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6화 (6/158)

# 6

2.준비는 확실하게

고시원에 도착한 하현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러고는 좁아터진 방 내부를 살펴봤다.

“여기는 이곳에서도 그대로네.”

하현은 이곳에서 매일같이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일용직을 뛰며 살았었다. 변화라고는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 그저 살아가는 수동적인 인생이었던 것이다.

“그럼 이쪽 세계에 살았던 나도 비슷한 녀석이었던 건가.”

레벨 업이 가능하고 스탯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도 결국 재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천장을 바라봤다.

“일단 이미 할 일은 정해졌는데 말이지.”

이곳에서 오면서 얻은 능력인 불간섭.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직종은 두말할 것 없이 토벌자라고 하현은 생각했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해.”

시련을 통해 어느 정도 이 세계에 대해서 이해했지만 그건 정말로 기본적인 정도였다.

토벌자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위치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스탯들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봐야 하고.”

울티노를 잡고 얻었던 추가 스탯들은 아직도 방치되고 있었다. 모두 아직 이 세계에 대한 정보 부족 때문이었다.

“이렇게 꾸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하현은 곧장 서랍장 안쪽에 깊숙이 숨겨져 있는 하얀 봉투를 꺼냈다.

“비상금 숨기는 위치도 그대로네.”

피식 웃은 하현은 봉투 안의 금액을 확인해 봤다. 돈은 고작해 봐야 10만 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충분했다.

“조금 있으면 몇천 배는 벌 테니깐 뭐.”

돈을 챙긴 하현은 곧장 근처 피시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아예 5시간 정액을 끊고 자리를 잡았다.

‘판타지 세계나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지…… 비슷한 현대면 인터넷이 최고야.’

곧장 인터넷을 튼 하현은 각종 뉴스 사이트와 정보 사이트들을 펼쳤다.

딸깍딸깍.

마우스 클릭 소리와 간혹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오고 하현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렇게 5시간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후우…….”

시간이 다 돼가는 것을 확인한 하현은 컴퓨터를 끄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대박이다.”

조용히 중얼거린 하현의 두 눈이 번뜩였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상상 이상이네.”

토벌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는 말 그대로 영웅이었다. 괴물과 던전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주는 고마운 사람인 것이다.

“거기다 규모까지 거대해.”

토벌자들의 모임, 길드들이 벌어들이는 금액은 거의 회사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거기다 요 근래 던전과 괴물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기까지 했다.

“토벌자 하는 건 확실해졌고 이제 스탯인가.”

스탯에 대한 정보는 생각보다 쉬웠다. 유명한 토벌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노하우를 풀어놓은 것들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견을 종합해 보면 두 가지 스탯에 집중적으로 찍거나 세 가지를 골고루 찍는 쪽이었지.’

스킬이나 스탯을 올려주는 칭호들을 생각하면 정석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세 가지 이상으로 나눌 시 효율이 너무 나빠진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흐음. 역시 힘과 민첩을 투자해야 하나.’

스탯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던 도중, 하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잠깐, 내가 굳이 민첩에 투자를 해야 하나?’

인터뷰에서 토벌자들이 말하길 민첩과 체력을 찍는 대표적인 이유는 두 가지였다. 회피와 생명력, 즉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순전히 그런 의미에서 민첩은 필요 없어. 굳이 있다면 적중률이지만 여기는 게임이 아니지.’

민첩이 낮다고 맞은 공격이 빗나가는 경우는 없다. 대신 괴물이 빠른 속도로 움직여 공격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는 스킬로 커버가 가능하다.

‘결국 나는 힘만 찍어도 문제없다는 거지.’

올힘.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는 극단적인 선택이지만 하현은 결론을 내렸다. 불간섭이라면 그 정도 단점은 충분히 커버 가능해 보였기에.

‘바로 간다.’

스탯창을 펼친 하현은 추가 스탯 210을 망설임 없이 모조리 힘에다가 쏟아 부었다. 그러자 하현의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힘이 200을 돌파했습니다. 스킬 ‘괴력’이 생성되었습니다.

-힘이 다른 스탯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압도적인 힘’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어?’

두 개의 알림창에 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괴력은 들어봤지만 칭호는 처음 보는데.’

기본 스킬인 괴력이야 필수 스킬로 몇 번이고 추천 글을 보았지만 압도적인 힘이라는 칭호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현은 의아한 기분으로 칭호를 눌러봤다.

[압도적인 힘.]

강력한 힘을 추구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칭호이다.

-힘 스탯 5% 증가.

‘잠깐, 퍼센트 상승?’

밑에 효과를 본 하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칭호의 효과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이라면 당연 스탯을 올려주는 칭호들이다.

그중에서 스탯을 퍼센트로 올려주는 칭호는 뒤로 갈수록 효과가 점점 커지기 때문에 매우 높은 값어치를 지니고 있었다.

‘아까 모든 스탯을 5%씩 올려주는 칭호가 몇십 억에 팔렸다고 했으니깐…… 습득 조건만 좋으면 적어도 몇천은 받을 수 있어.’

효과도 중요하지만 습득 조건도 중요하다. 하현은 아래쪽에 칭호의 습득 조건을 확인했다.

습득 조건 : 힘을 제외한 스텟의 모든 합이 힘 이하일 것.

“…….”

조건을 확인한 하현의 얼굴이 팍 찡그려졌다. 효과가 아무리도 좋아도 조건이 까다로울수록 값어치는 떨어지는데 그런 면에서 이 조건은 최악이었다.

‘이건 뭐 거의 올힘 강요잖아. 이래서야 그리 큰돈은 못 받겠네.’

아쉬움에 한숨을 내쉰 하현의 눈에 울티노 토벌자라는 칭호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러고 보니 그때 이걸 확인 안 했구나.’

울티노를 퇴치하면서 얻은 칭호. 하현은 가벼운 마음으로 효과를 보고자 칭호를 눌러봤다.

[울티노 토벌자.]

전 인류의 잠재적 위험이었던 울티노의 퇴치에 공헌한 자들에게만 내려지는 칭호이다.

-모든 스탯 10% 증가.

-A급 이하의 몬스터에게 일정 확률로 상태이상 ‘위압’을 안겨줍니다.

“…….”

칭호의 정보를 읽은 하현의 입이 떡 벌려졌다.

‘미, 미쳤다.’

울티노를 잡아야 한다는 한정된 조건이었기에 정보로서 값어치는 없지만 그와 별개로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S급 시련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걸맞은 보상이지만 이렇게 보니 정말 대단하네.’

불간섭이라는 사기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울티노의 퇴치 보상으로 아이템, 칭호까지 챙기고 시작하다니. 그냥 반칙이었다.

“이걸로 확인이랑 결정도 다 끝났나.”

피시방에서 처리할 일은 모두 끝났다. 하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왔다.

“후우…… 조금 피곤한 게 쉬고 싶은데.”

5시간 연속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해서 그런지 하현은 몸 전체에 피로함을 느꼈다. 그에 잠시 피로를 푸는 의미로 목을 젖히는 순간.

-상태이상 ‘피로’에 저항하셨습니다.

익숙한 알림음과 몸에 있던 피로가 모두 말끔하게 날아갔다. 그에 머리를 젖히고 있었던 하현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이건 진짜 좀 심하네.”

주변의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웃음을 터뜨린 하현은 피로가 싹 씻겨 나간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남은 사소한 문제였던 피로도 말끔히 해결된 것 같았다.

“이렇게 밀어주는데 뜸들일 수는 없지. 바로 가볼까.”

이미 피로가 날아갔음에도 하현은 목을 가볍게 돌리고는 토벌자의 등록을 위해 다시금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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