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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어력 무한-25화 (25/158)

# 25

“흡!”

머리가 뒤로 밀릴 만큼 강한 충격을 받은 하현은 그대로 공격이 날아온 곳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하지만 하현의 눈을 공격한 괴물은 간단하게 공격을 피했다.

파칵!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뒤쪽에서 다른 괴물이 하현의 목을 후려쳤다.

그 공격에 반응하려고 뒤돌자 또 허벅지에 충격이 왔고 옆구리도 찔러 들어왔다.

‘한두 놈이 아니야. 게다가 들은 대로 까다로워……!’

아직 스킬을 배우지 못한 데다 민첩이 최소치인 하현에게 있어 민첩형 괴물은 최악의 상대였다.

그나마 헬하운드 같이 호전적인 성격이면 낫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렘린 어쌔신들은 급소만을 노려 한 번 공격하고는 망설임 없이 도주한다.

그 과정이 워낙 빠르다 보니 하현이 맞고 나서 주먹을 휘룰러 봤자 이미 늦은 것이다.

“캬륵!”

하현이 헛방만 날리던 때, 세 명 중 한 명이 괴물을 잡은 건지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이후로 더욱 거세진 그렘린 어쌔신들의 공격에 세 명은 방어에 급급했다.

그 모습을 본 하현은 자신이 한 사람 몫을 못하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부담이 가고 있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하현은 뒤늦게 휘두르던 주먹을 멈췄다.

‘침착하자.’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어봐야 계속 두들겨 맞는 건 똑같다.

어떻게 하면 이 빠른 괴물들을 잡을 수 있는가? 하현은 괴물들에게 급소를 맞으면서 생각에 빠졌다.

‘이 녀석들의 약점이라고 할 만한 게…… 그거다!’

하현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하나의 사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곧장 떠오른 방법을 사용했다.

“진노의 불꽃!”

시동어와 동시에 하현의 슈트에서 불꽃이 치솟아 올라왔다.

“캬륵?!”

어두운 하수도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강렬한 불꽃에 하현과 팀원들의 주변을 에워쌌던 괴물들의 시야가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다.

그리고 하현은 여태까지 자신을 두들겨 패던 괴물을 발견했다.

검은색 피부에 작고 얇은 체구, 그리고 손에 들려 있는 날카로운 단검.

한 대 맞으면 똑 하고 부러질 것 같은 괴물의 모습에 하현은 씩 웃었다.

“너도 좀 맞아 봐라!”

경직되어 있는 괴물들을 향해 하현의 주먹이 매섭게 휘둘러졌다.

퍼엉!! 화르륵!

민첩형 몬스터였기에 하현의 주먹을 맞은 괴물은 일격에 몸이 터졌고 그 파편은 건틀렛의 불꽃으로 인해 불타올라 재로 변했다.

“괴물들이 모두 굳었다. 얼른 공격해!”

상황을 파악한 도현이 팀원들과 함께 마비된 괴물들을 공격했다.

하수도에 괴물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고, 잠시 후 꺼졌던 불이 되돌아왔다.

“후우.”

하현이 죽인 4마리를 제외하고 11마리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전투가 끝난 것을 확인한 하현이 경험치량을 봤다.

‘4마리 잡은 것치고는 경험치가 꽤 되네. 불꽃 때문에 공헌도를 좀 받은 건가.’

팀을 이뤄 괴물들을 같이 쓰러뜨리면 그 전투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가에 따라 경험치가 배분되었다.

그리고 방금 전 전투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이는 하현이었기에 경험치를 거의 독식하다시피 한 것이다.

“하현 씨, 방금 그 불꽃은…… 장비의 스킬입니까?”

괴물들이 모두 먼지로 사라진 것을 본 도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렘린 어쌔신들을 이렇게 수월하게 잡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 그런데 보니깐 이 녀석들 빛이 약점인 거 같던데 여태까지 왜 안 노리신 겁니까?”

빛 한 번 터뜨렸을 뿐인데 간단하게 전투가 끝이 났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쉬운 방법을 쓰지 않는 것인가. 하현의 물음에 도현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흠. 빛이 약점이라는 건 저희도 알고 있었는데 여태까지 그걸 사용하는 게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렘린 어쌔신들은 매우 영악한 괴물이었다. 만약 던전 내부의 물건이 아닌 것으로 불을 밝히고 있으면 절대 근접하지 않고 암기를 이용해 원거리에서만 공격한다.

워낙 은신술도 뛰어나고 투척술도 뛰어난 탓에 그렇게 공격을 시작하면 사실상 그렘린 어쌔신들을 잡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남은 방법은 방금 전 하현과 같이 전투 도중 갑작스럽게 사용하는 것인데 그것도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전투 도중에 스킬을 사용하는 건 조금 힘듭니다. 녀석들의 공격이 워낙 거센 터라 시동어를 외치며 집중하는 그 잠시의 틈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흠. 확실히 그렇긴 했죠.”

방금 전 하현이 진노의 불꽃을 외치는 순간에도 그렘린 어쌔신들한테 급소를 네 번이나 공격당했다.

아마 일반 토벌자였다면 스킬이 발동하기도 전에 죽어버렸으리라.

“그런데…… 하현 씨는 스킬 덕분에 문제가 없군요.”

하현을 바라보던 도현이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잘하면 임무 시간을 확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흠…… 혹시 괴물들한테서 주의를 끌 수 있는 그런 아이템 같은 거 있습니까?”

도현과 마찬가지로 던전을 쉽게 돌 방법을 생각하던 하현이 무언가 하나 떠올렸는지 물었다.

그 의도를 이해 못한 도현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도발의 물약이라고 괴물들의 주의를 끌어주는 가공품이 있습니다. 원거리 딜러들을 보호할 때 급히 쓰는 아이템이죠.”

도현의 말을 들은 하현이 잠시 생각하다가 씩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저한테 좋은 방법이 있는데 말입니다.”

***

하현의 의견에 따라 네 명은 대열을 다시 한 번 바꿨다. 선두를 하현으로 하고 세 명이 조금 거리를 둔 채로 따라오는 것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선두가 고립되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진형이었지만 하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픽!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네 사람의 주변으로 모든 불이 꺼졌다. 그에 세 사람은 주의를 기울이며 자세를 잡았고, 하현은 가만히 서 있었다.

파칵!!

숨 한 번 몰아쉰 사이에 하현의 급소 7곳에 공격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연이어 수십 마리의 공격이 계속해서 스쳐 지나갔다.

일반 토벌자라면 이미 잘게 다져진 고깃덩어리로 변했을 매서운 공격들.

“진노의 불꽃!”

하지만 하현은 여유롭게 팔짱을 낀 그대로 슈트로부터 불꽃을 터뜨렸다.

“캬르륵!!”

표적을 집요하게 노려보는 습성이 있는 그렘린 어쌔신들은 그 불꽃을 마주보며 모두 시야가 멀어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리던 세 명이 순식간에 그렘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캬악!!”

네 명의 공격에 무방비해진 열일곱 마리의 그렘린은 눈 깜짝할 사이에 먼지로 변했다. 순식간에 끝난 전투에 희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거…… 꿈 아니죠?”

일반적인 공략 방법이었으면 10분은 기본으로 넘는 데다 매번 신경을 곤두세운 채 싸우다 보니 금방 탈진해 버린다.

그런데 쉬려고 하면 또 습격해 올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쉬지도 못하는 곳이 바로 침묵의 하수도였다.

그런데 하현과 함께하니 5분도 채 안 걸렸고 그 과정도 눈이 멀어 아등바등 거리는 녀석들을 때려잡는 게 다였다. 쉬워도 이렇게 쉬워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정도면 예상보다 3배, 아니, 4배는 일찍 끝내겠군.”

줄어든 시간에 도현은 혀를 내두르며 하현을 바라봤다.

도발의 물약을 망설임 없이 사용해서 효율을 높인 하현이 무척이나 대단해 보인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하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물약 효과를 받아서 다행이야.’

괴물의 주의를 끄는 물약이라 혹시 나쁜 효과라고 인식해 불간섭이 저항하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다.

아무래도 괴물들의 주의를 끌면 경험치가 확 늘어난다고 되새긴 게 효과가 컸던 듯했다.

‘이렇게 보면 몰이 사냥도 나쁘진 않단 말이야. 나중에 어그로 끄는 스킬이라도 한번 배워봐야겠는데.’

괴물들을 끌어 모으는 데 흥미가 생긴 하현은 나중에 스킬을 한번 찾아보자고 생각하며 세 사람을 돌아봤다.

“이제 다시 가도 되죠?”

“아, 예.”

도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현은 망설임 없이 괴물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세 사람은 그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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