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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55화 (155/175)

155화 악플러는 뚝배기야!

가족회의에서 민하가 먼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교에서 마계에 관한 수업을 듣기도 하는데요, 아이들은 모두 마족을 신기하게 여겼어요. 그치만 몇몇 집에서는 부모님들이 따로 마족 조심하라고 가정 교육을 하는 모양이에요.”

역시 마계에 대한 인식은 부모 세대와 아이 세대 확연히 달랐다.

마족을 신기하게 여기는 신시대와 달리, 몬스터 시대를 겪어본 구세대 당사자들에게는 아직 그 충격이 생생할 테니까.

“이웃집 아주머니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지역구에서 마족들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한다고 들었다. 그 노력과 호의는 고맙게 여기지만 아직도 어두운 골목길에서 마족을 만난다면 무섭다고들 하더구나.”

가이아가 주로 대화를 나눈 주부들에게는 무엇보다 마족에 대한 공포가 만연했다.

민하의 이야기와 합쳐 봤을 때 우선 마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보였다.

“멍구 넌 뭐 했냐?”

“동네 개들 전부 집합시켜서 탈탈 털어봤는데 커뮤니티에서 마족에 관한 악플을 남기는 녀석들이 제법 많나 봐.”

“하여간 키보드 워리어들이란.”

“아빠, 커뮤니티는 뭐고 악플은 뭐야?”

민하는 마계에서 나고 자라 인간계의 컴퓨터와 인터넷에 관해 잘 몰랐다.

강철남은 딸에게 가급적 가르쳐 주고 싶지 않은 세계인지라 얼버무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 새를 못 참고 멍구가 먼저 선수를 치기를,

“온갖 병신들이 모이는 곳이란다.”

“멍구야.”

가이아가 멍구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하지만 강철남은 멍구를 혼낼 수 없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듣고 보니 인터넷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개소리도 여럿이서 짖어 대면 시끄러운 법.

마족에 관한 비난을 내버려 두어선 안 됐다.

“손을 써야겠어.”

“철남이, 어떡하게? 악플러들 고소라도 하게?”

“그건 너무 비효율적이야.”

“그럼 어떡해?”

“칼은 잘못 쓰면 상처를 입히지만 잘만 쓰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도구지.”

“또 뭔 수수께끼야.”

“커뮤니티를 역으로 이용한다.”

강철남은 사이버 전사로서 활약할 계획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 * *

다음날 민하는 학교로 향했고 가이아는 동네 아주머니들이랑 나들이를 갔다.

멍구는 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혼자 집에 남은 강철남은 컴퓨터를 장만해 인터넷을 설치하고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좋아, 그럼 마족들의 미담 썰을 퍼트려주지.”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강철남.

가장 핫 하다는 커뮤니티부터 매니아들만이 모인다는 커뮤니티에 자기가 알고 있는 마족들의 미담 썰을 복붙 또 복붙하여 퍼트리기 시작했다.

“어, 이게 뭐야? 도배 금지?”

한 커뮤니티에서 도배 행위를 감지당해 제재를 당하고 말았다.

“지랄. 별의별 걸로 다 태클이야. 이런다고 내가 굴할 것 같나? 마황제의 힘을 보여주지.”

[신속]

투다다다다―

키보드에서 기관총 소리가 났다.

미친 듯이 손가락을 움직인 덕분에 그날 오전동안 강철남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커뮤니티에 썰들을 퍼트렸다.

“좋아, 이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면서 반응을 지켜볼까.”

바깥에 나가 근처 카페에 가서 그리웠던 인간계 커피를 사들고 오기로 했다.

잠시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니 사람들이 모두 강철남을 빤히 쳐다보았다.

강철남은 사람들이 왜 자기만 보는 건가 싶었지만 살기는 없었기에 무시했다.

설령 일제히 덤빈다 하더라도 이미 뚝배기를 살짝만 부숴버리도록 시뮬레이션도 완벽히 마친 상태다.

“저기…….”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웬 여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잘록한 몸매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샴푸향을 풍기며 가까이 들러붙었다.

적인가 싶어 주먹을 들어올리려는 찰나,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줄 수 없소.”

“네? 그럴 수가.”

“이건 내 커피요.”

“아, 커피 얘기가 아니라.”

여자는 우물쭈물하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쪽 번호 좀 줄래요?”

“…나는 전화기가 없소.”

“그, 그럼 잠시 저랑 커피라도 한잔.”

“…우리 마누라가 보면 X 되오.”

“아, 유부남…이셨어요?”

여자는 울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강철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얼른 그곳을 벗어났다.

지금은 마계를 구해야 할 때다.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하고 있을 순 없다.

집에 돌아온 강철남은 띄워둔 인터넷 커뮤니티 창을 새로고침 했다.

댓글과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마족 미담 썰들을 널리 퍼뜨려주면 좋으련만.

그런데,

[이딴 쌉주작 글로 어그로 끄니 좋냐?]

[백퍼 공작원이 쓴 글임이 틀림 없음]

[마족 새끼들은 모조리 OUT!]

[킁킁. 글에서 쉰내 안 나냐? 너 틀딱이지.]

이게 무슨 일인가.

온갖 조롱의 댓글들밖에 없었다.

믿건 안 믿건 자유니까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 틀딱이라는 단어는 거슬려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인터넷에 틀딱이 무슨 뜻인지 찾아보니,

“뭐? 나이 든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라고?”

겉모습은 젊어지긴 했지만 속 알맹이는 부정할 수 없는 노인인 강철남.

아픈 곳을 찔린 것 같아 흠칫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놀리면 쓰나.

늙는 것도 서러운데.

강철남은 틀딱이라고 쓴 댓글에다가 다시 댓글을 남겼다.

그런 말은 자제해 달라고.

그랬더니,

[대응마저 틀딱 같네. 할배요, 양갱 먹고 잠이나 자쇼.]

마황제 강철남.

오랜만에 분노를 느꼈다.

[너 어디 사냐?]

― 응, 판자촌, 네 옆 텐트.

[장난하지 말고 빨랑 불어. 찾아갈 테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오르쥬? 아무것도 못하쥬?

“이런 니미 씨X럴!”

하마터면 모니터를 박살 내버릴 뻔했다.

부들부들 우는 주먹을 간신히 억눌렀다.

기다려라. 반드시 네 놈을 찾아서 뚝배기를 아작내 주리라.

녀석이 거주지를 끝까지 말을 하지 않겠다면 이쪽도 방법이 있다.

강철남은 커뮤니티 고객센터 메시지로 해당 댓글을 단 녀석의 정보를 알려달라 요청했다.

하지만 당연히 알려주지 않았고 강철남의 빡침은 한층 더 격렬해졌다.

“으으. 이 새끼들이 옛날 성질 나오게 하네.”

결국 사이트 하단에 적힌 주소를 확인한 강철남.

발에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가위로 오려 구멍을 뚫었다.

“씨X 내가 살다 살다 별짓을 다 한다.”

* * *

이곳은 인터넷 커뮤니티 유머 코리아의 본사.

여느 때처럼 직원들은 불량 게시글을 삭제하고 밀려드는 문의를 처리하며 업무를 하고 있었다.

“대리님, 어떤 이용자가 틀딱이라는 소리를 듣고 해당 댓글을 단 사람의 신상 정보를 요구하는데요?”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신상 정보를 어떻게 알려줘. 진짜 뭘 모르는 노인인가 보네.”

“그러게 말이에요. 쯧쯧쯧.”

직원들은 문의에 형식적인 답변을 달며 똑같은 내용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따분한 오후가 저물어갈 무렵.

“야! 이 씨! 고객 센터 어디있어?”

웬 양말을 뒤집어쓴 사내가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목적이 뭘까?

돈이 있는 은행도 아니고 가게도 아니고 심지어는 기술이 있는 공장도 아닌데 대체 인터넷 커뮤니티 회사에는 왜 침입한 건지 당최 이해가 안 갔다.

결론은 그냥 미친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저, 저기. 갑자기 왜 이러세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나가주세요.”

“뚝배기다.”

“네?”

“뚝배기야!!”

복면 남자는 먼저 부장의 대가리를 수도 치기로 내리쳤다.

직원들은 부장님을 걱정하는 액션을 취했지만 속으로는 통쾌함에 탭댄스라도 추고 싶었다.

[동작 그만!]

난데없는 고급 스킬에 모든 직원의 몸이 얼어붙었다.

“저기 있구만, 고객센터.”

복면 남자는 성큼성큼 고객센터 담당팀의 자리로 걸어가서는 직원의 멱살을 잡았다.

[빙의]

그러자 직원의 모든 기억과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틀딱이라는 망언을 내뱉은 자의 신상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방금까지 자기를 조롱한 말까지 전부 듣고 말았다.

“너희 둘 새끼도 뚝배기!”

따악―

복면 남자는 고객센터 직원 두 사람을 기절시켜놓고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스킬이 풀리자 직원들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 * *

이곳은 한 피시방의 구석진 자리.

빈 컵라면 곽이 쌓여 있고 다 피운 담뱃갑이 산처럼 쌓여 있다.

“이 틀딱 쉐리덜.”

펑퍼짐한 엉덩이로 의자에 들러붙어 있는 한 남자, 최만근이 커뮤니티에 신나게 여포짓을 하고 있었다.

“낄낄낄. 머저리 새끼들. 나는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고사양 컴퓨터로 끼적이고 있는데 너희 루저 새끼들은 피시방에 죽치고 앉아 인생을 낭비하고 있겠지?”

최만근은 마치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것처럼 주변은 보이지도 않는지 정신 이 키보드를 두들겨 댔다.

그때,

“한강뷰? 삼도천이 보이는 나룻배는 어때?”

“누구야?”

“치과 의사다, 이 새꺄. 지금부터 너도 틀니 끼게 만들어 줄 거거든.”

[공간 이동]

펑―!

“히익! 여긴 어디야?”

최만근이 끌려온 곳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입속에 모래가 들어가 침을 마구 뱉어냈다.

“이때까지 쓴 악플이 몇 개냐?”

“그딴 거 알 게 뭐야. 씨X 빨리 날 집에 보내줘!”

“이야기가 길어지는 건 딱 질색이야.”

[분리]

강철남은 최만근의 입안에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이빨이 마치 틀니가 되어 쏙 뽑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허엄, 애 이아 (허업, 내 이가)!”

“무릎 꿇고 빌어 이 새꺄.”

“아, 아 오애 애으이다 (자, 잘못 했습니다).”

강철남은 다시 녀석의 아가리에 이를 처박아 넣었다.

“곧 가족들하고 저녁 먹을 시간이니까 빨리빨리 끝내자. 그동안 악플 몇 개나 썼냐?”

“존X 많이 써서 기억도 안 납니다, 엉엉. 정말입니다. 앞으론 다시 그러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커뮤니티 접속만해도 손가락을 분질러 버릴 거야, 알았어?”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뭐든 물어보십시오.”

“인간들이 마족을 왜 꺼린다고 생각하냐?”

그러자 최만근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죽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서 데이터를 뽑아내는 중이었다.

“제가 히키 앰생 커뮤 중독자로서 웬만한 게시글들과 댓글들은 다 읽어 봤거든요.”

“자랑이다 새꺄. 짧게 말해봐.”

“아마 단순화하자면 무섭다는 이유가 제일 클 거에요.”

“무섭다라… 너도 무섭냐?”

“솔직히 조금요.”

“오케이, 됐어. 자, 이제 집에 돌아가면 오늘 있었던 일은 모두 잊으라고.”

강철남은 모래 폭풍을 일으켜 최만근을 휘감아 피시방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자기 자리에 기절해 있다가 정신을 차린 최만근은 주변을 둘러보다 황급히 짐을 챙겨 피시방을 빠져나갔다.

* * *

“오호, 철남. 그렇다면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우리의 과제겠구나.”

“그렇지. 두려움은 무엇으로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생각엔 행복이 아닐까?”

“맞아! 역시 우리 아내라니까.”

강철남이 가이아를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답을 맞추지 못한 것과 아빠의 포옹을 빼앗긴 게 샘이 났던 민하가 둘 사이에 달려들어 와락 안겼다.

“아빠, 그러면 마족들과 엄청 즐거운 놀이를 하면 친해지지 않을까요?”

“즐거운 놀이?”

그러자 강철남의 눈에 개껌을 씹고 있는 멍구가 들어왔다.

“야, 멍구야. 네 도시 지금 놀고 있지?”

“아마 알아서 돌아가고 있을걸. 자연 생태 공원이니까.”

“그거다.”

“뭐가?”

강철남은 민하의 스케치북에 녹색 크레파스를 들어 커다랗게 글자를 적었다.

“마계 그린 캠프. 개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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