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방어력 무한-2화 (2/158)

# 2

1.새로운 세계

‘빌어먹을!’

차가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하현은 그대로 차에 치여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질끈 감았었다.

‘……뭐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치이고도 남을 시간인데 어떻게 된 것인가, 의아해진 하현은 슬며시 눈을 떴다.

“……뭐야?”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바닥을 가리는 검은색 그림자뿐, 어딜 봐도 자동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하현이 어리둥절해할 때.

“거기서 뭐 하고 있어! 당장 도망쳐!”

“뭐?”

옆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하현은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검은색 갑옷 같은 것을 입고 있는 10명의 사람들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찰 특공대?”

“이쪽 보지 말고 당장 도망치라고!!”

하현의 태도가 답답한 것인지 그들은 더더욱 크게 소리쳤다.

“도망치라니…… 도대체 뭐한테서 도망치란 거야?”

이해가 가지 않는 말에 하현은 주변으로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러자 여태까지 발치의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던 원흉이 눈에 들어왔다.

“……아?”

성인 남성 정도는 한입에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입과 그에 맞는 거대한 덩치.

철을 덧댄 것 같은 번들거리는 검은색 비늘. 그리고 소름끼치는 붉은 눈동자.

“괴물?”

그것은 말 그대로 괴물의 모습이었다.

[크워어어억!!!]

거대한 포효를 내지른 괴물이 하현을 노려보더니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당장 피해!”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어리둥절한 하현은 그저 괴물을 바라만 보았고.

후우웅!!

괴물의 오른팔이 하현이 있는 일대 전체를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손이 스쳐 지나간 곳은 모두 파헤쳐졌고 주변은 충격파로 금이 갔다.

하현의 시체 조각도 건질 수 없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일격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토벌자들의 리더, 곽한수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왜 대피 명령 무시하고 있다가 뒤지고 지랄이야…… 씨발, 진짜. 또 포인트 깎이게 됐잖아.”

눈앞에서 민간인을 죽게 방치하면 상당한 양의 업적 포인트가 깎이게 된다.

곽한수가 욕지거리를 내뱉은 이유는 오직 그것뿐, 하현의 죽음 자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

[크르르륵…….]

곽한수가 투덜거리는 사이, 하현을 처치했던 괴물 울티노가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 한수 님, 저 녀석이 이쪽을 보는…….”

“나도 알아. 시발…… 안 그래도 기분 좆같은데 초짜처럼 호들갑 좀 떨지 마. 너 B랭크 맞아?”

“…….”

눈을 부라리며 이야기하는 곽한수의 모습에 입을 열었던 토벌자가 찍소리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곽한수는 혀를 차며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은 흑월 새끼가 오기 전까지만 버티면 되니깐 대충대충 하자고.”

울티노의 등급은 A랭크.

곽한수 자신도 A랭크였고 뒤의 9명도 모두 B랭크였기에 발목만 붙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을 다진 곽한수는 울티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울티노 퇴치의 시련을 생성한다!”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곽한수의 외침과 동시에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모든 토벌자들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괴수 울티노의 퇴치.]

S급 괴수 울티노를 퇴치하여 다른 인간들을 보호하라.

난이도 : S

보상 : 막대한 경험치와 부위별 아이템 중 한 가지.

-시련을 수락할 시 울티노가 도주하기 전까지 전장에서 이탈할 수 없습니다.

-울티노에게 적대도가 높아집니다.

“뭐, 뭣?!”

시련을 본 곽한수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일순간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다시 한 번 그 창을 바라보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S급 괴수 울티노라는 글자는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성장했다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씨발……!’

불과 며칠 전에 잠깐 부딪쳤을 때만해도 울티노의 등급은 A랭크였다.

그런데 그 사이에 S랭크로 승급된 것이다.

‘미친…… 안 돼. A랭크랑 S랭크는 구조적으로 틀려먹었다고!’

곽한수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려 퍼졌다.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도망쳐야만 했다.

“시발, 당장 도망…….”

쾅!

말이 끝나기 전에, 바닥이 부서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사라진 울티노의 신형은.

콰아앙!!

한 토벌자의 몸을 후려침과 동시에 토벌자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쿠워어어어억!!]

-울티노의 포효에 압도당했습니다. 전장에서의 이탈이 불가능해지고 모든 스탯이 10% 감소합니다.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알림창이 곽한수와 토벌자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

후드득.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천천히 떨어졌다. 건물의 파편과 먼지로 엉망이 되어버린 사무실의 안.

“콜록콜록!”

그 잔해 위에 쓰러져 있었던 하현은 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으음…… 눈이 도네, 돌아.”

맞은 순간부터 건물에 부딪치고 무너진 잔해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탓에 하현은 아직도 눈앞이 어지러웠다.

“뭐가 어떻게 된 거였었지?”

간신히 정신을 차린 하현은 방금 전 상황을 다시금 떠올리기 시작했다.

눈앞에 갑자기 괴물이 나타났다 싶더니 돌연 몸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이곳으로 처박혔다.

“그 녀석한테 맞은 거구나.”

겉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이던 괴물. 그 괴물의 팔에 맞아 이곳까지 날아오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하현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상처가 없어?”

옷은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고 먼지로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딱 그뿐, 몸의 어디에도 부러지거나 찢어지거나 긁힌 상처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뭐, 뭐지. 설마 꿈인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하현은 자신의 볼을 잡아당겼다.

약간 저릿한 통증이 이곳이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꿈이 아니면…… 이게 진짜라고?”

그 무지막지한 괴물에게 맞고 건물의 잔해에 그렇게나 치였음에도 상처 하나 없다.

꿈이 아니면 불가능할 일이었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다.

“아니, 일단 괴물의 존재부터가 뭔가 이상했던 것 같은데…….”

아까 전에 소리를 치던 그들의 모습을 상기해 봐도 도망치라고 경고를 했지 괴물 자체에 놀라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 되겠어. 뭐가 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뭐 하나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 하현이 얼굴을 찌푸리던 그때.

-시련이 생성되었습니다.

“……어?”

머릿속에 울리는 무기질적인 목소리. 그 갑작스러운 소리에 하현은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 건…….”

더욱 당혹스러워하던 하현의 앞으로 하나의 투명한 창이 갑자기 떠올랐다.

“뭣…….”

게임에 나오는 퀘스트 창처럼 생긴 정체불명의 창.

갑자기 나타난 그 창의 모습에 하현은 조심히 손을 뻗었다.

투웅.

약간 눌러지는 감각 이후에 손은 아무렇지 않게 창을 통과했다.

‘이거…… 그냥 환각 같은 게 아니야.’

방금 전에 느껴진 촉각은 환각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듯했다.

하현은 다시 손을 거둬들이고 조심스레 창을 살펴봤다.

“글……?”

뭔가 적혀 있던 것이 한글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하현은 그것들을 읽어봤다.

[상황의 파악.]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 시련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난이도 : F

보상 :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

-시련을 수락하기 위해선 시련 수락을 외쳐야만 합니다.

-이 시련은 수락하는 순간 완수됩니다.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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