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58화 (158/175)

158화 마황제와 3개의 보물

알파카의 안내를 받아 학교 아이들이 정글 공원을 탐험하고 있다.

그곳은 그야말로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야생 그 자체.

원숭이 마족이 타잔처럼 넝쿨을 자유자재로 타고 나무 사이사이를 넘나들며, 거대한 도마뱀 마족이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우와! 진짜 신기하다!”

“이건 무슨 나무지?”

“야, 그거 커다란 뱀이야!”

“허억!”

다채로운 볼거리에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고 놀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런 소란 속에서도 마족들은 그저 평화롭게 정글을 누비고 있었다.

자기들의 세계로 들어온 이방인들을 배척하지 않는 태도로 아이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한율아, 저기 호랑이가 있어!”

“진짜 호랑이잖아! 그런데 크기가 왜 저렇게 커?”

거의 버스 크기만한 호랑이 마족이 나무를 기어오르며 열매를 으적으적 씹어먹고 있었다.

그 위엄에 아이들은 순간 겁에 질려 얼어붙었지만,

“어흥.”

작게 포효하며 손을 흔들어주니 아이들의 표정은 금방 꺄르르 좋아죽는 표정으로 변했다.

민하는 설마 이렇게까지 팬서비스가 좋을 줄은 몰랐다.

기대 이상의 즐거움에 민하도 빠져들고 있었다.

그 무렵, 스켈레톤 형제들이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흉계를 꾸미고 있다.

“가자. 저기 맨 뒤에 있는 애를 낚아채는 거야.”

“준비됐습니다.”

녀석들은 맨 뒤에 있는 민하와 한율을 노렸다.

날카로운 뼈다귀 낫이 한율을 노리자 민하의 날카로운 감각도 날이 섰다.

고얀 놈들이 또 뭔가가 못된 짓을 벌이려 한다.

이번엔 확실히 혼내줘야겠다.

[초신속]

전보다 빠른 최대 출력으로 스켈레톤 형과 동생은 양 갈래로 흩어져 대시했다.

좌우로 날아오는 스켈레톤.

민하는 잠시 한율의 시선을 돌렸다.

“한율아, 저기 하늘을 나는 호랑이야!”

“정말? 어디, 어디?”

[밥상머리 참교육]

쿠쾅!

민하는 항상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는 아빠의 강철 숟가락을 빼 들고 왼쪽에서 날아오는 스켈레톤 동생의 두개골을 작살내버렸다.

그리고 재빠른 사이드 스텝으로 스켈레톤 형님의 대갈통도 사정없이 으깨어 버렸다.

“민하. 하늘을 나는 호랑이가 어디 있다고 그래?”

“아하하… 나무 사이로 사라졌나 봐. 분명 본 것 같은데.”

“설마 아무리 그래도 하늘을 나는 호랑이가 있을 리가.”

급히 한율 곁으로 달려온 민하는 삐질삐질 흐르는 땀을 닦았다.

“더워? 왜 그렇게 땀을 흘려?”

“그러게. 헤헤헤.”

한율이가 손수건을 건네주자 민하는 웃으면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자기가 무얼 때린지도 잘 모르겠다.

“혀…엉니…임.”

“젠…자앙…….”

바닥에 짜부라져있는 스켈레톤 형제는 경비대에게 발견되어 연행되었다.

경비대들은 대체 어떤 흉폭한 마족에게 당했으면 마빡이 갈라졌나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 * *

민하를 따라 희망 테마파크로 순찰을 온 강철남과 멍구.

어째서인지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있다.

아니, 그들은 진짜로 벌레를 씹고 있었다.

“우웩, 철남이. 이거 존노맛인데?”

“이상하다. 북한산에 있을 때는 별미였는데.”

강철남은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벌레를 발견하자 옛 생각이 나 집어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쩐지 마력이 듬뿍 있기에 더 맛이 좋아야 하거늘 기대 이하의 맛이었다.

“퉤퉤. 입맛만 버렸네.”

“뭔가 이상해.”

“뭐가 또? 무슨 사건의 냄새가 나냐? 어이구, 살다 살다 이렇게 맛없는 벌레는 처음이네.”

“이곳의 마력 흐름이 깨져버리기라도 한 것 같아.”

“마력의 흐름이 깨져? 겉보기에는 멀쩡한데?”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보통 마력의 흐름이 깨진 땅은 황폐해지고 엉망이 되기 마련이거든.”

“그럼 여기 있는 마족이랑 땅이 조용히 병들어 가고 있다는 거야?”

“조사할 필요가 있겠어.”

“벌레 하나 씹어 먹고 더럽게 똥폼 잡네.”

강철남과 멍구는 오랜만에 티격태격 댔다.

가이아가 없으니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 철없는 두 수컷을 보라.

“어라, 철남이. 땅 밑에서 뭔가 이상한 진동이 들리는데?”

바닥에 얼굴이 처박힌 멍구가 귀를 착 붙이고 소리에 귀 기울였다.

웅웅웅―

그건 지맥의 울림이 아닌 인위적인, 땅이 울부짖는 소리였다.

“하아, 이 도굴꾼 새끼들. 보물은 땅 밑에 안 숨겼다니까 사람 말 존X 못 믿어요.”

강철남은 깊은 빡침의 한숨을 쉬며 부적을 들었다.

[소환]

푸른 빛을 내뿜으며 부적이 흩어지더니 곧 빛을 찢고 누군가 소환되었다.

“마황제님, 부르셨소.”

부적으로 불러낸 것은 북한산과 통하는 마계의 구멍 근처에 살던 철갑 두더지였다.

“순찰 중에 이상 없었어?”

“이상 없었소. 아이들도 안전하게 관람 중이라오.”

“고생이 많다. 그건 그렇고 이 땅 밑에서 또 헛짓거리 하는 새끼들이 있는 것 같은데 좀 조져줄래? 최대한 숲에 피해가 안 가게.”

“얼마든지요.”

[스며들기]

철갑 두더지는 한 번 폴짝 뛰어오르더니 마치 물 위에 떨어지는 바늘처럼 쑤욱 파고 들어갔다.

조용하고 신속한 철갑 두더지의 땅 밑 순찰 작업은 금방 끝이 났다.

“켁!”

“잡아 왔소.”

철갑 두더지가 멱살을 잡고 끌고 나온 것은 멍구 만한 땅강아지 한 마리.

마황제와 마왕을 보자마자 혼절할 듯 놀랐다.

“마, 마황제님! 게다가 마왕님까지! 아이고, 이를 어째.”

“야, 이 땅개 새끼야. 땅 밑은 왜 헤집고 지랄이야? 바닥 꺼지면 책임질래?”

“죄송합니다. 제가 보물 욕심에 눈이 멀어서 그만.”

“내가 보물은 땅 밑에 없다고 그랬잖아.”

“그, 그렇긴 한데.”

“그러면 왜 땅속을 다 파헤치고 지랄 피운 건데?”

“유명한 보물 사냥꾼 슈바라는 자가 보물 지도를 발견했다며 보물은 땅 밑에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바람에.”

“뭐? 슈바? 그건 뭐 하는 새끼인데?”

“라쿤 수인인데 유명한 보물 사냥꾼입니다. 현재까지 마계에서 발굴된 보물의 70%는 슈바가 발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안 될 정도죠.”

땅강아지의 말을 듣고 강철남은 끓어오르는 빡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눈두덩이가 시꺼먼 웬 너구리 새끼 한 마리가 가족이 합심하여 지은 테마파크를 조져 놓고 있는 것이었다.

“멍구야.”

“그래야겠지?”

“그래. 조지자.”

땅강아지는 정보 제공에 조력하였기에 다행히 훈방 조치 되었다.

몇 번이나 허리를 굽신하며 땅강아지는 뽈뽈뽈 기어서 사라졌다.

* * *

이곳은 희망 테마파크의 열대우림.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두 배는 더 큰 웅장한 폭포 위에 한 라쿤 수인이 서서 대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슈바님. 말씀하신 곳을 찾아봤는데 보물이나 그에 관련된 힌트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람쥐가 와서 이 소식을 전하자 슈바의 눈썹이 움찔했다.

“내가 가서 찾으면 너희 모두 목숨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

“허억! 그, 그것은…….”

“내가 확신도 없이 너희에게 지시를 했겠느냔 말이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됐다.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내가 직접 가도록 하지.”

“영광입니다!”

슈바는 망토를 걸치고 걸어갔다.

폭포 저 아래에는 민하와 친구들이 알파카의 안내를 받아 구경을 즐기고 있었다.

지역 곳곳에는 포털이 있어 다른 섹터로 금방금방 이동할 수 있었다.

“어서 와라, 꼬맹이들.”

커다랗고 알록달록한 부리를 가진 왕부리새가 아이들을 환영해주었다.

습하고 비에 젖은 흙냄새가 물씬 느껴졌다.

알파카는 벌레 회피 마법을 걸어 아이들의 피부를 지켜주었다.

“민하. 저기 봐. 절벽이 움직여.”

“자세히 봐. 저건 벽이 아니야.”

순간 한율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쭈글쭈글한 파충류의 가죽 같은 벽이 거대한 빌딩처럼 서 있는 그것은,

“공룡?!!”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젖혀보니 목이 긴 아파토사우르스가 나뭇잎을 으적으적 씹어먹고 있었다.

“우와, 짱이다!”

“진짜 공룡이야!”

이 공룡 프로젝트는 강철남이 계획한 것이다.

아이들의 로망은 공룡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아이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이 이 공룡들이 노니는 열대우림 공원이었다.

“랩터야!”

한 아이가 외치는 소리와 동시에 랩터들이 재빠르게 달리며 아이들 사이를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곳의 공룡들은 모두 공격성이 없는 마족 공룡들로 인간을 보아도 위협하지 않았다.

어떤 랩터는 우당탕 넘어지기도 했고 그 바람에 일행을 뒤따라가느라 허둥지둥대는 꼴을 보여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여러분 혹시 마황제님이라고 아시나요?”

알파카는 잠시 멈춰서 갑작스러운 퀴즈를 냈다.

아이들은 각자 중구난방으로 대답했다.

“마계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요.”

“인간인데 마족들을 다 물리친 엄청 강한 사람이요.”

“엄청 잘생긴 사람이래요.”

민하는 사실은 우리 아빠예요, 라고 자랑하고 으스대고 싶지만 입을 꾹 다물고 참았다.

“네, 맞아요. 마황제님은 인간으로서 마계를 통일한 아주 위대하신 분이에요. 그분은 인간과 마족이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셨답니다. 그래서 이 희망 테마파크를 만드셨어요. 인간들을 마계로 초대해서 재밌게 놀아주려고요.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랍니다. 마황제님은 깜짝 선물을 준비하셨어요. 그건 바로 3개의 보물이에요.”

“보물!”

보물이라는 소리에 아이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알파카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 보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는 마황제님 밖에 모른답니다. 많은 마족과 인간이 보물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아직 찾은 이는 없었답니다.”

그때 눈치 빠른 한율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말씀을 여기서 하신다는 건 보물이 이 근처에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알파카는 변함없이 부드럽게 웃으며 능청을 떨었지만 민하는 속으로 뜨끔했다.

그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자기는 알기 때문이다.

마침내 도시락을 먹는 점심시간과 그 뒤에 한 시간 정도의 자유 탐험 시간이 주어졌다.

“민하. 난 보물을 꼭 찾을 거야. 같이 찾아 줄 거지?”

“아하하… 물론이지!”

한율의 눈빛은 진지했다.

민하는 죽어도 모른 척해야지, 라며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민하. 여기에서 보면 잘 보일지 몰라.”

한율이 겁도 없이 나무 위로 올라갈 때는 그런 곳에는 없다고 말려주고 싶었다.

민하는 이리저리 열대우림을 누비는 한율을 따라다니느라 어느새 반 아이들과 멀리 떨어진 걸 알아챘다.

“한율아, 이제 그만 돌아가지 않을래?”

“저기 동굴에 뭐가 있을 것 같지 않아?”

한율이 어느 동굴을 발견하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민하는 어쩔 수 없이 조금만 더 어울려주기로 하며 한율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 우연히 벽을 짚었는데,

“어?”

뭔가 이상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 것 같다.

이 감을 간과할 수 없었던 민하는,

[사이코 메트리]

이 근방에 있었던 과거를 확인해봤다.

그러자 웬 오우거와 골렘같이 커다란 마족들이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한율아, 잠깐만!”

“우오오오!!!!”

그때, 동굴 위에서 보초를 서던 홉고블린이 목소리로 경보를 울리며 화살을 쏘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