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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64화 (164/175)

164화 산 자 VS 죽은 자

세상이 하룻밤 사이에 뒤집혔다.

거리에는 죽은 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들은 산 자들을 공격했다.

죽은 자들의 군대에는 인간도 속해 있었고 마족도 속해 있었다.

세상의 다툼은 더 이상 마족과 인간의 싸움이 아니게 되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대결로,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시민 여러분들은 모두 집으로 대피하십시오. 절대로 집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경찰들은 경찰차를 타고 다니며 확성기로 긴급 방송을 울려댔다.

거리에 남아 있는 시민들을 황급히 집으로 돌려보내고 집에서 농성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죽은 자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선배님, 앞에!”

콰앙!!

후배 경찰이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죽은 자가 달려들어 차를 들이박았다.

차는 찌그러지고 안에 탄 경찰 두 명은 경상을 입은 채 차에서 뛰어 내렸다.

탕탕탕―!

공포탄을 빼고 실탄을 쏘아 보지만 죽은 자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총알이 통하지 않는 적을 보고 겁에 질린 선배 경찰은 삼단봉을 빼 들어 미친 듯이 휘둘렀지만 통하지 않았다.

오로지 허공을 가르는듯한 바람 소리만 들리며 마치 존재하지 않는 적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젠장! 젠장!”

무력감을 느끼며 삼단봉을 떨어뜨린 선배 경찰은 뒤로 돌아 절뚝거리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후배 경찰도 같이 도망쳤다.

그들은 이 순간이 꿈이길 바랐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달려봤자 금방 죽은 자들에게 붙잡힐 것이라는 걸.

죽음이 뒤따라오는 상황에서 가망 없는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란 절망 그 자체였다.

“선배님, 조금만 더 빨리 달리셔야 합니다.”

“너 먼저 가! 다리가 말을 안 들어!”

후배는 선배를 부축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죽은 자가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이제 정말 끝이다.

머리가 으깨어질까, 몸통이 분리될까.

그렇게 절망하고 있던 그때,

[발도]

환도가 그린 빛이 수평을 그리며 날아왔다.

아름다운 곡선의 빛은 죽은 자의 목을 단칼로 베어버렸다.

“아흑!”

두 경찰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막혀 있던 호흡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앞에 서 있는 건 전설적인 헌터 백진섭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시민들의 목숨을 지키느라 고생했습니다. 당신들의 목숨도 귀하니 가서 몸을 숨기십시오.”

후배는 선배를 부축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후배 경찰은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의문이 남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저기, 혹시 어떻게 죽은 자의 머리를 벨 수 있는 거죠?”

그러자 백진섭이 웃으며 대답했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힘, 심력이 있으면 됩니다.”

* * *

헌터 협회에서는 전국의 헌터들 중 심력을 갖춘 헌터들의 수를 파악했다.

하지만 그 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 머릿수만으로는 전국에 개미 떼처럼 들끓는 죽은 자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벌컥―

헌터 연합 본부장 서필도가 협회를 방문했다.

모두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서울 상황은 어떻습니까?”

“홍태진, 백진섭 헌터가 죽은 자들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심력을 다룰 수 있는 헌터들이 더 필요합니다.”

“아니면 심력을 가진 민간인이라도 헌터의 자격을 부여하는 건 어떨까요?”

“민병대입니까? 그 제안도 나쁘지 않군요.”

“진심이십니까? 민간인을 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 투입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요?”

“병력이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지금 인력을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

협회 간부들은 서로 소리를 지르며 다투었다.

늘 평화로웠던 회의가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이하자 패닉에 빠져 격앙된 것이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

서필도가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처음 구멍이 뚫렸던 몬스터 시대를 생생하게 겪고 그 시기를 이겨낸 서필도였다.

도저히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해도 나아가야만 하는 운명은 허다하게 겪어왔다.

지금도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다.

이겨내는 것. 그것이 인간이니까.

“가능한 인원을 불러 모아야겠소.”

서필도는 즉시 마계 수송단에게 팩스를 한 장 보냈다.

긴급상황이므로 즉시 송달 요청을 보냈다.

편지를 받은 마계 수송단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급 송달이다. 모두 움직여!”

몬스터 시장의 수송단장은 황급히 전보를 쳐 마계로 가는 수송단원에게 전달했다.

전보는 타고 전해져 살무사에게 전달되었다.

과거의 과오를 부끄럽게 여기고 마음을 고쳐먹고 지금은 마계의 지하를 누비며 배송과 교통을 담당하는 살무사.

특급 전보가 오자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특급 전보다! 전령!”

“네!”

긴급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전령 둘이 곧바로 달려왔다.

“각각 크레톤과 카르텔로 간다. 수신인은 적혀 있는 대로. 출발해!”

“네!”

전령은 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내달렸다.

[초광속]

무엇보다 스피드에 특화된 전령들은 빛의 속도로 지하길을 달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전보가 전달된 곳은,

“여러분. 미안하지만 오늘 수업은 자습으로 대체하겠어요.”

한지영은 분필을 내려놓고 학교를 뛰쳐나왔다.

“전부 다 나가! 오늘 영업 종료야!”

“안됨.”

고래를 포함한 손님들을 모조리 바깥으로 집어 던진 김성남은 검을 챙겨 뛰쳐나왔다.

* * *

인간계는 아수라장이었다.

죽은 자들이 난동을 부리며 차와 건물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있었다.

홍태진과 백진섭만으로는 인력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빨리 도망쳐!”

드래곤 칼론은 도망치는 인간들의 앞을 막고 그들을 피신시켰다.

“드래곤 아저씨가 위험해요!”

아이들은 자기를 희생하는 드래곤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듯 울었다.

그들이 망설이자 칼론은 매섭게 울부짖으며 시민들을 위협했다.

“지금 당장 달아나지 않는다면 모두 불태워버리겠다!”

사람들은 드래곤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는 걸.

그만큼 인간들을 지키겠다는 마음은 진심이었던 것이다.

“키야악!!”

죽은 자가 창을 길게 찔러 칼론의 복부를 강타했다.

드래곤의 비늘이 상처 입고 찢어지면서 칼론은 비명을 질렀다.

뒤에서는 죽은 자들이 화살을 쏘아댔다.

칼론은 날개를 펼쳐 사람들이 맞지 않게 지켜주었다.

그 무수한 화살을 맞는 바람에 칼론은 비틀거렸다.

“드래곤 아저씨!”

몽롱해지는 정신을 결코 놓치지 않으려는 칼론.

그때 커다란 도끼를 든 죽은 자가 나타났다.

칼론은 저 도끼가 자기 목을 자를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그런 예측을 해도 몸은 이미 말을 듣지 않아 피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끝인가, 하며 희망을 버렸다.

그때,

뻐억―!

도끼를 든 죽은 자의 목이 돌아가며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칼론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자기를 도와준 존재의 모습을 보려 애썼다.

“아… 민하님.”

그렇게 칼론은 의식을 잃었다.

[신력 방출]

민하는 품고 있던 신력을 방출해내 주변의 죽은 자들을 모두 한 줌의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쓰러진 칼론의 몸에 손을 얹었다.

아직 생명 반응은 살아 있었다.

다행히 민하는 의료 봉사단의 핵심 인물이었다.

[진단]

셀 수 없이 많긴 하지만 민하는 상처 부위를 모두 찾아냈다.

[치료]

화살이 박힌 상처에서 새 살이 돋아나며 화살들을 도려내었다.

창에 찢긴 비늘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목숨을 구원받았군요. 감사합니다.”

“에헤헤. 싸울 수 있겠어요?”

“몸과 마음은 백 퍼센트입니다. 하지만 죽은 자들에게 저는 너무 무력하군요.”

그러자 민하는 미소를 지으며 환약 한 알을 건넸다.

“이게 뭐죠?”

“우리 아빠가 만든 특제 환약이에요. 이걸 먹으면 당분간 도력을 다루실 수 있을 거예요.”

칼론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약을 받아 한입에 꿀꺽 삼켰다.

맛은 쓰고 비린 것이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제껏 느끼지 못한 새로운 힘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이 몸에 솟는 푸른 빛은…….”

“그게 바로 도력이에요. 마력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힘이 있을 거예요. 그 힘에 집중해서 사용해보시면 돼요.”

마침 죽은 자들이 맞은 편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민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죽은 자들과 맞설 수 있지만 처음 주어지는 힘.

칼론은 용기를 품었다.

[용구슬]

처음에는 힘을 다루는 게 미숙해서 둥그런 마력 덩어리를 소환해냈다가 이내 감을 잡고 도력으로 휘감기 시작했다.

파앙―!

힘차게 날아간 도력 뭉치는 죽은 자들을 볼링핀처럼 날려버렸다.

“성공했어요!”

민하는 방방 뛰며 칼론의 성장을 축하해주었다.

무력감에 빠져있던 칼론은 이제 자기도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드래곤 아저씨!”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아이가 다가와 꾸벅 인사를 했다.

“저희를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와 시민들의 눈에는 따뜻한 정이 묻어나 있었다.

마족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

칼론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 * *

한편 특제 환약을 만들고 있는 강철남과 멍구.

결코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

정성과 손맛이 들어가지 않은 환약은 효험이 없었으니까.

아침부터 꼬박 약재를 빻고 있으니 돌아버릴 것 같았다.

“철남이. 나 씨X 도저히 못 해 먹겠어!”

“앞으로 50개만 더 만들면 돼. 힘내!”

“그냥 나가서 싸우면 안 돼? 애들 패는 게 더 적성에 맞는데.”

사실 강철남도 죽을 맛이다.

온종일 죽치고 앉아 약이나 빚고 있으니 답답했다.

“에라이, X불! 안 되겠어!”

“역시 이딴 건 우리 체질에 안 맞지? 그런데 남은 환약은 어떻게 하게?”

“대신 만들어 줄 양반들이 있지.”

“우리 말고 누가 도력을 다룰 줄 안다고?”

“따라와.”

강철남은 약재 도구를 들고 공간 이동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멍구도 뒤따라가니 그곳은 바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는 신선계.

“야, 너 설마.”

“신령들은 잠시 모이시오!!”

강철남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자 각 산에 있던 신령들이 뭔 일인고, 싶어 하나둘 몰려들었다.

“설악 신령 아닌가? 대체 어인 일인고?”

태백 신령이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그러다 킁킁 냄새를 맡아보고는 한발 물러섰다.

“지금 인간계는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소백 신령도 다가오더니 코를 찡그리며 한발 뒷걸음질을 쳤다.

“아주 팔자들 좋수다, 인간계는 지금 씨X창이 나고 있는데 말이오.”

“허허. 우리도 힘을 보태고 싶지만 본디 신령들이란 산을 떠날 수가 없는 존재들인데 어떡하나? 자네야 별종이니까 자유자재로 떠날 수 있으니 우리 마음을 모를 게야.”

“그렇다면 돕고 싶다는 그 굴뚝 같은 마음을 해소해주겠소.”

“응?”

강철남은 약재 도구를 꺼냈다.

그리고 직접 환약을 만드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

“2시간 안에 50개 다 만드시오.”

“…응?”

“들어 놓고 못 들은 척 하지 마시오. 인간계의 운명이 걸렸으니 그리 아시오.”

“아니, 잠깐만…….”

“질문은 안 받는다! 게으름 부리면 뒤질 줄 알아!”

“저, 저, 저 고얀 똥개 놈이 감히 신령에게 못 하는 말이 없어!”

강철남과 멍구는 내빼듯이 공간 이동으로 도망쳐버렸다.

신령들은 어이가 없어 멍하니 그들이 떠난 하얀 연기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떡할 거요?”

“어쩌겠소? 인간계를 위한 일이라는데 해야지요.”

“으흠. 하여간 저 설악 신령과 엮이면 참 우리마저 별종이 되는 것 같소.”

툴툴 거리면서도 열심히 환약을 만드는 신령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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