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18화 (18/158)

# 18

[큭, 하하하! 크하하하!!]

쿠구궁!

하현의 말을 들은 악탈론이 참을 수 없는 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악탈론의 주변으로 화염이 넘실거리며 공동 전체가 뒤흔들렸다.

[그래, 단칼에 벨 테니 목에 힘을 빼라고…….]

하현의 말을 조용히 중얼거린 악탈론은 입가에 머금었던 미소를 지우고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하현을 노려봤다.

[감히 누구의 앞이라고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는 거냐!!!]

악탈론이 일갈을 내지른 순간, 하현이 서 있는 장소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거대한 폭발을 일어났다.

콰아아아앙!!

순식간에 일어난 폭발이었지만 그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자욱해진 먼지를 바라본 악탈론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노의 악마인 이 몸의 앞에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하다니. 대륙의 인간들은 노예로 삼을 필요도 없겠군. 모두 말살해 버리겠다!]

아직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지 악탈론은 눈동자를 이글거리며 보이지 않는 인간들에 대한 살의를 내뿜었다.

그리고 마법진의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후웅!!

바람이 일어나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 자욱했던 먼지가 단번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다친 곳 하나 없는 하현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뭣…….]

방금 전 공격은 기습이다 보니 강한 기술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방어를 취했을 때의 이야기, 무방비 상태에서 맞았다면 만만치 않을 위력이었다.

하지만 하현은 그 폭발을 맞고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서 있는 것이다.

[네놈……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치는 악탈론의 모습에 하현은 대답 대신 곧장 자리를 박차고 악탈론을 향해 달려들었다.

‘여유를 보여서는 안 돼. 저놈이 신중해지는 순간 전투는 길어진다.’

불간섭을 가지고 있다고 거들먹거린다면 악탈론은 신중하게 자신을 공격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접근기가 없는 하현에게는 쉬울 수 있는 전투 자체가 귀찮게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하현은 여유로움 대신 초초함을 내보였다.

[하, 하하! 초조한가 보군!! 그렇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보도록 하지!]

그 모습을 본 악탈론은 하현이 초조해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화와아악!!!

그러자 바닥에서부터 진홍색의 불길이 솟구쳐 오르면서 하현과 악탈론의 사이를 가로질렀다.

방금 전 불꽃들보다 한층 더 뜨거운 불꽃이었다.

“큭!!”

하현은 짧은 신음을 삼키며 화염의 장막에 뛰어들어 통과했다.

이번에도 화염을 견뎌낸 하현의 모습에 악탈론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발버둥 치는 모습이 광대 같구나. 더욱 발버둥 쳐라!]

악탈론의 손이 휘둘러지자 하현이 오는 길목에 불기둥들이 솟아올랐다.

하현은 온 힘을 다해 불기둥을 피하며 달렸지만 그 수가 너무 많은 탓에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이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크하하하!!]

악탈론은 웃음을 터뜨리며 하현에게 계속해서 불꽃으로 공격했고, 하현은 그 공격들을 피하면서 온 힘을 다해 거리를 좁혀갔다.

[꽤 잘 피하는군. 그럼 어디 이것도 막아 봐라.]

두 손을 치켜든 악탈론의 손으로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불꽃들이 모여들며 압축되었다.

한눈으로 봐도 이전의 공격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일격.

‘기회다!’

여태까지 곤혹스러워하던 모습을 지운 하현은 눈빛을 빛내며 온 힘을 다해 악탈론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남은 거리가 10m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무슨 잔머리를 굴리는지 눈에 훤하군. 죽어라!!]

하현을 보고 비웃은 악탈론이 자신의 손에 압축된 화염구를 그대로 바닥을 향해 처박았다.

콰아아앙!!

막대한 불꽃이 압축된 화염구가 바닥에 닿은 순간, 철도 단숨에 녹여버릴 불꽃이 방출되며 공동 전체를 휩쓸었다.

쿠구구궁!!!

어마어마한 폭발에 공동이 비명을 내지르며 뒤흔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불꽃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폭발의 중심지에 선 악탈론이 모습이 나타났다.

[어리석은 놈. 강한 위력의 공격이라면 내가 공격을 망설일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하현이 있었던 장소를 내려다본 악탈론은 불길을 가득 머금은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불을 다루는 만큼 저항력 또한 뛰어난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것도 생각지 못한 네놈의 어리석음을 탓해라.]

악탈론은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불의 온도 정도는 모두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실도 모르고 이런 작전을 펼치다니, 악탈론은 하현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이제 지상으로 나가야겠군.]

하현이 죽었다고 생각한 악탈론은 공동의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텔레포트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문이 막 완성되기 직전.

“그러고 보니 시련을 아직 안 받았구만.”

그의 뒤편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뭣…….]

들릴 수가 없는 그 목소리에 악탈론이 당황하며 뒤를 돌아본 순간.

푸욱!!!

도약한 하현의 손에 들린 토드의 마체테가 악탈론의 오른쪽 눈동자를 후벼 팠다.

[크아아아악!!!]

“가만히 있어!”

푸욱!!

고통에 발버둥치는 악탈론을 무시한 채 하현은 마체테를 자루까지 있는 힘껏 찔러 넣으려 했다.

하지만 B급은 눈도 단단한지 마체테는 좀처럼 들어갈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제길. 그렇다면…… 리자드맨 C타입 소환!”

하현의 시동어와 동시에 리자드맨 투사 세 마리가 소환되었다.

갑작스럽게 허공에 소환되었지만 소환 전에 머릿속으로 내린 명령에 따라 리자드맨들은 떨어지기 직전에 악탈론에 눈에 꽂힌 마체테의 자루를 움켜잡아 매달렸다.

“눌러!”

“캬아아악!!”

푸우욱!!

[크아아아악!!!]

리자드맨 투사 3마리와 하현의 힘이 합해지자 여태까지 반밖에 들어가지 않았던 마체테가 단숨에 안쪽으로 파고들어갔다.

[이런 빌어먹을 쥐새끼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악탈론은 반대쪽 눈동자로 하현을 노려봤다.

그 순간 하현과 리자드맨들이 있는 곳에 폭발이 일어났다.

“헛수고야.”

하지만 폭발에 죽은 것은 리자드맨 투사들뿐, 하현은 상처 하나 없었다. 마체테를 잡은 오른손을 놓은 하현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괴력!”

그리고 버프를 두른 다음 중지 부분을 뾰족하게 만들어 악탈론의 왼쪽 눈동자를 향해 있는 힘껏 내질렀다.

콰작!

[크아아아아악!!!]

눈이 짓이기는 소리와 함께 하현의 손이 팔꿈치까지 단번에 파고들었다.

두 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에 악탈론은 하현을 떨쳐내기 위해 손을 뻗어 잡으려 했다.

“어딜!”

하지만 악탈론보다 먼저 하현은 마테체를 완전히 놓고 이마에 솟아난 오른쪽 뿔을 왼손으로 붙잡으며 손을 피했다.

그리고 동시에 스트레칭 하듯이 눈에 파고든 오른손을 원을 그리며 마구 휘저었다.

[크어어어억!!!]

“아 자꾸 까먹네. 시련 수락!”

-시련을 수락하셨습니다.

[떨어져라아아!!!!]

화르르르륵!!!

하현이 여유롭게 시련을 수락할 때, 고통을 참지 못한 악탈론은 손으로 잡는 대신 전신에서 강력한 불길을 내뿜어 하현을 떨어뜨리려 하는 실수를 했다.

퍽퍽!

하지만 당연히 하현은 불길은 신경도 안 쓰고 몸에 매달려 악탈론의 피부를 발로 두들기고 있었다.

‘역시 레벨 차가 있어서 그런가, 몸이 좀 단단하네. 맨손으로는 못 뚫을 것 같은데 뭔가 쑤실 만한 게…….’

마체테는 이미 오른쪽 눈에 꼽혀 있는 터라 쓸 수가 없다.

악탈론의 움직임에 따라 거칠게 뒤흔들리면서 하현은 무기로 쓸 만한 것을 찾기 위해 둘러봤다.

‘……아! 저거라면!’

하현의 눈이 왼손으로 붙잡고 있는 악탈론의 뿔을 향했다. 눈도 이렇게 단단한데 뿔이라면 오죽 단단하겠는가.

결정을 내린 하현은 씩 웃었다.

“그럼 바로!”

푸욱!

오른손을 마지막으로 한 번 강하게 휘두르고 뽑아낸 하현은 그대로 두 손으로 뿔을 붙잡고 매달린 다음 이마를 두 발로 강하게 받쳤다.

“괴력! 전투 강행!”

그리고 악탈론이 아직 고통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때, 스킬로 넘쳐나는 힘을 이용해 뿔을 뜯어내려했다.

콰지직!

[머, 멈춰…… 크아아악!!]

푸확!!!

악탈론의 뿔을 뽑아낸 하현은 그대로 몸에서 떨어져 바닥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드디어 찰거머리 같은 하현을 떼어냈지만 악탈론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두 눈은 짓뭉개져 앞도 보지 못했고 뿔이 뽑힌 곳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방심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이런 개 같은 노오옴!!! 네놈의 뼈 한 줌, 영혼 한 조각 남기지 않고 모두 불태워버리겠다!]

고함을 내지른 악탈론의 몸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불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저항력도 신경 쓰지 않고 한계 이상의 불꽃을 쥐어짜내고 있는 것이었다.

‘약점,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 하현은 차분하게 악탈론을 살펴봤다. 뿔을 이용한 공격도 한 번으로 끝이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급소를 찾는 것이었다.

후우우우웅!!!

악탈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불꽃은 그의 머리 위로 눈동자만큼 작은 점으로 압축되어 갔다.

모여든 불꽃의 양과 압축되는 정도를 보면 그 위력은 이전과 차원이 다를 수준이었다.

“……!”

그리고 그 불꽃이 모여드는 과정 속에서 하현은 악탈론의 가슴팍 중앙이 빛을 내며 불을 거칠게 내뿜는 것을 포착했다.

‘저기다!’

약점을 찾아낸 하현은 그대로 악탈론의 가슴팍을 향해 뿔을 겨누고 바닥을 박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악탈론의 악에 받친 고함이 공동에 울려 퍼졌다.

[타올라라!!]

그 소리를 끝으로 악탈론의 머리 위에 있던 화염구의 압축이 풀렸다.

화아아악

거창한 폭발음이 부드러운 소리가 공동 전체를 메웠다.

불태우는 것이 아닌 닿은 모든 것을 재도 남기지 않고 녹여버리는 압도적인 불꽃이 공동 전체를 휩쓸었다.

그 위력은 저택의 본래 주인, 칼튼이 공동 전체에 수백 겹으로 둘러 뒀던 보호 마법진을 단숨에 3분의 2이상을 녹여버릴 만큼 강력했다.

[쿨럭! 컥!]

쿵!

화염이 잦아들고, 공동의 중앙에서 전신에 치명적인 화상을 입은 악탈론이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이미 그 모습에 진노의 악마라는 위엄은 남아 있지 않았다.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냐.]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악탈론이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가슴팍에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붉은 뿔이 꿰뚫려 있었고, 그 앞에는 하현이 서 있었다.

[어떻게 인간이 업화의 불꽃을 맞고도 살아 있을 수 있는 거지?]

자신의 모든 것을 쥐어짜낸 공격. 그것을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냈다. 악탈론은 그 사실이 도대체 이해가지 않았다.

“흠.”

그 물음에 하현은 대답하지 않고 괴력을 사용하며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악탈론에게 다가가 가슴팍에 튀어나와 있는 뿔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쿨럭!]

푸욱!!

가슴 끝까지 파고들어간 뿔에 악탈론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미 죽어버린 악탈론의 모습을 본 하현은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방금 전 질문에 뒤늦게 대답했다.

“내가 방어력 무한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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