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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52화 (152/175)

152화 인간학 한지영 선생님

강철남이 한지영을 데리고 간 곳은,

“이곳은 어디죠?”

“벤티 학원이오. 내가 가장 신뢰하는 선생들이 있는 곳.”

“저도 여기 다녀요!”

강철남과 민하가 이토록 호평을 할 정도라니.

한지영은 첫눈에 벤티 학원이 좋은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베거가 원장실 문을 열고 마중을 나왔다.

천리안으로 방문자들을 본 모양이었다.

“손님을 데리고 오셨군요.”

“귀한 손님이요.”

“하하하. 정중히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졸지에 귀한 손님이 되어버린 한지영은 부끄러움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베거는 익숙한 듯 차통을 열고 티팟에 찻잎을 넣으며 찻물을 끓였다.

강철남은 그윽한 향의 아쌈을, 민하는 다즐링에 우유를 탄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아가씨께서는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저는 아무거나 괜찮아요.”

“밀크티 괜찮으십니까?”

“완전 좋아요.”

미소를 지으며 베거는 밀크티를 한 잔 더 준비했다.

“지영 언니. 여기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엄청 많아요. 그리고 맛있는…이 아니라 멋있는 하림 선생님도 계시고요.”

“하림 선생님?”

벌컥―

“호호호. 문앞을 지나는데 제 얘기가 들려서 들어와 봤습니다.”

마침 복도를 지나가던 하림 선생이 새어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원장실로 들어왔다.

하림 선생은 한지영에게 우아한 날개를 접어 인사를 올렸다.

얼떨결에 한지영도 일어서서 마주 인사하였다.

민하의 말대로 맛있어 보이는…이 아니라 멋있어 보이는 선생이었다.

“민하 양. 샤를 양이 또 저를 보고 침을 삼키더군요.”

“네! 조만간 또 달래줄게요.”

“그래주면 고맙겠어요.”

하림 선생은 난처한 상황에서도 우아하게 웃어넘겼다.

“저희 학원에는 어쩐 일로 찾아 주셨나요?”

“이쪽은 한지영씨, 내 친한 동료요. 이분에게 마계의 인간학 교사직을 부탁하려 하는데 그에 앞서 체험 강의를 진행해볼 수 없겠나 싶어 온 것이라오.”

“오호, 감히 저희 벤티 학원을 연습장으로 쓰시겠다는 거로군요?”

“지영씨를 교단에 세울 수 있다면 오히려 학원 입장에서 영광이지.”

강철남과 벤티가 서로 농담조로 주고받는 농담에 정작 한지영은 난처해했다.

“이봐요들. 너무 바람 넣지 말아요. 참고로 저는 교사 경력도 없어요.”

“지영씨라면 괜찮을 거요. 내가 아는 헌터 중 가장 인간에 대해 잘 가르쳐줄 사람 같으니까.”

“진섭씨는 어때요?”

“인간계에 가정이 있잖소. 그리고 무엇보다 다소 고지식한 측면이 있소. 마족들에게 인간학을 가르치려면 지영씨같이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이 제격이오.”

“너무 지나치게 띄워주시네요.”

강철남의 칭찬에 한지영은 얼굴이 화끈해져 손부채질을 해야 했다.

“헤헤. 지영 언니 얼굴 빨개졌다.”

“어머.”

베거는 탁자 위에 잘 우린 차를 내려놓았다.

그들은 차를 마시며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논의했다.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베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좋습니다, 지영씨. 오늘 당장 체험 실습을 해보시겠어요?”

“네? 이렇게 갑자기요?”

“이야기를 나눠보고 알았습니다. 지영씨라면 이미 준비된 인간한 교사라는 걸요.”

한지영은 이게 바로 가스라이팅인가 싶으면서도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그들의 격려에 은근슬쩍 자기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좋아, 경험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해보자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가져도 된다는 증거.

한지영은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이밀어 보기로 했다.

“네, 한번 해보죠!”

* * *

호기롭게 대답하고 바로 체험 수업에 들어간 한지영.

그러나 교사직이란 생각보다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우와! 인간 선생님이다.”

“선생님, 몇 살이에요?”

“마법 쓸 줄 알아요?”

“왜 왔어요?”

교사가 잘 가르치느냐, 못 가르치냐 하는 문제는 둘째였다.

첫째는 아이들과의 기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얘들아, 조용히 하고 집중하자.”

한지영이 어떻게든 아이들의 집중력을 빼앗으려 애를 써봤다.

그러나 연약해 보이는 여자 인간 선생님의 부드러운 말씨로는 시끌벅적한 이 난리통을 휘어잡을 수는 없었다.

이럴 때는 어떡해야 하지? 강경책인가? 아니면 다른 수가 있나?

잠시 고민하던 한지영은 얼마지 않아 답을 찾아냈다.

[심력 발동]

한지영은 그간 민하와 어울리며 단련해온 심력을 발동했다.

그녀의 가슴에서부터 따뜻한 빛이 흘러나와 손끝을 타고 교실 전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순간 떠들어대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마력이란 차갑고 음습한 힘, 그게 아니면 화염과 같이 아주 뜨거운 힘이다.

그에 반해 심력이란 따뜻한 힘.

아이들은 이렇게 포근하고 감싸 안는 듯한 은은한 온기는 처음 느껴보았다.

“자, 다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는 되었나요?”

그제야 아이들은 싱긋 웃는 한지영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와! 선생님, 방금 그건 뭐예요?”

“저희도 그거 가르쳐주세요.”

아이들은 어느새 호기심 많은 학생의 태도로 돌변해있었다.

관심을 이끈 건 좋았지만 아이들의 여전히 방방 뛰는 듯한 텐션은 여전했다.

그래도 한지영은 이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수업에 끌고 들어갔다.

“방금 선생님이 보여준 힘은 심력이라는 힘이에요. 인간들이 가진 특별한 힘이죠. 이 힘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궁금하나요?”

“네!”

아이들은 일동 합창하듯 대답했다.

“그러면 심력이 발동하는 마음을 알아야 해요. 선생님이 질문을 하나 해볼게요.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할머니의 지갑을 훔쳐서 달아났어요! 그럴 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도둑을 쫓아가요!”

“쫓아가서요?”

“경비대한테 말 안 할 테니 반띵하자고 해요.”

하하하. 한지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할머니가 약해서 그래요. 할머니에게 체력 단련을 권해요.”

“쫓아가서 제가 그 지갑을 차지할 거예요!”

글러 먹었다, 얘네들.

약육강식 논리에 길들여진 마족의 아이들답다고 해야 하나.

한지영은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참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걸 느꼈다.

“인간이라면 그 지갑을 찾아서 돌려줄 거예요. 힘이 없다면 주변 경비대에게 이 사실을 말해서 지갑을 되찾도록 도와줄 거고요.”

“네? 대체 왜 그러는데요? 무슨 이득이 있다고요.”

“할머니는 감사를 표하겠죠. 고맙다, 네 덕분이야 라는 말을 들으면 그 뿌듯함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여러분은 용기를 얻을 수 있답니다. 게다가 또 그 친절은 전염성이 강해 할머니가 다른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지도 모르거든요.”

“에이, 그게 뭐예요.”

“못 믿겠으면 직접 해보도록 해요. 서로 옆자리 친구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 주는 건 어때요? 그리고 답례로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거죠. 자, 그럼 숙제를 내주겠어요. 이 숙제는 제가 하림 선생님께 전달해서 꼭 검사 맡도록 하겠어요.”

“에이~”

아이들의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탄식이 나왔지만 다른 숙제들에 비하면 별로 어렵지도 않은 숙제라고 생각했다.

그날 인간 선생님의 수업이 끝나자 서로 옆자리에 앉은 루이와 셜리는 어색하게 마주 보았다.

둘이 나란히 앉은 것은 친해서가 아니라 남는 자리가 없어 함께 앉게 된 것뿐이었다.

“저기…….”

그래도 명색이 남자라고 루이는 셜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으응?”

셜리도 먼저 말을 걸어 주어 다행이라는 듯 대답했다.

“너는 무슨 도움이 필요해?”

루이가 조심스레 물어보자 셜리는 선생님의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 볼까 싶었다.

“사실 얼마 전에 열쇠고리를 잃어버렸거든.”

“어떤 열쇠고리? 어디서?”

“그게… 마황제님 모습을 본뜬 열쇠고리인데 잃어버렸던 그날은 시장을 돌아다녔었어.”

셜리는 마황제의 팬인 듯했고 심부름을 다니다가 잃어버린 것 같았다.

루이는 숙제로 셜리가 잃어버린 열쇠고리를 함께 찾아 주기로 했다.

둘이 나란히 함께 시장을 다니자 동네 꼬마 녀석들이 얼레리 꼴레리 놀리기도 했다.

둘은 얼굴을 붉히면서 열심히 시장 바닥을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다녔던 곳 위주로, 그곳에도 없자 다니지 않았던 곳도 샅샅이 찾아보았다.

혹시나 누가 주워갔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루이는 이왕 찾기로 나선 일이라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고 제법 구석구석 골목길까지 찾아봐 주었다.

“저기, 루이. 이제 그만 됐어. 돌아가자.”

“조금만 더 찾아보자. 소중한 거잖아.”

“나 때문에 네가 고생하잖아.”

“괜찮아 이 정도쯤은.”

“숙제는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내가 선생님께 말씀드릴게.”

“아니야. 숙제와 관계없이 꼭 찾고 싶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너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셜리가 묻자 루이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왜일까? 어째서인지 설명할 수 없이 그냥 그러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떠올랐다.

혹시 인간 선생님이라면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주실까.

“어? 저건?”

그때 루이의 눈에 셜리 등 뒤 골목길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물건이 들어왔다.

얼른 달려가 확인해보니 그것은 때가 묻은 마황제 모양의 열쇠고리였다.

“이거 맞니?”

“응! 이거 맞아! 내 거 맞아!”

셜리가 전에 없이 밝은 표정으로 방방 뛰며 기뻐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루이!”

셜리는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미안해. 뭐라도 대가를 줘야 하는데.”

“아니야, 이미 충분히 받았어.”

“뭐? 난 아무것도 준 게 없는데?”

어리둥절해 하는 셜리와 달리 루이는 이미 충분히 마음이 가득 차오른 것을 느꼈다.

가슴에 가득 찬 포근하고 몽실몽실한 보람과 기쁨.

이것이 아마 인간 선생님이 말씀하신 심력이 아닐까.

* * *

한지영은 벤티 학원에서 몇 번의 수업을 더 진행하였고 나아가 기초 학교와 중급 학교에 초청 강사로서 여러 번 강연을 나섰다.

그 후 정식 교사로서 기초 학교의 인간학을 맡아 어엿한 선생님이 되었다.

이 사실에 헌터들 모두 축하했지만 황기민은 뭔가 아쉬운 듯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도 뭔가 필요해. 감투가 필요하다고.”

“교사는 감투가 아니에요, 기민씨.”

한지영은 황기민을 위로해주려 하다가도 그의 멍청한 발언에 딴지를 걸고 말았다.

“황기민. 당신 기질에 교사는 안 맞소.”

“내 기질이 뭐가 어때서?”

“말보다는 주먹이 편하지 않소?”

“당연하지!”

“그렇게 대답하는 인간이 퍽이나.”

연거푸 맥주를 마시는 황기민을 보며 강철남도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모처럼 의욕이 있는 인재를 썩힐 순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탐정을 해 볼 생각 없나?”

“탐정?”

“그래. 마계에는 탐정이 없지. 흔적을 분석하고 적을 추적하는 게 특기잖아? 그렇다고 자유분방한 네 녀석을 경비대에 묶어둘 수도 없으니.”

강철남의 제안을 듣자 황기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당장이라도 밖에 나가 아무나 잡아 올 듯 들뜬 표정이었다.

“그럼 당장 오늘부터 일을 시작하지!”

“술냄새 풍기면서 무슨 일을 해. 내일부터 출근해. 사무실은 알아봐 줄테니.”

“으하하. 고맙다, 강철남!”

그러면서 맥주를 한 캔 더 따는 황기민이었다.

너무 힘이 들어가 엄한 건물이나 부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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