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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59화 (159/175)

159화 들통난 정체

민하는 동체 시력으로 날아오는 화살 끝에 묻어 있는 보라색 맹독을 보았다.

저건 살짝만 스쳐도 혈액에 침투하여 속살을 모두 녹여버리는 극악무도한 맹독이다.

[거울]

땅을 접어 달린 민하가 순식간에 한율의 앞을 가로막고 손바닥을 펼치자 마법이 발동되었다.

거울 마법에 부딪힌 화살은 방향을 돌려 날아온 곳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아닛?!”

피익―

일직선으로 날카롭게 날아가 홉고블린의 어깨를 관통한 화살.

촉 끝에 묻은 맹독이 혈관을 타고 빠르게 침투하기 시작했다.

“케흑! 헥!”

맹독에 중독된 홉고블린의 뼈와 살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꺄앗!”

그 광경에 놀란 한율은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한율야, 괜찮아?”

“민하.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한율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려 하기도 전이었다.

홉고블린의 경보를 듣고 동굴에서 오우거 떼가 곤봉과 대검을 들고 떼로 몰려나왔다.

“인간의 아이들인가.”

“저거 봐. 보초를 서던 녀석이 녹았어.”

“멍청하긴. 자기 화살의 독에 찔리기라도 한 건가.”

아직 민하의 실력을 모르는 녀석들은 방심한 채 민하와 한율에게 다가왔다.

“당신들은 누구야?”

“우리는 자칼 도적단이다. 마황제가 숨겨둔 보물을 찾고 있단다, 꼬마야.”

“인간에게 위해를 끼치는 건 중범죄라는 거 몰라?”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단다, 아직은.”

슬금슬금 다가오는 오우거들에게서 기분 나쁜 냄새가 났다.

“이건 피 냄새지?”

“예리하구나. 무슨 피 인지도 맞출 수 있겠니?”

오우거는 비열하게 웃었다.

한율은 오우거와 대등하게 대화를 나누는 민하를 보면서도 그저 벌벌 떨며 절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너, 혹시 요괴야?”

“요괴라. 그렇게들 부르더군. 인간을 아주 맛있게 잡아먹고 요력을 깨우친 마족을 말이야.”

“너희는 마족이 아니야. 너희는 몬스터야! 수치스러운 줄 알아!”

“보자 보자 하니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 대화는 여기까지다.”

오우거가 커다란 칼을 들고 민하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검은 그림자가 수직으로 내려오자 한율은 공포에 질려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카앙―

순간 머리 위로 쨍쨍한 금속음이 들렸다.

한율은 살아 있는가 싶어 몸을 더듬어봤다.

그리고 살짝 눈을 떠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민하가 숟가락 하나로 오우거의 대검을 막아낸 것이다.

“뭐야, 이 꼬맹이!”

“지금부터 너희를 즉결 처분하겠어.”

“하하.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 숟가락이 뭔지 알아?”

오우거는 찡그린 눈으로 숟가락을 들여다보았다.

저게 무엇인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해보다 이내,

“저, 저, 저건…….”

그제야 눈치챘다.

대검을 막아낸 강철 숟가락.

그것은 마황제에게 있어선 옥쇄와도 같은 상징물이었다.

게다가 11살가량 되어 보이는 소녀.

그렇다면 이 아이가 그 마황제의 딸이란 말인가?

“자, 잠깐!”

[참교육 풀스윙]

쿠와앙!!

“으아악!!!”

민하는 작은 두 손으로 강철 숟가락을 꼭 쥐고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마력, 도력, 신력이 어우러진 에너지 풍압이 일어나더니 오우거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한바탕 먼지바람이 일어나자 경비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무슨 소리야?”

“빨리 가보자!”

경비들은 소란을 듣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요력을 풍기는 녀석들은 경비대에게 끌려가 평생 그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너도 나와.”

오우거 녀석들은 날아가 버렸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쿵쿵쿵―

남아있던 강철 골렘이 동굴에서 걸어 나왔다.

“민하. 도, 도망치자.”

“녀석들을 놔두면 사람들이 위험해질 거야.”

“나 무서워.”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민하는 다정하게 웃는 얼굴로 한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고개를 들자마자 무서운 표정으로 골렘을 노려보았다.

쿠구궁―

민하와 눈이 마주친 강철 골렘은 온몸을 날려 돌진해왔다.

“하앗!”

민하는 강철 숟가락을 녀석의 발목에 날려 그대로 발목을 잘라 버렸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강철 골렘이 그 와중에 커다란 머리를 휘둘러 민하를 들이받으려 했다.

[강화]

까아앙―!

꽉 쥔 민하의 주먹이 강철 골렘의 턱에 적중했다.

강철 골렘의 목은 맷돌처럼 360도로 완전히 돌아가 버렸다.

완전 고물이 되어버린 강철 골렘은 쓰러져 기능이 멈춰버렸다.

“어, 어버버…….”

이 모든 광경을 눈 뜨고 보고서도 한율은 믿을 수가 없었다.

흥분이 가라앉은 민하는 강철 숟가락을 주머니에 넣고 머쓱한 듯 머리카락을 배배 꼬았다.

“저기… 한율아.”

“민하. 너 대체 뭐야?”

“그게…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지만… 언젠가 말해 줄게.”

무지막지한 전투 장면을 목격한 한율은 아직도 멍한 정신을 회복하지 못했다.

민하가 한율의 손을 잡아 일으켜 옷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어주었다.

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한율은 말 한마디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한율은 민하에게 고마움도 있고 놀란 점도 있어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민하는 한율이 자기에게 겁을 먹은 것이라 생각해 기분이 우울해졌다.

둘은 그렇게 말 없이 걷기만 했다.

* * *

이곳은 눈이 내리는 겨울 지대의 눈꽃 마을.

멍구의 발밑에는 보물 사냥꾼들이 깔려 있었다.

“왜 꼭, X바. 처맞아야 말을 듣는 거냐, 응?”

“아이고, 죄송합니다.”

땅을 헤집은 것도 모자라 나무까지 잘라버리며 자연을 훼손한 꼬라지를 보니 멍구는 열이 뻗쳐 도저히 이놈들을 용서해 줄 수가 없었다.

“경비대, 이 새끼들 전부 감방에 처넣어.”

“마왕님, 땅 파고 나무 좀 베었다고 감방이라뇨. 좀 심한 것 같은데요?”

“이! 새! 끼!”

파앙!

멍구의 발바닥이 한 건방진 보물 사냥꾼의 뺨다구를 후려갈겼다.

“네놈의 같잖은 욕심보다 사람들의 심신에 힐링을 주는 나무 한 그루가 더 소중한 법이다. 그리고 법은 폼인 줄 아나. 너희 같이 지 ㅈ대로 법을 해석하는 새끼들 때문에 선량하고 순수한 마족들이 온갖 편견과 핍박에 시달리는 거야!”

열이 뻗친 멍구는 쓰러져 있는 보물 사냥꾼들의 귀싸대기를 추가로 더 갈겨 줬다.

경비대가 겨우 말리고서야 진정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멋지게 뻗은 겨울나무가 쓰러진 걸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씨댕 것들.”

그렇게 허탈한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저건 또 뭐야?”

설산 중턱에 붉은빛이 번쩍번쩍 하는 게 보였다.

분명 이 설산은 기후와 산새가 험해 산악가들의 도전 코스로 만들어진 곳으로 허가 없이는 올라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중턱에 의문의 불빛이 반짝인다는 것은,

“죽고 싶다는 신호겠지?”

보물 사냥꾼 녀석들이 틀림없다.

멍구는 하늘을 달려 설산으로 날아갔다.

한편, 살산 중턱에서는 슈바의 본대가 동굴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바람이 안 부는군. 전원 들어라. 지금부터 동굴 안을 탐사한다.”

“대장. 잠시 쉬는 건 어떨까요? 대원들 모두 지쳤습니다.”

슈바의 부하 이구아나가 제안했다.

“서둘러야 해. 지금 아래에는 자칼 녀석까지 와 있단 말이다.”

“네? 자칼이라면 그 보물을 위해서라면 잔혹한 짓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악명 높은 도적놈 아닙니까.”

슈바는 서둘렀다.

이러다가 자칼 도적단과 정면충돌이라도 일어나면 불필요한 싸움만 생길지도 모르니까.

“안으로 이동한다. 따라와라.”

슈바는 앞장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신비로운 곳이었다.

마치 공기가 멈춘 듯 고요하고 적막했다.

고드름은 투명했고 꽁꽁 언 바위는 거울처럼 맑았다.

얼음 동굴이면서 동시에 거울 동굴과도 같이 깨끗한 곳이었다.

“왠지 신비로운 곳이군요. 하지만 너무 투명해서 숨길 데가 마땅치 않아 보이는데요.”

이구아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지만 기대는 품지 않았다.

하지만 슈바의 직감은 달랐다.

“아니, 분명 뭔가가 있을 거야.”

보물 사냥꾼의 감이 말해주고 있다.

반드시 뭔가가 있다고.

그때,

“어이, 너굴아.”

아래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린.”

징 박힌 신발 소리가 얼음 바닥을 긁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놈이다, 자칼.

마침 아래에서 올라오는 자칼 도적단과 마주치고 만 것이다.

하필 대원들이 지쳤을 때 만나다니.

“자칼. 아래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나?”

자칼.

털이 검은 여우 수인으로 한쪽 눈에는 커다란 흉터가 나 있었다.

녀석은 끌끌 웃으며 슈바를 조롱했다.

“밑에서 나타난 우리가 왜 빈손으로 위층까지 올라왔겠나. 추론이 안 되나? 생각이라는 걸 좀 해 보지 그래?”

“말조심해라!”

대장이 모욕당하자 이구아나가 대신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자칼 뒤에 있던 도적단원들이 창칼을 겨누었다.

“피차 피곤하게 일 벌이지 말자, 자칼.”

“더운데 운동 삼아 한 판 붙으면 어때?”

“제정신인가? 양쪽 모두에게 소모전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곳엔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모르지. 그 위대한 보물 사냥꾼 슈바가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조사할 가치가 있는 곳이거늘.”

자칼은 허리춤에 맨 샴쉬르를 꺼내 들었다.

슈바의 대원들은 모두 무기를 꺼내어 맞섰다.

“이봐, 자칼.”

“우릴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잖아?”

슈바는 전투를 피하려고 했지만 자칼의 도적단은 의욕이 충만했다.

더 이상 말릴 수 없이 긴장감이 부풀어 올라 큰 전투가 벌어지기 일보 직전.

그때,

와장창!

두꺼운 동굴 외벽을 뚫고 멍구가 나타났다.

눈보라 때문에 입구를 찾지 못해 그냥 박살 내고 들어온 것이다.

“오메, 씨X럴. 다 부숴졌네. 이거 걸리면 혼나겠는데. 에라이, 몰라. 쟤네들이 깼다고 덮어 씌어야지.”

멍구는 몸을 부르르 털고 대치 중인 슈발과 자칼에게로 다가갔다.

“야 이 씹X들아. 여긴 출입 금지 구역인데 왜 함부로 들어왔어?”

“다, 당신은 마왕 멍구?”

멍구를 알아본 슈발이 크게 당황했다.

대원들도 웅성거리며 주춤했다.

그와 달리 자칼은 킥킥 웃으며 멍구를 내려다봤다.

“마왕님. 이곳에 보물을 숨겨두신 거 아닙니까?”

“치사하게 출입 제한을 걸어둔 곳에 보물을 숨겨두진 않아. 그러니까 당장 나가, 이 새끼들아.”

스릉―

“어라?”

자칼은 품 안에서 숫돌을 꺼내어 샴쉬르의 날을 한 번 쓱 갈았다.

“너 뭐하냐?”

“듣기로는 마왕 멍구는 자기 할 일은 미뤄두고 매일 놀기 바쁘다더군.”

“그래서 뭐? 불만 있냐?”

“반면에 나와 우리 도적단은 매일매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훈과 실전 경험을 겪어왔지.”

“어라라? 이놈 말본새 보소. 그 말은 하극상 한번 해보겠다는 거지?”

“훗. 당신 같은 개한테 머리를 조아리기엔 우리 자존심이 너무 세서 말이지.”

슈발은 이 골치 아픈 상황이 혼란스러워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판사판이다.

“멍구님. 저 싹바가지 여우년에게 예의와 존경심이 뭔지 보여줍시다.”

멍구 쪽에 올인하여 베팅해보기로 한 것이다.

“오냐, 너는 제대로 개념이 박힌 놈이로구나. 날도 추운데 몸 한번 데워 보자고!”

이렇게 멍구와 슈발의 보물 사냥팀, 그리고 자칼 도적단의 싸움이 시작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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