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9화 (9/158)

# 9

-시련을 완수하였습니다.

-던전 중지에 필요한 몬스터 수를 충족시키셨습니다. 코볼트의 페허가 일주일간 비활성화 됩니다.

-레벨 업 하였습니다.

“후우. 이제 좀 감이 잡히는 것 같네.”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코볼트 돌격대장을 본 하현은 피로함에 자신의 목을 만졌다. 그러자 잠시 후 알림음이 들려왔다.

-상태이상 ‘피로’에 저항하셨습니다.

몸에 눅눅하게 달라붙었던 피로가 모두 날아갔다. 순식간에 회복된 컨디션에 하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사기란 말이야. 던전도 쉬지 않고 여러 번 돌게 해주고.”

13시간에 걸쳐 코볼트의 폐허를 12번 연속으로 돌았는데 몸은 방금 자고 일어난 듯 개운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쉬지 않고 던전을 돌 수 있는 것이다.

“정신적 피로는 조금 있지만 또 못 견딜 정도까지는 아니지.”

사냥으로 쌓이는 피로함보다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이 더욱 컸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이 상황이 하현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던전도 정지됐으니깐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네.”

다른 던전으로 바로 가도 되지만 하현은 그만하기로 결정했다. 좀 더 제대로 된 사냥을 위해서 준비해 둬야 할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던전의 끝에 생겨난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온 하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완전히 어두워졌네. 하긴 들어온 시간을 생각해 보면 이럴 법도 하지.”

들어갈 때는 점심쯤이었는데 나와 보니 어느새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 있었다. 들어간 시간을 대략 따지면 새벽 2시쯤 될 것이다.

“드디어 끝내셨네요.”

하현이 밖으로 나오자 던전의 포탈을 지키고 있었던 관리자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하하하. 피로회복 스킬이 있어서 그런지 쉽네요.”

“회복 스킬이 있어도 이렇게 13시간이나 던전 안에서 지내실 수 있는 분들은 잘 없어요.”

살의로 가득 찬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10시간을 넘도록 혼자 있는다는 것은 어지간한 강심장이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 크게 되실 거예요.”

관리자는 E급 던전을 관리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명의 신입을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자 절로 크게 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 담력에 실력이라면 분명 빠른 시간 내에 이뤄낼 거야.’

관리자는 그중에서 하현이 여태까지 봐왔던 그 어느 누구보다도 큰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하.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예, 들어가서 쉬세요.”

관리자의 칭찬에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는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의례하는 말이겠지만…… 기분은 좋네.”

멋쩍음에 목을 긁적인 하현은 고시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후우. 그러고 보니 여기도 얼른 벗어나야 하는데.”

통조림이나 다름없게 느껴지는 좁은 고시원. 굳이 옮길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하현은 이곳에서 당장에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버는 만큼 써야지. 자진해서 궁핍하게 살고 싶진 않아.”

절약하고 싶지 않아도 절약할 수밖에 없던 시절을 생각하며 하현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니깐 내일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가자.”

하현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고시원의 밖으로 나온 하현은 정산을 위해 토벌자 협회를 향했다.

“아침부터 바글거리네.”

토벌자 협회의 거대한 빌딩 앞으로 수많은 사람이 오고가고 있었다.

일반인도 섞여 있었지만 대부분이 토벌자인 듯 보였다.

“어떻게 보면 토벌자들은 여기로 출근하는 거네.”

던전과 몬스터 토벌, 아이템 등 토벌자와 관련된 모든 것을 처리해 주는 곳이 바로 토벌자 협회였다. 그렇다 보니 토벌자라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찾아올 수밖에 없다.

“흐음. 그나저나…… 다들 옷이 깔끔하네.”

주변을 둘러본 하현이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추리닝을 입고 온 자신과 다르게 다른 토벌자들은 대부분 정장이나 깔끔한 사복들을 입고 왔던 것이다.

“……나도 돈 벌면 옷 좀 사야겠네.”

자신을 향해 은근히 쏠리는 시선에 하현은 무안함을 느끼며 본부의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안내 데스크는 저쪽인가.”

이미 건물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토벌자들은 곧장 자신의 일과 관련된 곳으로 향했지만 하현은 알고 있는 것이 없었기에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이 하현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칭호하고 잡다한 템들을 처리하려고 왔습니다.”

“칭호의 처리라면 어떠한 경우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미발견 칭호면 판매하려고 왔습니다.”

“……미발견 칭호 말씀이십니까?”

하현의 말에 상담원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 추리닝이나 대충 걸치고 온 사람이 미발견 칭호를 가지고 왔다니 놀랄 수밖에 없으리라.

“이, 일단 자격증 제출하시고 창이 뜨면 수락해 주세요.”

“네.”

자격증을 건네받은 상담원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무언가 조작하더니 자격증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칭호의 정보공유를 요청받으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하현의 대답과 동시에 현재 보유한 칭호창과 공유창이 떠올랐다. 하현은 압도적인 힘의 칭호를 눌러 공유창으로 옮겨놓고 완료를 눌렀다.

“네, 정보 받았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미발견 칭호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키보드를 두들기던 상담원은 이윽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하현을 바라봤다.

“지, 진짜 미발견 칭호군요. 거기다가 퍼센트 상승…….”

“그럼 판매할 수 있죠?”

“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직원은 칭호의 정보를 확인하고 키보드를 두들기며 값을 책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결론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능력 자체는 좋지만 칭호의 조건이 좀 까다롭네요. 하지만 조건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는 칭호는 아니라 크게는 피해가 없을 것 같네요.”

칭호를 계속 소유하기 위해서는 조건을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경우도 있었는데 그 경우는 대부분 값이 잘 안 나갔다. 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직원을 바라봤다.

“그래서…… 총 얼마죠.”

“음. 우선 가져오셨다는 잡템들도 건네주시겠어요? 함께 합산해서 드릴게요.”

“아, 네.”

하현은 보따리 안에 싸둔 잡템들을 넘겨주었다. 상담원은 빠르게 눈으로 훑어 가격을 측정했다.

“다음부터 잡템은 2층 아이템 정산과에 가시면 더 빠르게 하실 수 있어요. 칭호 관련 일은 7층 업적과로 가시면 되고요. 오늘만 제가 여기서 처리해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본부에 대한 정보는 자격증 안에 기입해 두겠습니다.”

아이템의 정산을 모두 마친 상담원은 아이템을 뒤로 치워두었다.

“아이템들은 모두 다 합쳐서 15만 정도입니다. 그리고 칭호는…….”

모니터를 흘끔 본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1,500만 원이네요.”

“…….”

직원의 말에 하현은 벙 찐 표정으로 상담원을 바라봤다. 그에 직원 설명을 덧붙였다.

“조건만 좀 더 쉬웠다면 2,000만 원은 넘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네요. 그래서 정산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 어…… 계, 계좌이체로 하겠습니다.”

“예, 그럼 자격증에 입력된 계좌로 드릴까요?”

“네, 네, 거기면 됩니다.”

“그럼 처리하겠습니다.”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린 상담원은 다시 하현에게 자격증을 돌려주었다.

“오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좋은 정보가 있다면 꼭 공유해주세요.”

직원의 인사를 받은 하현은 멍한 표정으로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주변 은행의 인출기로 향해 카드를 겸하고 있던 토벌자 자격증을 넣어 금액을 조회했다.

“진짜 있네…… 1,500만 원.”

꿈이 아닐까 싶었지만 인출기에는 확실하게 1,5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내가 1,500만 원을 벌었다고…….”

몇 번이고 중얼거린 하현은 이내 피식 웃었다. 아무리 진정시키려고 해봐도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않았다.

“아, 진짜……미친……아, 진짜 좋아 죽겠네…….”

당장에라도 방방 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하현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히죽거리는 입가를 진정시키고 손을 뗐다.

“1,500만 원이 끝이 아냐. 시간만 지나면 억대,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겠지.”

다른 곳도 아닌 이 세계라면 분명히 가능할 일이다. 그것이 방금 가정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하현은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뒤 조용히 다짐했다.

“열심히 하자.”

자격증을 챙겨 넣은 하현은 다른 던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일주일간은 던전에서 살아야겠구나, 라고 웃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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