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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어력 무한-40화 (40/158)

# 40

게이트 정면에 있는 거점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다른 곳보다 강한 토벌자들이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괴물들의 거친 공세와 게이트의 이상 현상에 부상자가 상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키아아악!!”

“옆에서 나왔다! 막아!!”

앞에서 나타나는 괴물들을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초기에 도시 안으로 숨어들었던 괴물들이 옆에서 습격해오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위험천만한 상황.

“도발!”

그런 상황에서 하현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이 내린 한 수였다.

“키아아악!!”

“닥쳐!”

빠아악!!

도발의 효과로 적의를 보인 야수형 괴물의 머리통에 하현의 주먹이 매섭게 휘둘러졌다.

입천장을 뚫고 머리 위쪽을 박살 내 한 방에 죽여버린 하현은 주먹을 뽑아냈다.

“주, 죽어라, 인간!!”

빠아아악!!

뒤에 접근했던 오크들이 일제히 몽둥이를 휘둘러 하현의 몸을 두들겼다.

하지만 하현은 눈 하나 찌푸리지 않고 주먹을 움켜쥔 채 뒤돌았다.

“대력난탄.”

퍼엉!!

하현의 주먹이 하나하나 내질러질 때마다 오크들의 머리통과 몸통에 바람구멍이 하나씩 생겨났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휘둘러진 하현의 주먹은 30마리의 오크들을 곤죽으로 만들고 나서야 멈췄다.

“캬오오옥!!”

“키에에엑!!”

하지만 그렇게 때려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하현의 도발에 이끌려온 괴물은 200마리가 훌쩍 넘었다.

이번에는 혼자서 처리하긴 글렀다고 생각한 하현은 슈트를 제외한 모든 장비를 해제했다.

“쏴!”

하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쪽에 대비하고 있었던 토벌자들의 마법이 하현의 머리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콰아아아앙!!!

마법의 여파로 주변에 몰렸던 괴물들 절반 이상이 불타올랐지만 아직도 그 수는 100마리를 넘겼다.

하지만 하현은 괴물들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징벌!”

스킬의 발동과 동시에 하현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폭발이 다시 한 번 괴물들을 덮쳤다. 방금 전 쏟아진 마법들과 엇비슷할 위력을 지닌 폭발은 남은 괴물들을 쓸어버렸다.

“…….”

그 광경을 바라본 토벌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단 한 사람이 왔을 뿐이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언제 무너질지 모르던 거점이 완벽하리만치 단단해진 것이다.

“뭐해요? 다들 얼른 쉬어요.”

거점으로 돌아온 하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토벌자들을 향해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에 다른 토벌자들도 엉거주춤 뒤따라 각자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걸로 5시간째인가.’

하현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평소에 어느 던전을 돌아도 이 정도로 많은 괴물들을 마주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정말 재앙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네.’

여태까지 던전을 돌면서 하현은 괴물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킨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 않았다.

토벌자들로 인해 던전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었으니.

하지만 게이트는 달랐다. 10분에서 20분 간격으로 거의 200마리가 넘는 괴물이 뛰쳐나오고 그것이 무려 10시간 넘게 진행되며 괴물을 가둬줄 던전의 존재도 없다.

잠시라도 포위망이 뚫려 괴물들이 새어나가면 얼마나 큰 인명 피해가 날지 하현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해.’

처음으로 느껴보는 사명감 같은 기분에 하현은 낯설어하면서도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괴물들을 때려잡으면 자신에게도 이득이니 굳이 망설일 이유도 없는 것이다.

“여러분들, 도시 내부에 괴물들의 섬멸이 끝났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포위망을 좁힐 테니 모두 협조해 주세요!”

한창 쉬고 있던 도중 작전 본부로부터 보고를 받은 토벌자가 외쳤다.

하현의 투입으로 도시로 숨어드는 괴물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드디어 포위망을 좁힐 수 있게 된 것이다.

관리자들의 말에 쉬고 있던 토벌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지정된 포위망까지 짐을 옮겨 좁혀가기 시작했다.

하현은 다른 이들을 바라보다가 기용을 비롯한 그린 스콜피온의 길드원들을 바라봤다.

“제대로 할 생각 있으면 오고 아니면 꺼져.”

“…….”

하현의 말에 그들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아무런 말없이 자신들의 짐을 챙겨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음과 같아서는 당장 빠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하현의 합류로 업적 포인트를 안전하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얻는 양은 이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었기에 기용을 비롯한 길드원들은 참기로 결정했다.

‘거기다 그 사냥개를 두들겨 팬 놈이니…… 괜히 까불었다가 어떻게 될 줄 알고.’

이전의 사건으로 그린 스콜피온 내에서 하현은 요주의 인물 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괜히 여기서 시비 걸어봐야 얻어터지기만 할 테니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흠. 그런데 다들 생각보다 열심히 하네…….”

하현이 봐왔던 토벌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토벌자들이었다.

물론 그중 대부분이 그린 스콜피온의 길드원이기는 했지만 다른 토벌자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위험한 상황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들은 상당히 의외였다.

하현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서 하현의 이야기를 들은 토벌자 한 명이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하죠. 그럴 사람들만 모인 거니까요.”

토벌자의 말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게이트 현상은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위험한 일이에요. 죽기 싫은 놈들은 이미 도망쳤죠. 지금 조건에 맞아도 출동 안 한 토벌자들이 반 이상은 될걸요?”

아무리 게이트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비상사태라고 해도 안정을 취하는 이들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괴물과 던전은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많이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사지로 들어갈 정도는 아니다.

그 이유로 수많은 토벌자가 협회의 연락을 무시하고 숨어 있거나 도망친 상태였다.

“어차피 지금 당장 안 막아도 피해가 커질 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고 자기들은 안 다친다고 생각하니 그러는 거죠. 아마 업적 포인트를 4배나 5배쯤 챙겨준다고 하면 그때서야 뛰쳐나올 겁니다.”

긴급 상태라 배수를 불렀음에도 나오지 않은 토벌자들을 생각하며 그는 이를 갈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하현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토벌자는 괴물들로부터 사람을 지키는 게 의무 아닙니까?”

“글쎄요. 그것도 대부분은 아마 돈이 들어오고 자기들 목숨이 안전하다 싶을 때나 그러지 않을까 싶네요.”

어깨를 으쓱인 토벌자는 그대로 자신이 맡은 짐을 들고 가버렸다.

하현은 토벌자가 남긴 말에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짐을 들고 옮겼다.

“이제 곧 괴물이 나올 겁니다. 준비하세요!”

포위망에 좁혀지면서 게이트가 가까워지자 토벌자들은 조금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추가로 토벌자들이 증원을 오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괴물들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후우…….”

모두가 긴장하는 와중에 가볍게 몸을 푼 하현은 선두로 걸어 나갔다.

어차피 여기서 괴물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것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쿠구구궁!!!

바로 그때.

여태까지 조용히 괴물들만 토해내던 게이트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하현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원의 구멍이 확장됩니다.

무미건조한 알림음과 함께 게이트가 더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이들은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아직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재앙이 닥쳐올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쿠워어어!”

“죽인다!”

“카르륵!!”

넓어진 게이트를 통해 괴물들의 모습이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세부터 모습은 상당히 틀렸다.

나오자마자 서로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야 했을 괴물들은 마치 하나의 군대처럼 눈앞에 있는 인간들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뭐, 뭐야…… 이건 게이트가 닫히기 1시간 전에나 일어나는 일인데…….”

괴물들의 모습을 본 기용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여태까지 알려진 상식대로라면 서로 싸우지 않는 괴물들의 군대는 게이트 마지막쯤에 등장하는 최대의 고비였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는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모두 달랐다. 아직 게이트가 닫히기까지 12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그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말도 안 돼…… 이런 이야기는 못 들었어! 잠깐만 막아주면 되는 거라고 했잖아!”

“그, 그래…… 지금 이 상태로 저 녀석들이랑 싸우는 건 자살행위라고!”

진형을 유지한 채 계속해서 나타나는 괴물들의 모습에 그린 스콜피온의 길드원들이 혼란에 빠진 채 외쳤다.

그 소리에 다른 일반 토벌자들도 흔들리며 당장 전선을 이탈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져 갔다.

“…….”

뒤돌아서 토벌자들의 모습을 보던 하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괴물들로 인해 조금은 부서져 있었지만 대부분의 빌딩들은 여전히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시간은 있네.”

하현은 괴물들을 바라보며 전화기를 꺼냈다.

최근 통화 목록에서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자 짧게 신호음이 들리고 전화가 걸렸다.

“진한 씨, 저 하현입니다.”

-……예.

이쪽의 상황을 알고 있는 진한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하현은 그와 달리 덤덤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제게 괴물들을 막아낼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자신감에 찬 하현의 목소리에 진한이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현은 괴물들이 나오는 게이트를 향해 걸어가며 이야기했다.

“게이트 주변의 빌딩들을 무너뜨려서 게이트를 고립시켜 주세요. 그러면 괴물들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주변에 늘어져 있는 고층 빌딩들을 이용한 급조 방벽. 나름대로 괜찮은 아이디어였지만 그것은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하현 씨, 아무리 급조 방벽을 만들어도 괴물들은 벽을 타고 넘어올 겁니다. 10분도 벌지 못해요.

급조해서 방벽을 만든다고 해도 진짜 성과 같은 방벽은 불가능하다.

고작 해봐야 높게 쌓인 잔해의 산 같은 느낌일 테니 괴물들의 발목을 잠깐 붙잡는 것밖에 안 된다. 하지만 하현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아니, 가능합니다.”

걸음을 옮기던 하현은 어느새 게이트 근처까지 다가왔다. 진형을 유지하고 있던 괴물들도 하현이 거의 5m를 채 남기지 않고 근접하자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잠깐, 뭐?

전화 통화를 하던 진한이 뭔가 보고를 받았는지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하현 씨, 지금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거긴 위험…….

“당장 빌딩 무너뜨리세요. 방어막 해제해서 비행형 괴물들의 퇴치에 집중해 주세요. 가끔 틈나면 잔해 위쪽에서 아래로 마법 쏴주고.”

하현은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눈앞에 나타난 괴물들을 바라봤다.

지금 이 상황, 이 장소에서 이 괴물들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제가 안에서 막을 테니까요.”

다치지도, 죽지도 않는 자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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