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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68화 (168/175)

168화 술구름

소하 선생과 술 빚는 장인들은 쉬지도 않고 술을 만들었다.

작업장은 뜨거운 증기로 가득 찼고 모두들 땀으로 절어도 조금도 여유를 부리지 않고 각자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으음…….”

소하 선생의 집중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고 계획에서 조금만 틀어져도 다 갈아엎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빚어낸 술 한 방울 한 방울이 다이아몬드 조각처럼 무한한 가치를 담은 듯했다.

마침내 탄생한 소하 선생과 장인들의 술에는 신비로운 힘이 깃들었다.

그 이름은 바로 천도주.

강철남의 도력을 담아 타인에게 그 힘을 나눠줄 수 있도록 매개체가 되는 술이다.

“됐네.”

소하 선생의 합격 승인이 떨어지자 모든 술 장인은 탄성을 지르며 벌러덩 드러누웠다.

기어이 완성했다는 성취감과 안도감, 그리고 몰려드는 피로에 온몸에 힘이 풀려버린 것이다.

그제야 소하 선생도 늘 푸근한 얼굴의 노인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소하 선생은 부적을 높이 들어 강철남을 호출했다.

부적은 푸른 빛을 내었고 그 빛을 찢고 강철남이 나타났다.

죽은 자들의 목을 휘어잡고 나타난 강철남은 범상치 않은 술 냄새를 맡고 부탁한 술이 완성되었음을 알았다.

“고생하셨소.”

“술 빚는 재주밖에 없는 늙은이가 마계를 구하는 일에 거들 수 있어서 기쁩니다.”

소하 선생은 완성된 천도주를 가리켰다.

대장장이가 만든 거대한 술 솥에 들어있는 천도주는 투명한 색채에 표면에는 무지갯빛 오로라가 감돌았다.

과연 천도주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술이었다.

강철남은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짜내었다.

피에 도력을 담자 피가 푸르게 변하였고 그것을 천도주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술에서 곧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며 영험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고생 많으셨소. 이제 우리 산 자들이 반격할 차례요.”

마침내 완성된 도력이 듬뿍 담긴 특제 천도주.

강철남은 커다란 술 솥에서 술을 꺼내어 구름으로 뭉쳤다.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술구름을 하늘에 띄우고 크레톤의 창공에 나타나니 마족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두 아가리 벌려!!”

마황제의 우렁찬 명령에 모든 마족이 고개를 꺾고 하늘을 향해 아가리를 척 벌렸다.

강철남이 술식을 발동하자 특제 술을 담은 술구름은 움씰움씰거리더니 이내 술 폭우를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

“꿀꺽꿀꺽.”

“꼴딱꼴딱.”

“어푸푸.”

마족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술을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마황제가 준비한 술이니 분명 특별한 힘이 있을 것이라고 전적으로 그를 믿었다.

그뿐만 아니라 평생 살면서 하늘에서 내리는 술 비를 마셔볼 일이 있을까.

마족들은 잠시 전쟁의 고단함도 잊고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

“안주는 없다, 이것들아! 나는 다른 곳에도 술 쏘러 간다! 수고들 해라.”

크레톤의 병사들이 특제 술로 충분히 목을 축인 것을 확인한 강철남은 술 구름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서둘러 마계 곳곳에서 죽은 자들과 싸우는 전사들에게 이 술을 전해 주어야 했다.

마황제가 떠나자 병사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시작되었다.

“뭐지, 뭔가 느껴져.”

“마력이 아닌 다른 힘이 생긴 것 같아.”

그중 한 병사가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겨 방벽 가까이 있는 죽은 자를 향해 화살을 날려봤다.

그랬더니,

파악―

화살이 죽은 자의 목덜미에 꽂혔고 죽은 자는 그대로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그 광경을 똑똑히 본 크레톤의 병사들은,

“우오오!!!”

함성을 질렀다.

공격이 먹힌 것이다.

드디어 그들에게도 발버둥 칠 힘이 생긴 것이다.

일부는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키켈은 이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방벽을 열어라! 전군, 진격한다!”

방벽 위에서 돌격 명령은 크게 외친 키켈은 방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마왕이 선두에 나서니 병사들의 사기도 크게 올랐다.

이들과 함께 외로이 싸우는 한지영을 구출하러 갈 셈이었다.

“와아아아아!!―!”

그간 당하기만 했던 크레톤의 병사들은 독이 바짝 올랐다.

병사들은 벼려두었던 창칼을 휘둘러 죽은 자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간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수치를 제대로 갚아줄 시간이다.

키켈과 그를 따르는 군대의 기세는 대단하여 순식간에 방벽 근처의 적들을 전부 몰아내 버렸다.

그 흐름을 몰아 키켈은 한지영이 있는 전장으로 날아갔다.

입에서 불을 뿜으며 한지영 주변에 몰려드는 죽은 자들을 걷어내면서 한지영의 곁에 도착하니 그곳에서 마주친 것은,

“크레톤!!”

전 마왕 크레톤이 발톱을 세워 한지영을 공격하고 있었다.

“날 기억하느냐, 크레톤?”

한때 크레톤의 사천왕 중 하나였던 키켈.

그러나 사형선고를 받고 갇혀 있던 중 강철남에게 구원을 받았다.

예전에는 크레톤을 섬겼지만 그의 폭정에 등을 돌리고 현재의 마왕까지 올라온 자가 바로 키켈이다.

키켈의 마음속에는 크레톤과 싸워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

정당한 세대교체를 거친 마왕으로서 스스로 납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레톤의 상태가 이상해보였다.

“우으으…….”

“너, 설마 의식이 없는 거냐?”

마치 의식이 없는, 아니 제정신이 아닌 상태 같았다.

“크레톤. 날 알아보겠느냐?”

키켈이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지만 크레톤은 귀담아듣지 않고 괴로운 듯 머리를 흔들며 키켈을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화염창―극]

크레톤이 휘두르는 꼬리를 피한 키켈은 그동안 갈고 닦은 힘을 발휘하며 크레톤과 맞섰다.

몇 번 합을 겨루기도 전에 키켈은 크레톤의 날개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결코 크레톤이 약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키켈이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였다.

“크레톤. 다시 한번 정신 차리고 날 봐라.”

“아으으…….”

“크레톤?”

“키…켈… 나를 베어라…….”

마침내 입을 연 크레톤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건 바로 자기를 없애달라는 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는… 꼭두각시 신세… 그만 쉬게 해줘…….”

그렇게 말하는 크레톤의 눈에는 슬픔과 한이 보였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키켈은 화염창을 휘둘러 크레톤을 깔끔하게 베었다.

불길이 크레톤을 베어 가를 때, 키켈은 마지막으로 크레톤의 눈에서 평온한 표정을 보았다.

“불쾌하군.”

키켈은 기분이 나빴다.

이건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누군가 꾸민 음모였다.

모든 일의 배후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를 반드시 잡아서 처단하리라.

크레톤의 병사들은 죽은 자들을 찍어누르며 마지막 남은 한 녀석까지 깔끔히 처리했다.

혼자 대군을 상대하느라 지쳐있던 한지영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한지영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그나저나 아까 크레톤의 상태가 이상하던데요.”

“네. 죽은 자들 모두 강제로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 녀석은 이 모든 상황을 구경하며 이득만 보고 있겠군요.”

“괘씸하군요. 이 사실을 마황제님께 빨리 알려야겠습니다.”

그 시각 강철남은 마계 전역에 술 구름을 뿌리며 도력을 나누어주었다.

강철남의 도력을 이어받은 마족들은 죽은 자들을 무찌르기 시작했고 그간 당해왔던 수치심을 되갚아주려는 듯 날뛰었다.

국방력이 약해 우려되었던 소국가들도 저력을 발휘해 자기 도시는 무사히 방어해냈다.

“마황제님, 정말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나한테 감사할 시간에 저기 시체 새끼들 뚝배기나 하나라도 더 깨!”

마황제는 술 구름을 모두 뿌렸고 마족들 역시 죽은 자들의 군대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게 되었다.

* * *

마황제 강철남은 긴급 정상 회의를 열었다.

모든 마왕과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죽은 자들이 나타난 사태의 결과와 그 원인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죽은 자들은 땅에서 올라오고 그 수가 줄지를 않았다.

각국은 무한히 늘어나는 죽은 자들과 지금도 대치하고 있으며 원인을 찾지 않는 이상 이 소모전은 산 자들에게 불리하게 이어질 것이었다.

“마황제님.”

“왜, 키켈?”

“다시 나타난 크레톤을 상대할 때 느꼈습니다만 녀석들은 누군가에 의해 이용당하는 듯했습니다.”

키켈은 크레톤이 평온을 찾을 수 있게끔 자기를 베어달라는 말을 남겼던 사실을 꾸밈없이 모두 말했다.

“뭐여, 빙의여? 그럼 무당이 굿이라도 했다는 거야? 오메 무서워라.”

멍구가 호들갑을 떨었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강령술사가 인간계와 마계를 뒤흔들어 자기 목적을 이루려는 수작일 수도 있었다.

“강령술…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강령술사라도 두 개의 이세계를 동시에 혼란에 빠트릴 정도의 능력은 없을 겁니다. 마황제님께서 강령술사로 전직하지 않는 이상은요.”

“아니, 이 씨X탱이. 지금 우리 철남이를 의심 하는겨?”

“그럴 리가요!”

“멍구야.”

회의는 한 가지 의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냐였다.

“이런 짓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자들이 원래 있던 곳에 가보면 단서가 있지 않겠나?”

그때 가이아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옳은 소리였다.

죽은 자들이 이곳으로 넘어왔다면 그들이 원래 있어야 할 곳이 바로 그들에게 있어서는 사령탑이 아니겠는가.

“좋아, 나와 멍구는 천계로 가보겠다. 각국의 정상들은 문 잘 걸어 잠그고 수비 위주로 싸워. 괜히 나서서 힘 빼지 말고.”

“카페 주인장은 어떡하죠?”

카르텔이 난처한 듯 말을 꺼냈다.

김성남은 방벽 밖으로 나가 무한히 증식되는 죽은 자들을 베고 또 베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하게 냅둬. 말린다고 들을 녀석도 아니고.”

강철남은 김성남에 관해 달 알았으므로 놔두는 게 최선임을 알았다.

“철남, 멍구. 끼니는 제대로 챙겨야 하느니라.”

가이아는 강철남에게 주먹밥을 싼 작은 보따리를 하나 건네주었다.

“고마워, 가이아.”

꿀이 떨어지는 눈으로 가이아를 바라보고 강철남은 멍구를 데리고 천계로 향했다.

* * *

옥황상제가 있는 곳에 도착한 강철남과 멍구.

하지만 어째서인지 옥좌가 텅 비어 있다.

항상 위엄이 가득하던 거대한 옥좌에 허전하고 암울한 분위기만 느껴졌다.

“항상 있던 양반이 없으니 불안한데.”

“어쩌면 죽은 자들의 난동과 관련이 있으려나.”

그때 옥좌 뒤에서 누군가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의 가녀린 시녀였다.

“넌 누구야?”

“저, 저는 옥황상제님의 시녀입니다. 호, 혹시 마황제님 아니신가요?”

“그렇다.”

“나는 누군지 몰라?”

“그… 혹시 마황제님의 애완견이신가요?”

“어허, 반려견이라 해야지.”

“둘 다 무슨 소리야! 이 몸은 마왕님이라구!”

멍구가 떼를 쓰면서 긴장된 분위기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시녀도 한결 입을 열기 편해진 듯했다.

“지금 옥황상제님께서는 천계 감옥으로 가셨습니다.”

“옥형이 거기는 왜?”

“아시겠지만 천계 감옥 지하에는 지옥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큰일이 벌어진 듯합니다.”

“옥형이 직접 움직일 정도면 엄청난 일이겠지?”

“그런 것 같습니다.”

옥황상제가 직접 천계 감옥의 지옥까지 갔다는 것.

역시 인간계와 마계에 죽은 자들이 나타난 것과 무관하지 않을 터.

강철남도 가지 않을 수 없다.

“멍구야, 가자.”

“에잉. 거기 음습해서 또 가기 싫은데.”

“잔말 말고.”

“그럼 주먹밥 먹으면서 가자.”

투덜거리는 멍구의 입에 가이아가 만들어준 주먹밥을 물리고 강철남은 천계 감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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