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39화 (39/158)

# 39

퍼엉!!

하현의 주먹에 맞은 녹색 괴물, 오우거의 몸통이 터지면서 먼지로 화했다.

레벨이 150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많아…….”

집의 옥상으로 뛰어 올라간 하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동네의 안에는 말 그대로 괴물들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오우거, 오크, 코볼트 등 같이 있을 수 없는 괴물들이 주택가를 파괴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에 게이트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린 하현의 고개가 멈춰 섰다. 어디에 게이트가 생겼는가에 대한 의문이 단번에 해소되었다.

빌딩이 모여 있는 도심가의 거리, 이곳에서 20분 거리나 떨어진 이곳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한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안쪽이 보이지 않는 불길한 검은 구멍. 그 안에서 괴물들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있었다.

“하현 씨!”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하현의 정신을 깨우듯이 휴대폰에서 다시 큰 음성이 들려왔다.

그제야 전화 중이던 사실을 다시금 떠올린 하현이 휴대폰을 받았다.

“예, 말씀하세요.”

“지금 저희는 게이트 현상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쪽 지역의 괴물들은 다른 토벌자들을 통해 구제할 테니 부디 이쪽으로 와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위치를 알려주세요.”

어차피 집은 반파되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음을 깨달은 하현은 그들이 있는 위치를 들었다.

“시련 생성.”

[토벌자 협회와의 합류.]

게이트 주변에 토벌자 협회의 관계자들이 모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난이도 : 없음

보상 : 장소의 이동

-시련을 수락할 시 현금 30만 원이 소모됩니다.

-시련을 수락하는 즉시 완수됩니다.

“수락.”

하현의 몸이 뒤흔들리더니 이내 주택의 지붕에서 사라졌다. 주변의 풍경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하현이 도심의 한복판에 세워진 천막의 앞으로 나타났다.

“최하현 씨?”

갑자기 나타난 하현의 모습을 발견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까 전에 전화에서 들려왔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달은 하현은 그를 바라봤다.

“현재 이곳의 책임을 맡고 있는 박진한입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빠르게 설명을 했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진한의 말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진한은 곧장 하현은 데리고 뒤에 있는 천막의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의 안에는 협회의 관리자들이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왜 이런 거지?’

그 모습을 본 하현은 조금 의아했다. 협회의 본부를 놔두고 천막 안에 모인 것도 그렇고 어째서 이렇게까지 여유가 없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왜 이렇게 여유가 없는 겁니까? 게이트 하나가 추가로 생겨도 협회라면…….”

“4개입니다.”

하현의 말을 가로막듯이 진한이 이야기했다. 가볍게 말했지만 그 어마어마한 내용에 하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현재 4개의 게이트 현상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그중에서 그나마 이쪽이 양호한 상태이기에 바깥쪽에 임시 본부를 세웠습니다. 아마 협회의 안쪽은 전쟁터나 다름없겠죠.”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임을 깨달은 하현은 진한의 뒤를 계속해서 따라갔다.

천막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오자 도심의 지도가 놓인 탁자가 보였다.

지도에는 게이트가 나타난 장소, 그곳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협회의 포위망들이 나타나 있었다.

진한은 한눈에 보아도 넓어 보이는 포위망을 가리켰다.

“이곳에 생긴 게이트가 가장 마지막에 생긴 곳입니다. 이쪽의 토벌자들이 각 지역으로 지원을 간 상태에서 열렸다 보니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보시다시피 포위망이 넓어졌습니다.”

포위망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나간 장소에 괴물들이 단 한 마리도 없어야 한다.

만약 한 마리라도 놓치게 된다면 차후에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포위망을 빠르게 줄이지 못했고 도심의 피해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까지 나오는 몬스터들은 높아도 C급, 보통은 D급입니다. 하지만 비행형 괴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시련을 이용한 방어막을 설치한 탓에 현재 포위망 내부의 모든 괴물들의 능력은 1.2배 정도 강해졌습니다.”

비행형 괴물의 탈출은 정말로 곤란한 일이었기에 협회는 약간의 페널티를 감수하고 시련을 이용해 방어막을 펼쳐 놓았다.

그것 때문에 또 쉽사리 괴물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토벌자들만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상황. 하지만 현재 9개의 게이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제가 해야 하는 게 어떤 겁니까?”

“……현재 포위망에서 가장 위태로운 곳은 이곳, 게이트의 정면입니다.”

진한은 지도의 위에서 큰 대로를 가리켰다. 게이트가 생겨난 곳은 8차선 교차로에서 대로의 안으로 조금 들어온 곳이었다.

그리고 진한이 가리킨 곳은 그 대로의 안쪽이었다.

“이곳은 괴물들이 건물들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곳에 비해 게이트와 가까이 설치된 곳입니다. 주의를 끌기 위해 설치한 곳인 만큼 증원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위태롭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지겠죠…….”

본래 매뉴얼대로 포위망이 구축되었더라면 괴물들이 게이트에 나온 순간 집중된 화력으로 여유롭게 구제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고 포위망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만큼 위태로웠다.

“이 게이트의 유지 시간은 17시간, 아래쪽 게이트 현상 중 한 곳이 마무리되는 시간은 14시간 후입니다. 그동안 이곳에 합류하셔서 괴물들의 공세를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게이트는 규모에 따라 유지 시간이 다르고 이쪽의 게이트 경우 그나마 유지 시간이 아래쪽에 비하면 짧은 편이었다. 그 시간 동안만 버티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당장 가죠.”

하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지금 당장 텔레포트를 준비하겠습니다.”

“아뇨, 그럴 시간이 또 어디 있습니까. 시련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하현은 곧장 천막의 밖으로 나갔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한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도 저런 사람이 있군.’

이전과 달리 요 근래의 토벌자들은 어떠한 상황에도 이득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은연중에 있다.

하지만 하현은 그러한 모습도 없이 위험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토벌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정석과도 같은 그 모습에 진한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만약 S급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윗분들께 보고 드려도 되겠군.’

***

“또 나온다!”

게이트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괴물들의 모습에 한 토벌자가 외쳤다.

그러자 후방에 위치한 토벌자들이 일제히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크루아왁!!”

“캬오옥!!”

“컹컹!!”

다양한 괴물들이 게이트에서 튀어나오고, 서로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며 다투기 시작했다.

게이트 초기에는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었기에 토벌자들은 당황하지 않고 마법을 쏠 기회를 기다렸다.

“공격!!!”

괴물의 수가 반쯤 줄어들고 토벌자들을 향해 주의가 돌아왔을 때, 대기하고 있었던 토벌자들의 마법이 게이트의 앞부분을 향해 쏟아졌다.

콰아아앙!!!

강력한 위력의 마법에 괴물들이 흔적도 없이 불타오르며 그대로 먼지로 산화해 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마리쯤 되는 괴물이 살아남아 마법을 날린 토벌자들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캬아아악!!”

“온다! 포위망 만들어!”

전방을 향해 달려오는 괴물들의 모습에 지휘를 내렸던 토벌자가 다시 외쳤다.

그 명령에 몇몇 토벌자가 불만스러운 모습으로 그를 바라봤다.

‘저 더러운 새끼들…… 또 자기들이 다 처먹으려고.’

게이트가 생겨난 장소는 그린 스콜피온의 영역과 가까운 곳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곳의 대다수가 그린 스콜피온 소속이었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토벌자, 진기용도 그린 스콜피온의 길드원이었다.

머릿수도 가장 많고 평균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것도 그들이다.

그렇다면 이 위태로운 현장에서 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줘야 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현장의 머릿수를 이용해 지휘권을 가져갔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들이 업적 포인트를 많이 받는 상황으로 유도했다.

그러면서도 위험할 때는 은근히 후방에 빠져 있으니 추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뭐해?! 빨리 움직여!”

하지만 그 누구도 그 행동에 토를 달 수 없었다. 중재해줄 협회는 손이 부족해서 올 수 없었고, 그들의 수가 더 많고 힘도 강력했기 때문에.

‘더러운 길드 새끼들…….’

이를 바득바득 갈며 토벌자들이 진영을 갖추려는 바로 그때, 게이트가 다시 한 번 일렁거리더니 새로운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뭣…… 이게 무슨!”

본래라면 20분에 한 번씩 괴물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 10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나타나는 괴물들의 모습에 모두가 경악했다.

“마법은?!”

“아, 아직은 안 돼. 마나도 부족하고 정신력도 많이 흐트러졌어!”

일반적인 스킬과 달리 마법 계열은 높은 정신력도 함께 요구했기에 바로바로 쓰기 힘들다.

게다가 20분의 휴식을 전제로 날렸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토벌자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큭…… 이, 일단은 막아. 그리고 최대한 빨리 다음 마법 준비해!”

눈앞에서 달려오는 괴물들을 막기 위해 토벌자들이 쏟아져 나갔다. 대략적인 레벨은 170쯤 되지만 방어막에 의해 1.2배 강해진 지금은 204레벨, B급에 해당되는 괴물들이었다.

“쿠와아아악!!!”

“돌격!!”

두 집단이 충돌하자 순식간에 피를 튀기는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괴물들을 상대하는 토벌자들은 100명 가까이 됐지만 그중에 C급이 상당수 섞여 있어 전투가 지지부진했다.

“다, 다음 괴물들이 온다!!”

서로간의 싸움이 끝나고 토벌자들을 눈치챈 괴물들. 마법의 포격을 받지 못한 괴물의 수는 무려 100마리가 넘어섰다.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괴물들의 모습에 토벌자들의 얼굴이 모두 창백해졌다.

“트, 틀렸어…… 이대로는 전선의 유지가…….”

“뒤로 빼지 마! 진형을 갖추란 말이야!!”

주춤거리는 토벌자들을 향해 기용이 고함을 지르며 외쳤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는 은근슬쩍 도망갈 길을 알아보고 있었고 다른 길드원도 마찬가지였다.

‘업적 포인트 벌려고 온 거지 죽으려고 온 게 아니라고!’

기용의 행동을 눈치챈 다른 토벌자들 또한 마주 싸우기보다는 도망갈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도움 없이 막겠다고 달려들어 봐야 개죽음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아아악!!”

자신들을 찢어발기기 위해 달려오는 100마리의 괴물. 흉흉하기 짝이 없는 그 모습에 토벌자들이 도망치기를 선택한 순간.

“비켜, 새끼야!”

빠악!!

도망치기 위해 뒤돌았던 기용의 뒤통수를 후려친 라이더 슈트의 남자와 불꽃에 휩싸인 거대한 괴물이 토벌자들의 사이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다 죽여!”

“캬아아악!!”

남자의 외침에 악어를 닮은 괴물은 불꽃으로 무기를 만들어 괴물들을 순식간에 죽여 나갔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토벌자들이 입을 떡 벌린 순간.

“업화의 불꽃!!!”

쿠와아아악!!!

달려왔던 남자의 손에서 내뿜어진 진홍색 불꽃이 달려오던 괴물들을 휩쓸며 모조리 재로 만들었다.

“…….”

순식간에 정리된 모습에 토벌자들의 입이 떡 벌렸다.

상황을 정리시킨 남자, 하현은 아직 죽지 않은 토벌자들을 바라보며 안도한 듯 이야기했다.

“안 늦었네. 아슬아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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