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3.좋은 사냥터가 따로 있나?
-시련을 완수하였습니다.
-던전 정지에 필요한 몬스터 수를 충족시키셨습니다. 갈색 오크의 창고가 한 달간 비활성화 됩니다.
-E급 던전 6개를 단시간 내에 정지 시키셨습니다. ‘E급 학살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였습니다.
오크 투사가 쓰러지기가 무섭게 알림창들이 일제히 떠올랐다. 하현은 뿌듯한 표정으로 그것을 훑어봤다.
“레벨 업에 칭호까지. 소득이 상당한데.”
나름대로 짭짤한 소득들에 하현은 미묘하게 남아 있던 정신적 피로감이 모두 날아가는 것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스탯은 일단 나중에 찍고…… 우선은 아이템부터 처리할까.”
하현은 오크 투사의 시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라져 가는 오크 투사의 시체 위로는 빛깔이 좋아 보이는 건틀렛 하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건틀렛인가. 내구도가 별로 안 깎인 걸 보면 좋은 모양이네.”
오크 투사를 여러 마리 잡으면서 눈여겨보았던 건틀렛이었다. 하현은 조금 기대되는 마음으로 건틀렛을 주워들었다.
-오크 투사의 건틀렛을 획득하셨습니다.
“정보확인.”
오크 투사의 건틀렛(레어)
내구도 50/50 방어력 20
오크 투사가 착용하는 건틀렛이다. 주먹으로 공격할 시에는 방어력이 공격력으로 전환된다.
-모든 공격에 추가피해 10%
“오. 이건 돈 좀 되겠는데.”
추가피해를 입히는 아이템들은 기본적으로 시세가 높은 편이다. 거기다 이번에는 내구도도 괜찮으니 가격도 안 깎이리라.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건틀렛을 챙겨 넣었다.
“이제 나가볼까.”
오크 투사를 죽이고 나타난 포탈로 하현은 곧장 던전의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언제나와 같이 야심한 새벽으로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세요.”
관리자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하현은 곧장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 위에 걸터앉으며 스탯창을 펼쳤다.
[하현]
레벨 : 72 칭호 : E급 학살자
생명력 : 820/820 마나 : 810/810
힘 : 439 민첩 : 85
체력 : 84 지력 : 83
공격력 : 87 방어력 : ???
추가 스탯 : 5
-한 번에 과도한 경험치 습득으로 누락된 경험치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냥을 통해 조금씩 배분됩니다.(누적 경험치 적용 시 레벨 : 94)
“스탯은 뭐 볼 것도 없고.”
하현은 추가 스탯을 힘에다 모두 투자하고 이번에 얻은 E급 학살자의 칭호의 정보를 펼쳤다.
[E급 학살자.]
쉴 새 없이 몬스터를 잡으며 많은 던전을 정지시킨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이다.
-E급 몬스터에게 추가 피해 20%.
-모든 스탯 +2.
“몬스터 추가 피해는 좀 그렇지만 추가 스탯은 좋네.”
추가 스탯을 주는 칭호는 그 양이 적든 많든 대부분 좋은 취급을 받기에 나름대로 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잠시 후 하현은 혀를 찼다.
“이미 나온 칭호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자격증을 사용하면 공개된 칭호의 이름은 알 수 있다.
그래서 방금 전 검색해 보았는데 E급 학살자는 이미 공개된 칭호였다.
“뭐 확실히 조건이 엄청 까다로운 건 아니니깐.”
이주 만에 적정 등급의 던전을 5개 정지. 조금 어렵긴 하지만 독한 이들이라면 모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그것을 단신으로 하는 것은 조금 다르지만 하현이 알 리는 없었다.
“칭호는 조금 아깝게 됐네.”
입맛을 다신 하현은 칭호창을 끄고 다시금 스탯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레벨 업마다 주는 보너스 스탯도 쌓이니깐 꽤 많아졌네.”
레벨 업마다 모든 스탯이 1씩 오르는 보너스 스탯은 하현의 몸을 완전히 바꿨다.
둔하기 짝이 없던 몸이 재빨라지고 체력도 늘어나며 기억력도 조금 좋아진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면 여기 사람들은 레벨만 올려도 다들 초인이 되겠는데.”
토벌자가 아닌 이상 레벨을 잘 올리지 않지만 그래도 성인이 되면 평균 30레벨은 된다고 한다.
그 정도도 저쪽 세계의 평균 능력을 생각하면 높은 능력치였다.
“이 능력을 가지고 저쪽 세계로 가도 편하게 살지도 모르겠어.”
자신이 말했지만 실없는 소리라고 생각한 하현은 피식 웃었다. 스탯창을 끈 하현은 침대에 몸을 눕히고 좁은 천장을 바라봤다.
“목표로 했던 D급, 100레벨까지는 거의 다 와갔으니 이제 슬슬 다른 준비들도 해야겠네.”
하현은 이미 불간섭의 능력을 이용해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현은 지금보다도 더 빠르고 전투력에 단점이 없을 체계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올힘이니깐 사냥터도 꽤나 신경 써야 하고 훗날을 위해서 배울 스킬들이랑 세력들도 생각해야 하고.”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 같았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것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하현은 딱히 큰 걱정은 없었다.
“하다 보면 될 거야. 분명히.”
매일매일 목표에 조금씩 다가서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기에.
***
“흐음. 한탕 더 뛸까.”
던전을 빠져나온 하현은 스트레칭을 하며 중얼거렸다. 인기가 많은 던전이라 그런지 정지가 생각보다 빨리 되어 시간이 비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렇게 겹칠 줄은 몰랐는데.”
전투에 익숙해지기 위해 여태까지 적정 레벨 던전을 돌고 있었다.
그런데 레벨이 오르니 조건에 맞는 던전의 수가 줄어들면서 점점 다른 토벌자들과 겹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 없는 시간대도 줄어들었고. 한 번 변화가 필요하겠어.”
사냥의 방법을 바꿀 필요성을 느낀 하현이 조용히 방법을 생각하며 거리를 걸어가던 그때.
쩌적!
하현의 귓가에 어딘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음?”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하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 자신이 잘못들은 건가 싶은 마음에서였다.
“아무것도 없는데?”
하지만 보이는 것은 사람의 수가 적은 어두운 밤거리일 뿐. 다른 점은 하현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차원의 구멍이 생성되었습니다.
“뭐?”
귓가에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알림음에 하현은 다시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쩌저저적!
이번에 난 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지 구분이 될 정도로 커져 있었기에 하현은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저건……?”
도로의 위편,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거대한 금이 가 있었다. 그 이상한 광경에 하현이 바라보고 있을 때.
“시련 생성!”
거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허공의 금을 발견하더니 모두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하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시련 생성?”
후웅!
소리를 외친 이후 도로에 남아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갑작스럽게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잠깐…… 이 풍경 좀 익숙한데.”
순식간에 유령도시처럼 비어버린 거리. 그 광경을 보자니 조금 낯익은 광경이라는 기분을 느낀 하현은 허공의 금을 바라봤다.
챙!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깨어진 차원의 구멍 사이로 녹색의 큰 팔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하현은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
“과연…… 시련을 그렇게 이용할 수도 있는 거였나.”
자신이 시련으로 이쪽 세계의 기본 지식을 획득했듯이 방금 전 시민들은 시련으로 긴급 탈출을 한 것이다. 이곳에 나타날 몬스터를 피하기 위해서.
“생각보다 시련이 유용하구나.”
콰자작!
하현이 감탄하는 사이 녹색 팔은 아직 덜 깨진 구멍을 직접 부수고 자신의 몸체를 꺼냈다.
거대한 마체테를 들고 나타난 녹색 도마뱀 인간. 처음 보는 생김새였지만 하현은 그 몬스터가 어떤 몬스터인지 알 것 같았다.
“리자드맨.”
완전히 구멍의 밖으로 나온 리자드맨은 노란색의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고는 손에 들린 거대한 마체테를 휘두르며 크게 외쳤다.
“캬아아아아악!!!”
-리자드맨 족장 토드가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