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길드는 개인의 기업 같은 느낌이지만 일단 토벌자들에 대한 전체적인 관리는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토벌자의 신청을 위해서는 도청이나 구청을 찾아가야 했다.
띵동.
도청의 내부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던 하현은 자신의 차례가 되었음을 깨닫고 창구로 다가갔다.
도청의 직원은 무심한 눈길로 하현을 바라봤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토벌자 등록하려고 왔습니다.”
“토벌자 등록이요? 그럼 이 서류 작성 하시고 나서 신분증하고 같이 제출해 주세요.”
하현은 직원이 내민 서류를 받아들였다. 현재 레벨과 간단한 인적사항을 기입하는 것이었기에 하현은 재빠르게 작성하고 제출했다.
“서류 처리하고 시험 준비하는 데 30분 정도 걸리니깐 그동안 준비하고 계세요.”
“예.”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현은 의자에 앉았다.
‘환영과 싸우는 거라고 했었지.’
랭크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레벨에 맞춰 만들어진 환영과 싸워 승리한다. 그것이 토벌자가 되기 위한 시험의 내용이었다.
‘어떤 식일지 꽤 궁금하네.’
환영과 싸운다는 것이 아직은 잘 체감이 가지 않았다. 조금 기대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직원이 하현의 이름을 불렀다.
“준비 다 되셨죠?”
“예.”
“그럼 이쪽으로 따라와 주세요.”
직원의 안내에 따라 하현은 도청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 안으로 함께 들어왔다.
“시험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나요?”
“예, 전부 알고 있습니다.”
“그럼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레벨이 43이시면…… 동 레벨 코볼트 5마리와 조금 강한 레드 코볼트인데 둘 중 어떤 쪽으로 하시겠어요?”
“흠. 레드 코볼트로 하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었지만 빠르게 시험을 끝내려면 한 마리인 쪽이 좋아 보였기에 하현은 그쪽을 골랐다.
“예,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직원이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더니 아무것도 없었던 방의 벽에 무늬들이 일제히 떠오르며 빛을 발했다.
후우웅!
그 빛이 사그라지며 무늬가 사라질 때쯤, 방의 중앙에 개의 머리를 가진 인간형 몬스터, 레드 코볼트 1마리가 굳은 채로 나타났다.
“생명력을 99퍼센트 소진하시면 자동으로 마법이 풀리고 불합격 처리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설명을 끝마친 직원의 손이 다시 한 번 움직이자 굳었던 코볼트의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광채가 없던 눈에는 흉흉한 살기가 빛났고 전신의 털이 적의를 보이듯 곤두섰다.
“컹컹!!”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손에 든 해머를 고쳐 잡는 레드 코볼트의 모습은 상당히 살벌했다.
하지만 하현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개머리라 그런지 진짜 개 짖는 소리를 내네.’
“으르르릉…….”
하현의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레드 코볼트는 한껏 적의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더니 순식간에 하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커컹!!”
거친 울음소리를 내뱉은 레드 코볼트는 하현의 머리통을 향해 해머를 찍어 내렸다.
빠아악!!
일반인이었다면 단숨에 생명력이 모두 깎여 탈락했을 어마어마한 위력.
‘아무렇지도 않네.’
하지만 하현의 생명력은 눈곱만큼도 깎이지 않았다.
“으르릉, 컹컹!!”
멀쩡한 하현의 모습에 레드 코볼트는 흉성을 드러내며 망치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전신을 두들기는 망치의 위력은 여전히 무시무시했으나 하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충 방어력은 확실한 거 같고. 이제 공격력을 한번 볼까.’
하현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온 힘을 다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눈앞의 레드 코볼트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퍼엉!!
하현의 주먹이 닿은 레드 코볼트의 가슴이 폭발하듯이 터졌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환영 마법이 풀리며 방 안의 모습이 변했다.
“…….”
그 광경을 본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코볼트의 공격을 맞고 멀쩡했을 때는 방어에 모두 투자한 사람이구나 하면서 그저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보인 그 일격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정도 방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보다 10레벨 높은 레드 코볼트를 일격에 죽인다?’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스탯 자체가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나가봐도 됩니까?”
한참 정신이 팔려 있던 직원은 하현의 물음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시험은 완료하셨고 창구로 가셔서 자격증 받고 가시면 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아, 예…….”
벙 찐 직원을 뒤로한 채 방의 밖으로 나온 하현은 곧장 창구 근처 의자에 앉아 자신의 이름을 부르길 기다렸다.
“하현 씨, 자격증 받아가세요.”
창구로 다가간 하현은 직원에게 운전면허증과 비슷해 보이는 토벌자 자격증을 건네받았다.
“랭크는 레벨로 따져서 E랭크로 측정되셨어요. 혹시 궁금한 것 있으시면 자격증 안에 매뉴얼도 포함돼있으니 찾아보시면 됩니다.”
“예, 수고하세요.”
자격증을 받고 밖으로 나온 하현은 그대로 도청 근처에 있는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았다.
“이게 토벌자 자격증이란 말이지.”
자격증은 하현의 이름과 랭크, 레벨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앞뒤로 대충 살펴본 하현은 자격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 번 두들겼다.
-검색 모드로 전환됩니다.
그러자 알림음과 함께 하현의 눈앞에 인터넷 사전 같은 창이 떠올랐다.
“제대로 작동하네.”
자격증은 토벌자임을 나타내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토벌자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들을 즉석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전이기도 했다.
“지금은 일단 던전부터 찾아볼까.”
무엇을 찾을지 고민하던 하현은 검색창에 주변의 E급 던전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자격증만 받고 오늘은 쉴 생각이었지만 방금 전 피로가 풀리면서 계획을 바꾼 것이다.
“갈색 오크 던전, 검은 도마뱀 던전…… 아, 여기가 좋겠네.”
던전 목록을 넘기던 하현의 눈에 ‘코볼트의 폐허’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난이도랑 몬스터 수도 양호하고 토벌 시련의 경험치 양도 좋네.”
다녀간 토벌자들의 평가는 매우 준수했고 거리도 도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여기로 가볼까.”
결정을 내린 하현은 자격증의 지도를 보고 던전을 향해 갔다.
안내에 따라 거리를 걷다 보니 조금 떨어진 공터 같은 곳에서 던전의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조촐하네.”
공터를 감싸고 있는 바리게이트는 공사장 출입 금지 수준이었고 관리하고 있는 사람도 검은색 포탈의 앞에 한 명뿐이었다.
‘E급이라서 그런가 보지.’
딱히 신경 쓸 만한 것은 아니었기에 하현은 던전의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의자에 앉아 있던 관리자가 하현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토벌자이십니까?”
“네.”
“자격증 좀 확인하겠습니다.”
관리자의 말에 하현은 자격증은 내밀었다. 자격증을 받아 살펴본 관리자는 조금 걱정되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봤다.
“지금 레벨로 혼자서는 조금 빠듯하실 텐데요. 파티를 구하시고 가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괜찮습니다.”
하현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관리자는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출입 조건 자체는 충족했기에 본인이 가고자 한다면 말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들어가시면 됩니다. 오늘은 방문자가 없어서 중지될 가능성이 없으니 너무 깊이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예.”
관리자의 말에 대강 대답한 하현의 몸은 포탈을 통해 던전의 안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