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최후의 결전, 동물 연합
카르텔의 지하상가로 간 멍구.
슈바 보물 사냥단을 찾아서 온 상가를 이 잡듯 뒤졌다.
끝내 구석에 숨어 있던 녀석들의 소굴을 발견해 그들을 회유하기 시작하는데,
“희망 테마파크의 보물을 찾자고요?”
“그래. 이번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그 보물이 상당히 값 나간다나봐.”
“그럼 저희한테는 얼마를 떼어주실 수 있죠?”
라쿤 슈바는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흔들며 말했다.
보물 사냥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 아니겠나.
“얼마를 원하는데?”
“으음. 5:5로 하죠.”
터무니없지만 일단 크게 지르고 보는 슈바.
멍구가 콜을 외칠 리가 없다는 걸 알고 떠보는 말이었지만,
“콜.”
“아니, 정말로요? 절반이라고요. 보통은 흥정하지 않나요?”
흥정이라.
물론 진짜 돈이 되는 보물이었다면 9:1을 불렀을 것이다.
하나 멍구가 찾고자 하는 건 염라의 영혼이 담긴 그릇.
절반 정도 나눠 가질수록 손이 덜 가니 더 좋지 아니한가.
“나 그렇게 욕심 많은 개 아니야.”
“이거 참. 저희는 땡잡은 기분이지만요.”
“시간 없으니 짐 챙겨. 다른 놈들이 보물 챙겨 갈라.”
“예! 지금 당장 단원들을 소집하겠습니다.”
그렇게 슈바 보물 사냥단은 멍구를 따라 희망 테마파크로 향했다.
지하상가를 떠나며 그들의 머릿속에는 금은보화가 번쩍번쩍 빛났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하면 은퇴해서 풍족한 노년을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정말 여기 있는 거 맞아?”
“제 촉에 의하면 이 열대우림 어딘가에 보물이 있을 겁니다. 그때 설산에서 느꼈던 반응과 유사한 감이 느껴집니다.”
마계의 수많은 보물을 찾아온 슈바는 자신 있게 말했다.
멍구는 바닥에 코를 처박고 킁킁 냄새를 맡아 보지만 냄새만으로는 추적이 어려웠다.
일단 슈바의 말을 믿고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으음. 분명히 단서를 줄줄 흘리고 있을 텐데.”
염라의 영혼을 담을 정도의 그릇이라면 분명 겉으로 드러날 만큼 이상 현상을 내뿜고 있을 것이다.
멍구는 육안으로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 열대우림을 내려다보기로 했다.
“어이, 공룡아. 잠시 나 좀 태워주라.”
멍구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아파토사우르스에게 목말을 태워달라고 떼를 썼다.
온순한 아파토사우르스가 풀을 마저 삼키고 멍구를 머리에 얹고 목을 쭈욱 뻗으니 열대우림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었다.
“흠흠. 이렇게 보니 정말 잘 만든 곳이야.”
저도 모르게 희망 테마파크의 경치에 감탄을 하던 멍구.
그런데 저게 뭔가?
“어? 저게 뭐야?”
멍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 희망 테마파크 열대우림 공원의 자랑, 마계에서 가장 큰 폭포였다.
그 폭포의 물을 자세히 보고 있자니,
“거꾸로 거슬러 오르고 있어.”
자고로 폭포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
그런데 저 폭포는 그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지금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고 있는 게 아닌가.
“슈바!”
“왜 욕해요?”
“아니, 너 인마, 슈바. 당장 애들 데리고 계곡으로 가! 거기에 뭔가 있을 거야.”
흥분한 멍구의 목소리에 뭔가를 느낀 슈바는 설레는 마음으로 단원들을 이끌고 계곡으로 향했다.
멍구를 따라 와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슈바도 계곡으로 점점 다가갈수록 강해지는 촉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촉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폭포 앞에 다다랐을 때는,
“우와. 숨 막힐 것 같아. 이토록 강한 기운은 처음이야.”
슈바는 차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무릎을 꿇고 주저앉고 말았다.
숨이 가빠오고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아. 얼른 수색을 시작하자.”
슈바의 지시에 맞춰 단원들은 장비를 꺼내 보물 탐사를 시작했다.
금속이나 특수 물질을 탐지하는 마도구부터 시작해 수질을 체크하는 녀석까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능숙하게 움직였다.
“단장님. 이 폭포수가 이상합니다. 보통의 물과 달라요. 마력이 다량 검출되었는데 하단과 상단보다 중앙에서 많은 마력이 뭉쳐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이 폭포를 거꾸로 거슬러 올리는 힘이 중앙에 응집되어 있다는 것이로군. 좋아, 그럼 계곡의 중앙을 집중적으로 탐사한다.”
슈바는 직접 나서서 거꾸로 흐르는 폭포의 중앙부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연결한 밧줄을 타고 슬금슬금 폭포로 접근하니 역시나 중앙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이상 탐사는 어려웠다.
물살이 너무 강한 탓에 물살을 뚫고 들어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하냐?”
“멍구님. 이 폭포 중앙에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들어가지를 못하겠어요.”
슈바의 말을 듣고 멍구는 하늘을 걸어와 폭포 한가운데에 섰다.
폭포 중앙과 나란히 선 멍구는,
“비켜.”
“네? 뭘 하시려고요?”
[신수의 빛]
쩍 벌린 멍구의 입에서 도력 광선이 뿜어져 나와 폭포의 정중앙을 강하게 타격했다.
엄청난 박력에 슈바가 깜짝 놀랐다.
“멍구님! 그러다가 보물이 박살 나요!”
“그러면 다행이지. 우리가 할 일은 그걸 박살 내는 일이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순간 슈바는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폭포의 정중앙에서 기분 나쁜 진동이 울리면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지금부터 전투에 들어간다. 녀석을 쓰러뜨리는 자에게는 마왕의 지위를 걸고 평생 놀고먹을 만한 돈을 주도록 하지. 물론 할 수 있다면 말이야.”
콰아앙!―!
주변의 절벽들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돌은 무너지고 땅이 흔들려 나무들도 쓰러졌다.
폭포수를 찢고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방출되었다.
무언가 안에서 꼼지락 대더니 이내 폭포 중앙부를 뛰쳐나온 것은,
“존X 싸움 잘하게 생겼네.”
염라의 모습을 하고 전신이 물로 이루어진 존재, 물의 그릇이었다.
녀석이 나타나자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고 기압이 급격히 낮아졌다.
슈바는 강한 기운에 눌려 하체에 힘이 풀어져 버렸고 나머지 보물 사냥단원들은 혼비백산하여 흩어졌다.
슈바와 그 똘마니들에게 전투에 있어서는 별 기대도 안 했던 멍구는 홀로 물의 그릇과 대치했다.
“피부가 아주 촉촉 하구만. 온몸이 물이라면 이건 어때?”
[천둥 번개]
멍구가 하늘을 향해 울부짖자 하늘에서 강렬한 번개가 떨어져 물의 그릇을 덮쳤다.
번쩍하는 파열음과 함께 녀석의 몸에 강한 전류가 흘렀다.
제대로 먹혔다 싶었지만, 물의 그릇은 몸을 움찔하더니 이내 별 대미지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허세 부리는 거 개 열받네. 오냐, 육탄전으로 가보자.”
멍구는 신력을 담아 이빨을 곤두세우고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물의 그릇과 멍구는 서로 앞발과 주먹을 겨루며 싸웠다.
도력과 신력을 모조리 개방하며 진심으로 싸우는 멍구.
그 위용에 슈바와 그 보물 사냥 단원들은 멀찌감치 물러나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힘은 본 적이 없어.”
“마계가 부서질 것 같아.”
“이게 마왕의 힘? 그런데 이런 힘에 맞서는 저 녀석은 대체 뭐야?”
슈바와 보물 사냥단원들은 마계 역사상 가장 격렬한 싸움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
“요 쌍놈 새끼. 좀 치네?”
무호흡으로 앞발을 휘두르던 멍구의 코에서 콧물이 흘렀다.
이제까지 맞섰던 적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멍구의 주특기인 앞발로 뚝배기 후리기도 통하지 않았고 도력을 담아 쏘는 신수의 빛도 막아냈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당황하기보다는 살짝 열받은 멍구였다.
“이렇게 된 이상 별수 없군.”
멍구는 숲속으로 폴짝폴짝 뛰어 가 무언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찾았다!”
멍구가 찾은 것은 활엽수잎, 바로 부적으로 쓸 수 있는 나뭇잎이다.
하늘에서는 물의 그릇이 달려오고 있었고 멍구는 서둘러 발도장을 쿡 찍었다.
그러자 활엽수잎에 신성한 도력이 스며들었고 그것을 하늘을 높이 던져 도술을 부렸다.
[소환]
이 위기의 순간에 멍구가 믿고 소환한 자들은,
펑―!
“멍구 형님, 부르셨습니까?”
“오호, 저 녀석을 보아하니 이 세상의 강함이 아니로군.”
부적의 푸른 빛을 찢고 나타난 것은 냥고와 두루미 신령.
세계 최강의 짐승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씨X. 예로부터 만고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지. 그건 바로 다굴에는 장사가 없다는 거야!”
머릿수로 밀어붙이기로 한 멍구.
싸움 잘하는 친구들을 불러 기세가 든든해져서는 털을 곤두세웠다.
“동물 연합이다, 어떠냐?”
냥고와 두루미 신령의 심상치 않은 전투력을 감지했는지 물의 그릇이 자세를 낮추고 긴장한 기세를 보였다.
“가즈아!!”
멍구가 스텝을 밟고 돌진하였고 그 반대편으로 냥고가 우회하여 타격했다.
팀워크가 환상이었다.
먼저 들어온 멍구의 앞발을 막은 물의 그릇이었지만 연이어 들어오는 냥고의 발을 막지는 못했다.
[냥냥펀치]
도력을 가득 담아 날리는 냥고의 냥냥펀치.
물의 그릇이 출렁이며 찢어진 턱에서 마력이 담긴 액체가 흘러넘쳤다.
[번개창]
중심을 잃은 녀석을 향해 두루미 신령이 부리에서 전류가 흐르는 창을 쏘아 물의 그릇의 몸 한가운데를 뚫었다.
그러자 구멍으로 또 한 번 물이 흘러넘치면서 방대한 마력이 줄줄 새어 나왔다.
“고렇지! 이거거든!”
공격이 먹히자 신이 난 멍구는 마무리 공격을 준비했다.
[신력 개방]
[신수화]
신수화를 발동한 멍구는 몸이 빛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개가 되었고 신수가 된 멍구의 몸에서는 도력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물의 그릇은 멍구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고 공격을 퍼붓지만 냥고와 두루미 신령이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냥발톱]
냥고가 마력을 담은 발톱으로 녀석의 팔을 봉쇄하고,
[깃털춤]
두루미 신령이 깃털을 날려 녀석의 다리를 봉쇄했다.
그사이 멍구의 힘은 더욱 불어났다.
“멍구 형님! 큰 거 한 방 날려주세요!”
“기대하고 있겠네!”
응원을 받으며 멍구는 점점 더 몸집을 불려나갔다.
마침내 신력과 도력을 최대로 끌어모았을 때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위험한 기술이라 한 번도 써 먹어본 적 없는데 여기서 써보는구나.”
[세상에 나쁜 개는 있다]
멍구의 이빨에 날카로운 빛이 휘감기더니 거침없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물의 그릇의 모가지를 물어뜯었다.
목덜미가 물려 첨벙첨벙 대며 격렬히 저항하던 물의 그릇은 결국 멍구의 넘치는 신력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소멸하고 말았다.
“어떠냐, 이 새꺄?! 개라고 개무시 하지 말란 말이야!”
“야호! 이겼다!”
“후후. 정말이지 터무니 없는 힘이야.”
멍구, 냥고, 두루미 신령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고 그들의 포효 소리가 열대우림을 가득 채웠다.
“…우리 수당은.”
얌전히 숨어 있던 슈바가 난장판을 지켜보다가 그제야 소신 발언을 꺼냈다.
“덕분에 마계를 지켰어. 돌아가면 좀 챙겨줄게.”
“네? 마계를 지켜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멍구 형님?”
그 말에는 냥고와 두루미 신령도 어리둥절해했다.
영문도 모르고 일단 싸우고 본 것이다.
“그럼 너희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싸운 거야? 하하하.”
이 상황이 우스워 멍구는 한참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