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5화 (5/158)

# 5

흑월의 공격이 울티노를 휩쓰는 순간, 안에 있었던 하현은 그대로 그 공격에 휘말려 저 멀리까지 날아갔다.

쿵!!

“으어어…….”

자루만 빼고 녹아버린 검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하현이 인도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귓가에 시끄러운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시련을 완수하였습니다.

-울티노 퇴치에 공헌을 하여 추가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울티노 토벌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 아이템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흐음…… 뭔지는 모르겠지만 끝난 건가.”

알림음을 보니 울티노가 죽은 것은 확실했다. 하현은 묘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봤다.

“한 거라고는 위장 찌르고 벤 것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도움은 된 모양이네.”

바깥에서 들려오는 폭음과 울티노의 비명으로 다른 누군가가 도착한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하현은 혹시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미친 듯이 위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던 것이다.

그 덕분에 흑월은 수월하게 울티노를 죽일 수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던 하현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뭐…… 일단 덕분에 추가 경험치는 얻었으니깐…… 근데 이거부터 어떻게 해결해야겠는데.”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하현은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이대로 다른 이들에게 발각된다면 무슨 곤란한 상황이 될지 몰랐다.

“으음…… 있다!”

인도에 점포 정리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로 여러 가지 옷이 걸린 옷걸이들이 널려 있었다. 아마 황급히 대피하느라 챙기지 못한 듯했다.

“일단은 좀 빌리자.”

노점으로 후다닥 달려온 하현은 잽싸게 사이즈에 맞는 추리닝을 잡아 입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 날 뻔했네…… 이제 몸 좀 숨길까.”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보아하니 이곳에는 대피령이 미리 내려진 것이 분명하다. 하현은 적당한 건물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괴수가 도망친 것도 아니니깐 ccTV같은 것을 확인 안 했기를 바라는 수밖에.’

ccTV를 돌려본다면 이미 처음 교전부터 백방 걸렸을 것이다.

하현은 부디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한쪽에 투명하게 곱게 접혀 있는 알림창을 눌렀다.

-울티노 저지의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

‘그래.’

알림창의 물음에 하현이 속으로 대답하자 알림창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수령하실 보상의 종류를 한 가지 선택해주십시오. 무기, 방어구, 아티팩트, 기타.

‘흠…… 일단 방어구는 빼야겠네. 어차피 방어력은 확실하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기와 아티팩트, 그리고 기타 종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던 하현은 무기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무기가 너무 강력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눈에 띄어. 그렇다면 분명 골치 아파지겠지.’

아티팩트도 괜찮기는 하지만 특성이 랜덤이라는 것이 조금 걸렸다. 하현은 소거법으로 마지막 남은 기타를 눌러봤다.

-기타는 원하는 특성을 지정해 보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단, 일반 보상에 비해 낮은 성능의 아이템을 받게 됩니다.

‘내가 성능을 고를 수 있는 건가.’

기타의 설명에 하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일반 보상보다 성능이 낮다지만 퀘스트의 난이도를 생각해 보면 그것도 지금의 자신에게는 과분한 물건일 가능성이 컸다.

‘랜덤 보상은 등급이 높더라도 양날의 검이야. 만약에라도 사용 제한이 걸리면 쓰지도 못할 테고…… 그렇다면 차라리 주제를 파악하고 필요한 걸 받는 게 낫지.’

결론을 내린 하현은 기타류의 수락을 눌렀다.

-원하시는 보상의 특성을 써주십시오. 특성이 상세할수록 성능의 감소폭이 증가합니다.

‘지금 필요한 거라…… 일단 내 상태부터 확인해 봐야겠네.’

하현은 속으로 스탯창을 불러냈다.

[하현]

레벨 : 43 칭호 : 울티노 토벌자.

생명력 : 500/500 마나 : 540/540

힘 : 53 민첩 : 52

체력 : 50 지력 : 54

공격력 : 5 방어력 : ???

추가 스탯 : 210

-한 번에 과도한 경험치 습득으로 누락된 경험치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냥을 통해 조금씩 배분됩니다.(누적 경험치 적용시 레벨 : 81)

‘와…… 이건 좀 상상 이상인데.’

울티노와의 전투 공적과 퀘스트 완료시 경험치로 하현은 막대한 경험치를 얻었다.

그 탓인지 아직 누락된 경험치도 있긴 하지만 그 모두를 합하면 무려 80업이나 한 것이다.

‘흐음…… 일단 스탯만으로는 결정 못하겠어.’

아직 스탯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기에 스탯을 보고 아이템을 고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른 것들을 보고 고를 수 있냐고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아, 그거면 좋겠네.’

머리를 굴리던 하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장 좋은 해결책이 떠올랐다. 레벨이 몇이든, 스탯이 몇이든 유용할 능력이 하나 있는 것이다.

‘이것들이면 되겠지.’

하현은 작성이 끝난 특성들을 살펴봤다.

-경험치 습득 증가. 파괴 불가. 귀속 아이템. 전신 방어구.

‘이거면 충분해.’

전투 시 사라질 방어구 문제도 해결하고 남들에게 뺏기지 않으며, 무엇보다 성장 속도를 가속시킨다. 지금의 하현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이상의 특징으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그래.’

하현의 결정과 동시에 앞에 검은색 구멍이 나타나더니 그곳에서부터 하현의 무릎 위로 툭 하고 옷이 떨어졌다.

‘……뭔가 조촐하네.’

무릎 위의 옷을 들어 올린 하현은 여기저기 살펴봤다. 옷은 한 벌 옷이었는데 겉모습은 라이더 슈트를 연상시키는 조금 날렵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템의 정보도 볼 수 있다고 했지.’

옷을 든 하현은 속으로 아이템 정보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하현의 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경험치 가속의 슈트(에픽)

내구도 : 무한

방어력 : 20

누군가의 바람으로 만들어진 특수한 방어구이다. 방어보다는 특정 성능에 치중된 듯하다.

-이 옷은 절대로 파괴되지 않습니다.

-절삭 계열 공격에 면역을 가집니다. 타격 계열 공격에 추가 피해 30%를 입습니다.

-옷을 착용하고 있을 시 획득 경험치가 1.2배 상승합니다.

-귀속 아이템이기에 타인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

-슈트를 착용하고 일정 레벨을 올릴 시 성능이 향상됩니다.

“오오.”

아이템의 정보를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딱 자신이 원하는 느낌의 아이템이 나온 것이다.

‘이 정도면 베스트 중의 베스트야. 더할 나위 없는 수준인데.’

최강의 아이템은 아닐지 몰라도 최적의 아이템이었다. 하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은 아이템창에 넣어둬야겠네.’

슈트를 안아든 하현은 속으로 아이템창이라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자 하현의 앞으로 게임속의 아이템창 같은 것이 그대로 나타났다.

‘지금은 열 칸 정도인가.’

열 칸이라고 해도 물건을 공간에 제약 없이 보관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하현은 슈트를 아이템창에 밀어 넣었다.

“이야…… 너, 밖에 봤냐? 도로 완전 다 부서져 있었던데.”

“진짜 살벌하더라…… 듣자 하니 흑월이 잡았다던데. 숨어서 지켜볼걸 그랬나.”

“너 그러다가 뒤진다, 인마.”

대강 할 일을 끝냈을 때, 타이밍 좋게도 화장실 안에 사람이 들어왔다.

‘보아하니…… 일반인은 확실해 보이네.’

들어온 이들이 일반인인 것을 확인한 하현은 물을 내린 뒤 밖으로 나왔다. 두 명의 남자는 하현을 한 번 잠시 쳐다볼 뿐, 그 이상의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됐다.’

건물의 밖으로 나오자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던 인도에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씩 보였다.

‘이제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거지.’

괴수와 던전이 존재하고 게임시스템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세계.

비슷해 보여도 근본부터 다른 세계였지만 하현은 별다른 걱정이 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나도 재능이라고 할 만한 게 생겼으니깐.’

방어력 무한이라는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재능을 얻었다.

그리고 이곳의 상황은 그것을 사용하기에 딱 좋은 배경이었다. 마치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와도 같은 세상.

‘좋을 대로 맘껏 써주겠어.’

옅은 미소를 지은 하현은 그대로 자연스럽게 인파 속으로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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