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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70화 (170/175)

170화 총원 출동

천도주를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를 마친 소하 선생.

힘이 풀린 다리를 주저앉으며 이제는 이 짓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장인들을 돌려보내고 조용히 앉아 휴식을 취하며 따뜻하게 데운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와서 이게 무슨 소리야.

“옥황…상제…님?”

당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멍구를 빤히 바라보던 소하 선생.

3초 뒤에 정신을 차리고 급히 자리를 마련했다.

“일단 앉으시죠.”

영문을 모르겠지만 일단 옥황상제라고 소개 받은 노인은 몹시 지쳐 보였고 목을 축일 무언가가 필요해 보였다.

소하 선생은 술 단지를 몇 개 골라 그중에서 원기 회복에 좋은 술을 골라 잔에 담아왔다.

“이걸 들이키시지요. 기력이 돌아올 겁니다.”

고개를 쉽게 가눌 수조차 없이 지친 옥황상제는 목을 돌려 간신히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멍구와 소하 선생의 도움으로 입안에 술을 흘려 넣자 비로소 삼킬 수 있었다.

“오오…….”

술맛을 본 옥황상제는 감탄했다.

천계에서 좋다는 술을 모두 마셔보았지만 이토록 훌륭하고 개성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술맛은 마셔본 적이 없었다.

활력이 돋는 것은 물론이오, 조금 젊어지는 기분도 느껴졌다.

“내 오늘 귀인을 만났구료.”

“귀인이라니요, 무슨 말씀을.”

“농담이 나오는 걸 보니 기력이 돌아온 모양이야. 소하 선생. 나도 한 잔 줘.”

소하 선생은 멍구를 위해서도 술을 한 잔 따라주었다.

멍구는 찹찹찹 소리를 내며 술 한 잔을 모두 비웠다.

“키아! 쥬타!”

지친 목구멍에 시원한 한 잔의 술.

최고였다.

지옥에서 돌아온 멍구는 두 다리 쭉 뻗고 좀 더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럴 순 없었다.

“옥형. 지금부터 나는 꼬리가 빠지게 바빠질 거야. 여기서 좀 쉬고 있어.”

“미안하게 되었구나. 내가 염라를 꺾었더라면.”

“이미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자구. 소하 선생. 옥형을 잘 부탁해.”

“걱정하지 마시게.”

소하 선생에게 옥황상제를 맡기고 멍구는 작업장을 떠났다.

본격적으로 염라의 영혼을 찾기 위한 대규모 작전을 벌일 예정이다.

* * *

우선 멍구가 도착한 곳은 집이었다.

마침 민하와 가이아가 집에 돌아와 아빠와 멍구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멍구야!”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던 민하가 갑자기 나타난 멍구를 보자마자 와다다 달려와 와락 안아주었다.

민하는 복슬복슬한 털에 얼굴을 비비며 뺨에 입을 맞추며 온몸으로 반가움을 전했다.

“민하야, 괜찮니? 다친 데는 없어?”

“응! 난 멀쩡해. 멍구는?”

“나도 끄떡없지.”

가이아는 멍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폈다.

“멍구, 철남은 어디 있는가?”

“지금부터 이야기가 좀 긴데…….”

멍구는 강철남이 지옥에 남게 된 경위에 관하여 말해주었다.

그리고 최초의 죄인, 염라와 녀석의 영혼이 담긴 그릇에 관한 이야기도.

“그럼 우리가 만든 희망 테마파크에 염라의 영혼이 담긴 그릇들이 흩어져 있다는 말인가?”

“맞아. 철남이가 염라를 상대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그걸 찾아서 파괴해야 해.”

“보물찾기? 경찰이나 탐정이 하는 일 같은 거야?”

“응, 맞아.”

그 순간, 멍구는 민하가 고개를 갸웃하며 흘리듯 던진 말에서 무수한 가능성이 떠올랐다.

지금 임무는 물건을 찾는 일.

생각보다 빌릴 수 있는 손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 * *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벤티 학원.

민하와 멍구가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베거가 천리안으로 그들이 오는 걸 보고 있었던 모양인지 막 끓인 홍차를 탁자 위에 놓고 있었다.

“무사하셨군요, 두 분 모두.”

“베거 선생님. 학원은 별일 없었죠?”

“물론입니다. 기초 학교의 한지영 선생님의 활약으로 크레톤은 아무런 피해도 없었습니다.”

“지영 언니가요?”

민하의 큰 눈이 더 동그랗게 커졌다.

“천도주가 보급되기 전, 한지영 선생님은 홀로 방벽을 뛰어넘어 죽은 자들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그녀만이 유일하게 심력을 지닌 자였기 때문이죠. 이 크레톤과 마계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고 싸워주었답니다.”

“그랬군요.”

“이제 한지영 선생님은 크레톤의 마족들에게 영웅이나 다름없습니다. 시장에서, 그리고 아이들의 입에서 그녀에 관한 영웅담이 퍼지고 있지요. 덕분에 인간에 관한 인식도 점점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죠.”

“지영 언니 대단하다.”

베거와 민하가 그간 못다 했던 담소를 나누고 있는 동안 멍구는 홍차도 찹찹찹 흡입했다.

뜨겁지만 한가로이 식혀 마실 틈이 없었다.

이야기를 서둘러야 했다.

“크아, 죽인다. 아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베거.”

“네, 멍구님. 여기 오신 이유를 말씀해주시죠. 그 전에 하림 선생도 부르겠습니다.”

베거가 파랑새를 소환하여 호출하니 머지않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고 하림 선생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강민하!”

샤를이 달려 들어 민하에게 안겼다.

“샤를! 어째서 학원에 있니?”

“나도 나름 중급 학교 수석 입학생이라고. 크레톤을 지키는 일을 거들고 있었지.”

샤를은 자랑스러운 듯 으스댔다.

실제로 못 본 사이 키도 자란 듯 의젓해 보였다.

“그 말대로입니다. 샤를 양은 훌륭하게 마계를 지키는데 힘을 보탰어요.”

그러자 뒤에서 여전히 볏이 멋진 하림 선생이 우아하게 등장했다.

“하림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하림 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하네가 바삐 뛰어다니며 마계를 지켜준 덕분이지요. 정말 큰 일을 해주고 있어요.”

하림 선생 역시 죽은 자들과 맞서는 민하의 활약상을 치하해주었다.

“오케이, 오케이. 오랜만에 만나서 다 좋다 이거야. 그런데 지금 서둘러야 하니까 바로 이야기 시작할게.”

더는 지체할 수 없었던 멍구는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죽은 자들의 침공과 그들을 이용하는 염라에 관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베거와 하림 선생의 표정이 진지했다.

베거는 염라의 영혼이 숨겨진 위치에 관해서 고민하였고, 하림 선생은 동원할 수 있는 조력자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계 역사상 최대의 위기인 것 같군요.”

“도와줄 거지?”

“저희가 빠지면 섭섭하죠.”

베거는 벌떡 일어나 가방을 들고 중절모를 썼다.

직접 나서주니 든든할 따름이다.

“저는 도와줄 자들에게 급히 전보를 보내보겠습니다.”

“부탁하겠습니다, 하림 선생.”

“나도 도울게!”

샤를도 일어나서 민하와 멍구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민하는 망설여졌다.

자칫 위험할지도 모르는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샤를…….”

“나도 마족이야. 마계는 내 고향이라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숨어 있을 수만은 없어.”

샤를의 의지는 바위처럼 굳건했다.

물론 민하는 걱정이 컸지만 샤를이 스스로 다짐한 결의를 민하가 친구라는 이유로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 샤를. 나와 같이 가자.”

민하는 샤를의 손을 잡았다.

샤를은 걱정하는 민하를 안심시키듯 힘주어 손을 맞잡았다.

이렇게 멍구는 베거와 샤를을 먼저 희망 테마파크로 보내주었다.

* * *

두 번째 방문한 곳은 몬스터 시장에 있는 헌터 연합 본부.

갑자기 멍구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펑 하고 나타나자 전화를 받고 있던 서필도가 깜짝 놀라 뒤집어졌다.

“깜짝이야! 좀 갑자기 나타나지 좀 말아줄래? 가뜩이나 혈압도 높게 나왔는데.”

“세상이 X 되게 생겼는데 네 혈압이나 챙기리?”

“죽은 자들의 군대 말인가?”

“그 새끼들 누가 보낸 건지 알아?”

“모르지.”

“궁금하냐?”

“엄청.”

“그러면 애들 싹 다 불러 모아봐.”

멍구의 말에 서필도가 긴급 호출 전화로 부른 사람은 홍태진, 백진섭, 딱 둘 뿐이었다.

예전에 비해 너무나도 허전한 멤버에 멍구는 어이가 없었다.

“뭐야? 김성남, 황기민, 한지영은?”

“그 사람들은 이제 내 부하가 아니야. 이직했잖아.”

“아니, X바. 지금 그게 중요해? 빨랑 불러, 전화하면 되잖아.”

“마계에는 전화가 안 터져.”

“젠장. 일일이 어떻게 아가리 털고 다니냐. 야, 서필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보고서로 잘 만들어, 알았지?”

“에이, 그래도 명색이 본부장인데 직접 보고서를…….”

“씨X꺼. 미친개 난동 부리는 꼴 보고 싶어?”

“…글자 크기는 11포인트로 하면 되지?”

멍구는 이미 입이 닳도록 했던 염라에 관한 이야기를 서필도와 홍태진, 백진섭에게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그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자, 이야기 끝. 너희들 인력 얼마나 동원할 수 있냐?”

지금부터는 인간과 마족 가릴 것 없이 산 자들와 죽은 자들의 총력전이다.

인종, 국적, 종족을 불사하고 싸울 수 있는 자들은 모조리 일어나 힘을 합쳐야 했다.

“예비역 헌터들부터해서 해외 헌터들까지 전부 다 끌어모아 줄게. 이 서필도의 이름을 걸고서 말이야.”

“좋아, 든든하군. 지위는 이렇게 써먹어야지.”

“그럼 멍구. 우리는 헌터들과 마족 경찰대도 데리고 가겠다. 정거장을 통해 가면 금방이니 곧 뒤따라가마. 혹시 더 들를 데가 있나?”

홍태진과 백진섭도 일어났다.

“응. 미치도록 바빠. 마침 이 일에 제격인 녀석을 알고 있거든.”

멍구는 이 일에 꼭 필요한 핵심 멤버를 알고 있었다.

녀석을 꼬시기 위해 세 번째 방문 장소로 향했다.

* * *

“역시 위기의 순간에는 이 황기민을 찾는군.”

황기민 탐정 사무소의 황기민은 멍구의 이야기를 듣고 큰소리로 떵떵댔다.

위기에 빠진 마계를 구할 영웅으로 자기가 적격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의뢰가 있다. 찾을 녀석이 있어.”

“어? 나 아니야?”

“응 너 아니야.”

황기민은 김이 팍 샜다.

은근히 자기를 히든카드라고 기대하고 있었건만.

“쳇. 그래서 누군데?”

“보물 사냥꾼, 슈바.”

“쉬바?”

“아니, 슈.바.”

골똘히 생각하던 황기민은 서랍을 열어 서류철을 뒤적였다.

분명 본 것 같은 이름이었다.

나름 요주의 인물이라 신상에 관한 기록이 있을 터인데.

“찾았다.”

서랍 밑바닥에 깔려 있는 서류철에서 황기민은 슈바에 관한 기록을 찾았다.

“걔 어디 산대?”

“명확한 거주지는 없고. 기록 당시 아지트는…….”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카르텔의 지하상가.”

황기민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멍구는 소파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오케이, 좋아. 당장 끌고 와 주겠어. 황기민이. 혹시 너 물건도 잘 찾냐?”

“하하. 마계 최고의 탐정 사무소는 물건 찾기도 최고라고.”

“그럼 마계에서 최고로 위험한 물건을 찾아 달라고. 희망 테마파크에 잘 숨겨져 있으니.”

“보수는?”

“씨X,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만데… 지인 할인 되냐?”

“하하하. 나중에 강철남에게 청구하지.”

멍구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카르텔로 떠나자 황기민은 모든 직원을 긴급 소집했다.

“얘들아, 일하자. 잘하면 성과급도 빵빵 터지겠다.”

그렇게 인간계와 마계를 넘나들며 서로 마음으로 뭉친 자들이 염라의 영혼이 담긴 그릇을 찾기 위해 희망 테마파크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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