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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어력 무한-12화 (12/158)

# 12

“……저게 뭐야?”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대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로를 꽉 채울 만큼 많은 리자드맨을 상대로 단 한 명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가 강한 토벌자였다면 이상할 것 없었지만.

“저거 아무리 봐도 레벨 120대 정도 아니냐?”

“네, 그 정도로 보이는데요…….”

휘두르는 공격을 보면 아무리 높게 쳐줘도 그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그 레벨대의 토벌자가 저 무리에 둘러싸인 채로 전투를 지속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흐아압!!”

하지만 하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리자드맨에게 짓눌리다시피 공격을 당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빠아악!!

발밑으로 리자드맨들의 시체가 계속해서 쌓여 갔지만 그 공격을 맞고 있는 하현은 도저히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 방어구 때문인가?’

리자드맨들의 공격을 맞아도 찢어지지도 않는 슈트.

하지만 대연은 금방 고개를 가로저었다. 슈트 위로 드러난 얼굴을 맞아도 상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예 상처를 안 입는다. 그렇다면…… 특수 스킬인가?’

일정 시간 동안 피해면역 상태가 되는 스킬이 존재하기는 했다. 다만 대연이 거슬리는 것은 그 지속 시간이었다.

‘내가 본 시간만으로도 3분, 오기 전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길지도 몰라.’

대충 10분이라고 생각해도 그동안 무적 상태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너무 사기적인 능력이 아닌가.

‘그래도 진짜라면…… 저 자식 분명 캔슬러다.’

가끔 레벨이 낮음에도 높은 등급의 시련을 완수하고 사기적인 스킬을 획득하는 자들이 있었는데 토벌자들은 그들을 ‘캔슬러’라고 불렀다.

운으로 시련을 완수하고 성장의 과정을 뛰어넘은 힘을 가졌다고 그렇게 부르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합류해서 싸울까요? 아니면…… 놔둘까요?”

마법을 영창하고 있던 대원이 대연에게 물었다. 대연은 초조한 게 아니라 기뻐하며 리자드맨과 싸우는 것 같은 하현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놔둬.”

대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현재 길드에 캔슬러를 영입할 만한 여유는 없어. 그렇다고 다른 녀석들에게 넘길 수도 없으니 여기서 처리한다.”

“그래도 저희가 도와서 호감을 사면 쉽게 영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른 대원의 물음에 대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니들이 캔슬러를 못 겪어봐서 그래. 저놈들은 들짐승 같은 놈들이야. 제대로 길들이지 못하면 우리가 먹힌다.”

“…….”

확신이 담긴 대연의 말에 다른 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법을 취소했다.

인륜적으로는 어긋난 행위지만 토벌자들 사이에서는 비일비재한 인재 죽이기였다.

“그런데…… 어째 영 지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그들이 오고 전투가 시작된 지 어느새 6분을 넘겨 간다.

1분을 버티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상황인데 하현은 어째 계속해서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흠, 그래도 이제 10분이 다 돼 가는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라.”

대연은 조금 미심쩍은 눈으로 싸우고 있는 하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하현이 죽기만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서 있었다.

***

-리자드맨 학살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걸리적거려!”

평소라면 보기만 해도 기뻐할 알림창이지만 하현은 거칠게 알림창을 지우고 옆에서 달라붙으려는 리자드맨을 후려쳤다.

빠각!

-오크 투사의 건틀렛 내구도가 10% 이하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장비를 사용하면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리자드맨의 머리가 박살 남과 동시에 건틀렛에 금이 갔다. 그에 하현은 건틀렛을 해제하고 인벤토리에 있는 마체테를 착용했다.

“괴력!”

순식간에 장비를 교체한 하현은 그대로 마체테를 전방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캬아아악!”

-낡은 마체테가 파괴되었습니다.

일격에 5마리의 리자드맨들이 죽었지만 하현의 힘을 견디지 못한 마체테가 한 번에 박살 나버렸다.

“키르륵!!”

무기가 부서진 것을 본 리자드맨들이 기회라고 생각하며 순식간에 덤벼들었다. 거의 파도와 같은 수준의 리자드맨들이 하현을 휩쓸었다.

“크윽!”

리자드맨들에 휩싸여 몸이 구겨지던 하현의 몸이 어느 한순간에 고정된 듯 멈춰 섰다.

그에 하현은 이를 악물고 있는 힘껏 몸을 비틀어 달라붙은 리자드맨들을 떨쳐냈다.

“키륵?!”

순식간에 하현 주변의 리자드맨들이 사방으로 쓸려 나가자 잠깐 싸움이 멈췄다. 하현은 숨을 고르며 리자드맨들을 쏘아봤다.

‘이제 불간섭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대충 알겠네.’

여태까지는 어렴풋했지만 방금 전으로 확신했다. 불간섭은 하현의 몸에 피해를 입지 않는 코팅을 씌우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공격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밀어내는 공격에는 일반적인 사람과 같이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대신 몸이 구겨지는 수준이 부상으로 이어지게 되려면 몸이 고정되어 피해를 방지하는 듯했다.

‘이런 식이면 지금처럼 막 사냥했다간 뒤로 갈수록 귀찮아지겠어.’

전투 스타일을 바꿀 필요성을 느낀 하현은 다시 인벤토리에서 마체테를 꺼내들었다.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 주춤거렸던 리자드맨들이 방패를 앞세워 다시금 달려들었다.

콰가가각!!

“키륵!!”

하지만 방패는 허무하게 부서졌고 리자드맨들의 몸을 갈랐다.

그리고 이번에도 부러진 마체테를 본 하현은 얼굴을 찡그러뜨렸다.

‘좀 단단한 무기 없나? 휘두를 때마다 부러지니 영 휘두르는 맛이 없어.’

투덜거린 하현은 인벤토리 한 칸에 가득 쌓여 있는 수십 개의 마체테 중 하나를 다시 착용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눈앞의 리자드맨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리자드맨의 마체테가 파괴되었습니다.

-리자드맨의 마체테를 획득하셨습니다.

-리자드맨 창술사의 창을 획득하셨습니다.

한 번의 공격에 무기가 부서지지만 리자드맨을 쓰러뜨릴 때마다 더 많은 무기를 얻었다.

그렇기에 하현은 무기를 아끼지 않고 마구 휘둘러 리자드맨들을 죽여 나갔다.

-체력 수치가 10%까지 떨어집니다. 체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모든 스탯이 10% 감소합니다.

“허억…… 허억…….”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공격을 하느라 하현의 체력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다.

전투로 인한 체력의 소모는 불간섭으로도 회복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문제. 하지만 하현은 여유롭게 웃었다.

“너까지!”

“키르큭!!”

리자드맨 돌격대장의 목을 붙잡은 하현은 괴력까지 사용해서 온 힘을 다해 움켜쥐었다.

그러자 목뼈가 분질러진 리자드맨 돌격대장이 즉사하고 곧장 알림창이 떠올랐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의 효과로 바닥까지 내려갔던 체력이 단번에 회복되었다. 그에 하현은 곧장 창을 장비하고 옆에 있는 리자드맨의 목을 쳐 날리며 전투를 계속했다.

몰려드는 리자드맨들을 마구 잡으면서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은 레벨 업을 이용하여 회복한다.

하현이 아니라면 할 수 없을 극한의 사냥법이었다.

“캬아아악!!!”

부하의 시체는 계속해서 쌓여만 가는데 하현은 멀쩡하자 여태까지 소환만 하던 토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이제야 움직이나?’

다른 이들이라면 모를까 하현에게 리자드맨 대군은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 토드는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도 좀 아쉬운데…… 한 30분만 더 했으면.’

이 정도로 고효율을 보인 사냥터는 처음이었기에 끝난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하현은 자신을 달랬다.

이 아쉬움을 대신할 큰 보상이 아직 하나 남아 있는 것이다.

“캬아아아악!!”

쾅!!

포효를 외친 토드가 바닥을 박차고 하현을 향해 달려왔다. 리자드맨들을 잡으면서도 하현은 토드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내려찍는 공격이다!’

정수리를 쪼개려는 기세로 휘둘러지는 마체테에 하현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머리 위로 마체테가 무자비하게 내려쳤다.

쾅!!!

하현의 발이 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토드의 공격은 강력했다. 하지만 딱 그 정도, 결국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지금!”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하현은 토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키륵?!”

예상치 못한 반격에 토드는 당황한 듯 몸을 뒤로 날렸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하현의 손이 토드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괴력!”

콰드득!

“캬아아악!!!”

하현의 손가락이 비늘을 부수고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토드는 괴성을 지르며 뒷걸음쳤지만 어깨를 단단히 붙잡은 하현은 그대로 매달린 채 따라갔다.

‘이만한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몰라. 지금 확실히 끝낸다!’

하현은 손을 뻗어 토드의 머리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무릎을 내질렀다.

빠아악!

“커아악!!”

턱을 제대로 맞은 탓인지 토드는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은 하현은 그대로 마체테 하나를 장착해 토드의 한쪽 눈에 쑤셔 넣었다.

푸욱! 파칵!

-리자드맨의 마체테가 파괴되었습니다!

마체테가 반 이상 파고들어가자 하현의 마체테를 비틀어 칼날을 부러뜨렸다.

칼날을 빼낼 수 없게 되자 토드는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그대로 도로 위로 넘어졌다.

“마지막이다!”

하현의 눈에 전투의 끝이 보였다. 어깨를 잡은 손을 놓은 하현은 토드의 목을 짓누르듯이 깔아뭉개고 두 주먹을 으스러질 정도로 움켜쥐었다.

“괴력!”

빠아아악!!!

하현의 주먹이 토드의 머리를 매섭게 후려쳤다.

뼈가 으깨지고 피가 튀는 소리가 도로에 울려 퍼지자 리자드맨들이 다급하게 토드를 구하기 위해 하현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하현은 양다리로 토드의 목을 감싸 자세를 유지하고 계속해서 얼굴을 후려쳤다.

수십 번이고 계속해서 내려쳐진 주먹에 마침내 머리통이 으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리자드맨 족장 토드가 퇴치되었습니다.

-토드의 마체테를 획득하셨습니다.

-불가능한 전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해냈습니다. 불굴의 전사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끝없는 전투가 스킬로 반영되었습니다. 스킬 ‘전투 강행’이 생성되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하현의 눈앞에 토드가 죽었음을 알려주는 알림창들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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