우 잡은 기회가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간다니, 그럴 수는 없었다.

바로 그때.

후웅!!

그라칼의 다리를 잡고 있던 하현이 인벤토리에서 토벌자에게서 얻었던 무기 중 하나인 흑광검을 내던졌다.

“……!”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로 내던진 검이지만 흑월은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

처음부터 예정된 것처럼 검을 부드럽게 잡아낸 흑월은 그대로 그라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푸슉!!!

흑월의 검기를 머금은 검은 그라칼의 갑옷을 가르고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 흑월은 곧바로 검을 다시 휘두르려 했다.

“비켜라아아!!!!”

하지만 바닥을 강하게 박차 떠오른 그라칼이 발을 휘둘러 하현을 떼 내고 자세를 다잡으면서 검이 빗나갔다.

공격이 빗나가자 흑월은 망설임 없이 검을 거두고 하현이 날아간 곳을 향해 피했다.

“괜찮나?”

“문제없습니다.”

벽면에 처박혔던 하현은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밖으로 나왔다.

멀쩡한 하현의 모습을 흘끔 본 흑월은 다시 시선을 그라칼을 향해 돌렸다.

“이 상처는 나의 실수임을 인정하지. 무시했던 것을 사과하겠다. 전사여! 그에 대한 사죄, 내 전력을 다한 검으로 하겠다!”

가슴팍에 흐르는 피를 본 그라칼은 무시무시한 투기를 내뿜으며 외쳤다.

이제 더 이상 방금 전과 같은 요행은 바랄 수 없을 것이라고 하현은 체감했다.

“계속 싸울 수 있나?”

“예, 신경 쓰지 말고 온 힘을 다해 공격하세요.”

짧은 대화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바닥을 박차고 그라칼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아아앙!!!

앞서 나간 흑월과 그라칼이 검을 맞부딪쳤고 뒤늦게 온 하현이 그라칼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현의 공격을 눈치챈 그라칼의 눈이 번뜩 이더니 재빠르게 검이 휘둘러졌다.

터엉!!

-건틀렛의 내구도가 5%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거듭된 전투와 그라칼의 강력한 일격에 부딪친 건틀렛은 순식간에 금이 가며 부서지려 했다.

하현은 재빨리 장비를 해제하고 다른 무기를 꺼내 들었다.

-장비 ‘나비꽃’을 장착하셨습니다.

이전에 김태현에게서 빼앗은 단검을 착용한 하현은 예지로 보았던 그 움직임을 떠올리며 휘둘렀다.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그럴싸하게 휘둘러진 공격은 그라칼의 신경을 끌었다.

흑월이 공격을 주도하고 하현은 몸을 아끼지 않는 공격으로 그라칼의 신경을 끈다.

조금 막무가내 같은 협동이었지만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터어엉!!

그라칼의 검이 하현의 머리를 쪼개버릴 기세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월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자신의 공격을 이어 갔다.

거기에 가쁘게 상대하고 있으면 언제 맞은 적 있냐는 듯 합류한 하현의 공격이 성가시게 만든다.

보통이라면 하현과 같이 낮은 실력을 지닌 자와 연계해 봐야 좋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맞아도 멀쩡하고 계속해서 성가시게 만들어주는 자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이것도 이젠 못 쓰겠네.’

부서지기 직전인 나비꽃을 본 하현은 다시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바꿨다.

흑월처럼 흘려낼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면 이럴 일도 없겠지만 그 정도로 섬세한 실력은 없다.

어차피 가진 무기는 많으니 되는 대로 휘두르면서 최대한 성가시게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큭…… 잔재주는 거기까지다!”

두 사람의 공격에 내몰리던 그라칼의 눈이 번뜩였다. 여태까지 두 사람에게 분산되었던 시선이 흑월에게 쏠렸고 하현의 공격을 무시한 채 검이 휘둘러졌다.

‘나를 무시하겠다고?’

하현의 공격을 막지 않고 흑월을 순식간에 쓰러뜨린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그 판단은 명확했다.

“큭!”

공격이 집중된 순간 흑월은 눈에 띌 정도로 그라칼의 공격에 내몰리며 방어하기에 급급해졌다.

하현이 다급하게 그라칼을 공격하면서 어떻게든 떨쳐내려 했지만 하현이 한 번 공격할 때 그라칼은 최소 10번 이상 흑월을 공격했다.

“거기까지다!”

콰아아앙!!!

방어를 완전히 무너뜨린 흑월을 향해 그라칼의 육중한 다리가 휘둘러졌다.

순식간에 빌딩의 잔해로 날아간 흑월은 거대한 굉음을 내뱉으며 그 안에 처박혔다.

‘저건…… 끝이다.’

토벌자들이 방어 아니면 회피를 빼먹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괴물들이 토벌자들의 공격에 잘 견디는 것과 다르게 토벌자는 자칫 잘못하면 단 일격에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금 전 그라칼의 발차기는 그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두꺼운 철제 갑옷을 휘두르고 펼쳐진 그 공격은 철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제 네 차례다!”

흑월에게서 더 이상 생기를 느끼지 못한 그라칼은 뒤를 돌아 하현을 바라보며 눈빛을 불태웠다.

이래저래 일을 꼬이게 만든 것이 모두 하현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나 참.’

그라칼 쪽을 바라보던 하현은 잠시 한숨을 내쉬고 무기를 바꿔 끼웠다.

이전에 토벌자들에게서 빼앗은 무기 중에 유일하게 있는 건틀렛이었다.

후웅!

무기를 바꾸기 무섭게 다시 한 번 하늘을 가득 채우는 그라칼의 공격 경로가 나타났다.

하현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그 경로들을 바라봤다.

‘저건 아니고…… 저것도 아냐.’

흑월과의 공방, 그리고 여태까지 자신과 나눴던 공격들. 그것들을 상기하며 하현은 주먹을 내질렀다.

카강!!!

세 번을 막고 열두 번의 공격을 맞아 뒤로 밀려났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첫 대면에 비하면 훨씬 양호하다. 하현은 이를 악물며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여전히 막는 횟수보다 맞는 횟수가 더 많았고 하현은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며 처절하게 맞았다.

죽지 않는다고 해도 약간의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맞고 있는 그 모습은 처량하기 짝이 없었지만.

‘아직이다.’

하현의 눈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처절할 정도로 공격을 맞으면서도 하현은 그라칼을 바라봤다. 정확히 말하면 그라칼의 너머, 벽면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그를 바라봤다.

‘조금만 더.’

벽면에 부딪치고 그라칼이 고개를 돌린 순간 손짓을 보였던 흑월이 천천히 상처 난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었다.

찢어진 후드 안으로부터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눈앞의 적을 응시하고 있는 차가운 눈동자가 나타났다.

‘뭐…….’

입을 가리는 후드를 내린 흑월은 남아 있는 모든 힘과 후드의 효과를 끌어모았다.

검 끝을 겨누며 바닥을 박찬 순간, 공간을 도약한 것처럼 다가온 흑월의 모습이 그라칼의 뒤에 나타났다.

푸우우욱!!!

“커헉!?”

조금만 더 치명적인 급소를 노리거나 검을 휘둘렀다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절묘하게 노려지며 기척도 없이 다가온 흑월의 검은 그라칼의 등을 완벽하게 관통했다.

그제야 등 뒤에 흑월의 존재를 깨달은 그라칼이 이를 악물었다.

“이런 빌어먹…….”

콰아앙!!

그라칼이 당황한 사이 하현의 발이 강하게 발등을 짓밟았다.

방어구가 워낙 강력한 터라 괴력을 사용하고도 조금 찌그러진 수준이었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꾸드드득.

“전투 강행.”

중요한 것은 이 두 주먹으로 펼칠 일격이었기 때문에.

“대력난탄!!”

풀 컨디션으로 돌아온 하현의 묵직한 주먹이 상처투성이인 그라칼의 몸을 온 힘을 다해 후려쳤다.

한 방 한 방이 필살기와 같은 막대한 위력에 그라칼의 몸이 휘청거렸다.

“어설프다!!”

하지만 S급이라는 레벨 차이 때문인지 그라칼을 이를 악물고 하현을 향해 검을 내려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변조된 목소리가 아닌 본래 흑월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흑월화.”

콰앙!!

내부에 꽂혀 들어간 검으로부터 날카로운 검기가 사방을 향해 솟아나며 그라칼의 내부를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마나와 체력을 모두 소모해 펼친 흑월의 공격.

퍼엉!

그 공격에 힘입어 하현의 주먹이 조각난 그라칼의 갑옷을 박살 내고, 근육을 터뜨리고, 내장을 찢었다.

“우워어어어억!!!”

두 사람의 공격에 배가 반쯤 터져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라칼은 흉흉한 기세를 드러내며 자신이 들고 있는 검으로 있는 힘껏 하현을 내려찍었다.

콰아앙!!!

바닥 아래로 꺼져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현의 몸이 찍어 눌려졌다.

그것으로 힘을 모두 소진한 그라칼을 비틀거리며 하현의 옆으로 쓰러졌다.

“……기……괴한 힘을 가진……놈이군.”

그라칼이 붉은 눈동자가 바닥에서 주섬주섬 일어나는 하현을 바라봤다.

그 치열한 전투 속에서 단 하나의 상처도 지니지 않은 그 모습은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그래…… 이곳은 페젤론이…… 아니었군. 왕께서 말씀하신 다음 장소가…… 이곳을 뜻한 것이었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그라칼은 자신을 쓰러뜨린 하현과 흑월을 바라봤다.

그리고 투구로 가려진 얼굴 안으로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고 있어라 인간들이여…… 언젠가 그분이…… 너희들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끊어지는 목소리로 말하던 그라칼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흉흉한 기세를 내뿜던 붉은색 눈동자가 천천히 그 빛을 잃으며 꺼져갔다.

-페젤론 침략군 동북전선 총사령관 그라칼을 퇴치하셨습니다.

-아득히 높은 경지를 지난 자의 공격을 마주하고 그를 쓰러뜨렸습니다. 스킬 ‘예지’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동북전선의 총사령관을 쓰러뜨렸습니다. 칭호 ‘페젤론의 영웅’을 획득합니다.

-다른 이들을 지키기 위해 단신으로 수많은 괴물을 쓰러뜨렸습니다. 칭호 ‘시민의 영웅’을 획득하셨습니다.

-오염된 엘로든의 귀걸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후우…….”

어지러울 정도로 떠오르는 상태 창. 대력난탄으로 모든 체력을 소모한 하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상처는 하나도 없었지만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지친 기분이었다.

“괜찮나?”

하현과 반대로 전신이 엉망진창이었지만 굳건히 서 있던 흑월이 하현에게 다가와 물었다.

이전 목소리일 때는 그럭저럭 어울렸지만 미성의 목소리로 듣자니 조금 미묘한 말투였다.

“괜찮습니다.”

“그런가.”

하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흑월은 손을 내밀었다. 의외의 손길에 하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맞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쿠르르릉

크게 뒤흔들리기 시작한 게이트의 모습에 하현과 흑월은 시선을 돌렸다.

여태까지 수많은 괴물을 토해내며 보였던 전조와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게이트의 윗부분이 괴물들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조금씩 먼지로 변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음에도 사라지는 게이트.

시작부터 끝까지 이례적인 경우밖에 없는 게이트였다.

“끝났군.”

흑월은 게이트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하현도 그녀와 함께 반쯤 사라져 가는 게이트를 바라봤다.

“끝났네요.”

전국을 뒤흔들었던 게이트 사건은 그것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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