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13화 (13/158)

# 13

4.검은 황소

“후우.”

토드의 시체가 먼지로 변해 사라지자 하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어지럽게 떠올라 있는 알림창들을 확인했다.

“오. 등급이 등급이라 그런지 보상은 장난 아닌데.”

토드를 잡은 것만으로 무려 레벨이 13 올랐다. 거기다 앞에 사냥을 통해 올린 레벨까지 더하면 어지간한 던전 4개는 정지시킨 수준이었다.

“칭호랑 스킬은 뭐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 당장은 안 되겠네.”

“키르륵…….”

소환사인 토드는 죽었지만 소환수인 리자드맨들은 아직 남아 있었다.

자신들의 족장을 죽인 탓인지 경계하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잠깐, 다시 달려들 것이다.

‘일단 이 녀석들부터 정리하고 정산해 봐야겠어.’

레벨 업도 했기에 컨디션은 최상이다. 하현은 마체테를 꺼내들고 100마리 조금 넘게 남아 있는 리자드맨들을 바라봤다.

“……이 정도면 레벨 하나는 더 올리겠네.”

“키, 키르륵!”

하현의 번들거리는 눈빛에 리자드맨들을 주춤거렸다. 하지만 이윽고 소리를 질러 각오를 다지며 하현에게 달려들었다.

***

“이제 정산을 좀 해볼까.”

남은 리자드맨까지 남김없이 정리하고 고시원으로 돌아온 하현은 침대에 앉아 스탯창을 펼쳤다.

[하현]

레벨 : 101 칭호 : 불굴의 전사

생명력 : 1,110/1,110

마나 : 1,100/1,100

힘 : 471 민첩 : 112

체력 : 111 지력 : 110

공격력 : 94 방어력 : ???

추가 스탯 : 145

-한 번에 과도한 경험치 습득으로 누락된 경험치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냥을 통해 조금씩 배분됩니다.(누적 경험치 적용 시 레벨 : 109)

‘이제 누락 경험치도 거의 다 사라졌네.’

끝이 보이지 않았던 누락 경험치도 슬슬 끝자락이 보였다. 여태까지의 레벨 업이 빨랐던 이유가 열심히 사냥한 것도 있었지만 아마 이 누락 경험치가 또 한몫했으리라.

‘일단 스탯은 힘에다 전부 찍고…… 칭호를 확인해 봐야겠네.’

스탯의 배분을 끝낸 하현은 이번에 새로 얻은 불굴의 전사 칭호를 눌렀다.

[불굴의 전사.]

이길 수 없는 전투에서 굴하지 않고 최후까지 싸워 승리를 쟁취해낸 자에게 내려지는 칭호이다.

-모든 스탯이 10%에서 최대 20%상승.

-동 레벨의 괴물들에게 둘러싸일수록 스탯의 증가폭이 10%에서 점점 높아집니다.

“뭣…… 아, 흠.”

칭호를 읽어 본 하현은 눈이 놀라움에 확 커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미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칭호의 습득 조건을 보고는 더더욱 묘한 표정을 지었다.

“능력치는 엄청 좋은데…… 습득 조건이 팔아먹기에 안 좋네.”

모든 스탯의 상승치는 분명 좋았지만 문제는 습득 조건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레벨의 괴물 300마리 이상에게 둘러싸이면서까지 칭호를 얻으려는 녀석이 어디 있겠는가.

‘거기다 얻고 나서도 효과를 제대로 받으려면 그런 식으로 싸워야 하고. 다른 녀석들에게 권해 봐야 자살하라고 부추기는 수준이지.’

그냥 혼자서 잘 써야겠다고 생각한 뒤 하현은 스탯창과 칭호창을 껐다. 그리고 스킬창을 펼쳤다.

[스킬창.]

불간섭(Lv.???)

괴력(Lv.7)

전투 강행(Lv.1)

‘괴력도 그새 레벨이 좀 올랐군. 이번에 같이 확인해 봐야겠네.’

하현은 괴력과 전투 강행 두 개의 스킬 정보를 같이 펼쳐봤다.

괴력(Lv.7) : 액티브. 지속 시간 동안 힘이 2배로 증가됩니다. 소모 마나 150. 지속 시간 17초.

전투 강행(Lv.1) : 액티브. 모든 체력을 회복하고 체력이 다시 소진 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모든 스탯이 30퍼센트 증가됩니다. 소모 마나 1,000.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하루 최대 사용 3번.

‘괴력은 5레벨 넘기니깐 마나랑 배율이 증가했네. 그리고 전투 강행은…….’

전투 강행 스킬 정보를 읽어보던 하현의 눈이 커지면서 입이 떡 벌렸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는 듯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나서야 그것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와…… 진짜 이렇게 타이밍 좋게 스킬이 나와?”

하현이 지금 가진 문제점 중 하나는 전투 중 체력 소모였다. 상태이상으로 인한 체력 저하라면 몰라도 전투 도중 떨어진 체력은 불간섭이 막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전투가 지속되다 보면 올힘의 단점 중 하나인 낮은 체력이 도드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체력의 문제를 전투 강행이 거의 해결해 버렸다.

‘하루 3번이라는 게 조금 아깝지만 이것도 스킬의 레벨을 올리다 보면 해결 될 문제야. 거기다 체력 증가 옵션이 있는 스킬이랑 장비를 얻으면 또 그만이고.’

순조롭게 일이 해결되자 하현의 입가에는 절로 짙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스킬을 확인을 끝낸 하현은 마지막으로 인벤토리를 펼쳤다.

“다른 것들은 뭐 싹 다 잡템이고.”

리자드맨들에게서 얻은 마체테와 창들이 수십 개씩 모여 각각 인벤토리 한 칸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장비라도 같은 아이템들은 인벤토리 한 칸으로 수량 제한 없이 쳐주는 듯했다.

“그렇게 안 해주면 10칸이 좀 너무 좁긴 하지.”

하현은 당당하게 인벤토리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토드의 마체테를 잡아 꺼냈다.

“워…… 역시 엄청 크네.”

토드의 덩치가 하현보다 2배는 커서 그런지 토드가 휘둘렀던 마체테는 거의 대검 수준의 크기를 자랑했다.

하현은 주변 가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정보를 확인했다.

토드의 마체테(레어)

내구도 : 57/60 공격력 : 28~32

리자드맨 족장 토드가 사용했던 마체테다. 특수한 강철로 만들어 내구도가 높고 토드의 죽음으로 소환 마법이 녹아들었다.

-리자드맨 소환 마법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잠깐, 마법?”

마법이 담긴 장비는 매우 흔치 않았기에 별거 아닌 마법이라도 값어치가 크게 매겨진다.

하현은 놀란 표정으로 소환 마법의 효과를 살펴봤다.

[리자드맨 소환 마법.]

마나를 소환하여 세 가지 타입의 리자드맨들을 소환하실 수 있습니다. 중복 소환은 불가능합니다. 소모 마나 500.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A타입 : 60레벨 리자드맨 20마리.

B타입 : 70레벨 리자드맨 병사 8마리. 75레벨 리자드맨 라이더 2마리.

C타입 : 85레벨 리자드맨 투사 3마리.

“뭐?!”

마법의 정보를 읽은 하현은 소리를 지르며 장비의 정보를 다시 살펴봤다.

그리고 그곳에 레벨 제한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정도 소환 마법인데 레벨 제한도 없는 무기라고?”

대박 중의 초대박, 설명 자체가 필요 없는 아이템이다. 이 무기 하나만으로 70레벨까지는 거저 사냥하게 될 것이다.

그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 정도면 최소 1,000만? 아니, 1,500만? 감도 안 잡히네…….”

아무리 저레벨 아이템이라도 이런 성능이라면 쉽사리 가격을 측정하기가 힘들다. 하현은 조금 고민되는 표정으로 마체테를 바라봤다.

‘비싼 건 맞는데…… 팔기는 조금 그렇단 말이지. 소환 마법은 별개로 내구도나 공격력도 준수하니 내가 써도 될 것 같고…… 근데 또 아이템 시세란 게 언제 바뀔지 모르니…….’

비슷한 능력의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값이 확 떨어지는 것은 이쪽에서 일상다반사였다.

돈이냐 레벨 업이냐 고민하던 하현은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이런 아이템이 마구 풀릴 일은 없겠지. 좀 쓰다가 더 좋은 아이템 얻으면 그때 팔자.”

어차피 아직 돈에 여유는 있다. 지금은 레벨 업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하현이 결론을 내리고 마체테를 인벤토리에 넣은 순간.

똑똑.

“음?”

아무도 찾아올 리가 없는 하현의 고시원 문이 두들겨졌다. 시간도 늦은 새벽에다가 그나마 찾아올 사람인 고시원 주인도 이 시간에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

“누구세요?”

“최하현 씨네 댁이죠? 길드 검은 황소에서 왔습니다. 잠시 뵐 수 있을까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하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 길드에서 자신의 이름과 사는 곳을 알아내고 찾아왔다.

‘뭐 잘못 걸렸네.’

얼굴을 찡그린 하현은 침대에서 일어나 순순히 문을 열어주었다.

문의 앞에는 검은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차분한 느낌의 여인이 서 있었다.

“검은 황소 부길드장 김아민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소개한 여인, 아민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하현을 바라봤다.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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