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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어력 무한-41화 (41/158)

# 41

쿠르르릉!!

하현이 시킨 대로 빌딩에 손을 썼는지 주변에 거대한 진동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게이트 앞에 서 있던 괴물들이 동요하며 움직이려 했다.

콰아앙!!

“쿠와악!!”

하지만 그 순간, 거리를 좁힌 하현이 내지른 주먹에 고개를 돌린 괴물의 머리통이 터졌다. 움직이려던 괴물들의 시선이 재차 하현을 향했다.

“어딜 가려고? 도발!”

후웅!

하현의 몸으로부터 옅은 파동이 주변에 쏟아지고 범위 내부의 괴물들의 시선이 하현에게 집중되었다.

적의로 득실거리는 괴물들의 시선에 하현은 미소를 지었다.

“쿠워어어억!!”

“캬아아악!!”

콰아앙!!

빌딩의 파편들이 하나둘씩 도로 위로 떨어지기 시작한 순간, 괴물들이 하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자세를 잡은 하현은 도발의 범위 안에 조금이라도 많은 괴물을 넣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빠악!!

맨 앞에 있는 오크의 머리통을 후려친 하현은 앞을 바라봤다. 자신을 노리는 괴물 수십 마리의 공격 경로가 하현의 눈에 나타났다.

완전히 피하기는 힘들 만큼 빼곡한 공격 경로들. 방어 자체가 무의미했기에 하현은 그대로 공격 경로들을 무시하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콰드드득!!

주변에 두들겨 맞으면서 하현이 오우거의 발목과 부딪쳤다.

방패로 쓰자는 생각에 하현은 오우거의 발목을 잡고 그대로 뒤로 밀면서 게이트 앞까지 달려갔다.

“괴력!!”

괴물들이 머리통을 후려치든 등을 찌르든 하현은 오우거의 발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있는 힘껏 허리를 비튼 하현은 반대편을 향해 오우거의 몸을 패대기쳤다.

콰앙!!

3m쯤 되는 거대한 오우거의 몸이 콘크리트 바닥을 박살 내며 내려 꽂혔다.

등뼈가 박살 났는지 오우거는 움직이지 못한 채 신음만 터뜨렸고 아래에 깔리고도 살아남은 괴물들은 오우거의 배를 찢고 나타났다.

쿠구구구궁! 콰아앙!!!

그러는 사이 빌딩들은 하현이 바란 대로 나무처럼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빌딩들이 서로 맞부딪치자 부서지면서 튀어나온 거대한 잔해들이 하현과 괴물들의 머리 위로 운석처럼 떨어졌다.

콰아아앙!! 쾅 콰앙!!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빌딩들은 순식간에 게이트 주변을 에워싸듯이 무너졌다.

한바탕 재앙과도 같았던 굉음 소리가 잦아들고 천천히 먼지가 가라앉았다.

키아악……캬르륵…….

도로에 무차별적으로 떨어졌던 빌딩의 파편들은 괴물의 4분의 3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나마 살아남은 괴물들도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쿵! 쿵! 콰앙!

괴물들의 신음소리 말고는 잠잠해졌던 게이트의 앞에 거대한 파편이 뒤흔들렸다.

이윽고 파편이 박살 나면서 먼지를 뒤집어쓴 하현이 나타났다.

“후우…… 보자.”

주변을 둘러본 하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생각만큼은 아니었지만 무너진 잔해들이 마치 성벽처럼 게이트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시련으로 만든 건가. 그럭저럭 잘 만들어졌네.’

이제 이곳에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단신으로 괴물들을 토해내는 게이트를 감당해야 한다.

가만히 서서 도발로 주의만 끌기만 하면 좋겠지만 괴물들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잡기도 해야 했다.

‘조금 빡세겠어.’

불길한 색으로 일렁거리는 게이트를 바라본 하현은 앞을 향해 걸어갔다.

자신이 자진해서 맡은 일이니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는 수밖에 없다.

쿠우우웅.

게이트가 일렁거리더니 그 안에서부터 괴물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오크와 놀, 리자드맨 등 사람에 가까운 괴물들이 각자 무장은 한 채 진열을 갖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 뭐하는 녀석들이지?’

보통의 괴물들이라면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나타날 리가 없었다. 하현은 조금 의아해하며 괴물들의 정보를 확인해 봤다.

[페젤론 침략군 153번대 소속 오크.]

레벨 : 220

페젤론을 침공하는 군단에 소속된 오크다. 질은 낮지만 제대로 된 장비와 훈련을 걸쳐 일반적인 오크보다 기술과 병법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지니고 있다.

특징 : 약소한 기술. 방어력.

‘……페젤론 침략군?’

오크의 정보를 본 하현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을 완수할 때 보는 풍경에 관한 설명에 꼭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 페젤론이라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안 얽힌 곳을 본 적이 없네. 뭔가 있는 건가.’

하현이 생각에 잠긴 사이 300마리가 넘는 군단들이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그중에서 두각을 보이는 상처투성이의 거대한 오크가 하현을 바라봤다.

“인간…… 이군. 지금 우리의 앞을 막아선 거냐.”

오크라면 보통 말을 더듬거나 이상하게 말해야 하지만 그 오크는 뚜렷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한눈에 봐도 이 군단을 이끄는 우두머리, 네임드 계열임이 틀림없으리라.

“진군에 앞서 병사들의 사기를 복 돋아줄 필요가 있었는데 마침 잘됐군. 네놈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병사들의…….”

퍼엉!!

오크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하현의 주먹에 맞은 선두의 오크의 머리통이 터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오크의 두 눈이 확 커졌다.

“주절주절 말이 많네. 닥치고 죽어, 임마!”

괴물들을 상대할 때도 중요한건 기선 제압이다.

한순간에 분위기를 휘어잡은 하현은 군단의 중간쯤에 서 있는 대장 오크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공격해라!”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하현에게 위협을 느낀 대장 오크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강철의 훈련으로 이전보다 전투에 능숙해진 하현은 앞을 막아서는 괴물들의 머리통을 박살 내며 뚫고 지나갔다.

“크윽!”

눈앞까지 다가온 하현의 모습에 대장 오크는 자신의 대검을 뽑아 들어 하현을 향해 내려쳤다. 당황한 탓인지 그 경로는 눈에 훤할 정도로 보였다.

콰앙!!

몸을 옆으로 살짝 비키는 것으로 대검을 가볍게 피한 하현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대력타로 후려쳤다.

퍼엉!!

“쿠억!”

뱃가죽이 뚫리다 못해 완전히 텅 비어버린 대장 오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먼지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자신의 지휘관이 죽자 훈련된 괴물들의 눈에 두려움이 일렁거렸다.

“도발.”

하현의 도발에 당장에라도 도망칠 것처럼 뒷걸음질 치던 괴물들의 눈이 돌변했다.

도망치는 건 상관없지만 그러다가 방벽 너머로 가버리면 곤란해진다.

“캬아아악!!”

달려드는 괴물들의 머리통을 박살 내며 싸우던 하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어막이 없어져서 그런지 상대하는 건 쉬워졌네.’

지금 나오는 괴물들의 레벨은 대충 220~230 사이였다. 아마 동시에 게이트가 여러 개 열리는 일만 아니었으면 수월하게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본래 마지막쯤에 나오던 이 녀석들이 지금 나왔다는 건…… 앞으로 더 강해진다는 건가?’

게이트의 특성은 가면 갈수록 강한 괴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9시간이 넘게 남은 이 시점에서 괴물들의 레벨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거기에 생각이 미치는 순간 하현은 어쩌면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쿠구구궁!!

괴물들을 거의 다 정리해 갈 때쯤, 게이트가 다시 한 번 큰 소리를 내며 괴물들을 소환했다.

이번엔 수는 적었지만 하나같이 덩치가 큰 괴물들이 나타났다.

[페젤론 침략군 204번대 오우거.]

레벨 : 245

공성전을 위해 돌을 던지거나 거대한 무기를 휘두르는 훈련을 받은 오우거다.

특징 : 강한 완력. 강한 맷집. 조잡한 무기실력.

게이트에 나온 괴물들의 크기는 평균적으로 3m를 웃돌았다. 잠시라도 이목을 놓치는 순간 손쉽게 방벽 너머로 나갈 수 있는 까다로운 녀석들이었다.

‘……저놈이다!’

빠르게 제압하기 위해 주변을 살펴보던 하현은 한 괴물을 보고 눈을 번뜩였다.

다른 녀석들보다 화려한 장식에 몸에 무늬를 새긴 오우거. 누가 봐도 네임드였다.

콰앙!

바닥을 강하게 박찬 하현은 그대로 오우거들의 머리 위로 도약했다.

도발의 효과가 지속되고 있었기에 밑에 있는 오우거들은 모두 공중에 떠오른 하현을 바라봤다.

아마 이대로 그냥 낙하하면 오우거들이 휘두른 손에 맞아 파리처럼 날아갈 것이다.

“화염 리자드맨 소환. C타입!”

하현의 마나를 잡아먹은 화염 리자드맨 투사들이 공중에 나타났다.

소환 전에 내린 명령을 인식한 투사들은 그대로 자신들의 손에 들린 무기로 있는 힘껏 하현의 등을 후려쳤다.

후우웅!!

가속도를 얻은 하현의 몸이 쏜살같이 목표를 향해 내려 꽂혔다.

눈앞에 보이는 대장 오우거의 머리통에 하현은 씩 웃으며 그대로 주먹을 꽉 쥐었다.

“괴력, 대력타!”

퍼억!!

하현의 일격에 대장 오우거는 말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그대로 머리통이 터졌다.

“대, 대장 쓰러졌다!”

“명령, 누가 내리나……!”

다른 괴물들보다도 지능이 떨어지는 오우거들은 지휘관의 상실에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그 틈에 하현은 바닥에 내려와 한 오우거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뭐, 뭐지……?”

하현의 존재를 알아차린 오우거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 순간, 오우거의 몸이 붕 떠오르더니 그대로 다른 오우거들을 향해 강하게 휘둘러졌다.

후웅- 빠아악!!!

하현의 손에 거대한 몽둥이로 탈바꿈한 오우거는 그대로 다른 오우거들을 넘어뜨렸다.

순식간에 오우거들을 모두 넘어뜨린 하현은 몸을 날려 오우거들의 머리통을 하나하나 깨부수며 정리해 갔다.

쿠구구궁!!

‘이번에는 좀 빠르네.’

아직 오우거의 반도 잡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게이트가 움직이고 있었다.

턱밑까지 숨이 차오른 하현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디까지 강해지는가 한번 보자.’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면 그때부터는 협회가 알아서 할 일이다.

주먹을 움켜쥔 하현은 게이트에 나오는 괴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쿠르르릉!!!

괴물이 나오기 전에 굉음은 몇 번이나 들었지만 하현은 이번은 직감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괴물들에게 찍어 눌린 것마냥 두들겨 맞고 있던 하현은 눈을 번뜩였다.

아무래도 더 이상 휴식을 취할 시간은 아닌 듯했다.

“징벌!”

콰아아아아앙!!!!

여태까지 얻어맞으면서 축적된 데미지가 터지자 하현을 둘러싼 대부분의 괴물들이 죽었다.

본래 징벌이 이렇게 높은 위력을 뿜어낼 수 없는 스킬이었지만 제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얻어맞을 수 있는 하현이 펼치다 보니 상상을 초월했다.

“후우. 좀 회복 됐네.”

체력이 조금 회복된 것을 본 하현은 게이트를 통해 나타난 남다른 굉음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흑색 갑옷으로 전신을 무장한 채 붉은색 눈동자를 빛내는 거대한 괴물.

전신에 내뿜는 위압감은 확실히 여태까지와 차원이 달랐다.

‘대체 어떤 놈이지.’

여타 오우거들과 같이 3m쯤 되는 거구였지만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하현은 새로 나타난 괴물의 정보를 확인했다.

[페젤론 침략군 동부전선 총사령관 그라칼.]

레벨 : 468

페젤론의 동부 지역을 진두 지휘하는 무투파 마족이다. 본래의 강력한 힘과 마왕이 하사한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다.

특징 : 절세의 검술. 강력한 힘. 높은 마법저항력과 물리저항력.

‘……미쳤구만.’

눈앞에 나타난 괴물 정보에 하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300대 언저리만 나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400대, S랭크라니.

아무리 이변이 많은 게이트라지만 이건 조금 도가 지나쳤다.

“……진격이 멈췄던 원인이 이것 때문이었나.”

섬뜩한 붉은 눈을 빛낸 그라칼은 하현을 내려다봤다.

단지 시선을 받은 것뿐인데 하현이 서 있는 바닥이 미묘하게 뒤흔들리며 갈라져 갔다.

-상태이상 ‘위압’에 저항하셨습니다.

‘이건 위압을 이미 넘어선 것 같은데.’

이전에 보았던 S급 괴물, 울티노조차 이 정도 위압감은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하현은 과연 자신이 붙잡고 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새로운 강적을 바라봤다.

“단신으로 수만의 군대를 막아선 네놈에게 전사로서 찬사를 보내마. 그러니 이만 페젤론의 멸망을 죽음과 함께 받아들여라.”

하현을 다른 인물로 착각한 것 같은 그라칼은 천천히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갑옷과 마찬가지로 검은빛을 내뿜는 검은 닿기만 해도 전신이 갈라질 것 같은 무시무시한 예기를 머금고 있었다.

“동부전선 총사령관 그라칼. 네놈의 목으로 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하겠다.”

“…….”

하현은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싸우다 보니 몇 시간이 남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싸워야 한다는 것은 명백했다. 설사 잡지 못한다고 해도 시간만 끌면 협회나 다른 S급 토벌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래도 잡을 수 있다면 잡겠지만.’

결정을 내리고 그라칼을 향해 적의를 드러낸 순간, 하현의 눈앞에 하늘을 뒤덮는 공격 경로와 함께 눈앞까지 다가온 그라칼의 모습이 보였다.

‘이……건…….’

압도적인 광경에 하현의 시간이 조금씩 느려졌다. 그라칼의 검이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뒤덮은 공격 경로들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라칼의 검은 하현의 몸에 드러난 모든 빈틈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방어는 불가능하다고 확신한 하현은 방어를 포기하고 그 공격 경로들을 눈여겨 살펴봤다.

‘예지의 좋은 점은 너보다 뛰어난 기술을 지닌 자들의 공격 경로를 볼 수 있다는 거다. 상대가 안 되겠다 싶으면 최대한 공격들을 보고 이해하려 해라. 그러면 실력도 늘고 그게 쌓이면 반격의 실마리도 볼 수 있을 거다.’

강철의 조언은 하현에게 최적의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어차피 몇 대를 맞든 죽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루, 이틀, 일주일이든 얼마든지 맞아주고 공격 방법을 파악한 뒤 때려잡으면 되는 거다.

하현이 표독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향해오는 검을 마지막까지 바라보고 있을 때.

카아앙!!

하늘을 뒤덮던 모든 경로가 단번에 끊어졌다.

“…….?”

갑작스러운 변화에 하현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자를 바라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갑옷과 망토를 걸친 그는 그라칼의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안 늦었군.”

하현을 흘끔 바라본 그는 덤덤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12명밖에 없다는 토벌자의 정점. 그리고 그 속에서 손꼽히는 힘을 지닌 강자.

S급 토벌자 흑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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