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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51화 (151/175)

151화 인간에 대해 공부해봅시다

좌중에서 다시 한번 웅성거림이 커졌다.

회의실에 들어온 자들은 전 MMM단 간부 설로번, 칼론, 라온이었다.

그들은 유명세를 떨치던 반인간 마족 우월주의자들이었지만 최근 인간계 봉사활동 참여를 계기로 단체를 탈퇴하고 인간계와의 화합에 조력하는 입장으로 전향하였다.

일각에서는 마황제가 마법을 부려 정신을 세뇌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돌기도 할 정도로 그들의 전향은 마계 전역에 충격적이었다.

“저희는 이 자리에서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

설로번은 대표로 앞에 나와 선언했다.

떠들썩하던 회의실은 그의 말 한마디로 잠시 조용해졌다.

앉아 있는 교육 관계자들은 대체 저 변절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나 보자는 태도로 팔짱을 낀 채 노려볼 뿐이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저희는 반인간 마족 우월단체에서 활동하던 자들입니다. 그런 저희가 어째서 인간과 화합하자는 의견에 동조하는지 의문이실 겁니다.”

긍지 높은 용족 설로번은 목을 꼿꼿이 세우고 당당하게 주장을 펼쳐 나갔다.

“저희는 보았습니다. 그리고 경험했습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들은 마족의 침공으로 무너진 세상을 재건하기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개개인은 나약할지 모르나 힘을 합친 그들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자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회의실의 공기는 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다.

“또한 그들은 공감할 줄 아는 마음과 친절한 가슴을 가졌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인간은 은혜를 받으면 되갚을 줄 아는 의리를 가졌다는 뜻입니다. 마황제의 따님이 인간계에 의료 봉사를 한 뒤, 마족을 향한 인간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습니다. 여전히 마족을 원수 보듯이 하는 이들도 있지만 마음을 열고 의료봉사자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보답을 되돌려주는 손길도 많았습니다. 저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이 존재들이라면 우리와 함께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말입니다.”

진심 어린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연설하는 설로번.

그가 호흡을 가다듬고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누군가 그 틈을 파고들어 발언권을 빼앗았다.

마황제가 연설을 할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이보시오. 그런 추상적인 이야기는 들을 만큼 들었소. 너무 감상적이라서 확신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불명확 하구료.”

그 말을 듣자 얌전히 한발 물러나 있던 강철남이 끼어들었다.

“방금 발언한 자는 누구요?”

“아앗! 마, 마황제님! 고, 고급 학교의 교감입니다.”

고급학교의 교감이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대들은 오로지 이익, 이익, 또 이익만을 따지는구만. 교육이 그런 것인가? 오로지 수치화된 실질적 이익만을 키워나가는 게 교육의 목적인가? 윤리와 가치관 함양과 같은 정신적 소양 역시 추상적인 학문이 아니오? 그런데 그대들은 인간학에만 지나치게 실용적 잣대를 들이대는군.”

강철남이 정곡을 찌르자 고급 학교의 교감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실용성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신들 뱃속에 물어보시오.”

그러자 앉아 있는 마족 모두가 자기 배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대체 무얼 보라는 것인지 어리둥절해 서로 옆 사람의 배도 돌아봤지만 무얼 의미하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후우. 자, 그럼 좀 더 쉽게 풀이해보지. 여기 오기 전에 성남 카페 1호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왔다, 거수.”

그러자 봄날 새싹 올라오듯 우후죽순 손들이 척, 척, 올라왔다.

한 마족도 빠짐 없이 모조리 손을 든 것이다.

“이보시오, 교감.”

“네,넷!”

“마계의 커피, 그리고 인간이 타 준 성남 카페 1호점의 커피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는지는 굳이 안 물어봐도 되겠지?”

“무, 물론입니다.”

“그럼 그 실용성은 증명이 되었지?”

“…그렇습니다.”

“수치화 할 수 있나?”

“네?”

“그렇게 객관적인 증명을 좋아하니 커피 맛의 차이도 수치화 해보시지 그래.”

“저…그…….”

“저그는 무슨 난 테란이야. 할 말 없으면 자리에 앉으시오.”

뻘쭘해진 교감은 자리에 풀썩 앉고 말았다.

강철남은 흐름을 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인간의 심력은 마족에게 있어서 신문물과도 같소. 아마 앞으로 실생활에 더 많은 이로움을 가져다줄 것이오. 커피는 시작에 불과하오. 다양한 식료품, 공산품들이 인간의 손에 만들어진다면 마계의 재화는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오.”

장황한 연설과 설전이 오갔다.

회의는 치열하게 진행이 되었고 교육 관계자들과 강철남의 의견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이쯤에서 필살기를 쓰겠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강철남이 눈짓을 보내자 베거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저는 벤티 학원의 원장 베거라고 합니다.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죠. 제 능력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보고서를 자료로 제출하여 인간계와 화합을 맺을 시 이점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베거가 등장하자 좌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런 근본도 없는 사교육의 강사놈이.”

“쯧쯧쯧. 주제도 모르고.”

“부끄러움도 없는가.”

그때,

“이보시오!”

강철남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자기를 두고 수군대는 것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기를 도우러 온 자기 동료를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여기가 어느 자리인 줄 알고 출신을 운운하는 거요? 출신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대체 교육은 왜 하는 거요?”

조잘조잘 베거를 씹어대던 녀석들은 강철남의 호통에 찍소리도 못하고 얼어붙어 버렸다.

“거기 빡빡이.”

“핫, 네!”

베거가 나오자 투덜투덜 대던 머리가 반질반질한 문어 교사가 갑자기 지목을 당하자 화들짝 놀랐다.

“선택하시오.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출신만 번지르르한 자 VS 출신은 비교적 좋지 못하나 능력이 출중한 자. 마계 발전을 위한 일을 추진하는데 이 둘 중에 하나를 채용해야 한다면 누가 마계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것 같소?”

“… 후자입니다.”

“마계를 위해 일한답시고 출신만으로 무능을 포장하게 된다면 그보다 마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은 없소이다. 이해하겠소?”

“네, 마황제님.”

문어 교사는 거의 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베거는 강철남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발표를 시작했다.

“심력이란 힘을 수치화로 환산해보았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그 힘은 마력의 1.5배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즉, 마력이 한 평의 밭을 수확하는 동안 심력으로는 추가적으로 반 평을 더 수확할 수 있죠. 이 결과로 알 수 있듯 실용적으로도 훨씬 뛰어납니다.”

“잠깐! 대체 그건 어떻게 나온 결과요?”

“마력과 심력을 모두 갖춘 마황제님의 따님, 강민하 양이 직접 실험에 참여해주셨습니다. 강민하 양은 집에서 마력과 심력, 각각 두 힘을 두 개의 작물에 따로 부여하여 기르고 있습니다. 이 작물의 성장 척도를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이 나왔습니다.”

명확한 논증까지 있으니 좌중은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 뒤로도 설전이 끈질기게 이어졌다.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는 토론이 이어졌고 마무리는 역시 민주주의의 꽃, 투표로 결정짓게 되었다.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개표 위원이 모든 표를 확인한 결과,

“인간학 수업 개편안이 통과되었습니다!”

회의실에는 소수의 안타까워하는 탄식이 터졌다.

의외로 많은 표가 강철남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었다.

특히 왕립 학교의 교수들이 인간학에 긍정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그들은 이미 인간을 들여다보는 학문인 인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심력이 마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황제님.”

회의가 끝나고 교육 관계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날 때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한 바다거북 수인이 다가왔다.

등에는 묵직한 등갑을 메고 두 다리로 천천히 걸어오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강철남은 들은 적이 있었다.

왕립 학교에는 마계에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장수 교수가 한 분 있다고.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왕립 학교의 교수 마론이라고 합니다.”

“반갑소. 강철남이오.”

강철남은 맞잡은 손에서 마론 교수의 건강한 기운을 느꼈다.

처음 만났지만 호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는 오랫동안 인간을 연구해왔습니다. 인간이란 정말 멋진 존재지요. 앞으로 학생들에게 인간에 대해 가르치고 마계로 찾아올 인간들과 교류하는 만남이 기다려지는군요.”

마론 교수는 마치 행복한 상상을 하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대 마황제님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셨음에 감사를 표합니다.”

“그걸 어찌 마론 교수가 아시오? 그리고 감사한다니?”

“허허허.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초대 마황제님과 제법 가까운 사이였답니다. 모든 마족이 그분의 참뜻을 거스르고 인간을 정복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건만, 지금 마황제님께서 인간계와 마계의 교류라는 진정한 뜻을 이해해주시다니 저는 정말로 행복합니다.”

다시 한번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는 마론 교수.

아무래도 이 교수와는 종종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황제님께서는 이제 무얼 하실 예정이십니까?”

“후후. 인간계에서 모셔 온 선생과 본격적인 교육 개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지요.”

회의에서 이겼고 판은 깔렸다.

이제 신명 나게 놀아볼 차례다.

* * *

“자, 마족인 초등학생이 숙제를 안 해왔어.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엎드려뻗쳐.”

“그게 아니지, 새꺄.”

“그럼 운동장 열 바퀴?”

“하아, 안 되겠다. 마족 아이들이 이 새끼를 인간의 대표적 표본이라고 생각할까 봐 두렵군.”

강철남은 황기민에게 기초 학교 특별 교사로 초빙할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재고해 봐야 할 것 같다.

김성남과 비교해서 강철남 집착증이 없다 뿐이지 이 녀석도 또라이인 건 마찬가지다.

어떻게 안 잘리고 교사직을 해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어떠냐?”

“어떻긴 뭐가 어때. 넌 학교 경비나 해, 짜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황기민에게 질린 강철남이 주변을 둘러봤다.

헌터 사무실의 녀석들은 모두 좋은 녀석들이고 훌륭한 녀석들이지만 너무 거친 생활에 오래 적응해 있었다.

그렇기에 섬세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응?”

그때 강철남의 눈에 한 장면이 확 들어왔다.

바로 민하와 카드 놀이를 하며 놀아주는 한지영의 모습.

저것이 바로 이상적인 기초 학교 교사의 모습이 아니던가.

“지영씨!”

“앗, 네!”

갑작스레 큰 소리로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한지영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아앗! 지영 언니가 판을 다 엎었어! 내가 이기고 있었는데.”

민하는 분한지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한지영은 민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강철남을 바라보았다.

“마계의 교사가 되어 보실 생각 없으세요?”

강철남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한지영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정확히 3초 뒤에야,

“제가 마계의 교사가요?!”

“어려운 일은 아니요. 기초 학교에서 인간에 관한 기본적인 수업을 해주면 될 거요. 심력의 기본이 되는 인간의 마음 씀씀이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싶소.”

“그야 한때 선생님이 꿈이긴 했지만.”

한지영의 반응을 보아하니 나쁜 제안은 아닌 듯했다.

문제는 그녀 스스로 자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좋소, 그렇다면 1일 교사 체험을 해보는 건 어떻소?”

“네? 하루만 교사 노릇을 하는 건가요?”

“그렇소. 날 따라오시오.”

“아앗, 철남씨.”

강철남은 한지영과 민하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공간 이동을 해버렸다.

폭풍처럼 나타나 폭풍처럼 사라지는 강철남.

그가 일으킨 하얀 연기를 바라보며 퇴짜를 맞은 황기민이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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