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최후의 결전, 전설의 헌터들
멍구의 의뢰를 받고 희망 테마파크로 온 황기민 탐정단.
그들은 사막에서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팀장님, 여기가 좀 수상한데요?”
탐정단의 한 부하 직원이 황기민을 불렀다.
“어디 봐.”
“흠, 이건 누가 봐도 수상하군.”
그들이 유의 주시하고 있는 것은 바닥을 향해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 개미지옥과 그 한가운데에 박혀있는 무거운 바윗덩어리였다.
“부숴보자.”
“다짜고짜요?”
“뭔지 모를 때는 뭔가 일으켜 보는 게 제일이야.”
별 희한한 논리를 들이밀면서 황기민은 무식하게 큰 편곤을 높게 들었다.
[충격파]
그가 힘차게 편곤을 휘두르자 어마어마한 박력으로 날아간 충격파가 바위를 가격했다.
그러나 바위는 전혀 미동도 없었는데.
“오호. 이만큼 단단한 바위라면 더욱 수상해 보이는데.”
“팀장님, 더 가까이 가시면 위험해요. 개미지옥에 빨려 들어가신다고요.”
“이봐, 이 개미지옥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나?”
“뭔 또 헛소리하시려고 그러세요? 빨리 나오세요?”
부하 직원이 뭐라고 하건 황기민은 자기 할 말을 밀어붙였다.
“이건 도발이야. 이쪽으로 올 테면 와 보라는 도발.”
[돌진]
광분하여 미친 듯이 편곤을 휘두르며 바위를 향해 돌진하는 황기민.
개미지옥이 빨아들이는 속도에 편승하여 어마어마한 광기로 바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파괴]
콰앙―!
사막의 마른하늘에 쩡 하고 울릴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편 편곤 추에 맞은 바위의 상태는,
움찔―
“움직였어? 너 이 새끼. 역시 바위가 아니었구나. 일어나거라. 모습을 드러내서 한 판 붙어보자꾸나!”
우두둑―
황기민의 도발이 먹힌 모양이다.
바위는 들썩이면서 차차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했다.
이윽고 달걀껍데기처럼 바위의 표면이 금이 가더니 그 안에서,
파앙―!
온몸이 바위로 이루어진 염라의 모습이 나타났다.
바위의 그릇이었다.
“비주얼 끝장나는구만. 전신이 바위라니. 두들겨 깨는 맛이 있겠어.”
“팀장님, 위험해요. 올라오세요!”
그사이 어느새 불어난 개미지옥은 높이 차올라 황기민의 하반신을 다 뒤덮고 있었다.
“아니! 어느새?”
“팀장님, 이제야 말씀드리는 건데 팀장님 너무 무식해요! 몸 좀 사리세요!”
“그걸 왜 이제야 말해?”
“밖에 있을 때 말하면 맞을까 봐요!”
“오냐, 지금 여기서 나가서 한 대 쥐어 박아주마.”
황기민은 기를 쓰고 벗어나려고 버둥댔다.
하지만 개미지옥이란 빠져나가기 위해 버둥댈수록 더욱 아래로 끌어당기는 법.
점점 몸에 힘을 빠지게 만들며 결국 탈진하여 무력해진 먹잇감을 아래로 잠식시키는 것이다.
“젠장, 싸워보기도 전에 이럴 수는…….”
황기민은 끝장이라 생각하고 눈을 꼭 감았다.
그 순간,
[검압]
파아앙―!
“또 뭔 등신 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냐?”
“오, 김성남!”
김성남이 날아와 개미지옥 한가운데에 큰 충격을 가해 황기민이 빠져나갈 틈을 만들었다.
[광속]
그때 누군가가 빛과 같은 속도로 그 둘을 낚아채서 개미지옥을 빠져나왔다.
“한지영이!”
“여전하시네요.”
“뭐가?”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시는 거요.”
김성남과 한지영에 의해 무사히 구출된 황기민은 방금까지 죽을 위기에 처해있었다고는 믿기지 않게 떵떵거리며 크게 웃었다.
“으하하. 결국 이렇게 되는구만. 아직 죽을 때가 아닌가 봐. 살 사람은 산다니까.”
“아직 덜 당했구만. 그건 그렇고 저게 그 염라의 영혼인가 뭔가 하는 거냐?”
“너는 어떻게 그걸 알았어?”
“저희는 서필도 본부장님에게 보고서를 받고 왔어요. 철남씨는 염라의 본체와 싸우고 있는 중인가 봐요.”
바위를 깨고 나온 바위의 그릇은 천천히 걸어 개미지옥을 빠져나왔다.
묵직한 걸음은 개미지옥도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강철남이 녀석의 본체와 싸워? 그렇다면 저걸 이기지 못하면 강철남의 발끝도 못 따라간다는 거로군. 반드시 베어주마.”
김성남이 칼을 휘두르며 전투 준비를 갖췄다.
하지만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는 건 역시 녀석의 강함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김성남이, 쫄리냐? 쫄리면 내가 먼저 들어가고.”
“쫄리기는 누가 쫄린데? 어떻게 요리할까 행복한 고민 중이야.”
“두 분 다 허세 그만 부리고 이길 생각만 하세요. 상대는 이제껏 겨뤘던 상대 중 최강의 적이에요.”
한지영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먼저 간다!”
[강화]
[충격]
황기민이 근육을 부풀려 있는 힘껏 편곤을 휘둘렀다.
바위의 그릇은 한 팔로 추를 막아내고는 주먹을 쥐고 황기민의 복부를 가격했다.
묵직한 돌덩이 주먹에 한 대 얻어맞자 황기민은 충격을 감당 못하고 피를 토하며 멀리 나가떨어졌다.
[폭검]
김성남은 황기민을 가격하기 위해 팔을 뻗은 녀석의 겨드랑이를 노려 폭발 스킬을 날렸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바위의 그릇의 몸에서 튀어나온 바위 파편이 허공에 흩날렸다.
“한 방 먹었지?”
그러나 이 정도 충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바위의 그릇은 검은 연기 속에서 손을 뻗어 김성남의 목을 움켜쥐었다.
목뼈가 으스러질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절단]
한지영이 날카로운 두 개의 단도를 섬세하게 휘둘러 녀석의 손가락을 잘랐다.
팔을 잘라낼 수는 없을 것 같아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손가락이 잘리자 악력에 힘이 풀려 김성남은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강화]
[칼춤]
마력으로는 녀석의 방어를 깨뜨릴 수 없을 것 같아 김성남은 심력을 끌어올렸다.
“한두 대 맞은 걸로는 끄떡없다면 미친 듯이 두들겨주마.”
칼춤.
미친 듯이 칼을 휘둘러 적은 난도질하는 스킬이다.
김성남은 호흡을 멈추고 바위로 이루어진 녀석의 몸뚱이를 무자비하게 두들겼다.
카캉! 카캉! 카카카캉―!
아주 조금씩이긴 했지만 녀석의 몸이 깎여나갔다.
미친놈처럼 칼을 휘둘러대는 김성남의 광기에 위기를 느꼈는지 바위의 그릇은 뒤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을 노리는 자가 있었으니,
[절개]
뒷걸음을 친다는 것은 뒤가 무방비하다는 뜻.
한지영은 심력을 잔뜩 끌어올려 녀석의 아킬레스건에 두 개의 단도를 박아넣었다.
그러자 녀석이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막타는 내 거!”
바위의 그릇이 흔들리자 어느새 저 멀리 날아갔던 황기민이 펄쩍 뛰어와 편곤을 휘두르며 외쳤다.
하지만 녀석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새총]
바위의 그릇은 몸을 둥글게 말더니 바닥의 모래를 빨아들였다.
그 모래 조각들이 단단하게 뭉쳐져 바위가 되더니 사방으로 총알처럼 발사되었다.
퍼억―!
“크악!!”
날아오는 바위를 정통으로 맞은 황기민은 다시 한번 피를 흘리며 날아갔다.
한지영은 극한의 스피드를 자랑하며 근거리에서도 날아오는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김성남은 바위를 칼로 쳐냈지만 몇 군데 상처를 입었다.
그사이 녀석은 모래를 흡수하고 깎여나간 몸을 회복했다.
“씨X. 완전 사기잖아!”
“침착해요. 그래도 무슨 수가 있을 거예요.”
“이 와중에 대책을 강구 하는 거냐?”
“분명히 뭔가 있을 거예요. 녀석의 약점이요.”
“모래를 처먹고 살을 찌우는 녀석이야. 모래가 널린 이 사막에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잠깐만, 그거에요!”
한지영은 무언가 생각난 듯 외쳤다.
하지만 작전 회의할 틈조차 허용하지 않고 바위의 그릇이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낙석]
녀석은 땅속의 모래를 흡수하여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이내 유성군처럼 단단한 바위들이 머리 위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젠장, 이건 못 피해!”
“심력이에요. 장막을 치면 돼요.”
“방어 따위는 해 본 적 없어!”
“해봐요! 안 하면 돌덩이에 머리가 깨질 거라고요!”
[장막]
한지영은 황기민을 보호하며 장막을 쳤다.
김성남도 심력에 집중하며 장막을 만들었다.
“이거 쪽팔리는구만. 보호나 받다니 말이야.”
“꼬우면 제대로 좀 해봐. 그나저나 한지영. 아까 그거라니 무슨 소리야?”
“그거예요, 그거! 모래니까요!”
“모래니까?”
김성남은 잠시 생각했다.
그렇다, 모래라면.
“물을 끼얹으면 되겠군!”
그러나 문제는 물 속성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자가 없다는 것이다.
“침을 뱉으면 되지 않을까?”
“이 또라이야. 차라리 오바이트를 하라고 그래라.”
“지금 만담이나 할 때예요? 무슨 수를 써야…….”
바위의 그릇은 조금도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단단한 몸으로 밀어붙이는 박력에 헌터들은 맞붙을 엄두를 못 내고 후퇴하기에 바빴다.
“큭! 갈비뼈가.”
백스텝을 밟던 황기민이 주춤하자 그 틈을 노리고 바위의 그릇이 돌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황기민이!”
그때,
파악―!
바위의 그릇의 가슴팍에 의문의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그것은 평범한 화살이 아니었다.
바로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물 속성 마법이 서려 있는 화살이었다.
화살을 맞은 바위의 그릇의 몸은 물에 젖더니 이내 바스스 모래조각을 흘리며 깎여나갔다.
“럭키!”
황기민이 그 틈을 보고 편곤을 휘둘러 맞추자 녀석의 몸이 상당히 부서지더니 크게 휘청였다.
“누구지?”
한지영이 화살이 날아온 궤적을 따라 눈으로 좇으니 그곳에는,
“늦었지? 인간계도 이래저래 바빠서 말이야.”
헌터 교육생 담당 장혜리였다.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을 관리하기 위해 그녀 역시 여러 종류의 마법을 다룰 줄 알았던 것이다.
“혜리씨!”
“나이스다! 한 방 더 먹여줘!”
“말 안 해도 미친 듯이 쏠 거예요.”
[물 화살]
장혜리는 바위의 그릇을 향해 물 속성을 담은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화살에 스치기만 해도 몸이 젖자 녀석은 당황한 듯 달아나며 몸을 피했다.
[검압]
김성남은 달아나는 녀석을 쫓아 강한 검압으로 도주를 저지했다.
바위의 그릇은 몸이 젖어 들어가자 위협을 느꼈는지 사력을 다해 도망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쪽은 베테랑 헌터가 네 명, 제아무리 녀석이라도 수의 차이와 속성의 우위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절단]
젖은 발목에 한지영의 단도가 지나가자 녀석의 발목이 반쯤 잘려 나갔다.
무릎을 꿇은 바위의 그릇을 향해 황기민이 뛰어왔다.
“막타는 내 거야!”
[영혼의 막타]
황기민은 피를 토하며 모든 힘을 끌어냈다.
그리고,
콰아아앙!!―!
녀석의 젖은 머리통을 향해 있는 힘껏 편곤 추를 내리쳤다.
흠뻑 젖은 진흙 같은 머리는 쉽게 부서지고 말았다.
그렇게 녀석은 한 줌의 모래가 되었다.
“끝난 거예요?”
“그런 모양이야.”
“후아! 속이 다 후련하구만. 갈비뼈가 하나, 둘, 셋… 뭐 몇 개 나가기는 했지만.”
황기민은 말을 마치고 완전히 대자로 뻗었다.
“이제 이 짓은 못 해 먹겠어.”
“피차일반이야. 커피나 타야지, 뭔 놈의 헌터 질인지.”
“그러니까요. 아아, 애들 보고 싶다.”
현직에서 물러난 황기민, 김성남, 한지영이 투덜거리자 장혜리가 다가와 웃었다.
“후후. 이게 바로 전설들의 대화인가요? 그거 알아요? 아직도 교육생들 사이에서 당신들의 인기 투표가 유행이라는 거.”
“은퇴한 탐정이랑 바리스타랑 학교 선생님을 두고 인기 투표를 한다라.”
“그래서 누가 1등인데?”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어요?”
은근히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김성남과 황기민에게서 시선을 돌린 장혜리는 한지영을 바라보며 웃었다.
“에잇, 더러운 세상. 쿨럭!”
황기민은 피가 흥건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부드러운 모래를 베고 그들은 조금 더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