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던전의 난이도를 들은 하현이 놀란 표정으로 강철을 바라봤다. 스킬을 전수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 여유로운 곳을 찾아올까 했는데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아, 아니…… A급이라니.”
어느 정도 A급 던전도 가볼까라고 생각해 보고 있긴 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현의 중얼거림을 들은 강철은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얼추 보니 A급하고 그럭저럭 싸울 수 있을 수준은 되는 것 같더만. 나름대로 다 생각하고 온 거니깐 안심해라.”
하현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 강철은 그를 달래주면서 던전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검문소의 직원이 다가왔다.
“등록증 확인하겠습니다.”
“아. 흠흠, 보자 어디 있더라.”
강철이 도복안의 품을 뒤지는가 싶더니 한 장의 등록증을 꺼내보였다.
하현이 들고 있는 등록증과는 외형도 조금 달랐고 낡고 투박해 보이는 등록증이었다.
“하하. 임시 등록증이다 보니 조금 보기 안 좋구만.”
“어, 어……?”
강철이 무안한 듯 웃으며 말하는 사이, 등록증을 본 검문소 담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고는 이내 강철과 등록증을 번갈아 보다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건네주었다.
“두, 두 분 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하하. 수고하게나.”
출입 허락에 강철과 하현은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자신의 등록증은 검사도 하지 않자 하현은 강철의 곁에 붙어 조심스레 물었다.
“뭘 보여주셨길래 저렇게 놀란 겁니까?”
“다 죽어가는 늙은이가 던전 돌겠다고 찾아왔으니 놀란 거겠지.”
하현의 물음에 강철은 능글맞게 대답하며 포탈의 안으로 들어섰다. 그를 뒤따라 안으로 들어선 하현은 던전의 내부를 바라봤다.
까아악!!
하현과 강철이 온 던전, 기사의 무덤은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거대한 공동묘지가 배경이었다.
무덤가라는 것 말고도 던전의 중앙에는 거대한 고목이 말라 비틀어져 있었는데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그 광경이 던전을 더욱 음침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무덤가의 정리.]
무덤에 쌓인 원혼을 청소하지 않으면 어떤 재앙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무덤의 원혼을 청소하십시오.
난이도 : A
보상 : 경험치.
‘……A급인가.’
던전의 입장 시 주는 간단한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A급이라는 이름이 달리니 무언가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다. 하현이 시련을 수락하는 사이 강철은 하현의 앞에 섰다.
“스킬을 배우기에 앞서 일단은 실력부터 좀 파악하자. 그래야 어떤 스킬을 먼저 가르쳐야 할지 알 테니깐. 이의는 없지?”
“예.”
“좋아.”
하현의 대답에 강철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무덤을 향해 다가가 비석을 발로 걷어찼다.
쿠구구궁!!
그러자 무덤이 크게 뒤흔들리더니 이윽고 땅이 파헤쳐지면서 강철보다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누가 감히 영광스러운 기사의 안식을 방해하는가!]
뼈로 만들어진 갑옷과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검은색 혼령.
그 모습은 이전에 이케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데스 나이트라는 이름이 절로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이 정돈 안 죽고 잡을 수 있겠지?”
어느새 데스 나이트에게서 떨어진 강철의 물음에 하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껌입니다.”
***
“흐읍!”
쩌저적!!
몇 번이고 연속해서 두들겼던 데스 나이트의 갑옷에 드디어 금이 갔다.
그것을 발견한 하현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금을 향해 건틀렛을 가져다 댔다.
“업화의 불꽃!”
[크어어억!]
터져 나온 불꽃이 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갑옷의 안을 헤집었다.
그러자 데스 나이트의 몸을 이루는 검은색 연기가 크게 일렁거렸고 마침내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데스 나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강적과의 승부로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후우…….”
전투를 끝마친 하현은 강철을 돌아봤다. 시간을 재고 있던 강철이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총 10분 23초다.”
“……느리네요. 거기다 비효율적이고.”
액세서리로 민첩을 상당히 올렸지만 역시 A급이라 그런지 시간 대비 효율이 형편없었다.
하현의 말에 강철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제대로 된 스킬이 없으니 그렇지. 방금 전 전투만 해도 네가 사용한 스킬은 괴력과 전투 강행이라는 버프 스킬 두 개뿐이었다.
다른 건 기껏 해봐야 건틀렛으로 펼친 그 폭발 스킬이었고, 맞지?”
“예.”
“버프 스킬만 있는 것도 문제인데 회피를 제대로 못하니 시간이 너무 늘어졌어. 그렇지?”
강철의 물음에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전에 기사라 그런지 하현의 스타일을 파악한 데스 나이트는 지독하리만큼 밀쳐내는 공격만 펼쳤다.
회피를 한다고는 하지만 모두 피하지는 못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투가 늘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린 것이다.
“결국 지금 중요한 건 공격 스킬과 회피 스킬, 그리고 접근기 하나 정도겠군. 그 외에는 아직 부족해 보이는 게 없어.”
하현에게 가르칠 스킬들을 골라낸 강철은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비석을 향해 다가갔다.
“지금부터 한 번씩 보여줄 테니 잘 봐라.”
강철은 다시 비석을 발로 차보였다. 그러자 이전과 같이 갑옷의 형태가 조금 다른 데스 나이트 하나가 튀어나왔다.
“우선은 회피다. 이건 방법이 두 가지로 첫 번째는 단순하게 익숙해지는 것과 두 번째로는 패시브 스킬이다.”
[죽어라!]
검을 뽑아든 데스 나이트가 매서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검은 이전의 하현의 주먹과 같이 처음부터 빗겨나간 것처럼 허공을 갈랐다.
“회피 계열 패시브 스킬은 여러 개 있지만 내가 가진 것은 예지다. 민첩이 낮다 보니 공격을 파악하고 피하는 스킬은 잘 활용이 안 되지. 그러니깐 그냥 그 공격을 미리 아는 거다.”
강철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데스 나이트의 공격을 모두 피했다. 그 모습이 마치 모든 공격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 온다는 느낌이 들 만큼 작위적이었다.
“물론 예지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야. 상대가 어딜 공격할지 몇 가지를 제시해줄 뿐. 거기서 어떤 공격이 올지 예상하는 것은 자신이다. 그러니깐 예지를 통해 상대의 공격을 예상해라.”
데스 나이트의 공격을 피하면서 강철은 빠르게 거리를 좁혀 나갔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의 갑옷을 움켜잡아 그대로 저 멀리 집어던졌다.
[크읏! 제법 하는구나 인간!]
내던져진 데스 나이트는 그 육중한 몸과 어울리지 않게 민첩하게 자세를 다잡았다.
그사이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잡았던 강철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쾅!!
지면을 박살내며 쏘아진 강철의 몸은 순식간에 데스 나이트에게 부딪쳤다.
키잉 쾅!!
단순히 밀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강렬한 소리와 함께 데스 나이트의 몸이 갑작스럽게 바닥으로 넘어졌다.
“디펜스 태클. 힘에 비례해서 가속도를 얻고 상대에 대한 피해감소 수치를 확률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이지. 그럭저럭 쓸 만할 거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철은 가볍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스 나이트를 바라봤다.
“마지막은 공격 스킬인 대력타다. 이건 이미 협회 올라온 거지만 이것부터 배워야 해. 내가 가진 모든 공격 스킬은 이걸 하위 스킬로 지니고 있거든.”
가끔 스킬을 보면 어떤 스킬을 배워 둬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강철이 공개하지 않은 스킬들은 대부분 그런 종류인 것이다.
“대력타를 잘 쓰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공격의 다음을 생각하지 마라.”
“……예?”
하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강철은 일어나는 데스 나이트를 바라보며 자세를 잡았다.
전신에 힘이 들어가자 강철의 몸 주변으로 공기가 일그러지는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음을 생각하는 순간 몸은 자연스럽게 그다음을 대비하게 된다. 즉 전력을 다한 공격을 할 수 없게 되지. 그러니깐 공격을 내지를 때 할 생각은 오직 하나다.”
꾸드드득.
오른쪽 주먹이 움켜쥐는 소리가 묘지의 안으로 살벌하게 울려 퍼졌다.
더 이상 일반적인 주먹의 범주를 넘어선 그 위압감에 데스 나이트도 조금 짓눌린 듯 보였다.
“이 일격에 상대를 반드시 죽인다는 거다.”
어떻게 보면 대책 없이 무식하다고 할 수 있는 조언. 하지만 그 밑에는 그 방법으로 여태까지 살아남으면서 적을 죽여 온 토벌자로서의 관록이 분명히 묻어나 있었다.
[크으윽…… 죽어라!!]
여태까지 기가 죽어 있던 데스 나이트가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강철에게 달려들었다.
강철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른쪽 주먹을 있는 힘껏 내질렀다.
“대력타.”
퍼엉-
강철의 주먹이 닿은 순간, 그곳에 공간이 지워진 것처럼 데스 나이트의 상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인을 잃은 검은 허무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건…… 나 때랑은 달라.’
예전에 하현이 처음 던전에 들어갔을 때도 이런 풍경이 펼쳐졌었다.
하지만 방금 전에 강철이 보인 모습은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데스 나이트보다 레벨이 높아서, 스탯이 강해서 펼쳐진 일이 아니다.
극한으로 단련된 스킬이 레벨과 스탯을 초월한 위력을 펼쳐낸 것이다.
“우선 이 세 가지 스킬이 네게 알려줄 스킬과 전투 방법이다.”
데스 나이트가 먼지로 사라지는 것을 본 강철은 자세를 풀고 하현을 바라봤다.
“분명히 호불호는 극명히 갈릴 방법이지. 누군가는 무식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와 같은 길로 갈 생각이냐?”
-스킬의 전수를 권유받았습니다. 수락할 시 스킬 ‘예지’ ‘디펜스 태클’ ‘대력타’를 배우시게 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전투 스타일은 신중하게 정해야 했다. 왜냐면 갑자기 바꾼 순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길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하현은 망설임 없이 강철의 스타일을 받아들였다. 하현에게 있어 이만큼 완벽해 보이는 길은 없었기 때문이다.
-스킬을 전수받으셨습니다.
예지(Lv.2) : 패시브. 적의 공격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더욱 선명하고 자세한 예지가 가능해집니다. 소모 마나 0.
디펜스 태클(Lv.2) : 액티브. 힘 스탯을 속도로 치환하고 상대의 피해를 감소시킨 만큼 넉백 확률이 결정됩니다. 소모 마나 200.
대력타(Lv.2) : 액티브. 주먹에 전신의 힘을 모아 강력한 일격을 날립니다. 공격력의 260%만큼 피해를 줍니다. 소모 마나 100. 차지 시간 1초.
‘이게 내가 앞으로 쓸 스킬들인가…….’
하현은 새롭게 생겨난 스킬의 정보를 조금 신기한 기분으로 바라봤다.
그러는 사이 다시 비석을 향해 다가간 강철은 두 개의 비석을 동시에 걷어찼다.
쿠구구궁!!
“어, 어?”
“스킬은 전수부터 단련까지 모두 실전이 좋아. 극한까지 밀어붙일수록 더욱 말이지.”
하현이 당황하는 사이 두 마리의 데스 나이트가 무덤 밖으로 나타났다. 거리를 벌린 강철은 하현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일정 시간 동안 피해면역이랬나? 특별히 한 마리당 10대까지는 봐주마. 대신 그 이상으로 맞을 때마다 두 마리씩 추가로 싸운다. 이 정도면 할 만하지?”
10대 이상 맞으면서 잡으면 끝없이 싸워야 한다. 다른 토벌자라면 미친 것 아니냐고 따질 만할 무식한 수련 방식.
하지만 그것을 들은 하현은 방금 전과 같이 씩 웃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