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
내 방어력 무한 034화
훈련을 시작하고 일주일.
여느 때와 같이 기사의 무덤으로 들어온 하현은 눈앞에 나타난 데스 나이트를 바라봤다.
“정보 확인.”
[데스 나이트.]
레벨 : 335
죽음을 더럽혀져 안식을 얻지 못하는 기사의 영혼이 타락한 것이다. 생전의 검술 실력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언데드가 되어 높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특징 : 뛰어난 검술. 높은 생명력. 신성력에 취약.
강철에게 정보 확인 스킬을 배운 이후 몇 번이고 본 내용이었지만 하현은 다시 확인했다.
이렇게 버릇을 들이는 것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누가 기사의 안식을 방해하는가!]
분통을 터뜨린 데스 나이트는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하현도 그에 맞서 자세를 갖췄다.
콰앙!!
바닥을 거칠게 박찬 데스 나이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검을 휘둘렀다.
하현은 자세를 잡은 상태로 자신을 향해 휘둘러져오는 검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후웅!!
데스 나이트의 검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순간, 휘둘러질 가능성이 있는 수십 가지의 경로가 하현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이렇게 빈틈이 많은 건가.’
예지로 보이는 경로는 적이 자신에게 공격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
즉 자신에게 빈틈이 없을수록 줄어드는 것인데 일주일 전과 비교해서 그렇게 많이 줄어들진 않았다.
하지만 하현은 그에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바라봤다. 검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예지로 보이는 경로가 하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거다!’
피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검이 다가온 순간, 하현은 남아 있는 경로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를 정하고 회피했다.
카캉!!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간 데스 나이트의 검이 하현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회피에 성공한 하현은 곧장 데스 나이트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괴력, 대력타.”
순서대로 스킬을 쓰며 위력이 분산되지 않도록 다리를 굳건히 지탱한 하현은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빠각!!
[크윽?!]
하현의 대력타에 맞은 데스 나이트는 갑옷에 금이 가며 뒤로 휘청거렸다.
일격에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 막대한 위력에 새로운 빈틈이 생겨났다.
“대력타!”
콰득!
데스 나이트가 자세를 다잡기 전에 하현은 계속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한 번 빈틈을 내준 데스 나이트는 그대로 계속해서 공격을 허용하며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크으윽!!]
콰아앙!!
계속해서 타격을 받던 데스 나이트가 사방으로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
그 충격파에 뒤로 살짝 밀려난 사이 데스 나이트는 순식간에 자세를 다잡았다.
[더 이상은 봐주지 않겠…….]
“디펜스 태클.”
데스 나이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세를 잡은 하현의 몸이 탄환처럼 쏟아졌다.
키잉- 쾅!
하현의 몸에 부딪친 데스 나이트는 스킬의 효과로 허무하게 바닥에 넘어지며 다시금 호흡을 빼앗겼다.
그 위로 올라탄 하현은 데스 나이트의 가슴 갑옷을 향해 주먹을 내려쳤다.
쩌저적!
세 번의 대력타를 연속으로 맞은 데스 나이트의 갑옷에 거대한 금이 새겨졌다.
[크윽!!]
갑옷의 금을 통해 영혼이 빠져나가자 데스 나이트는 황급히 하현을 떨쳐내려 했다.
하지만 이미 갑옷의 빈틈을 강하게 움켜쥔 하현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떨어져라!!]
퍼억! 빠악! 캉!!
데스 나이트는 검과 주먹을 이용해 자신에게 달라붙은 하현을 후려쳤다.
보통의 토벌자라면 죽고 싶은 게 아닌 이상 이렇게 매달릴 수가 없지만 하현만큼은 달랐다.
“백날 때려봐라!”
콰득! 쩌저적!
때리든 말든 떨어지지만 않도록 갑옷을 꽉 잡은 하현은 금이 간 곳을 계속해서 후려쳤다.
공격이 축적될수록 금은 더욱 커져갔고, 하현의 건틀렛이 붉게 물들었다.
‘지금이다!’
금이 커지고 분노가 모두 충전된 순간, 하현은 이를 악물고 벌어진 금을 향해 주먹을 있는 힘껏 내려찍었다.
콰드득!!
갑옷을 부수고 안으로 파고들어간 건틀렛. 하현은 씩 웃으며 그대로 마나를 때려 부어 스킬을 사용했다.
“업화의 불꽃!”
콰아아앙!!
갑옷의 내부에서 터져 나온 막대한 불꽃은 데스 나이트의 영혼을 휘저으며 불태웠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데스 나이트는 천천히 먼지가 되어 사라져 갔다.
-데스 나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강적과의 승부로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맨 처음 데스 나이트를 쓰러뜨린 방법과 거의 비슷하게 쓰러뜨린 하현은 그때와 같이 강철을 바라봤다.
시간을 재고 있었던 강철은 조금 어이없다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3분 53초.”
처음에 걸린 시간대에 비해 3배 가까이 줄어든 시간. 단 일주일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사실에 하현의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열 대 이하로 맞으면서 잡으면 7분, 맞든 말든 효율적으로 싸우면 거의 4분대…… 요 일주일간 도대체 뭘 한 거냐?”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강철은 측정된 기록을 보며 하현에게 물었다.
요 일주일의 수련 시간 동안 정말 혹독하게 가르치기는 했지만 그것을 가정해도 이 성장 속도는 이상했다.
“그냥 훈련 이외에도 사냥을 열심히 했습니다.”
“얼마나?”
“음. 먹고 자는 시간 다 빼서 20시간 정도요?”
“…….”
하현의 덤덤한 대답에 강철은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내 자신의 말을 삼켰다.
“안 죽을 자신이 있었으니깐 그런 거겠지?”
“물론이죠.”
“그러면 상관없겠지. 그래도 조금은 주의해라. 뒤로 갈수록 방심하는 순간 훅 가니깐.”
“예.”
강철의 주의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야 죽지 않는 걸 알고 그랬지만 남이 보기에는 무리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강철의 말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그나저나 지금 대력타 레벨이 몇이냐?”
“음…… 5레벨입니다.”
지난 일주일간 거의 모든 사냥을 대력타로만 했다 보니 하현의 스킬 레벨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있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잠시 생각에 잠긴 강철은 이내 결정을 내린 듯 하현을 바라봤다.
“좋아. 예정보다는 빠르지만 조건도 갖췄으니 다음 스킬까지 마저 가르쳐주지.”
“다음 스킬이요?”
“그래, 대력타의 상위 스킬이다.”
강철은 던전의 한가운데에 있는 말라비틀어진 고목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 뿌리 앞에 흙의 색깔만 조금 다른 얕은 구덩이를 발로 흩뜨렸다.
까아악!!! 까아아아악!!!
갑자기 던전의 내부에 있는 모든 까마귀들이 미친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변화에 하현은 조금 놀란 모습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대력타는 위력, 마나, 차지 시간 등 모두 적당한 스킬로 고효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효율이 좋다는 거지 정말 강력하냐? 라고 하면 조금 미묘해지지.”
강철의 말대로 대력타는 높은 위력보다는 밸런스가 잡힌 스킬에 가까웠다.
대력타가 강력해 보인 것은 그것을 펼친 하현과 강철, 두 사람의 힘스탯이 다른 이들과 남달랐기 때문이다.
후웅!
강철이 설명하는 사이 흩뜨린 바닥에서부터 검은색 장갑이 솟아올랐다.
여태까지 큰 진동을 터뜨리며 나타나는 데스 나이트들과 달리 어떠한 소리도 없이 등장하는 그 모습은 상당한 이질감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압도적인 위력의 스킬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대력타의 상위 스킬, 대력난탄이다.”
[누구냐…… 나를 깨운 자는…….]
노곤한 목소리와 함께 무덤에서 장갑의 주인공이 완전히 빠져나왔다.
마치 유령과도 같은 흐릿한 모습으로 조용히 올라온 데스 나이트. 하현은 그 정보를 확인해 봤다.
[데스 나이트 알레이온.]
레벨 : 360
수천 년간 잠들지 못한 알레이온은 오래된 세월에 조금씩 영혼이 마모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전에 가진 그 강력한 힘은 아직 건재하다.
특징 : 강력한 검술. 높은 생명력. 물리피해 감소.
강철이 불러낸 괴물은 다름 아닌 기사의 무덤의 보스.
데스 나이트 알레이온이었다.
하현은 도대체 강철이 어떻게 할 것인지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자세한 건 이제 보여줄 테니 봐라.”
[…….]
알레이온은 고목의 안으로 손을 뻗어 자신과 같이 투명한 검을 꺼내들어 자세를 잡았다.
그에 따라 강철도 자신의 양팔을 누운 11자로 만들었다.
꾸드드득.
강철의 양팔에 힘이 모여들면서 근육이 팽창했다. 그리고 전신으로부터 무시무시한 투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상태이상 ‘위압’에 저항하셨습니다.
‘……이 정도야?’
퍼져 나간 투기는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고 강철의 주변이 마치 진공이 된 것처럼 소리가 사라졌다.
그 위압감에 보스인 알레이온조차도 조금 짓눌린 것처럼 보였다.
[……한 수 배우겠군.]
자신의 검을 고쳐 잡은 알레이온 이전에 권태감에 사로잡힌 눈빛이 아닌 활기를 띈 눈동자로 강철을 바라봤다.
그리고 소리 없이 바닥을 박차며 강철에게 쏘아졌다.
‘빠르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혀 검을 휘두른 알레이온. 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강철에게 불리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 강철이 입을 열었다.
“대력난탄.”
콰아아앙!!!
시동어와 동시에 내질러진 강철의 주먹이 알레이온의 몸을 후려쳤다.
직각에 가깝게 꺾여버린 알레이온을 향해 쉬지 않고 반대쪽 주먹이 다시 한 번 쇄도했다.
“……뭐야?”
하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벙 찐 표정을 지었다.
강철의 두 주먹은 쉬지 않고 알레이온의 몸을 난타했다. 특별한 형식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 무식한 공격.
‘하지만 다르다.’
대력난탄은 매우 단순한 기술이었다. 대력타보다 빠르고 강력한 공격을 상대방에게 퍼붓는다. 단순해 보였지만 그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파아앙!!!
짧은 시간 내에 강철에게 수십 번 넘게 얻어맞은 알레이온의 몸은 풍선처럼 터지며 사라졌다.
허탈하리만치 손쉽게 끝난 그 광경에 하현은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게 대력난탄이다.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어려운 기술이야. 상대의 호흡, 방어를 정면에서 압도적으로 박살내 버리는 기술이니깐. 어떤 건지 알겠냐?”
-스킬 ‘대력난탄’의 습득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네.”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창의 물음에 하현은 멍한 표정으로 수락했다. 그 모습을 본 강철은 조금 우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턱 나가겠다. 뭐 일단 이걸로 당분간 스킬 전수는 없다. 다음 스킬은 대력타를 10레벨, 대력난탄을 5레벨 찍어야 하는데 이건 오래 걸릴 테니까.”
하현에게 다가온 강철은 어깨에 조금 거칠게 손을 얹었다. 그에 넋을 놓고 있던 하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강철을 바라봤다.
“나는 가르쳤을 뿐이지만 이왕이면 좋은 곳에 써먹어라. 알겠냐?”
“……네, 물론이죠.”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철은 그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확인도 끝나고 나가볼까…… 그런데 이 던전 보스놈은 예전부터 그렇지만 주는 아이템이 하나도 없단 말이야.”
“그냥 드랍이 안 된 거 아니에요?”
하현의 말에 강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이놈 경험치는 좀 챙겨 주는데 드랍 아이템은 하나도 없어. 드랍 아이템을 얻으려면 어떤 아이템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지. 용돈 좀 벌었으면 했더니…….”
작게 투덜거린 강철은 그대로 던전 밖으로 나갔다. 하현은 알레이온이 나타난 흙구덩이를 바라봤다.
‘드랍률이 낮은 보스는 들어봐도 아예 안 준다는 보스는 또 처음 들어보네.’
침묵의 하수도만큼 별난 곳이구나 싶은 하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강철의 뒤를 따라 나갔다.
강철은 어깨를 매만지며 시간을 확인했다.
“흠, 마침 시간도 점심시간인데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네, 저야 좋…….”
우우웅!!
강철의 말에 대답하려는 순간, 하현의 휴대폰이 세차게 울려 퍼졌다.
평소에 전화라고는 오지도 않는 휴대폰이었기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민 씨인가…… 저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그래라.”
하현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민의 전화를 받았다.
“하현 씨?”
“네, 무슨 일이세요?”
조급해 보이는 아민의 목소리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 당장 만날 수 있을까요?”
“상관은 없는데…… 무슨 일입니까?”
하현의 물음에 잠시 휴대폰 너머로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한 아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희 길드를…… 도와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