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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75화 (175/175)

175화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

강철남.

초월초를 먹고 젊음과 힘을 얻은 자연인.

그는 가족과 함께 염원하던 자연 휴양림, 희망 테마파크를 짓고 인간과 마족들에게 힐링 라이프를 전파하려 했다.

하지만 염라가 나타나 희망 테마파크의 지맥에 깃든 마력을 흡수해 양분으로 삼아, 자기 영혼을 키워 부활을 계획하고 있었다.

인간과 마족들은 보고만 있지 않았다.

강철남의 친구들은 희망 테마파크 곳곳에 흩어진 염라의 영혼을 깨부수었고 염라의 힘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지옥에서 염라와 싸우고 있는 강철남은 염라의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을 알아챘다.

“내 친구들이 네 영혼을 차례차례로 파괴한 모양이야.”

“그런 모양이로군.”

“남아 있는 네 영혼도 곧 파괴되겠지.”

“아마 그럴 거다.”

염라는 점점 쇠약해지고 있는 자기 상황을 의외로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마치 운명을 초연히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이제 곧 너와의 싸움은 끝이 날 것이다.”

“그렇겠지.”

지옥에서는 붉은 돌가루가 바람에 섞여 나부끼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피바람이 부는 듯 보였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이곳을 지옥임을 거듭 상기시켜 주었다.

“강철남. 나는 혼신을 다해 너를 이 지옥에 묶어 둘 것이다. 그사이 내 마지막 남은 하나의 영혼은 인간계를 파괴할 것이다.”

염라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지금 당장 강철남을 이길 수는 없어도 마지막 남은 영혼의 그릇이 인간계를 파괴할 동안 그의 발을 묶어두는 것은 가능할지도 몰랐다.

“나를 이기지 못할 바엔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을 파괴한다라. 발칙한 전략이군.”

“전쟁에서는 온갖 수가 다 나오는 법. 나를 원망하지는 마라.”

[봉쇄]

염라는 마력을 방출하여 지옥에 커다란 반원의 공간을 형성했다.

그 안에 갇힌 강철남은 도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도력을 봉인했어?”

“너와 주먹을 부딪치는 동안 도력이라는 힘을 분석했다. 네가 공간 이동하는 힘의 근원인 도력을 막으면 네 신출귀몰한 움직임을 막을 수 있지.”

강철남은 도력을 봉인 당했다.

염라의 작전에 발이 묶여버린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인간계는 마지막 남은 그릇에게 유린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네놈을 당장 작살내고 돌아가겠어.”

“나도 목숨을 건 이상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강철남과 염라는 격렬하게 맞부딪쳤다.

신력을 담은 강철남의 주먹은 염라를 멀리 날려버렸고 이어서 도력을 봉쇄한 반원의 공간을 박살 내려 했다.

그러나 집요하게 달려드는 염라의 의지도 만만치 않았다.

도력 봉인을 깨트리려는 강철남의 시도는 번번이 저지당했고 그럴수록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인간계는 포기해라. 애초에 멸망할 곳이다.”

“인간들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야?”

“자만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내 영혼을 당해낼 강자는 지금 인간계에 없다. 그것이 진실.”

염라는 확신했다.

인간계는 이제 끝이고 강철남의 멘탈이 흔들릴 것이라고.

한편,

강철남은 가슴 깊은 곳에서 어떤 빛 한 점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자기를 부르는 간절한 외침이었다.

“염라.”

“…….”

“인간이 약하다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아니, 인간은 강하다. 그건 바로 포기하지 않고 강한 희망을 품기 때문이지. 희망이 있다면 때론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드는 법이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

“자세한 건 나중에. 누군가 날 애타게 부르고 있거든.”

“설마?!”

강철남의 강철 숟가락이 주인을 부르고 있었다.

그 호출은 차원을 넘어 그의 가슴에 신호를 강렬히 보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끌림은 강철남도 거역할 수 없었다.

“먼저 가보마.”

“안돼!”

슝―!

어딘가로 빨려가듯 강철남의 몸이 빛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 * *

인간계에서는 최후의 전사들이 마지막 그릇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세레나는 얼음 마법으로 마지막 그릇의 발을 묶으려 사력을 다했고, 예비역 헌터들은 놈을 시민들이 없는 곳으로 유인하려 목숨을 바치고 있었다.

걸어오는 재앙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젠장, 이쪽으로 오지 말고 저쪽으로 가라고!”

인간계에 남아 있는 모든 헌터가 마지막 그릇을 도시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

그들 스스로가 미끼가 되길 자처하며 필사적으로 뛰어다녔다.

그 장면을 생중계 하는 방송사의 헬기들은 녀석에게 들킬까 차마 낮게 날지 못하고 높은 곳에서 촬영해야만 했다.

TV를 보는 사람들은 인간계를 덮친 재앙을 종결시켜 줄 초인을 기다렸다.

모든 헌터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인간의 희망이 시험받는 순간이었다.

“제발, 누가 도와줘.”

인간이 바람 앞에 흔들리는 불꽃처럼, 희미해진 희망의 끈을 간신히 붙들고 있는 그때,

“야 이 X방새야.”

한 남자가 나타났다.

“하, 왜 이제야 나타나.”

그가 나타나자 긴장이 풀려버린 세레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한 손에는 한율에게서 건네받은 강철 숟가락을 든 채로 세상 그 어느 것도 두렵지 않다는 표정으로 위풍당당하게 마지막 그릇을 향해 다가갔다.

“깽판 치는 캐릭터는 멍구 하나면 충분하니까 너까지 지랄 안 해도 돼.”

마지막 그릇은 강철남을 보자 몹시 경계하며 모든 마력을 개방하여 달려들었다.

주변의 빌딩이 갈라지고 땅에 금이 가며 어마어마한 중압감이 밀려왔다.

“미안하지만 이제 슬슬 배가 고플 때가 되어서 말이야. 이만 집으로 가야겠다.”

그가 강철 숟가락을 높이 드니 그것이 태양 빛에 반짝였다.

마치 성검을 든 기사처럼 성스러운 그의 자태에서 방대한 심력이 흘러나왔다.

“인간의 힘으로 널 심판하겠다. 얌전히 찌그러지거라.”

마지막 그릇이 그와 1m 거리에 다다랐을 순간,

[밥상머리 참교육]

강철 숟가락이 녀석의 대가리를 내려찍으니 천지가 개벽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그릇의 머리통은 와자작 깨지고 말았다.

“다음 생에는 착한 아이로 태어나거라.”

그는 옷으로 강철 숟가락을 슥 닦으며 조각난 마지막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끝이군.”

어느새 그의 옆에는 염라의 껍데기가 와 있었다.

힘을 상실해가는지 몸이 흐릿해져 있었다.

“새끼. 진작 이렇게 깨질 거면서 뭐 하러 이 난동을 피운 거야?”

“그렇다면 넌 불만이 있는데도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나?”

“방법이 잘못됐잖아. 적어도 날 찾아와 이야기라고 해봤으면 좋게 좋게 해결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건 내 성질머리에 안 맞아서 말이지.”

“너도 나 못지않게 제멋대로인 녀석이구나.”

강철남은 염라를 보며 어이가 없어 웃었다.

“마계와 인간계가 이토록 끈끈한 동맹 관계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군.”

“나도 예상 못했어. 세상은 이런 걸 기적이라고 부르지.”

“아니, 기적이 아니다. 이 모든 건 철저히 너희 노력이 일구어낸 결과다.”

그때 말을 잇던 염라의 몸이 흔들리더니 마력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끝이 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보자. 네 최종 목표는 뭐냐?”

염라는 궁금했다.

인간계와 마계를 통일시킨 마황제.

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나는 강철남. 자연에서 안빈낙도하는 게 꿈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어.”

강철남의 말에 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지와 의지의 싸움에서 졌다.

그의 의지가 더 강했음을 받아들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가 그토록 원하던 자연에서의 안빈낙도를 즐겨보지 못한 것이었다.

“끝이다.”

염라가 완전히 소멸하자 세상이 고요해졌다.

강철남은 공간 이동으로 인간계를 떠났다.

그가 향할 곳은 당연히 가이아, 민하, 멍구가 기다리고 있을 집이다.

* * *

화창한 봄날 아침.

희망 테마파크는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가이드들은 인간계와 마계 곳곳에서 놀러 온 방문자들을 맞이했다.

“이곳 열대우림은 1년 전 인간계와 마계를 종말 위기까지 빠뜨렸던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죠. 염라의 영혼을 담은 그릇과 동물 연합이 싸웠던 곳이랍니다. 그때의 승전을 기념하여 나무를 깎아 만든 멍구의 조각상이 저기…….”

가이드는 멍구의 조각상이 있는 위치를 손으로 가리켰다.

관광객들은 사진기를 꺼내어 멍구 조각상을 담으려 기대했다.

하지만,

“저기… 아무것도 없는데요?”

“네? 그럴 리가요, 분명히 여기 있을 텐데요.”

가이드도 이상하다 여겨 혹시 자기가 장소를 착각한 게 아닌가 싶어 근처를 둘러봤지만 분명히 이 장소가 맞고 멍구의 조각상이 여기 있어야 했다.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 있어야 하는데.”

그때,

쿠구궁―!

저 멀리서 나무가 쓰러지더니 뿌연 먼지가 솟아올랐다.

설마 또 무슨 사건이 벌어지는 걸까.

“야, 이 씨! 철남이 새끼야! 거기 안 서?”

멍구는 몹시 빡친 듯 왈왈거리며 강철남을 쫓았다.

강철남은 실실 쪼개면서 다다다 달려 숲 사이를 빠져나갔다.

“오밤중에 그런 게 숲에 떡하니 서 있으니 당연히 산짐승인 줄 알았지.”

“그래서 잡아서 맛있게 먹었냐?”

멍구는 강철남의 오해로 자기 조각상이 불타버리자 화가 난 것이다.

가끔 일어나는 그 둘의 만담 같은 추격전은 관광객들에겐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워낙 빨라서 카메라에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빠! 멍구야!”

중급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민하가 나무 사이를 콩콩 뛰어다니며 아빠와 멍구를 따라잡았다.

“민하야, 너희 아빠 좀 잡아봐라.”

“나도 아직 아빠는 못 잡는데.”

멍구와 민하는 저만치 앞서가는 강철남의 뒤를 쫓았다.

그들이 어느새 다다른 곳은 희망 테마파크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산림 지역, 완만한 어느 산의 중턱.

그곳에 향긋한 나무로 지은 강철남 가족의 집이 있다.

맨 먼저 도착한 강철남이 집에 돌아오자 가이아가 나와서 반겨주었다.

“철남, 멍구 또 소란을 벌이고 온 것이냐?”

“또라니. 누가 들으면 내가 사고뭉치인 줄 알겠다.”

“난 잘못 없어. 다 철남이 때문이야.”

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강철남과 멍구의 얼굴을 보면 가이아는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에 훤했다.

“엄마!”

“민하도 왔구나.”

민하는 엄마에게 와락 안겼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엄마 품이다.

“다들, 얼른 손 씻고 준비하거라. 오늘은 마침내 그날이지 않느냐.”

강철남과 멍구의 표정이 3초간 멍했다가 아차, 하는 반응이 뒤늦게 나왔다.

분명 까먹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고, 고기라도 잡아 올까?”

“그러자고.”

강철남과 멍구가 머쓱한 듯 숲으로 달려갔다.

제일 큼직하고 살 많은 녀석으로 잡아 올 셈이다.

시간이 흘러 저녁 무렵.

강철남의 집 앞 뜰에서 벌어진 잔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분위기로 무르익어갔다.

오랜만에 모인 전설의 다섯 헌터 홍태진, 김성남, 황기민, 백진섭, 한지영은 후배 헌터들에게 단연 주목받았고 그들이 몰려와 사인을 요구하는 바람에 귀찮음에 빡친 김성남이 칼을 뽑을 뻔한걸 서필도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막아야 했다.

슈바 사냥단은 약속한 멍구의 보상금에 관한 내용을 강철남에게 요청하였고 상당한 보수를 받고 들떠서 술을 부어라 마시고 즐겼다.

“아버지, 어머니.”

가이아는 세레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우로스와 폰토스에게 다가가 조금은 살갑게 대했다.

조금씩 딸로서 그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용기를 내보는 것이었다.

마족 경찰단 최만근은 설로번, 칼론, 라온과 함께 키켈의 강철남의 영웅담에 관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이야기는 어느새 많은 군중을 모았고 살쾡이 사장이 그곳에서 먹거리를 팔아 쏠쏠하게 이윤을 남기고 있었다.

냥고는 장사에 혈안이 된 살쾡이 사장이 한눈을 판 사이 몰래 안주를 빼돌렸고, 장인들과 대화를 즐기는 소하 선생의 술도 몰래 빼돌려 수리부엉이와 두루미 신령과 최상급 술을 맛보며 즐겼다.

“쿠어어엉. 쿠와아앙. (여기 아주 좋구만. 이사 오고 싶을 정도야.)”

소문곰은 붉은귀거북과 꿀차를 마시며 희망 테마파크의 절경에 극찬하고 있었다.

이 경치에 취한 건 신령들도 마찬가지.

처음으로 나온 마계 구경이 아주 흡족한지 풍경을 안주 삼아 술을 들이켰다.

모털 도사는 차기 설악 신령의 자리를 인정받아 신령들에게 축하주를 마시느라 벌써 알딸딸하게 취기가 올라 있었다.

그러다 옥황상제가 등장하자 술이 화들짝 달아나 펄쩍 뛰고 말았다.

“한율아, 여기는 샤를. 샤를, 여기는 한율이.”

민하는 샤를과 한율을 서로 소개해 주었다.

악수를 하며 눈을 마주치면서 서로는 서로를 알아보았다.

이 기집애 나랑 성질머리가 비슷한 것 같은데, 라며 말이다.

벤티 학원의 베거 원장과 하림 선생은 학부모들에게 하나가 된 인간계와 마계 시대를 맞이하여 대비해야 할 교육 방침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물론 말끝에 은근슬쩍 학원 등록 권유의 말을 흘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좋구만.”

“그러게.”

강철남과 멍구는 북적이는 잔치를 지켜보며 감상에 잠겼다.

대한산에서 시작된 인연이 참으로 많은 인연을 엮어 여기까지 왔다.

“시간 참 빠르다.”

“많은 일이 있었지.”

“철남이, 고생 많았어.”

“너도, 멍구.”

둘은 서로 고생했다는 의미로 어깨동무하고 술잔을 기울였다.

“아빠!”

그때 민하가 밝은 목소리로 강철남을 불렀다.

“민하야, 무슨 일이니?”

“이거.”

민하가 다가와 강철남에게 내민 것은 한 장의 종이, 바로 희망 테마파크에 묻힌 세 번째 보물이었다.

“우와! 마지막 보물을 우리 딸이 찾았구나. 축하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게.”

“정말?”

“물론이지. 뭐든 말해봐.”

“그럼…….”

해맑게 웃던 민하는 손바닥만한 손가방에서 수리부엉이의 깃털을 꺼내 들었다.

“아빠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고 싶어!”

“내 이야기?”

“응!”

강철남과 멍구는 서로 마주 보다가 푸훗, 하고 웃었다.

누구나 그런 말을 한다.

자기 인생을 종이 위에 옮긴다면 책 열 권은 나올 것이라고.

“그래. 책 제목은 정했니?”

“응!”

“뭔데?”

민하는 싱긋 웃으며 외쳤다.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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