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37화 (37/158)

# 37

스낙의 거탑.

각 층이 운동장만 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탑을 배경으로 둔 던전.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골렘들과 마법들이 함정으로 깔려 있는 탓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던전이었다.

[제거한다.]

무덤덤한 음성을 내뱉은 아크 골렘이 하현을 향해 육중한 주먹을 내려찍었다. 하현은 자신을 향해 찍어 내려오는 주먹을 흔들림 없이 바라봤다.

콰아앙!!

예지를 이용해 하현은 옆으로 살짝 물러서는 것으로 주먹을 피했다.

골렘 특유의 공격 후의 조금 긴 경직이 찾아왔을 때, 차지를 끝낸 하현의 대력타가 아크 골렘의 몸을 후려쳤다.

콰드득!!

마법으로 강화된 장갑이었지만 괴력까지 사용한 하현의 공격에 골렘의 몸은 간단하게 찌그러졌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아크 골렘은 경직이 풀리고 곧장 주먹을 옆으로 휘둘렀다.

“흡!”

콰드드득!!

이번에는 공격을 피하는 대신 하현은 타이밍에 맞춰 아크 골렘의 주먹을 잡아챘다.

옆으로 조금 밀려났지만 그 정도뿐, 옆으로 날아가지는 않았다.

“으랏챠!”

온 힘을 끌어모은 하현은 그대로 아크 골렘을 들어 올려 있는 힘껏 바닥에 패대기쳤다.

콰아아아앙!!!

[긴급마법 작동.]

이번에는 타격이 컸던 것인지 아크 골렘의 몸 곳곳에서 마법진이 떠올랐다.

부상을 입은 부위들을 회복하고 그동안 시간을 벌기 위한 공격 마법들이 발동되는 징조였다.

대부분의 토벌자들은 이 마법을 제지할 수 없어 2페이즈라고 부르며 뒤로 물러서는 것이 기본이지만.

“대력타!”

아크 골렘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마법들이 소용이 없는 하현은 아무렇지 않게 그 위로 올라타 마구 두들겨 팼다.

회복되는 것보다 빠르게 부서지는 아크 골렘.

[기동……정……지…….]

툭툭 끊어지는 목소리와 함께 아크 골렘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천천히 먼지로 변해 사라지면서 하현의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거탑의 수호자 아크 골렘을 쓰러뜨리셨습니다.

-아크 골렘의 핵을 획득하셨습니다.

-던전 정지에 필요한 몬스터 수를 충족시키셨습니다. 스낙의 거탑이 한 달간 비활성화됩니다.

“오. 이게 웬 떡이야.”

재료 아이템 중에서도 비싼 측에 속하는 골렘의 핵이 드랍되자 하현은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거금이 들어오기 직전인데 이렇게 소소하게 더 벌리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흠…… 그러고 보니 오늘 일이 끝난다고 했었지.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골렘의 핵을 챙겨 넣던 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민이 말한 상황이 뒤엎어지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자신이 보기에는 도저히 뒤엎기는 힘든 상황인데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역전할 것인지 하현은 궁금했다.

‘대충 끝내고 나가 보면 되겠지.’

대강 정리가 끝난 하현은 아래층을 향해 내려갔다. 크기도 큰데 층 수도 7층이다 보니 내려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디서 나오려나.’

한 층, 한 층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던 하현은 어느새 2층까지 도착했다. 일종의 광장 같은 느낌의 역할을 하는 곳이었는데 다른 층들과 달리 장애물도 거의 없었고 뻥 뚫린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토벌자 수십 명이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얼추 100명 조금 넘기나.’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은 저들 모두가 B급 이상의 토벌자라는 뜻이다. 하현은 그들을 모두 바라보다가 선두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정보원에게 받은 사진대로 껄렁해 보이는 얼굴과 190 가까이 되어 보이는 큰 키.

그리고 왼팔에 빼곡히 새겨진 해골과 나비, 꽃 모양의 문신들.

‘김태현이었나.’

두 개의 갈고리 같은 단검을 쥔 태현은 조소를 머금은 채 하현을 바라봤다.

사람을 깔보는 그 눈빛은 태식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뭘 쳐 보고만 있어. 빨리 와, 새끼야.”

자신들을 보고 멀뚱히 서 있는 하현의 모습에 태현은 단검을 까닥였다. 그 모습을 본 하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그대로 계단에 걸터앉았다.

“……큭.”

하현의 대응을 본 태현은 잠시 벙 찐 표정을 짓다가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 와 시발, 이 새끼 이거 걸작이네 진짜.”

웃음을 그친 태현은 뒤의 토벌자들을 돌아봤다. 앞에서 미소를 보인 것과 다르게 뒤돌아본 흉악스러울 정도로 일그러진 태현의 얼굴에 토벌자들은 모두 바싹 긴장했다.

“우리 보고 직접 오시라네. 가 드리자.”

“예, 예.”

태현을 선두로 토벌자들은 하현이 있는 계단을 향해 모두 걸어갔다.

무장한 100명의 토벌자들이 이쪽을 노려보며 동시에 걸어오는 것은 상당히 신기한 광경이었다.

“이야…… 그림 나오네. 멋지다, 멋져!”

계단에 걸터앉은 채 턱을 괴고 있는 하현의 모습을 올려다본 태현은 과장스럽게 박수를 쳤다.

“뭐 우리 초대하신 회장님쯤 되시나? 그렇게 높은 곳에서 눈깔 부릅뜨고 내려다보는 걸 보니 아주 그냥 상관이 납셨어.”

감탄하듯이 이야기하면서 비꼬는 태현. 그 말에 하현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상관 맞지.”

“……뭐라고?”

하현이 저렇게 담담하게 어이없는 대답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태현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토벌자는 힘으로 상하 관계를 나눈다던데. 내가 니들보다 세니까 상관이잖아?”

“……하하하하하!!!”

멍한 표정을 짓던 태현은 이번에는 자지러질듯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토벌자들이 이 기묘한 분위기에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하하핫, 푸하, 후우…… 후…… 돌았냐?”

웃음을 멈춘 태현이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하현을 바라봤다.

다른 것에도 그렇게 관대하진 않지만 태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누군가 자신을 얕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에 B급이 되었다는 놈이 자신을 아래로 본다? 그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 없었다.

“입으로 처 뱉는다고 그게 다 말인 줄 아냐? 어디서…….”

“생각보다 말이 엄청 많네, 쫄려?”

목에 핏대를 세우고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태현의 모습에 하현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채 이야기했다.

그 순간 태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 그냥 죽어라.”

방금 전까지 분노로 가득 찬 모습은 어디 갔는지 태현은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봤다.

그 모습을 본 하현도 천천히 계단에서 일어섰다.

“참 니들도 할 짓 없다. 나 하나 잡으려고 이렇게 떼거지로 쳐 몰려와서 주저리주저리. 차라리 던전에 보냈으면 더 좋을걸…… 너희 길드쯤 되면 사람도 여유가 넘치나 봐.”

하현은 계단 아래의 토벌자들을 바라봤다. 100명이 모두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하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감정은 역시 기쁨이었다.

“뭐 니들 나름대로 나 하나 제대로 밟아보자고 온 거겠지.”

하현은 인벤토리에서 가죽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토벌자들은 주머니를 꺼내는 하현의 모습에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모양에 태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근데 니들 생각을 잘못했어.”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곧장 주머니의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태현의 등골에 오싹함이 타고 올라갔다.

“막아!”

소리를 지른 태현이 재빨리 단검을 하현의 손목과 얼굴을 향해 던졌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단검은 매듭을 다 풀기 전에 하현의 몸에 적중했지만.

캉!

살에 박히는 소리가 아닌 건조한 소리를 내며 튕겨졌다. 그리고 매듭이 풀리며 주머니의 안에 있던 줄기가 나타났다.

“니들은 나한테 털리러 온 거야. 등신들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세상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괴기한 울음소리가 2층 전체에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머릿속을 갈기갈기 찢고 전신을 녹여버리는 것 같은 울음소리.

“크윽?!”

“으아아악!!!!”

“귀, 귀가!!”

비틀거리며 버텨내고 있는 태현과 달리 다른 토벌자들은 모두 자신의 귀를 부여잡고 곧장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하현은 줄기를 잡아 주머니 안에서 물건을 꺼냈다.

꺄아아아아악!!!!

사람의 모습을 띈 채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는 물건.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땅에서 나온 순간 울음를 터뜨려 상대를 죽인다는 악마이자 열매, 만드라고라였다.

“으아아악!!!”

비명을 내지른 태현이 온 힘을 다해 손을 휘저었다. 그에 맞춰 옆에 튕겨져 널브러져 있던 단검들이 솟아오르면서 울부짖고 있는 만드라고라의 몸통을 빠르게 스쳤다.

서걱!

키에엑에엑!!

“아, 아깝게시리.”

짧은 단말마를 내뱉은 만드라고라는 두 동강이 나 바닥에 떨어졌다. 죽어버린 만드라고라의 모습에 하현은 아쉬워하며 조각난 몸통을 다시 주머니에 담았다.

“허억……허억…….”

간신히 울음소리가 멈추자 태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토벌자들은 모두 눈, 코, 입, 귀에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죽지는 않은 것 같지만 더 이상 싸울 수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시발…… 쓸모없는 새끼들…….”

B급이었기에 죽지 않고 기절선에서 끝난 것이지만 태현에게는 알 바 없었다.

거칠게 욕을 뱉은 태현은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작은 알약을 꺼내 씹었다.

카득!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알약이 부서지면서 곧이어 태현의 상처들이 하나둘씩 치료되기 시작했다. 한 알에 몇 천만 원은 거뜬히 나간다는 급속치료 알약이었다.

‘흐음…… 이런 짓에 익숙하다 더니 정말 그런가 보네.’

어떻게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몸을 치료하는 태현의 모습에 하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감탄했다.

확실히 대인전으로 경험이 많은 모양이다.

“후우…… 이 미친 새끼야! 그게 어떤 물건인지는 알고 사용한 거냐?!”

어느 정도 상처가 치료된 태현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외쳤다. 협회에서 지정한 1등급 위험 생물 만드라고라.

온갖 마법 저항력을 깨부수고 저주를 퍼붓는 그 생물을 무기로 쓰는 미친놈은 하현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니깐 썼지. 그럼 모르고 썼을까?”

하현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태현의 눈가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뭐 이런 개…….”

파앗!

태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곧장 계단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하현이 계단을 다 내려오기 전에 태현이 먼저 뒤로 물러섰다.

빠각-

-상태이상 ‘만드라고라의 비명’이 치료를 정지했습니다. 상태이상을 해제하기 전에는 더 이상의 치료는 불가능합니다.

“큭…….”

70%쯤에서 체력 회복이 멈춘 것을 본 태현을 이를 악물었다.

본래라면 전신의 상처가 벌써 회복되었어야 했는데 아직도 전신이 욱신거리고 몸이 어질어질했다.

“이런 비열한 새끼!”

“지금 100명 정도 끌고 온 놈이 비열하다 뭐다 하는 거냐?”

후웅!

거리를 좁힌 하현은 태현을 비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간 공격에 태현이 이를 악물었다.

“이 개새끼가…… 오늘 곱게 뒤질 생각은 하지 마라!!”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을 한 태현은 손을 뒤로 당겼다.

조금 익숙한 손놀림에 하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캉!!

머리 위로 단검 하나가 지나갔고 다른 하나는 하현의 옆구리를 스치며 날아갔다.

두 개의 단검을 낚아챈 태현은 살기로 번들거리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살혼독.”

푸화아악!!!

시동어와 동시에 태현의 발아래에서부터 녹색의 연기가 사방을 향해 뿜어져 나와 하현을 휩쓸었다.

-극독 살혼독에 저항하셨습니다.

‘극독?’

일반적인 독과는 달라 보이는 그 이름에 하현은 태현을 바라봤다. 독을 뿜어낸 태현은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하현을 노려봤다.

“스킬이 피해면역이랬나? 몇 시간이나 버틸지 한번 보자 이 새끼야.”

‘흐음. 그런 방법인가.’

쉴 새 없이 피해를 입을 상황이면 스킬을 풀 수 없다. 그러다가 스킬이 풀리면 독에 중독돼 죽는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피해면역이라는 스킬에는 효과적이었다.

“뭐. 어찌될지는 한번 보자!”

바닥을 박찬 하현은 독무를 헤치며 태현에게 달려들었다. 저쪽은 버티는 것이 목적이라 그런지 전혀 달려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태현과 거리를 좁힌 하현은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주먹을 본 태현은 씩 웃었다.

“등신.”

빠악!!

하현의 주먹이 닿기 전, 태현의 발이 하현의 턱 아래를 올려쳤다. 워낙 빠른 속도였기에 하현은 반응하지 못하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연이어 휘둘러진 발차기에 하현의 몸이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어찌될지 보자고? 씨발…… 좆같은 새끼가.”

태현은 가짠다는 듯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하현은 싸늘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까 만드라고라를 꺼냈을 때가 마지막 기회였어. 넌 이제 뒤졌어, 새끼야.”

태현은 자신의 단검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보이며 이야기했다. 최대 2시간은 독을 퍼뜨린 채로 싸울 수 있고 거기다 근접전도 이쪽이 뛰어났다.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현이 시간제한이 있는 피해면역이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거 차아암 무섭네. 해보자 그래.”

하현은 다시 한 번 태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애써 침착한 척 하는 거라고 여긴 태현은 단검을 고쳐 잡고 하현을 노려봤다.

카칵!

얼굴을 노리고 찔러 들어온 단검이 하현의 볼을 스쳐 지나갔다. 거리를 좁힌 하현은 그대로 태현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아래.’

하지만 그 주먹을 돌연 멈추고 꺾어 팔꿈치를 아래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또다시 하현을 걷어차려고 했던 태현의 발과 맞부딪쳤다.

“허?”

예상치 못한 방어에 태현은 놀라면서도 발을 재빨리 빼내고 단검을 휘둘렀다.

잠깐 사이 단검이 하현의 몸을 세 번이나 베었지만 하현은 그러던 말던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강력한 위력이 담긴 주먹이 태현의 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시종일관 하현을 무시하고 있었던 태현도 그 위력에는 조금 등골이 오싹해졌다.

‘뭐 그래도 안 맞으면 그만이지.’

태현은 하현과 마주 공격하기보다는 시간을 끌자는 생각으로 대응했다. 어차피 지금 때려봐야 아파하지도 않는 적을 상대할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데.’

하현의 공격을 피하던 태현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아무리 침착하다 해도 목숨이 경각에 이르게 되면 약간의 반응이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투가 지속된 지 20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하현의 얼굴에는 약간의 변화도 없었다.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없어. 그딴 게 가능할 리가…….’

태현은 자신의 머릿속에 든 생각을 떨쳐냈다. 몇 시간이나 지속되는 피해면역 스킬이라니, 그런 스킬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왜, 겁나냐?”

“……!”

태현의 흔들림을 읽은 하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 빈틈을 찌르는 것 같은 물음에 태현은 몸을 움찔거렸다.

푸슉!!

“큭!”

그 사이에 내질러진 하현의 건틀렛이 태현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날카로운 건틀렛의 표면에 베인 뺨에는 피가 흘러내렸고.

화르륵!

건틀렛의 효과로 공격이 적중한 뺨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크읏?!”

뺨에 붙은 불에 태현이 당황한 순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하현의 주먹이 매서운 속도로 태현의 배를 후려쳤다.

빠아악!!

“커헉!”

태현의 몸이 ‘ㄱ’ 자로 꺾이듯이 공중에 붕 떠올랐다.

폐에 있는 숨을 모두 내뱉은 태현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얼굴을 향해 오는 하현의 주먹을 바라봤다.

“큭!!”

빠악!!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주먹을 피한 태현은 발로 하현을 걷어차 뒤로 물러섰다.

비틀거리며 자세를 다잡은 태현은 이를 꽉 물었다.

“이런…… 시발 새끼가!!”

거칠게 소리를 내지른 태현은 바닥을 박차고 매서운 속도로 거리를 좁혀 단검을 내질렀다.

주변에 흩뿌린 단검보다 더욱 강력한 극독이 담긴 일격.

콰드드득!!

하현은 그 단검을 아무렇지 않게 입으로 받아들이고, 이빨로 붙잡았다.

“뭣…….”

콰아앙!!!

“크아아악!!”

태현이 당황하는 사이 하현의 발이 발등 위를 찍었다. 뼈가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으스러지자 태현은 고통에 찬 신음을 터뜨렸다.

“잡았다.”

꾸드드득.

하현의 두 손이 뒤로 젖혀지면서 부들부들 떨렸다. 그 모습에 오싹함을 느낀 태현은 하현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밟혀 있는 발이 그것을 막았다.

“자, 잠까…….”

“대력난탄.”

태현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하현의 두 손이 전신을 향해 쏟아졌다.

빠아악!!

하현의 주먹이 태현의 몸을 후려칠 때마다 뼈가 부서지고,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지만 짓밟힌 발이 그것을 막았다.

털썩

“후…….”

주먹을 멈춘 하현이 발을 들자 태현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여기저기가 부러지고 피를 흘리고 있는 태현의 상태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한 수준이었다.

“으아…….”

희미하게 의식을 부여잡고 있는 태현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하현을 바라봤다.

“이대로 한 대 더 치거나 그냥 놔두기만 해도 넌 뒤지겠지. 너도 알지?”

하현의 말에 태현의 눈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 말대로 자신의 상태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최악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태현의 눈동자에 떠오른 두려움을 본 하현은 피식 웃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온 듯했다.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제시하지. 그걸 받아들일지 아니면 그냥 그대로 죽을지는 니가 선택하는 거야.”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하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태현의 눈앞에 새로운 시련이 나타났다.

[승자의 권위.]

싸움에서 패배하고 죽음을 앞에 둔 당신에게는 두 가지의 결정권이 있습니다.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고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거절하고 죽을 것인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난이도 : 없음

보상 : 생존.

-시련을 완수할 시 전신의 상처가 치유되는 대신 소유하고 있는 스킬, 칭호가 사라지고 레벨이 20으로 하락합니다. 하락한 레벨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변동되지 않습니다.

-소유하고 있는 아이템, 돈 등 모든 재산의 절반은 최하현의 소유로 양도되며 나머지 반은 대가로써 소멸됩니다.

-치료가 끝나면 던전 밖으로 이동되고 시련을 수락하는 즉시 완수됩니다.

‘뭐, 뭐…….’

살아나는 대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시련.

두 눈이 휘둥그레진 태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려 했다.

“왜, 싫어?”

“…….”

하지만 금방이라도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후려칠 것 같은 하현의 살기등등한 눈길에 말을 삼켰다.

그리고 이빨이 부러져 어눌해진 발음으로 이야기했다.

“수, 수라하게…….”

-시련을 수락하셨습니다.

태현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과 동시에 사라졌다. 독의 중심지였던 하현이 사라지자 독무는 차츰 사라져 갔고 던전의 내부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그럼…….”

목을 가볍게 주무른 하현은 고개를 돌렸다. 아직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토벌자들. 정확하게 말하면 돈 자루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니들도 정리하자.”

***

“수, 수락하겠습니다.”

후웅!

팔다리가 부러져 벌벌 떨던 토벌자의 모습이 던전에서 사라졌다.

드디어 모든 작업을 끝낸 하현은 목을 쓰다듬었다.

“후우…… 힘들진 않는데 엄청 귀찮았네.”

-전투가 끝이 났습니다.

“음?”

평소와 달리 조금 낯선 알림창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목숨의 위협을 받는 순간에도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칭호 ‘전장 속의 군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수많은 대인 격투의 경험을 쌓으셨습니다. 스킬 ‘예지’의 숙련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전투를 통해 얻은 모든 전리품은 인벤토리 속 대용량 가방 안에 저장되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전투를 통해 하현은 5레벨이나 올랐다. 예상외의 경험치에 하현은 의외라는 얼굴로 알림창들을 살펴봤다.

“괴물들과의 전투 말고도 이렇게 경험치를 얻는구나.”

생각해 보면 괴물보다 한참 낮을 뿐,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그런 사소한 행위로도 경험치가 상승된다고 했다.

잊고 있었지만 이곳은 모든 것이 경험치가 되어 축적되는 그런 세계인 것이다.

‘흐음…… 그래도 뭐 괴물들 잡는 게 더 효율적이니까. 굳이 토벌자들과 싸울 필요는 없겠지.’

하현은 이번에 생긴 칭호의 정보를 확인해 봤다. 이름만 봐서는 조금 독특한 칭호처럼 보였다.

[전장 속의 군자]

살의가 넘치는 전장 속에서도 자비를 지닌 채 적을 죽이지 않는 방법을 택한 이에게 주어지는 칭호이다.

-모든 스탯에 10의 추가 스탯

-처음 만난 이들에게 자비로운 인상을 줍니다.

‘그럭저럭 괜찮은 칭호구나.’

조건은 100명의 사람을 죽이지 않지만 재기 불능으로 만드는 것. 하현의 처리 방법이 토벌자로서 재기 불능으로 여겨져 칭호가 생겨난 듯했다.

‘뭐…… 딱히 큰 의미를 두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죽이지 않고 저런 방법으로 처리한 것은 그저 뒤에 일이 귀찮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죽이는 것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었고 하현이 보기에는 이번에도 충분히 그럴 여지가 보였다.

때문에 부수입을 챙기는 겸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게 만들기 위해서 이런 방법을 취했던 것이다.

‘시련의 발동 조건이 맞아줘서 다행이었지.’

이번 일만 보자면 시련이 무척 다루기 쉬워 보이지만 그렇진 않았다. 시련은 엄연히 세계라는 엄격한 중재자였다. 그렇기에 그 경계선을 잘 지켜야만 했다.

‘만약 내가 스킬과 경험치를 빼앗거나 아이템을 모두 가지려고 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겠지.’

현태와 토벌자들이 먼저 하현의 목숨의 위협을 했었고 얻어야 했을 재산의 반도 대가로써 지불했다.

거기다 그들이 쌓은 악행까지 적용되면서 이런 무시무시한 시련이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운이 좋았어.’

만약 몇 가지 예제로 들고 왔던 시련들이 모두 할 수 없었더라면 하현은 그들을 죽이려고 했었다.

아무리 일이 귀찮아진다 해도 이런 녀석들을 살려둘 만큼 물러 터지진 않았다.

‘이젠 잘 해결됐으니 상관없지만…… 그나저나 그쪽은 일이 잘 처리가 됐나 모르겠네.’

검은 황소 길드가 역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어떤 일이지 잘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하현은 던전 밖으로 나와 이곳에서 배정받은 숙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음?”

길을 걸어가던 하현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길가의 TV쪽에 시선이 모여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호기심이 생긴 하현은 그쪽을 향해 다가갔다.

TV에는 한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는 상처투성이인 민철과 아민을 비롯한 검은 황소의 길드원들이 걸어 나오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오늘 길드 검은 황소의 하민철 길드장이 레벨 400, S급에 달성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했습니다. 이로써 국내에 열두 번째 S급 토벌자가 탄생했으며 토벌자 협회는 이로 인해 인류의 전력이 한층 더 강화되었다고…….”

뉴스를 들은 하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길드를 파트너로 고르길 잘한 것 같네.’

A급 토벌자 여러 명이 포함된 길드와 S급 토벌자 한 명이 포함된 길드는 그 무게가 차원이 다르다.

협회의 주목도부터 사람들의 인지도까지 격변 수준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다른 길드들의 공격도 우선은 멈추겠지.’

조금 걱정되었지만 모든 일들이 순탄히 풀렸다. 하현은 조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

“위하여!”

짠!!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내 시끌벅적한 수다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민철의 S급 달성의 기념하기 위해 던전 공략에 참가했던 이들과 그 사이에 활약했던 길드원들을 모두 모아 술집을 빌려 파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상당한 주역으로서 불려 나온 하현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왜 불려 오셨는지 실감이 안 가시는 모양이에요?”

하현의 맞은편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하민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하현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렇죠. 그린 스콜피온 구역에서 깽판 좀 친 거 가지고 승리의 주역이라니.”

“후훗. 그렇게 말하자면 그렇죠. 하지만 그렇게 간단했던 일은 아니에요.”

하현이 주목을 끌지 않았다면 민철과 아민의 행적이 밟혔을지도 몰랐다.

그리 되면 S급 던전의 시도에 방해가 들어왔을 테고 민철은 단시간 내에 S급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약간의 방해만 있었어도 시간은 지연됐을 테고 그러면 그동안 길드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었을 거예요. 그걸 막아준 게 바로 하현 씨예요.”

가장 적대적인 그린 스콜피온의 명성도 깎았고, 하현이 소속된 길드가 검은 황소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위상도 올랐다. 검은 황소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은인인 것이다.

“아민의 말이 맞습니다. 하현 씨가 없었다면 이렇게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었겠지요.”

아민의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민철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이 파티의 진짜 주인공은 하현 씨입니다. 검은 황소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뭐. 그렇다면야.”

하현은 겸연적하면서도 감사 인사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들 그렇다고 하는데 계속해서 사양할 이유는 또 없는 것이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것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게 있으면 말씀해보십쇼.”

술잔을 내려놓은 민철은 진지하게 하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물음에 하현은 잠시 곰곰이 고민을 했다.

‘돈이라면 이미 따라 받을 필요는 없어. 그렇다고 아이템이 필요하지도 않고…… 그렇다면.’

검은 황소에게 받았으면 하는 물건은 딱 하나뿐이었다.

“침묵의 하수도의 소유권을 제게 넘겨줄 수 있습니까?”

“침묵의 하수도…… 말입니까?”

예상치 못한 대답에 민철이 의외라는 얼굴로 바라봤다. 하현의 농담기 없는 표정을 바라보던 태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꼭 필요하신 겁니까?”

“예, 검은 황소에게 필요한 건 그것뿐입니다.”

“흐음…… 그렇군요.”

하현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린 민철은 결정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간부로 침묵의 하수도 던전은 하현 씨의 소유입니다. 만약 직접 관리하시겠다면 길드원들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아니시면 던전은 저희가 계속해서 관리하는 대신 수익의 100%를 넘겨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뇨, B급 던전 하나쯤이야, 하현 씨에게 받은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말을 끝마친 민철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른 길드원에게 가보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걸음을 옮기던 민철은 문득 무언가 떠올린 듯 하현을 다시 바라봤다.

“아, 물론 완수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좋으실 대로 하시길.”

몸을 돌린 민철은 그대로 시끄럽게 떠들며 놀고 있는 길드원들을 향해 걸어갔다.

하현은 다른 길드원들을 다독이는 민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흔쾌히 넘어가 주네.’

마지막 말을 보면 던전에서 무언가 알아냈다는 것은 민철도 알아차린 듯했다.

하지만 민철은 아주 흔쾌히 하현에게 던전의 권리를 양도했다.

‘처음에야 삐걱거렸지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야.’

피식 웃은 하현은 술잔을 바라보며 태현과 했던 전투들을 떠올렸다.

조금 미숙하기는 했지만 A급인 태현과 지구전이 아닌 제대로 된 전투를 치렀다.

물론 아직도 불간섭에 대한 의지도는 깊었지만 이전에 비하면 충분히 발전한 것이다.

‘그래도 조금 부족해.’

하지만 역시 불간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싸움이다. 하현은 요 근래까지 있었던 전투들을 되짚으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스킬의 종류를 찾아봤다.

하루라도 더 빠르게 힘을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현 씨.”

“예?”

한참 생각에 잠기던 도중, 아민이 조용히 하현을 불렀다. 술잔을 향하던 시선을 들어 올린 하현은 자신을 부른 아민을 바라봤다.

“요 근래 고생하셨으니까 오늘은 조금 마음 편하게 쉬시는 게 어때요?”

“아…… 그렇게 티가 났습니까?”

하현이 무안한 듯 목을 쓰다듬었다. 그 말에 아민이 턱을 괴며 뚱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봤다.

“안 날 리가 없죠. 술도, 안주도 안 드시면서 술잔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리신 채 생각에 빠져 있는데.”

“하핫…….”

아민의 말에 하현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장소에 안 맞게 너무 궁상을 떨었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아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현 씨가 얼마나 성장하고 싶으신지 저도 알아요. 하지만 오늘 밤 정도는 조금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요. 약간의 여유도 있어야 더 나은 길이 보이니까요.”

정말로 자신에 대한 걱정이 묻어난 아민의 충고에 하현은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시선을 받은 아민은 진지하던 표정을 지우고 슬쩍 웃어보였다.

“그리고 아까 길드장님한테 하현 씨 접대를 부탁 받았어요. 오늘 하현 씨를 즐겁게 못 만들면 감봉 받는다구요?”

“풋…… 알겠습니다.”

아민의 농담에 하현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받아보는 다른 이의 호의를 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오늘은 신나게 놀죠.”

“네, 그러면 되는 거예요! 자, 그럼 저희끼리 한 번 건배 해볼까요?”

아민은 기분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술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현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건배!”

아민의 활발한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잔이 맞부딪쳤다. 이전의 삶속에서 언제나 씁쓸하게만 느껴졌던 술이 그날만큼 달다고 느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